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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

12월의 감상 그리고 인생 최고의 순간 12월이 되고서야 햇볕의 따사로움을 실감하게 된다. 동지를 얼마 앞두지 않아서 잠깐 비추고 황급히 사라지는 매정한 햇볕을 쫓는다. 겨울나기를 위해 어린이집 울타리 안 한 편에서는 호피티(Hoppity)들이 일광욕을 한가로이 즐기고 있었다. 어린 시절 울타리 너머의 밖을 보기 위해 좁은 틈에 머리를 들이밀거나 까치발로 울타리를 넘보곤 했었는데 이제 어른이 되어 어린이집의 울타리 틈으로 좁은 정원을 엿보고 있다. 문득 삶의 최고의 순간을 우리는 알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오늘이 내 삶의 최고의 순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 꼴은 말이 아니고 무기력한 일상의 하루처럼 느껴지며 지금 남루하고 지쳤지만, 이 또한 지나고 나면 유년의 어느 따스한 날의 기억처럼 정신은 풍요롭고 자..
'폐허를 담담히 바라 볼 용기' 2016년 11월 12일 역사의 현장이니 그런 거창한 의미부여는 낯간지럽다. 오늘도 이 시간도 과거의 그 시간처럼 덧없이 흘러가 지난 날의 기억 쯤이 될테다. 격정과 분노보다는 처참한 현실. 우리가 방치했거나 무관심했거나, 묵인했거나 외면했던 그리고 비겁했던... 그 결과 폐허가 되어버린 현실을 담담히 바라볼 용기가 필요했다. 구호 한번 크게 외치지도 못했고, 초 하나도 준비 못했지만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다는 것만으로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자동차가 사라져 더 넓어진,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빼곡히 모여든 사람들로 더 비좁아진, '사람과 시민의 광장' 한구석에 가벼운 마음과 무거운 마음이 뒤섞인 채 서 있었다.
여행자의 마음. 그리고 방관자의 심드렁함 3 /In Hong kong, OCT. 2016 일반 도로에 깔린 레일 위를 달리는 트램(Tram)은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에 사라진(1968년 이후 버스로 모두 대체되어 폐기) 교통방식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눈길을 끌었다. 노면전차인 트램과 거의 유사한 운행구간에 지하철과 버스 등이 다니는 것을 감안하면 트램의 존재 이유는 대중교통 수단과 관광의 볼거리 제공의 목적이 뒤섞여 있지않나 생각된다. 그리고 단순히 운송수단으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도심을 가로지르며 움직이는 광고판처럼 각양각색의 색과 도안, 광고 등으로 채색된 다채로운 트램이 또 하나의 홍콩 명물로 더해지는 듯하다. 센트럴 지역에서 빅토리아 피크타워까지 운행하는 경사진 산비탈을 급격하게 오르는 피크 트램(Pick tram)이란 것도 있단다. 무엇보다 홍콩의 주요 도심을 가로지르는 노선과 지상에서..
여행자의 마음. 그리고 방관자의 심드렁함 2 /In Hong kong, OCT. 2016 APS-C 센서 규격에 의해 반강제로 준망원(75~80mm)에 해당하는 화각이 되어버린 이 렌즈는 그 변해버린 화각 탓에 풍경이나 스냅에는 썩 효용이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건물 사이의 근경과 원경이 함께하는 도심에서의 적당한 압축감은 일반적인 광각 또는 표준 렌즈에서의 구도와 다른 독특한 느낌이 있다. 그리고 지나치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는 것(캔디드)에도 도움이 된 듯하다. 오래되고 최근의 디지털 카메라에 별로 어울리지도 않을 듯한 이 러시안 렌즈는 결과물에서 항상 의외의 즐거움을 준다.
여행자의 마음. 그리고 방관자의 심드렁함 /In Hong kong, OCT. 2016 부쩍 바람이 차가워진 우리나라의 가을에 비해, 시월의 홍콩은 아직 습하고 더웠다. 사실 사진으로 홍콩의 많은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처음의 의욕은 습하고 후덥지근한 날씨에 금새 미지근해져버린 얼음물 마냥 미적지근해지고 심드렁한 심정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린 것 같다. 아열대의 후덥지근함과 여행 역마의 피로는 자꾸 의욕을 저하시키곤 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 일정의 정함이 없는 자유 여행자의 홀가분한 마음은 쫒기는 것 없는 여유로 발길을 이끌었다. 중화와 서구의 이국적임이 혼재된 홍콩 문화와 사람사는 모습의 비슷함이 주는 친숙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고, 색다른 즐거움과 함께 낯설지 않은 편안함도 많았다. 흐른 시간만큼 입맛의 까칠함이 사라진 덕에 음식 선택에서의 고생이나 고민은 없었다. 십수년전 처음..
빅토르 안(안현수)을 통해서 본 내셔널리즘 Nationalism 올림픽과 빅토르 안(안현수)을 통해서 본 내셔널리즘-Nationalism -2014년 2월 11일 2014년에는 2월 7일 개회한 소치 동계 올림픽이 열기를 더해가고 6월에는 월드컵, 그리고 가을에는 인천 아시안 게임 등이 개최 예정이다. 근래 올림픽 등의 국제 스포츠 제전이나 각종의 스포츠가 순수한 아마추어 정신에서 많이 변질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 탓에 올해에는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에서 내셔널리즘(국가주의)의 열풍이 어느 때보다 드세게 우리 사회에 불어닥칠 것은 너무 당연해 보인다. 내셔널리즘이 근대에서 현대까지 발전 배경과 현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하고 있을까? 내셔널리즘(Nationalism)은 오랜 역사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으로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국가주의/민족주의/국..
어벤져스2의 서울 촬영으로 본 박근혜 정부의 "민망하고 어리석은 국가 브랜드 홍보?" 어벤져스2의 서울 촬영으로 본 정부의 "민망하고 어리석은 국가 브랜드 홍보?" - 2014년 4월 1일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The Avengers: Age of Ultron, 2015라는 할리우드의 영화 촬영을 위해 서울 곳곳(마포대교, 상암 DCM, 강남대로 등)의 교통 통제, 지하철의 무정차 주행 등 서울 도심 촬영을 두고 말이 많다. 시내의 교통을 방해하면서까지 할리우드 영화 촬영에 협조하는 이유가 정부의 예상치로 2조 원 대의 국가 브랜드 홍보효과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따라서 이러한 홍보효과를 기대하며 촬영에 소요되는 자금의 30%를 국고 지원으로 되돌려 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유치?한 것이라고 한다. 국가 브랜드 홍보 효과에 대한 수치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지는 불명확하..
'정의란 무엇인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우리는 정의의 편이기를 바라고 희망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수많은 동화책이나 위인전, 어린이용 만화영화에서도 언제나 주인공(정의의 용사)은 정의를 위해 악의 세력과 싸웠다. 그것이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역사물이든지 SF와 촌스러운 시대상이 혼합된 세기말적 아방가르드 한 로봇이 등장하는 만화 영화든지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불문하고 항상 그랬다. "똘이장군" 조차 정의의 주먹을 앞세워 붉은 돼지를 통쾌하게 때려잡았다. 정의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정의는 좋은 것이며 우리 편이었던 거 같다. 아니 우리 편이 아니면 정의가 아녔을 것이다. "얼마나 편하고 좋은 정의인가!" 그리고 5 공화국 대머리 대통령 시절에는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구호(캐치프레이즈/슬로건?)를 세뇌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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