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달 전 즈음에 즐겨 찾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35mm (135) 필름 포맷의 디지털 이미지 센서 또는 적용된 카메라를 풀 프레임이라 부르고 APS-C 규격 포맷을 크롭으로 불리는 것에 대한 부적절함을 논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유령회원인 탓에 별다른 글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이에 개인적으로 느끼는 소소한 감상을 수다의 주제로 삼아볼까 한다.
해당 글의 요지는 풀 프레임이라고 부르는 규격은 사실 소형 중형 대형으로 구분하는 필름 규격에서 소형에 해당하는 규격에 불과한데 '풀 프레임'이라 보통 불리는 것에 대한 부적절함 그리고, 어감(사실 어감뿐만 아니라 실제 인식에서도 그런 경향이 다분한)에서 풀 프레임이 주는 완성형의 느낌과 크롭이라고 불리는 것에서의 미흡한 느낌은 적절치 않으며 잘 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는 요지였다. 물론 공감하고 동의하는 부분이 무척 많다.
이에 대해 나름 꼬질꼬질한 의견이 있었지만 은둔형 유령회원인 탓에 덧붙이지 못한 말이 있었는데, 해당 용어들의 발생한 배경과 실제 의미 등을 보다 자세히 안다면 현재의 해당 용어 사용에 있어 보다 정확하고 적절한 사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수다를 떨어보게 되었다. 사실 수다 거리가 떨어져서 이것저것 잡념을 주절주절 옮겨 적은 글에 불과하지만, 처음부터 기죽을 수는 없으니 금칠을 하고 시작해 보자.
▶ '풀 프레임'의 용어의 등장 배경과 의미
'풀 프레임 Full-frame)'이라는 용어가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불분명하지만, 풀 플레임과 상반되는 개념의 용어를 떠올리면 등장 배경과 의미를 추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초창기 등장 시기로 생각되는 1960년대, 풀 프레임과 대척점에 있는 용어는 크롭이 아니라 '하프 프레임'인데 이는 1959년 Olympus Pen 하프 카메라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용된 듯하다. (하프 프레임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을 내용이므로 생략하고) 하프 카메라의 본격적인 등장 이전에는 스틸 카메라에서는 35mm 소형 포맷(135) 필름을 '풀 프레임'이라고 칭한 근거도 관련 자료도 찾기 어렵다.
사실, 풀프레임의 용어가 등장한 것은 영화에서 등장하였다. 35mm 필름의 역사는 영화 제작용으로 등장하며 시작되었고 1909년 영화의 표준 규격이 되었다. 영화에서는 35mm 카메라와 달리 필름면에 세로로 화상이 촬영되었는데 초창기에는 광학식 오디오 트랙이 필름 일면은 차지해서 22mm x 16mm로 1.375 : 1이었고, 50년 이후 Super 35mm 시네마 필름 규격이 적용되었는데 이때부터 의미 있게 사용되는 35mm 풀프레임이란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즉, 기존의 35mm 필름 면에서 광학 오디오 트랙 부분을 제거하고 이전의 35mm 시네마 필름과 달리 1.33 : 1 (4 : 3)의 24.89mm x 18.66mm 모든 면을 사용한다는 의미의 35mm 풀프레임(Super 35mm) 용어가 본격 사용된 것이라 생각된다.
한 가지 더 첨언하면 동일한 35mm 필름 규격을 사용하지만, 시네마/영화와 스틸 카메라는 각각 그 크기와 가로 세로의 모양 또한 다르다. 위 그림과 같이 영화에서는 35mm 필름 4개 천공(구멍)에 한 프레임의 세로 부분이 맞춰지고, 스틸 이미지 카메라에서는 8개 천공에 프레임의 가로 부분이 맞춰진다. 따라서 영화 한 프레임의 상의 크기는 24.89mm x 18.66mm 정도이고 종횡비 또한 1.33 : 1을 가진다. 35mm 규격 스틸 이미지는 36mm X 24mm이고 (1.5 : 1)의 종횡비로 표현된다.
