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바람이 차가워진 우리나라의 가을에 비해, 시월의 홍콩은 아직 습하고 더웠다. 사실 사진으로 홍콩의 많은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처음의 의욕은 습하고 후덥지근한 날씨에 금새 미지근해져버린 얼음물 마냥 미적지근해지고 심드렁한 심정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린 것 같다. 아열대의 후덥지근함과 여행 역마의 피로는 자꾸 의욕을 저하시키곤 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 일정의 정함이 없는 자유 여행자의 홀가분한 마음은 쫒기는 것 없는 여유로 발길을 이끌었다. 중화와 서구의 이국적임이 혼재된 홍콩 문화와 사람사는 모습의 비슷함이 주는 친숙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고, 색다른 즐거움과 함께 낯설지 않은 편안함도 많았다.
흐른 시간만큼 입맛의 까칠함이 사라진 덕에 음식 선택에서의 고생이나 고민은 없었다. 십수년전 처음 중국 여행에서의 음식과 향신료 충격에 비하면 정말 잘 먹고 잘 마셨다. 관대해진 입 맛만큼이나 이질적인 문화에도 관용과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있기를... 물론 광저우 풍의 홍콩음식과 내륙의 중국요리가 완전히 다른 것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좁디 좁은 지금 나의 현실 삶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타지, 심드렁한 방관자의 모습으로 이른 아침 이후 붐비는 사람들 틈으로 카메라를 비껴메고, 여행자의 호기심과 마음 한켠 방관자의 심드렁함이라는 상반됨이 교차하며 두서없이 인파를 거스르며 구경을 다녔다.
35mm 수동 단렌즈와 과초점 상태에서 그냥 이곳저곳을 스냅촬영으로 대부분의 풍경을 담았다. 여행 스냅사진과 수동렌즈가 간편한 AF렌즈에 비해 그리 추천할만한 조합은 아니지만 개인적 사용 습성으로는 충분했고 큰 불만없이 촬영하는 것이 가능했다. 광량이 충분한 옥외의 많은 사진은 X-Pro1의 OVF를 활용하여 뷰파인더에 들어오는 구도에만 직관적으로 반응하였다. 스냅촬영을 메뉴얼 모드로 하는 것도 그리 불편하지는 않다. 사실 ISO를 AUTO 상태로 세팅하였으므로 셔트 속도를 고정한 상태에서도 노출부분이 자동 조절되므로 기존 필름 카메라의 메뉴얼 모드 촬영에서 말하던 메뉴얼 촬영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고층빌딩과 거리의 풍경을 함께 담기에는 간혹 35mm 단렌즈 화각의 협소함에 아쉬움도 있었다. 아침부렵의 안개가 도시 전경을 흐릿하게 만들었고, 몇몇의 유명한 건물(이청?빌딩)과 야경 촬영을 위한 명소 등은 촬영할 수 있는 장소가 너무도 뻔하고 획일적이어서 기존의 홍콩의 사진에서 흔하게 보던 익숙한 대상/식상한 구도가 되기도 했다. 삼각대나 스피드라이트 등 다른 악세를 일체 준비하지 않은 심플을 빙자한, 실상은 게으르고 준비성 부족한 촬영이었던 탓에 어두운 곳에서 흔들리거나 주 피사체에서 마저 포커싱이 맞지않기도 하고, 특히 야경 사진에서는 단지 신체의 굳건함에만 의지한 상태로 대충 야경사진 흉내내기에 그쳤다.
준망원 화각으로 찍은 좀더 세밀한 홍콩 사진은 별도의 포스팅으로 작성하고 싶다.
Super Takumar 35mm f3.5, Lens Turbo2, ASTIA
Super Takumar 35mm f3.5, Lens Turbo2, ASTIA
Super Takumar 35mm f3.5, Lens Turbo2, Pano, ASTIA, Panorama M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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