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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산들산들(日常茶飯事)

가을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 걸까. / 2018. 09

 

긴 여름을 지난 것 같은데, 여름의 끝은 가을의 시작이니 지금이 가을인가? 오늘 문득 '가을의 길이(기간)가 15일'이란 조금은 터무니없게 들리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짧게만 느껴져서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장마도 2주 넘게 흐리고 비가 왔던 것 같은데, 설마 가을이 2주 남짓밖에 안될까 싶다가도 금세 가을이 지날까 봐 살짝 조바심이 났다. 

 

 

틈틈이 그리 대단할 것 없는 일상의 사진을 찍는 것을 즐긴다. '일상의 기록'이라 하기에는 너무 간헐적이고 충동적이라서 기분 내키는데 따른 유희에 불과해서 스스로도 특별한 용도를 찾을 수 없고, 이런 내재적 한계 탓에 허술하기 짝이 없을 뿐이라서 사진 대부분은 카메라의 메모리에 그대로 담긴 채 한동안 방치되어 잊고 지내기도 하고 저장용 하드 디스크에 옮겨져서 저장인지 망각인지 모른 채 지내기 일 수다. 계절이 바뀔 즈음 철 지난 옷장을 정리하듯 한번씩 정리를 하다 보면 언제 찍었는지 가물가물한 사진들이 꽤 있다. 몇 해 전에 입었던 옷들이 지금 보면 좀 어색하듯이 그때의 사진들이 철 지난 패션처럼 이상하게도 보인다. 이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찍었던 거지?하고 스스로에게 묻고 스스로 답하면서 사진을 정리하는 꼴이 우습다.

 

 

 

얕은 심도의 감각적인 인물 사진이나 스냅 사진을 즐기는 아마추어 사진 애호가라서 심도 깊은 사진을 찍을 일이 드물었다. 간혹 청명한 가을날에는 삼각대나 모노포드를 챙겨 들고 야경이나 별 사진을 찍고 싶은 때가 불쑥 있는데, 조리개를 마음껏 조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다. 날씨만 조금 도와준다면 가을이 야경과 별 사진에는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도시 야경은 건물이 만드는 기하학적인 선과 면 그리고 그 속에서 움직이는 자동차나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지는 곡선의 조화 그리고 형형색색의 불빛이 흥미롭다. 조망이 좋은 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살고 있는 동네 조차 잘 돌아다니지 않아서 낯설었고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게 한다.

 

 

 

본격적인 가을 사진 나들이를 가기 전에 한번씩 몸을 풀어둘 요량으로 저녁에 동네 근처를 어슬렁거리게 된다. 정작 사진 찍기는 30분 정도에 끝났지만 가을이고 길을 걷거나 멈춰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더없이 좋은 때라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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