하프 프레임 카메라는 135 필름을 사용하면서도 일반적인 한 프레임의 필름 면을 세로로 나누어 2장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사실, 35mm 필름 영화에서 한 프레임이 기록되는 방식과 거의 같다. 하프 프레임의 등장 이후 이에 대비되는 즉, 동일한 135 필름을 사용하면서도 가로 36mm 세로 24mm 전체를 사용한다는 의미와 영화의 super 35mm 포맷의 풀프레임이란 용어의 영향을 받아서 '35mm 풀 프레임'이라고 불리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 APS 규격
Advanced Photo System의 약칭인 APS 규격은 사진용 필름 규격으로 1996년 처음 등장하였는데, 코닥에서는 Advantix, 후지 Nexia, 아그파 Futura, 코니카 Centuria라는 브랜드로 각각 제품을 선보였다고 한다. 진일보한 방식이 적용되었지만, 디지털 이미지 센서의 등장과 함께 단명한 필름 규격이다. 하지만 이 규격은 디지털 이미지 센서의 크기에 기준으로 적용되면서 필름으로서 실제 제품은 생산중단되었지만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기 듯" 해당 규격은 계속 유효한 규격으로 사용되고 있다.
APS 규격의 필름 폭은 24mm였고 이미지의 형식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동일한 APS 필름에 각각의 화면 비율에 따라 적용되는 형식)
- H (High Definition - 고화질, 30.2 × 16.7 mm, 종횡비 16 : 9, 4 × 7 '인쇄)
- C (Classic -클래식, 25. 1 × 16. 7 mm, 종횡비 3 : 2, 4 x 6 '인쇄)
- P (Panoramic-파노라마, 30 x 2 x 9. 5 mm, 종횡비 3 : 1, 4 x 11 '인쇄)
이 중에서 APS-C는 135 필름과 동일한 화면비 3:2의 규격으로 가장 널리 적용되었다.
위에서 간략히 기술한 바와 같이 APS 규격은 135 필름 규격을 대체 또는 경쟁, 보완하기 위해서 제안된 새로운 필름 포맷으로 APS 필름 대척점에 있는 규격은 135 필름(35mm 소형 필름) 규격이다.
▶ '크롭 카메라' 또는 '크롭 프레임'
우리나라에서 '크롭'으로 흔히 불리는 크롭 카메라는 작은 이미지 센서가 적용된 카메라의 총칭이다. 이는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등 제조사 각자의 설계나 사정에 따라 제조된 작은 이미지 센서를 통칭하여 부르기 위해 사용된 용어라고 생각한다. 즉,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1인치도 크롭 카메라이고 적절한 규격이 없는 작은 이미지 센서를 통칭하므로 그 범위와 규격이 모호하다.
'크롭 바디'라고 쓰인 경우를 흔하게 보고 스스로도 입에 배어 종종 내뱉곤 하는데,이 용어는 썩 적절하고 올바른 용어 같진 않다. 아마도 크롭 카메라 바디를 줄여 크롭 바디로 쓰인 듯한데, Crop body를 영어권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예상과는 다른 조금 민망한 검색 결과를 얻을 것이다. '크롭 프레임' 또는 '크롭 카메라', '크롭 이미지센서'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이런 모호한 규격의 용어는 상대적 개념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흔히 풀 프레임으로 불리는 135 필름 규격도 중형 또는 대형 포맷의 필름 규격에 비교하면 크롭이 되지 않느냐고 항변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인 용례에서 이런 경우는 지나친 비약인 듯하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그리고 널리 공인되는 규격이 있다면 해당 규격으로 지칭하는 것이 바른 용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공인된 규격은 무엇이며 어디서 공인하는 것일까? 먼저 초창기의 필름 규격에 대한 공인은 영화 필름과 관련하여 등장하는데 공인하는 주체가 '미국 영화 기사 협회'와 같이 지엽적이거나 전 세계적으로 공인 또는 통일된 규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최근의 경우에만 보더라도 각종 첨단 기술에 대하여 공인된 규격이나 기술 표준을 정할 때는, 필요한 적절한 시기에 관련 회사 또는 관련 협회, 또는 일부 국가 등이 일정 절차에 따라 인정 또는 합의하는 방식에 의해 기준이나 표준, 규격을 정한다. 이는 도량형과 같이 국제적 규모의 관련 기관에서 공식 인증된 것과는 의미나 파급력에서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해당 업계에서는 제법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카메라 업계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관련 규격을 협의하고 필요에 따라 공용 기술 규격이나 표준을 마련하겠지만 이것은 기업 간의 비즈니스적 측면이 크다. 이런 제조사 간에 기술적 이유로 합의된 규격을 일반 소비자에게 무조건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썩 합당해 보이지는 않는다.
