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주제를 최근에 너무 많이 다뤄서 피로가 가중되고 잉여력이 탕진되었던 탓에 당분간 수다를 떨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얼마 전 색수차 문제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다룬 포스팅에서 미처 언급하지 못한 부분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일전 색수차 포스팅의 보충적인 글이고, 일반적인 색수차 문제의 번외 편 정도에 해당하는 주제임을 미리 밝혀 둔다. 즉, 일반적인 광학 또는 렌즈 설계 시에 주요 관심 대상이 되는 '초점이 맞는 면에서의 색수차' 문제나 그 보정을 포스팅의 주제로 한 것이 아니라 '초점이 맞지 않는 면, 흔히 근래 Bokeh(보케)라고 칭해지는 배경 흐림 부분 등의 구면 색수차' 문제에 대해 발생 이유와 이에 따른 소소한 이야기들을 별다른 형식 없이 마음 가는 데로 수다 떨어 볼 생각이다.
일반적인 색수차의 발생 원인 및 보정 방법 등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자.
간간이 최신의 고가 렌즈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상황에서 보케 영역에 색수차가 나타나는 것에 매우 실망하거나 이를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제조사의 행태에 분개하는 사용자들을 커뮤니티 등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의 실망과 불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주 피사체가 아닌 보케 영역에서 조차 모든 색수차를 억제/보정하는 것은 생각만큼 그리 간단하지 않다. 언제나 그렇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대가를 지불하여야 한다.
▶ 색수차 보정의 주요 목적과 한계
색수차 보정의 일반적인 방법은 색지움 또는 고차 색지움 렌즈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초점이 맞아서 상이 맺히는 부분의 색수차를 보정/억제하는 것에 매우 효과적이지만, 초점이 맞지 않는 영역에서까지 색수차를 모두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는 초점이 맞는 영역의 명도(밝기) 차가 큰 경계면에서 발생하는 색수차와는 발생 원인이 다르다.
광학의 주요 연구 대상은 초점이 맞는 또렷한 상을 얻기 위한 문제에 치중하여 발전한 것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1990년 중반 이전까지 초점이 맞지 않는 영역은 광학의 주요 관심 분야가 아니었고 관심도 거의 받지 못했다. 그보다 초점이 맞는 상면에서의 선명하고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를 얻기 위한 광학 성능에 열중하였고, 이를 위해 수차 감쇄와 보정이 완벽하게 이루기 위한 광학 설계와 소재의 개발에 집중하였다. 따라서 초점이 맞지 않는 영역에서의 묘사나 표현에 대해 별다른 연구나 성과는 1990년대 이전에는 거의 없었고 이를 지칭하는 정확한 용어 조차 없었다. 보케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하며 배경 흐림의 묘사에 대한 관심과 주목이 생겨난 것도 그 이후의 일이다.
▶ 초점이 맞지 않는 영역에서 '구면 색수차(Spherochromatism)'의 발생 원인
초점이 맞지 않는 영역에서는 착란원이 커지고 콘트라스트가 감소하므로 흐릿하다. 초점이 맞지 않는 영역에서 해상력과 선예도 저하 즉, 배경 흐림(아웃 포커싱)은 초점을 중심으로 근경과 원경에서 양태가 거의 비슷해서 흐려진 만큼 차이를 발견하기 쉽지 않지만, 구면 색수차의 경우에는 근경(앞-front- 보케)과 원경(뒤-back- 보케)에서 각각 빛의 파장이 달라서 다른 색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림에서 보다시피 광학 요소를 통과한 빛이 굴절하며 각 파장에 따라 다른 각도로 굴절하여 분산하는 데 이를 초점 면 한 점에 다시 모이게 하는 것이 (고차) 색지 움 렌즈의 주요 기능이지만, 초점이 맞아 상에 맞히는 면 이외의 초점이 맞지 않는 영역에서까지 색수차를 모두 바로 잡지는 못한다. 이를 초점이 맞는 점을 기준으로 앞뒤 방향으로 순차적으로 착란원 상의 단면을 비교하면 초점면과의 거리에 따라 그 단면이 다양한 색의 동심원으로 구성된 '빛의 다발'로 보일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slideshare.net/siliconstudio/lenses-realtime-rendering-of-physically-based-optical-effect-in-theory-and-practice-siggraph-2015-course
즉, 초점이 맞는 면에서는 색수차가 잘 보정되어 밝은 백색광으로 표시된다고 해도 초점이 맞지 않는 영역에서는 빛이 분산되어 색수차가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광원 등이 직접 촬영되는 경우에는 빛망울 보케 등에서 눈에 잘 띄게 된다. 최근에 발매되는 렌즈들에서도 근/원경의 초점이 맞지 않는 영역의 백색 광원 테두리(경계면)에 보라색 또는 초록색의 색수차가 눈에 띄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를 종종 '컬러 보케'로 칭하지만, 정확한 명칭은 아니다.
초점 맞지 않은 영역에서 구면 색수차는 항상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요건(주로 최대 개방 조리개가 큰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그 양태와 정도가 눈에 띄게 드러난다. 그리고 보케 등에서 아주 높은 확률로 자주, 그리고 심하게 색수차가 발생한다면 렌즈 광학계의 일부 요소의 광축 이탈이나 기타 광학계에 다른 문제가 있을 개연성이 높다. 즉, 보케 영역 등에서 색수차가 항상, 또는 너무 심하다면 점검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 초점이 맞지 않는 영역에서의 구면 색수차 보정
일반적인 색수차 보정은 초점이 맞는 영역(면)에서의 색수차 보정에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으므로 초점이 맞지 않는 영역, 특히 보케 효과로 흐려지는 영역까지 엄격하게 색수차 보정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광학 요소와 현재의 기술 등 현실적인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면 여러모로 가혹하고 너무 엄한 잣대다. 아주 효율적인 저분산 요소를 사용하여 구성되거나 설계된 광학계(형석, 회절 소자를 이용한 설계 등)에서는 초점이 맞지 않는 배경(보케 - Bokeh) 등에서 발생하는 색수차를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제품의 제조 비용과 광학적 성능 사이에서 타협하여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또한 현실적인 문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초점이 맞지 않는 영역에 대한 평가는 주관이나 취향 그리고 미적이 성향 등에 따라 차이가 있고, 개량/정량적으로 그 성능을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따라서 초점이 맞지 않는 영역에서의 색수차 또한 상황에 따라 표현 방식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다. 그리고 초점이 맞지 않는 영역의 색수차를 줄이려고 한다면 심도를 높여 보다 초점 영역을 확대하는 방법이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일 수 있다.
근래 보케 등에 대한 관심으로 초점이 맞지 않는 영역의 표현이나 묘사 등도 종종 관심을 끌기도 하지만 아직은 좋고 나쁨에 대한 확정된 기준이나 객관적인 평가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광학적 성능에서 초점이 맞는 영역에 집중된 현재까지의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하고, 일반 소비자용으로서의 광학적 성능과 가격 등을 감안하여 적정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초점이 맞지 않는 영역에서까지 수차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현재의 기준에서는 너무 가혹한 것이며 보케 영역에서 색수차가 발생한다고 하여 사용상의 제약이 큰 것 또한 아니며 후보정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 보정/보완하거나 숨기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