망원 렌즈에는 왜곡이 없다고 하는데, 사실일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홍상수 감독의 최근 영화("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제목처럼 뭔가 어중간하며, 뒷맛이 게운치 않다. 어떤 이유에서 이런 찜찜함이 남는지 한번 따져보자.
우리는 사진에서 원래의 상과 다르게 일그러지는 형태를 "왜곡"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사진과 관련한 '왜곡'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 데, 원근감에 의해 발생하는 '원근 왜곡' 그리고, 광학계의 자이델의 5 수차 중 하나인 '왜곡 수차'다. '왜곡'이라는 단어 자체는 같지만, 의미에서는 서로 다르다.
'원근 왜곡'과 '왜곡 수차'에 대해서는 일전에 정리한 바가 있으므로 참고할 수 있도록 링크를 남긴다.
▶ 망원 렌즈와 '원근 왜곡'- 배경 압축 효과
망원 렌즈는 초점 거리가 길어 원근의 차이에 따른 '원근 왜곡'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흔히 말한다. 이는 원근 왜곡이 잘 발생하는 조건 즉, 짧은 초점거리를 갖는 렌즈로 근접하여 촬영하였을 때 또는 근경에서 원경에 걸쳐있는 피사체(보통 높은 빌딩, 건조물 등)를 촬영한 때와 확연히 비교된다. 즉, 근경과 원경이 대조되면 원근감으로 왜곡이 발생하는데, 망원 렌즈는 멀리 있는 대상을 주로 촬영하고 화각이 좁아서 원경과 근경에 걸친 구조물 등을 모두 담지 못하므로 원근감으로 인해 왜곡이 발생할 여지가 거의 없다. 반대로 망원 렌즈는 거리감이 압축되는 '배경 압축 효과'가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흔히 배경 압축 효과 또한 원근 왜곡이라 해야하지 않을까? "원근의 거리감이 과장되는 것이 광각에서의 왜곡이라면 거리감이 너무 사라지는 압축 효과 또한 원근 왜곡의 하나로 보아야하지 않을까." 왜곡이라는 것을 물체 형상의 일그러짐이라는 2차원적인 것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공간 등 좀 더 입체적인 관점에서 폭 넓게 해석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X축과 Y축만 존재하는 2차원 공간에서 망원 렌즈의 촬영 이미지는 평면 왜곡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X, Y, Z 축이 존재하는 3차원 공간에서 광축의 방향으로 거리감이 왜곡되는 '원근 압축'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원근 왜곡이 발생은 광학계/렌즈의 초점 거리에 따른 배율이 원인인데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 보자.
준 망원에 해당하는 초점거리 85~135mm 렌즈가 인물 촬영용 렌즈로 자주 활용되는 이유 또한 평면 왜곡이 잘 발생하지 않으므로 인물 묘사에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초점 거리가 짧은 광각 렌즈로 근접 촬영된 인물 사진의 경우, 원근 왜곡과 술통형 왜곡으로 얼굴이나 신체가 실제보다 짧고 통통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물론 원근 왜곡을 이용한 구도 잡기로 실제와 다르게 특정 부위를 길게 또는 날씬하게 표현 가능하다) 아래에서 다시 한번 다루어 보자.
▶ 망원 렌즈와 '왜곡 수차' - 술통형 왜곡(Barrel distortion)과 실패형 왜곡(Pin-cushion distortion)
왜곡 수차의 한 형태인 실패형 왜곡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술통형 왜곡의 정반대 모습으로 나타나며,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갈수록 배율이 점차 증대하는 형태이다. 왜곡 보정이 잘 된 망원렌즈에서는 왜곡을 잘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망원렌즈 특히 줌 렌즈의 망원 영역은 실패형 왜곡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망원 렌즈는 왜곡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를 적절하게 고치면, 망원 렌즈는 왜곡 수차(배럴 왜곡)는 잘 발생하지 않지만, 때때로 실패형 왜곡이 발생하고, 원근감과 관련해서 '압축 왜곡(배경 압축 효과)'이 발생한다.
인물 사진과 초점거리에 따른 다양한 변화와 효과에 대해서는 새로운 주제로 다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