디지털 시대의 규격은 혼란스럽다. 21세기에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펼쳐진 디지털 카메라 시대도 그리 오래지 않았고, 빠른 기술 발전 탓에 기준이나 규격이 채 정립되기도 전에 새로운 기술과 포맷이 등장한다. 따라서 기술 발전과 제품의 제조/생산 주기가 매우 빠른 전자기기 특히, 디지털 카메라나 디지털 이미지 센서 관련 제품에서 통일된 규격이나 표준을 공인하거나 확정하는 것 또한 여의치 않고 효용성도 의심된다. 이 탓에 그 간 필름과 관련해서 공인되고 널리 쓰이는 규격을 그대로 또는 필요한 곳에 차용해서 적용하였고, 이에 비롯되는 혼란의 한 양상이 지금과 같은 규격이나 용어에 대한 혼동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견지에서 생각해보면 크롭이란 용어는 널리 사용되기는 하지만 공인된 규격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풀 프레임이나 하프 프레임도 동일하며 단지 일반적이고 널리 사용되고 있는 용어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정확하게 공인되고 확정된 규격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이런 용어의 사용이 부적절하다만 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단지 정확한 규격에 따라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제조사의 제품 상세 공개 정보나 정확한 분석과 공신력을 요하는 각종 자료에는 공인된 규격의 용어 사용이 필요한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런 의무가 있는 경우가 어디까지냐 하는 기준도 모호하지만, 일반적인 사용자들이 나누는 대화나 홍보 판매를 위한 자료 등에는 보다 일반적이고 친숙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그리 나쁘게 생각되진 않는다. 단지 정확성을 기할 수 있는 규격과 용어 선택으로 사소한 오해나 부정확한 의미 전달을 방지할 수는 있겠다.
간략히 정리하면, 풀 프레임이라는 용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지극히 모호하다. 35mm 풀 프레임도 존재하고, APS-C 풀 프레임, 645 풀 프레임 모두 성립 가능한 용어다. 풀 프레임이라는 용어 자체만으로 35mm 프레임의 가득 들어찬 촬상면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그냥 관례/관용적인 사용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확한 규격을 지칭할 때는 풀 프레임보다는 '35mm (소형) 필름 규격', 또는 '135 필름 규격'이 적절해 보이고, 35mm 하프 프레임과 구분할 목적이라면 '소형 필름 규격 풀프레임' 또는 '35mm 풀프레임' 정도가 적절한 용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크롭 프레임, 또는 크롭 카메라는 35mm 필름 규격보다 작은 필름/이미지 센서를 통칭할 때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가능하다면 APS-C,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 1인치 규격 등 정확한 규격을 표기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구글링에서 자주 보게 되는 이미지 중 하나인데, 이 정도의 용례면 적절해 보인다. 35mm 필름 규격을 적시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풀 프레임이란 용어도 일반적인 이해를 돕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작은 이미지 센서 등에도 각 규격별로 자세하게 분류하고 있어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그 간 별 의식하지 못하고 용어들을 오용/혼용하던 경우가 많은 듯해서 이번 정리를 기회로 적절한 용어를 사용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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