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카메라로 촬영된 이미지에서 왜곡을 발견할 때가 있다. 중앙부가 도드라져 볼록하게 보이던지, 아니면 주변부가 길게 늘어지는 왜곡이 발생하는데, 이 왜곡의 발생 원인과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왜곡이 도드라지게 보이는지 수다를 시작해 보자.
수차 감쇄 문제는 광학 설계에서 광학적 성능과 직결되는 가장 핵심적인 사항 중에 하나다. 사실, 수차에 대해 나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개념 정리 정도에서 더는 진척이 없고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어렵다. 실제 촬영된 결과물에서 어떤 수차가 작용해서 문제가 되었는지 구분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열심히 공부해도 돌아서서 며칠 지나면 다시 백지상태가 되곤 하는데 좀 더 이해력이 높아지면 수다의 주제로 삼아볼까 싶다. 그나마 왜곡에 대한 왜상 수차가 좀 만만해 보이고 시각적으로도 확연히 구분할 수 있어서 여차여차 수다의 주제로 삼았는데 무탈하게 엉뚱한 곳으로 빠지지 않길 기대해본다.
어떤 내용을 포스팅의 주제로 삼을까는 항상 고민된다. 딱히 계획이나 다루려는 범주를 잡아둔 것도 아니어서 그때그때 흥미를 끄는 관심사를 대상으로 삼는데, 그마저도 소재가 금방 고갈되기 십상이고 변화가 부족한 일상에 딱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쉽지 않다. 그래서 간혹 커뮤니티의 질문 게시판을 두리번거리며 타인들은 어떤 주제를 궁금해할까 기웃거리곤 한다. 이 주제 또한 며칠 전에 왜곡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질문이 소소한 계기가 되었다.
흔히 왜곡은 광각에서 자주 발생한다고 알고 있고 표준렌즈나 망원렌즈에서는 왜곡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과연 사실도 그러할까? 왜곡이 없는 렌즈는 어떤 광학 구성과 특징을 가지는 것일까 궁금했다. 간략하게 개념 정리를 하고 시작해 보자.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는 대충 요약하고 왜곡이 없는 렌즈의 광학 구성에 대해서 떠들어 보자.
▶ 원근 왜곡(Perspective distortion)과 왜곡 수차의 구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짚어 봐야 할 내용이 있는데, 일반적인 왜곡의 의미에는 포함되겠지만, 왜곡 수차와는 구별되는 "원근에 의한 변형-Perspective distortion-" 즉, 관찰자와 시야 내의 각 피사체의 위치/거리 차이로 인한 근경의 확대와 원경의 축소는 자이델의 5 수차에서 다루는 왜곡 수차와 관련이 없다. 혼동되기 쉬운데, 최근접 촬영 거리가 짧은 렌즈(특히 광각렌즈)로 근접하여 피사체를 촬영하면 원근의 차이가 매우 강조돼서 도드라져 보이게 된다. 이를 왜곡 수차(술통형 왜곡)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높은 건물을 올려다보고 촬영하는 경우에도 이런 원근 왜곡이 발생하여 직사각형의 건물도 사다리꼴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는 왜곡 수차로 인한 것이 아니다. (실제 대부분의 초광각 렌즈를 통과한 상은 원근에 의한 차이와 술통형 왜곡이 함께 나타나서 구분하기 어렵다)
그리고 초점 거리가 긴 망원 화각의 렌즈에서는 배경 압축 효과로 원근감이 감소되어 보이는데, 이 또한 원근 왜곡의 또 다른 형태(광각에서의 반대 효과)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른 포스팅에서 수다의 대상으로 삼아 보자.
원근 왜곡과 관련하여 렌즈의 선택에 따라 원근감을 상쇄하거나 더 강화해 특수한 효과를 얻기도 하는데, 원근감을 상쇄시키는 대표적인 예로 (촬영자의 위치나 구도상의 문제로 발생하는 원근 왜곡) 건축물 사진 등에 활용되어 높은 건축물을 원근 왜곡 없이 본래의 구조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Shift' 기능이 있고 원근감을 과장되게 더 강화하거나 일부분에 본래와는 다른 원근감을 왜곡시켜 표현하는 특수한 효과(미니어처 효과)를 얻는 'Tilt' 기능 등이 있다.
▶ 왜곡(Distortion) 수차
흔히 '왜곡수차'로 불리기도 하고 '왜상 수차'로도 불린다. 왜곡 수차는 크게는 두 가지로 나뉘며 두 가지의 수차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등이 있다.
