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자전거에 대한 알 수 없는 끌림에 대해 밝힌 바 있는데, 왜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인지 궁금했다.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 딱 들어맞는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자전거 자체의 외형적 아름다움과 타는 재미와 더불어 디지털과 자동 기계로 대표되는 최첨단 디지털 세상과 더 심화될 미래에 대한 기계에 대한 의존증에 대한 불안의 투영도 한몫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각종 자동화 기기가 무척 편리하지만, 한편으론 이 자동화 기기와 인공 지능을 앞세운 기술에 점차 사람이 밀려나고 사람과 사람을 매개하는 것에도 어느샌가 기계 장치나 디지털 플랫폼 없이는 불편을 느끼는 세상이 된 것이 아닌가. 단순히 물리적인 힘을 보조하던 단계에서 '딥 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기고,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 다가온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정신이나 사고 수준을 넘어섰다는(비록 일부분에 국한된 사고 수준이지만) 충격은 인간과 기계의 조화로운 공존보다는 터미네이터 세계관이 보여준 섬뜩함이 트라우마처럼 남은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노동으로부터 벗어난 편리한 세상일지 아니면 인간이 소외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일지 알 수 없을 미래 전망과 더불어 기계 장치 없이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미래나 자동 장치가 사람보다 더 잘 행하는 따라서 사람이 소외되고 기계나 AI에 의해 밀려나게 되는 현상에 일말의 불안감이 현시점의 물리적 기계 장치에 대한 향수 근간에서 한몫을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인공 지능이 그린 그림이 경매에서 고가에 팔렸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고, 사진 또한 인공 지능이 구도와 장면을 결정하여 자동으로 찍어주는 것이 현실화되었고 (지금도 각종 자동 기능으로 촬영하는 일반적인 사진에서 사람은 단지 사진 촬영의 순간의 구도나 장면 선택에만 관여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현실적으로 거의 실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던 많은 부분이 인공 지능이라는 거대한 변화에 점점 잠식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세상에서 비록 기계 장치라고 하여도 사람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그리고 사람의 도구로서 사람 없이는 효용을 찾기 힘든 수동 장치로서의 분명한 한계가 지금의 아날로그향 향수의 정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하게 된다. 꼭 자전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디지털카메라의 편리함과 확장성에도 무척 만족하지만, 스스로도 이런 이유 때문에 번거로운 올드 필름 카메라 사용을 병행하고 포기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의 생물과 사물은 사람 없이도 아니 어쩌면 인공의 개입이 없다면 더 번성할 것이 당연하고 때로는 그 번성이 현대인의 독보적 지위(자연을 파괴하고 그 위에 지은 문명)를 위협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을 위해,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기계 장치들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우니 자연히 이런 내재된 한계의 용도와 편익, 효용이 '사람만을 위한 장치'로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파상적 변화에 마주한 우리에게 더 살갑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자전거는 사람만을 위한 장치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의 두 손과 두 다리에 알맞게 만들어지고 사람의 균형 감각 없이는 제대로 작동하기도 어렵고 다리의 운동 방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간혹 서커스단의 곰이 세발 자전거를 타는 경우가 있다지만, 자전거는 오롯이 사람만을 위한 장치로 인공지능이나 자동화 기계 장치의 섬뜻함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더구나 한물 간 옛 것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아직도 효용과 매력이 넘치는 현재 진행형의 기계 장치로서 자전거를 애용하고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근래 부쩍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늘은 것 같다. 이런 흐름에 편승해서 얼마 전 자전거를 장만하고 틈틈이 동네를 돌아보며 흐뭇함과 안도감?을 즐기고 있는데, 환경 오염에 대한 염려와 건강에 대한 관심, 지자체의 자전거 관련 시설의 투자와 개선 또한 고맙다. 사람을 위한 충실한 기계는 묵묵히 사람을 기다리고 때로는 한동안 방치되거나 길가에 쓰러져도 굳굳하기만 하다. 그 기다 다양하고 형형색색의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눈길을 끌어서 한 동안 자전거를 사진의 주요 오브제로 삼아보고 싶은 정도다.
'귀를 기울이면 > 산들산들(日常茶飯事)'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무 지우개 우주인과 '우주로 간 라이카'의 기억 / 2019. 1 (0) | 2019.01.03 |
---|---|
겨울 사진 취미를 위한 월동 준비와 블루 홀릭 / 2018.12 (0) | 2018.12.09 |
비쥬얼 아트, 허술한 관념의 씁쓸함 / 2018.10 (feat. 대림 미술관 - '나는 코코 카피탄,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展) (0) | 2018.10.29 |
가을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 걸까. / 2018. 09 (0) | 2018.09.29 |
거울 앞에 담담히 마주 설 용기와 자화상 - 2018년 6월 (2) | 2018.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