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이 생각해 보니, 5월을 그리 좋아해 본 적 없는 듯하다. 봄을 맞아 들뜬 기분이 도리어 5월 즈음에는 제자리를 찾은 반동 탓인지, 신록으로 이어지면 흥겨운 정취는 더 할 듯한데, 무심하게 지나친 봄날에 한편으론 5월은 처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를 향해 달리는 길어지는 낮의 시간을 어찌할 줄 몰라하고 늦은 오후의 긴 햇살을 멍하니 보고 있는 때가 많다. 어두워져 밤이 오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 마땅히 무엇을 할지 몰라 서성인다. 주어진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아직 어리고 어리석다.
4월과 5월에 대한 기억이나 감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5월 즈음에 얽힌 굵직하고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들이 많고 봄의 흥분이 가신 이 맘 때는 처연하고 잔인한 달로 여겨진다. 앞으로도 또 봄을 기다리겠지만, 그런 봄의 날들에 마냥 즐거운 기억과 마음만으로 보낼 수 없다는 '아이러니'가 못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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