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렌즈의 사용기나 소개/감상 글 등에서 렌즈의 '색 재현력'이나 '발색', 색감 등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어떤 렌즈는 붉은 계통의 발색이 뛰어나고 어떤 렌즈는 전체적인 색 밸런스가 좋다는 등의 평가는 렌즈를 선택하는데 유용한 참고사항이 된다. 저급한 막눈을 가졌지만, 흑백 필름 시대에 제조된 렌즈들에서는 칼라 필름 또는 최근의 렌즈와는 조금 다른 색 재현력을 느껴 보기도 했다. 이처럼 렌즈의 발색이나 색감 등으로 표현되는 '렌즈 고유의 색 재현력'이 저마다 차이가 있는 이유가 문득 궁금해졌다.
궁금증 해소를 위해 이곳저곳을 뒤적였으나 호기심 충족에 충분하지 않으니 그 간의 풍월과 망상, 아는 체를 뒤죽박죽 섞어 수다를 시작해 보자.
먼저 결론부터 살짝 밝히고 시작하면, 렌즈의 색 재현력과 가장 밀접한 관련성은 색수차, 즉, 색수차의 보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경우의 수가 반영된 점이다. 그리고 아주 제한적이지만 코팅의 영향도 일부분 작용한다. 렌즈의 색 재현력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색수차와 색수차 보정 방법에 대해 먼저 다루지 않을 수 없다.
'렌즈 색 재현력'이라고 제목을 달고 있지만, 실제는 색수차/색지움 등 광학 관련 내용이 주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자이델의 5 수차에서도 그러했지만 색 수차로 연상되는 딱딱하고 지루한 느낌을 탈피하고 좀 더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렌즈의 색 재현력'이란 타이틀로 꼼수를 부린 감이 없지 않다. 꼼수로 현혹하거나 기망하려는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흥미 유발을 위한 단순 무식한 의도이므로 양해를 구한다.
▶ 빛의 분산 (Dispersion of light)과 색수차 (CA - Chromatic aberration)
"빛의 굴절은 색의 분산을 수반한다." 일상에서 빛의 분산 현상은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비눗방울의 표면에 반사한 빛이 분산하여 각도에 따라 여러 가지 색으로 보이는 것, CD의 뒷면에서 발견되는 화려한 색의 반사 등이 있다. 중등교육 과학 과목에서 배웠던 스펙트럼을 통과한 빛의 분산에 대해 다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프리즘에 의한 빛의 분산은 서로 다른 매질을 통과하는 빛은 서로 다른 매질의 경계면에서 굴절한다. 이때 굴절하는 각도는 파장에 따라 다르고, 이 원리로 빛을 분광시킨다.
나비의 날개색이나 공작의 꼬리깃털 색은 일명 '구조색'에 해당한다. "동물과 몇몇 식물의 구조적 착색은 안료 대신 가시광선을 방해할 만큼 미세하게 미세하게 구조화된 표면에 의한 색의 생성이지만, 일부 구조적 착색은 안료와 함께 발생한다. 예를 들어, 공작 꼬리 깃털은 갈색으로 착색되어 있지만, 미세한 구조는 파란색, 청록색, 녹색 빛을 반사하며, 종종 무지개 빛깔이다." -중략- 구조적 착색은 안료가 아닌 간섭 효과에 의해 발생한다. 색상은 재료가 미세한 평행선으로 채점되거나, 하나 이상의 평행한 얇은 층으로 형성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색상 파장의 규모에 따라 미세 구조로 구성될 때 생성된다. <출처 - 위키피디아>
CD 뒷면의 화려한 색 반사는 CD 뒷면의 연속된 홈이 '반사형 회절격자'로 작용해서 빛 파장의 보강/상쇄 간섭의 결과다. 비눗방울 표면의 현란한 색은 좀 더 복잡하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자.
https://www.sciencetimes.co.kr/news/물방울의-오묘한-색은-어떻게-생길까/
광학에서는 유리의 굴절률을 이용하여 각종 배율의 광학기기를 설계하고 만든다. 따라서 광학계를 통과한 빛은 굴절하고 분산할 수밖에 없다. 유리를 통과한 빛의 파장이 길어질수록 굴절률은 작아지며 빛의 파장 즉, 색에 따라 배율이나 물체의 상이 맺히는 위치가 달라지는데 이를 색수차라고 한다.
색수차에는 상점(像點)의 위치가 파장에 따라 어긋나 색이 번져서 흐린 상이 형성되는 '종(縱) 색수차'(종단 색수차, 축상 색수차), 파장에 따라 상의 배율이 변해서 상의 크기가 달라지는( 즉, 상점의 위치가 삼면 주변으로 치우치고 어긋나서 색의 테두리가 생기는) 횡(橫) 색수차(lateral chromatic aberration, 횡단 색수차, 배율 색수차) 등이 있다.