잘 정리된 자료가 있다면 Ctrl +V 할 생각이었으나 마음에 들게 정리된 자료를 찾지 못했다. 수다가 길어질 듯하다.
- Barrel distortion / 술통형 왜곡 (음의 왜곡)
주로 광각 렌즈에 발견되는 왜곡으로 넓은 시야각을 2차원 평면에 압축하여 담아내는 것이 원인이다. 이미지의 배율은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형태이므로 왜곡은 중앙에서 주변부의 외곽으로 갈수록 심화한다. 어안 렌즈는 이런 술통형 왜곡을 더 심화하는 방식으로 넓은 시야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광각 단렌즈나 광각 줌렌즈에서 자주 발견된다. 왜곡의 정도는 피사체의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데 근거리일수록 술통형 왜곡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 Pincushion distortion / 실패형 (바늘꽂이형) 왜곡 (양의 왜곡)
실패형 왜곡(직역하여 바늘꽂이 왜곡이라고도 불린다)은 술통형 왜곡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갈수록 배율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형태이며 주로 망원렌즈에서 자주 보이는 왜곡 수차이다. 원인은 광축 중심부에서 주변부/외곽으로 갈수록 배율이 증대하여 발생한다. 이런 실패형 왜곡은 망원 줌렌즈에서는 아주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주 보인다.
- Moustache (Wavy) distortion / 콧수염 (물결형) 왜곡
복합형 왜곡으로도 불리는데 중심부에는 배럴형 왜곡이 나타나고 주변부에서는 실패형 왜곡이 나타나는 복합적인 경우다. 이는 후 보정으로 이를 제거/교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개인적으로 술통형이나 핀쿠션(실패)형, 콧수염 왜곡 등의 명칭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어 명칭을 직역하다 보니 잘 어울리지도 의미가 한 번에 와 닿지 못하는 것 같다. 차라리 돌출형/함몰형 왜곡으로 구분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싶다. 광학의 역사와 기술이 서구권에서 주도되었던 탓에 관련 용어 등이 외국어를 번역한 것이거나 또는 일본을 거쳐 전래한 용어 등의 영향으로 여러 가지 표현이 혼재하는 듯하다. 왜상 수차는 왠지 어감 탓인지 일본식 조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명칭이나 용어는 일반적인 사용과 용례가 중요할 테니 흔히 사용하는 용어로 정리하였다. 주로 번역체의 용어들이 많이 나오지만, 개념이나 내용은 어렵지 않으니 쉼 없이 달려보자.
▶ '왜곡 수차'의 발생 원인과 억제
왜곡수차는 대부분의 '광학' 렌즈에서 발생하는데, 이를 완전히 제거 또는 억제하려면 왜곡 수차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야지 싶다. 왜곡 수차는 상면 만곡 즉, 페츠발 필드 곡률(Petzval field corvature)과 관련이 있다. 정확하게는 상면 만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정 설계의 다른 이면 작용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이 또한 다루기엔 설명이 너무 길어지므로 간략하게만 다루고 자세한 수다는 다음을 기약하자.
왜곡 수차의 발생 원인을 요약하면, 광축에 수직인 평면 물체는 평면인 촬상면에서 곡면이 되는 현상이 자이델의 5수차 중 상면만곡(像面彎曲)이다. 카메라의 광학계는 상면만곡 수차를 억제하여 평면인 촬상면에 상이 맺히도록 보정하는데(상면만곡과 비점 수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정된 렌즈를 아나스티그맷(anastigmat) 렌즈라고 한다) 이런 보정으로 인해 카메라의 광학계(렌즈)로 입사하는 광선의 각도에 따라 조금씩 초점거리가 달라지는 문제 즉, 달리 설명하면 초점거리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여 주변부까지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수차 제거/억제의 보정의 결과로 중앙과 주변부 배율의 불균일 문제가 야기되고 이는 주변부의 시각적인 왜곡(직선이 휘어지게 보이는 형상)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광학 렌즈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술통형 왜곡 또는 실패형 왜곡 적어도 둘 중 하나는 가지고 있다. 흔히 광각 렌즈에서만 왜곡이 일어난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일반적으로 왜곡이 없다고 생각하는 표준 렌즈에서도 왜곡은 억제되어 있을 뿐이다. 초망원 단렌즈의 실패형 왜곡 또한 실망스러울 때가 자주 있다. 특히 줌 렌즈에서 이런 왜곡 수차가 쉽게 눈에 띄는 경우가 많은데, 줌 렌즈의 짧은 초점거리 영역(광각)에서는 술통형 왜곡이 그리고 긴 초점거리 영역(망원)에서는 실패형 왜곡이 발생한다. 특히 넓은 초점거리 범위에 대응하는 줌 렌즈일수록 왜곡은 더 심하게 체감된다.
