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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산들산들(日常茶飯事)

'감성 사진'에 대한 하찮은 불만과 풍경 사진의 어려움 / 2019년 8월 여름엔 덥다는 핑계로 하루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맴돌기만 한다. 창밖 풍경이 그럴듯해 보일 때면 유리창을 통해 비친 창 밖 풍경에 종종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이런 사진은 저급한 스스로의 미적 눈높이에도 미달해서 실망스럽다. 딱 부러지게 말하긴 어렵지만, 힘이 느껴지지 않고, 내 머릿속의 잡다한 생각들 만큼이나 흐릿한 느낌을 준다. 편광 필터를 사용해보고 이리저리 여러 시도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데, 유리창으로 인한 영향이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유리 한 장으로도 이럴 진데, 도시에 갇혀 살고 있으니, 평소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이 혼탁해 보이는 것은 아닐까. 게으른 아마추어 사진 애호가에게 풍경 사진은 참 어렵다. 첫째 나태함으로 멋진 풍경의 현장을 찾는 노력이 부족하고, 어쩌다 마주친 순간에도 대처할 ..
사진과 문자 / 2019. 06 사진 취미의 아마추어로서 이 즈음의 계절과 거리 풍경 그리고 이를 담은 사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다채로운 색과 길어진 낮의 길이 탓에 감성적인 빛으로 물드는 저녁 무렵의 거리 모습도 사진으담기 더없이 좋다. 그리고 항상 오가는 익숙한 길, 무심코 지나치는 흔하디 흔한 일상의 모습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살짝살짝 뷰파이더로 엿보 새롭게 보이곤 한다. 사진이라는 사각의 프레임에서 보면 다시 새롭고 때로는 일상의 무심히 지나치던 그 흔한 풍경이 맞는지 묘한 이질감도 든다. 스스로 수다쟁이라 부를 만큼 이런저런 장황하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늘어놓기 좋아하지만, 사진에 제목을 붙이는 걸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이유야 '제목'이 필요할 정도의 대단한 이미지를 감당할 '깜냥'이 되지 못하고, 사진의 느낌을..
고무 지우개 우주인과 '우주로 간 라이카'의 기억 / 2019. 1 고무 지우개를 하나 샀다. 간단한 메모에 연필(글을 쓸 때마다 서걱서걱한 필기감과 연필을 깎아서 쓰는 그 과정을 은근히 즐긴다)을 즐겨 쓰는 취향이라 지우개가 필요했다. 연필 끝에 달린 고무는 지우개라고 부르기엔 끔찍한 성능이라 지우려다 오히려 더 더러워지는 낭패를 겪기도 한다. 그래도 꼭 필요한 물품이라 생각하지 못해서 그동안 딱히 없이 살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우주인 지우개가 유난히 겉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망상에 빠져 사는 삶인지라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우주에 얽힌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번 겨울 사진 놀이 컨셉으로 정한 '블루 홀릭'과도 딱 맞아떨어지는 '파랑 우주인 지우개'다. 우주를 떠도는 모습처럼 표현해 보고 싶어서 컴퓨터 모니터에 은하수 이미지를 띄우고 배경..
겨울 사진 취미를 위한 월동 준비와 블루 홀릭 / 2018.12 추운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야외로 촬영을 나다니기가 통 꺼려질 듯싶어서 중단 없는 사진 취미 생활의 영위를 위한 월동 준비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남향의 햇살이 잘 드는 실내에서 활용해 볼 궁리를 하다가 칙칙하고 개성 없는 벽지 색이 못내 거슬렸다. 조금 색다른 느낌을 원해서 짙은 녹색 페이팅을 해볼까 했는데 정작 페이트 상점에서는 다크 데님 조색을 선택했던 걸 보면 평소 신념과 줏대와는 거리가 먼, 귀가 얄팍한 삶의 자세가 그대로 묻어나지 싶다. 셀프 실내 페인팅에 대한 웹의 정보를 찾고 충동적으로 시작했다. 초보의 어슬픈 붓질에도 그 결과가 볼만한 것을 보니 페인팅에 소질이 있는 것인지 단지 세상이 좋아져서 초심자도 쉽게 쓸 물건이 넘쳐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결과는 흡족했고, 창을 통해 실내에..