색 수차를 보정/감소시키는 방법은 아래에서 설명하는 색지움 방식이 대표적이다. 조리개를 일정 조여주면 대부분의 수차가 감소하므로 색수차도 감소한다. (횡-'가로' 또는 '측면'- 색수차는 조리개를 조여도 잘 해결되지 않는다) 색수차에 대한 일반적인 해법은 다른 굴절률의 유리를 그룹화한 색지움 렌즈 방식이나 저분산 광학소재 요소를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최신의 카메라에서는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화상 처리)나 후반 작업에서 보정하는 방법 등이 있다.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과 디지털 후 보정에서는 주로 횡 색수차 제거는 효과적이지만 종 색수차는 제거하기 까다롭다) -라이트룸 classic에서 종 색수차 제거 - 'Remove chromatic aberration' 활성화, 횡(가로) 색수차 제거 - '언저리 제거 슬라이더' 활용-
너무 깊이 들어가면 지식의 밑천이 거들나고 쉬이 헤어나기 힘들다.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다음 주제로 가보자. 갈 길이 아직 멀다.
▶ 구성 요소군의 그룹화를 이용한 색지움 / 색지움 렌즈와 고차색지움 렌즈
모든 광학 유리는 빛의 분산 때문에 색수차가 발생한다. 광학 기기에서는 이렇게 발생한 색수차를 보정/감쇄하기 위해 여러 장의 (굴절률과 아베 수 등이 각각 다른) 광학 유리 조합/그룹화로 색수차를 제거하는데 이를 색지움(achromatism)이라고 하며, 이 색지움 광학 설계가 적용된 렌즈를 색지움 렌즈(achromatic lens)라고 한다.
색지움 렌즈의 광학적 원리는 굴절률과 아베수가 다른 요소/유리를 이용하여 빛의 파장에 따른 분산의 차이를 보정한다. 먼저 '아베수'는 '광학유리의 빛의 분산 정도를 나타내는 상수'인데 일반적으로 광학기기에 사용되는 광학유리는 다양한 굴절률(1.4~1.9 진공 상태의 빛의 굴절률은 1이다)과 아베수 (20~70)를 가진다. 초기의 색지움 렌즈는 크라운 유리와 플린트 유리를 조합시켜 만들어졌다.
색지움 렌즈의 구성은 보통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각각 다른 성질(아베수가 다른 광학유리)의 유리 두 장에 구면의 곡률과 굴절률, 분산하는 정도 등을 계산하여 빛의 파장이 모두 한 점에 모이도록 즉, 색수차를 보정하도록 설계되며, 보통 중합되어 구성된다. 이와 같이 2차로 이루어진 렌즈를 일반적으로 색지움 렌즈(Achromatic lens)라고 한다. 하지만 2장의 요소만으로는 모든 파장을 한 점에 모으는 것이 어려우므로 3장의 구성요소로 색수차 보정을 하는데 이를 고차 색지움 렌즈(Apochromatic lens)라 부른다. 그외, 저분산 광학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 보통 줄여서 APO (또는 마케팅상 표기로 APO lens)로 표현되기도 한다. 저분산 광학 소자/유리를 의미하는 APO 글라스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다루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양한 굴절률과 아베 수의 광학유리, 그리고 구면의 곡률 등이 더해져 무수히 많은 색지움 요소 조합이 가능하다. 색지움 렌즈의 장점은 색수차 감쇠 뿐만 아니라 구면 수차 감쇠에도 효과적이다.(하지만, 구면 수차 감쇠에 있어 비구면 요소를 사용하는 것이 색지움 방식보다 더 효과적이고 가격이 저렴하다) 따라서 향상된 색상 대비와 선명도를 얻을 수 있다. 단점으로는 값비싼 소재가 사용되어서 비싸고, 만들기 어렵고, 구성요소 수가 증가하여 광학계가 무거워진다.
전통적인 색지움 렌즈와 고차 색지움 렌즈는 일반적으로 2장 또는 3장의 요소로 그룹화된다. 하지만 반드시 밀착/중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코팅 기술이 개발되기 이전에는 투과율을 높이고 내부 난반사로 인한 플레어/고스트 방지를 위하여 중합하는 것이 매우 효율적이었으나, 최근의 멀티 코팅 기술은 반사방지와 투과율이 높으므로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중합이 비교적 제조비용이 높으며, 오래된 렌즈의 경우에는 중합에 사용된 접착 성분의 분리 현상(발삼 분리 - Balsam separation)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 렌즈의 색 재현력의 차이는 왜 발생하는가?
