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귀를 기울이면/산들산들(日常茶飯事)

12월의 감상 그리고 인생 최고의 순간



12월이 되고서야 햇볕의 따사로움을 실감하게 된다. 동지를 얼마 앞두지 않아서 잠깐 비추고 황급히 사라지는 매정한 햇볕을 쫓는다. 겨울나기를 위해 어린이집 울타리 안 한 편에서는 호피티(Hoppity)들이 일광욕을 한가로이 즐기고 있었다. 어린 시절 울타리 너머의 밖을 보기 위해 좁은 틈에 머리를 들이밀거나 까치발로 울타리를 넘보곤 했었는데 이제 어른이 되어 어린이집의 울타리 틈으로 좁은 정원을 엿보고 있다.



Jupiter-8 5cm f/2 'n', VELVIA






문득 삶의 최고의 순간을 우리는 알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오늘이 내 삶의 최고의 순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 꼴은 말이 아니고 무기력한 일상의 하루처럼 느껴지며 지금 남루하고 지쳤지만, 이 또한 지나고 나면 유년의 어느 따스한 날의 기억처럼 정신은 풍요롭고 자유롭던 나날이었으리라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계절별 나오는 과일의 종을 보고 계절을 느끼는 것이 탐식으로만 얼룩진 나의 속된 욕망의 징표인 듯해서 씁쓸하기도 하지만, 켠켠이 쌓여진 곡식과 풍성한 과일 더미는 묘한 충족감과 여유로운 흥겨움을 준다. '시장이 반찬'이란 말이 문득 뱃속의 상태를 나타내는 시장함이 아니라 물건 파는 시장이었나 하는 엉뚱한 의심을 시작한다.



Jupiter-8 5cm f/2 'n', PROVIA





"); wcs_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