왜곡 수차를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대칭형으로 광학요소를 설계하는 것이다. 대칭형의 구성일 경우 광학 중심에 조리개가 위치하는 설계도 용이하다. 왜곡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 표준 렌즈의 경우 더블 가우스 type 대칭형 광학 구성과 그 중심(제2 주점)에 조리개가 위치하는 설계가 일반적이다.
실생활에서 왜곡 수차는 영향을 미친다. 안경 사용자들이 흔히 체감하는데 안경 착용 시 렌즈의 주변부를 통해 상을 보면 직선인 물체가 휘어져 보인다. 달리 설명하면 근시의 경우 중앙부는 넓어 보이고 주변은 좁아 보이게 되는데 이는 전형적인 술통형 왜곡과 같다. (원시 보정용 안경 착용 시에는 근시의 반대 현상이 나타나지 싶다) 안경의 왜곡 현상은 안경 렌즈로 인해서 조리개 역할을 하는 눈의 홍채가 광학적 중심점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눈의 동공과 안경 렌즈 사이의 거리는 일정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콘택트 렌즈의 경우에는 이 거리가 매우 짧으므로 왜곡이 적다.
그리고 대칭형의 광각렌즈하면 왜곡이 극히 적은 광각렌즈로 첫 손에 꼽히는 두 광학식의 광각 렌즈가 유명하다. 토포곤은 항공 관측(측량)용으로 널리 쓰였던 렌즈로 왜곡이 거의 없는 초광각 렌즈다. 1933년 칼 자이스 Robert Richte에 의해 설계되었으며, 토포곤의 광학식에서 일부 재설계하여 러시아(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으로서 자이스 이콘과 칼 자이스의 광학기술을 전쟁 배상으로 획득)에서 오리온-15가 제조되었다.
광학적 구성은 대칭형의 넓은 화각을 구현하기 위하여 매우 볼록하게 도드라진 형상이다. 더블 가우스 타입의 구조이며 위의 그림에서 색으로 구별된 바와 같이 광학 요소의 재질이 다른데 외부의 2매 요소는 고굴절률의 크라운 유리-Crown grass-로 만들어지고 내부의 2매는 굴절률이 다른 플린트-Flint grass-가 적용된다.
1969년 출시된 홀로곤-Zeiss Hologon 15mm f/8- 또한 '신의 눈'이란 별칭으로 불리며 왜곡 없는 우수한 광각렌즈로 자이스의 광학기술을 더 높였던 렌즈다. 주변부의 우수한 화질과 왜곡이 없음으로 유명하다. 홀로곤에 대해서는 기회가 닿는 대로 경험해보고 싶지만 카메라 내부로 돌출된 사출부(후옥)의 구조는 쉽게 다가설 수 없게 만든다.
그 외에도, RF 카메라용 교환렌즈 그중에서도 광각/초광각 렌즈에는 대칭형 설계의 렌즈들이 다수 있다.
▶ '왜곡 수차'의 이미지 프로세싱 과정에서의 보정과 후반 작업에서의 보정
최근 카메라의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의 발전으로 사전에 데이터 베이스화된 장착된 렌즈의 광학 수차 및 왜곡 정보에 따라 이미지 프로세싱 과정에서 이를 반영하기도 한다. 그 외 술통형 왜곡이나 실패형 왜곡은 사진 후보정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간단히 교정이 가능하다. 라이트 룸이나 포토샵이 아니더라도 무료 사진 관리 앱에서도 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보정 프로그램들도 흔하다. 복합형 왜곡은 술통형이나 실패형 왜곡보다 후 보정이 까다로운 편이다. 그리고 최근 카메라 자체의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으로 술통형과 실패형 왜곡을 자체 보정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경우도 있다.
왜곡 수차는 종종 분해능/해상력 등에 영향을 주는 수차들과 다른 취급을 받는 듯하다. 종종 원근 왜곡과 같이 사진에서 으레 일어나는 현상 중의 하나로 인식되기도 한다. 과장되게 왜곡된 어안렌즈를 활용해 독특한 연출이 가능하듯이 왜곡 수차도 때로는 개성 넘치는 표현의 한 방편으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왜곡이 눈에 띄게 심한 렌즈를 결코 좋게 평가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