- 색수차 보정과 설계에서의 고려
일반적으로 렌즈의 색 재현력의 차이는 색수차에 의해 주요인이 있다. 색수차는 렌즈를 통과하여 맺히는 상면에 도달해서 각 파장에 따라 모두 한 점에 모이지 못하고 분산된 형태가 된다. 아래 이미지를 참조하여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색수차에 의해 상면에 점으로 일치하지 않는 파장은 채도가 감소하고 번져 보이거나 콘트라스트도 감소한다. 상면에 점으로 일치하는 파장의 색은 높은 채도로 색상이 선명하지만, 색수차로 인해 상면에 일치하지 못하는 파장의 색은 채도가 감소하고 번져 보이는 것이 원인이다. 위의 그림에서 일반 렌즈는 색수차에 의해 붉은색으로 표시된 파장을 제외한 다른 색은 흐려진다. 그리고 2중의 색지움 렌즈에서는 붉은색과 파란색의 파장은 선명하지만 초록색의 파장은 더 번져 보이게 된다. 3중의 색지움 렌즈는 세 가지 파장의 색을 모두 선명하게 보여준다.(앞에 기술한 설명은 그림의 색지움 렌즈의 내용에 따른 설명이며 2중 또는 3중 색지움에서 항상 그 결과가 예시한 그림과 같이 항상 일정한 것은 아니다. 광학적 설계에 따라 보다 뚜렷하게 강조되는 색의 파장이 다르게 구현될 수 있다)
위의 이미지에서 같이 색수차를 보정하여 상면에 점으로 일치하는 파장의 색과 그렇지 못한 파장의 색이 서로 각각 다른 채도로 상면에 맺힘으로 일정한 색이 더 강조돼 보이는 등의 특징을 보인다. 다르게 표현하면 각 렌즈의 색수차의 보정 정도와 어느 파장에 더 일치시키는가의 선택에 따라 렌즈의 색 재현력은 영향을 받게 된다. 흑백 필름에 사용할 목적으로 제조된 렌즈의 경우에는 이런 색수차에 보정 문제를 설계에 정밀하게 반영하지 못한 렌즈들이 종종 있으며 이런 렌즈들의 색 재현력은 칼라 필름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색수차 보정이 고려된 렌즈의 색 재현력과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칼라 촬상 소자에 맞춰 설계/출시된 렌즈라 하더라도 제조비용이나 광학 구성의 단조로움 등 광학 외적 문제 등이 작용하여 색수차 보정이 여의치 않은 렌즈들도 있으며 이 경우에는 특정 파장의 색에 중점을 두고 다른 색들과 최대한 조화롭게 구현되도록 설계상에서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이런 렌즈의 색 재현력은 그리 썩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따라서, 올드 렌즈의 경우에는 이러한 색수차의 보정 정도와 설계상의 고려 등으로 저마다 색 재현력에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흑백 필름 시대 렌즈들은 이런 색 재현력의 편차가 조금 더 심하다. 흑백에서는 좋은 성능을 발휘하지만 칼라에서는 색감이 썩 신통찮은 올드 렌즈들이 있을 수 있으니 선택 시에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 색 재현력과 렌즈 코팅
렌즈 코팅과 관련한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코팅으로도 균형적인 색 재현이 가능하도록 조절할 수 있다. 즉, 코팅을 통해 렌즈를 투과하는 빛의 특정 파장을 강조하거나 약화하는 것이 가능한데, 일반적인 렌즈 광학계는 다수의 광학 요소로 구성되므로 각 구면의 코팅 면을 활용하여 향상된 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색 재현력을 조절하는 보조적인 방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색수차의 보정으로 기본적인 색 재현력을 구현하고 이에 부족한 부분을 렌즈 코팅의 균형적인 색채 구현력으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 렌즈의 색수차 보정을 위한 기타의 방식 (저분산 소재와 회절광학 소자)
색수차를 보정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위에서 다룬 색지움/고차 색지움 방식이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과 저분산 광학 소재 연구와 개발은 꾸준히 시도됐는데 그중의 대표적인 경우가 저분산 광학 소재를 사용한 APO 글라스를 들 수 있다. 저분산 소재로 대표적인 형석은 결정이 무르고 대구경 가공이 어렵다는 단점은 있지만 색수차를 보정하는데 아주 뛰어난 소재라서 고성능 망원 광학계에 종종 활용되었다.
2000년 이후, 자주 활용되는 신소재로 저분산 APO 글라스는 일반 광학 유리(BK7)에 비해 두배 정도 더 무겁고, 소재 자체 가격에서 수십 배 더 비싼 단점이 있지만, 색수차와 구면수차 감쇄에 꽤 효과적인 장점이 있다. 따라서 색수차 보정 등에서 차별화가 필요한 일부 고가/프리미엄 렌즈 등에 자주 활용된다. (제조사에 따라 APO, ED, LD 등의 명칭을 사용)
그리고 최근의 새로운 기술 중의 하나는 이상 분산 현상을 이용한 회절광학소자 등이 있다. 색수차 보정을 위한 다수의 광학유리 조합이 필요했던 초망원 렌즈 등의 광학요소의 수를 줄여 무게를 줄이는데도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