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현장이니 그런 거창한 의미부여는 낯간지럽다. 오늘도 이 시간도 과거의 그 시간처럼 덧없이 흘러가 지난 날의 기억 쯤이 될테다.
격정과 분노보다는 처참한 현실. 우리가 방치했거나 무관심했거나, 묵인했거나 외면했던 그리고 비겁했던... 그 결과 폐허가 되어버린 현실을 담담히 바라볼 용기가 필요했다.
구호 한번 크게 외치지도 못했고, 초 하나도 준비 못했지만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다는 것만으로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자동차가 사라져 더 넓어진,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빼곡히 모여든 사람들로 더 비좁아진, '사람과 시민의 광장' 한구석에 가벼운 마음과 무거운 마음이 뒤섞인 채 서 있었다.
Jupiter-8 5cm f/2, PROV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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