자전거, 복고적 기계 향수의 정점? / 2018. 11 일전에 자전거에 대한 알 수 없는 끌림에 대해 밝힌 바 있는데, 왜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인지 궁금했다.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 딱 들어맞는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자전거 자체의 외형적 아름다움과 타는 재미와 더불어 디지털과 자동 기계로 대표되는 최첨단 디지털 세상과 더 심화될 미래에 대한 기계에 대한 의존증에 대한 불안의 투영도 한몫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각종 자동화 기기가 무척 편리하지만, 한편으론 이 자동화 기기와 인공 지능을 앞세운 기술에 점차 사람이 밀려나고 사람과 사람을 매개하는 것에도 어느샌가 기계 장치나 디지털 플랫폼 없이는 불편을 느끼는 세상이 된 것이 아닌가. 단순히 물리적인 힘을 보조하던 단계에서 '딥 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기고, '알파..
비쥬얼 아트, 허술한 관념의 씁쓸함 / 2018.10 (feat. 대림 미술관 - '나는 코코 카피탄,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展) 몇 주 전, 가을을 맞은 나들이 길에 대림 미술관의 전시회에 들렀다. 언제나 그렇지만, 전시나 공연을 즐기는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사는 지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었고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코코 카피탄이라는 아주 젊은 아티스트의 전시회였는데, 사진 전시회와 각종 소품, 작자가 쓴 글 그리고 몇 가지 새로움이 더해진 조금 실험적인 전시회였다. 스마트 폰으로 앱을 받아서 작품 설명을 듣는 뭐 그런 것도 있었다. 비주얼 아트에 말이 많은 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설명을 잘 듣지 않는 편이다. 전시회 소제는 '오늘을 사는 너에게?' 대충 이랬다. (정확한 전시회 이름은 찾아서 제목에 보충하겠다) 20대의 청춘들을 위한 전시회 컵셉이었던지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예술이 좋은 점은..
가을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 걸까. / 2018. 09 긴 여름을 지난 것 같은데, 여름의 끝은 가을의 시작이니 지금이 가을인가? 오늘 문득 '가을의 길이(기간)가 15일'이란 조금은 터무니없게 들리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짧게만 느껴져서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장마도 2주 넘게 흐리고 비가 왔던 것 같은데, 설마 가을이 2주 남짓밖에 안될까 싶다가도 금세 가을이 지날까 봐 살짝 조바심이 났다. 틈틈이 그리 대단할 것 없는 일상의 사진을 찍는 것을 즐긴다. '일상의 기록'이라 하기에는 너무 간헐적이고 충동적이라서 기분 내키는데 따른 유희에 불과해서 스스로도 특별한 용도를 찾을 수 없고, 이런 내재적 한계 탓에 허술하기 짝이 없을 뿐이라서 사진 대부분은 카메라의 메모리에 그대로 담긴 채 한동안 방치되어 잊고 지내기도 하고 저장용 하드 디스..
거울 앞에 담담히 마주 설 용기와 자화상 - 2018년 6월 자전거는 스스로에게 이상한 기제다. 평소 자전거를 잘 타지도 않을뿐더러 자전거를 소유한 적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달리는 자전거든 세워진 자전거든 눈여겨보게 된다. 그리고 자전거 사진을 찍는 걸 무척 좋아한다. 이왕이면 달리는 자전거가 더 멋스럽긴 하다. 학교에 갓 입학 무렵 아침마다 아버지께서 태워주신 자전거 등굣길의 기억과, 어린 시절 비포장의 울퉁불퉁한 골목길에서 자전거를 배우던 유년의 흥미진진하고 아슬아슬했던 추억의 미화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동안 큰 인연이 없었던 자전거에 이처럼 마음이 끌리는 것은 단순한 애정 이상으로, 자전거가 추억과 뒤섞인 아스라한 감상이 남아있는 것 같다. 밤늦은 월드컵 경기 시청에 자극받아서 신나게 달리고 싶은 것인지, 화창한 초여름 날씨 탓인지 불쑥 자전거를 타고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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