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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산들산들(日常茶飯事)

2017년을 보내며... 처음에 이 블로그 수다의 시작은 조금 엉뚱했다. 일상의 소소한 감상을 그냥 흘려버리기 아까웠고 그 순간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나를 취미와 버무려서 지난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사진 촬영 취미 탓에 카메라의 구조나 광학계의 원리에 대해 잡다한 정보를 모으며 느낀 사소한 노하우를 정리해두고 공유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의 바다를 마음 껏 항해할 수 있지만, 정작 카메라의 구조나 광학 원리에 대해서는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고, 눈길을 사로잡고 귀를 솔깃하게하는 상업적인 목적의 홍보나 마케팅 자료 속에서 허물을 뺀 고갱이 정보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자료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물론, 관련 직종의 전문가들이 훨씬 더 고매한 수준..
자동차(승용차)에 책상/식탁 싣기 - 최대 크기 지인 분이 쓰시던 책상이 필요 없다고 해서 염치없게도 낼름 가져오겠다고 했다. 가깝지 않은 거리라서 차에 싣고 올려는데 승용차 뒷자리에 싣고 올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SUV라면 루프 캐리어 등을 활용하면 좋겠지만, 세단이라 이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막상 도착해서 차에 실어지지 않으면 괜히 지인 분을 귀찮게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었고, 용달 편이라도 알아두어야 하나 싶고 괜한 일을 벌렸나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세단 승용차에 싣을 수 있는 최대 크기 물건의 길이나 부피 등을 찾기 위해 이리 저리 웹 검색을 했는데 관련 정보를 도통 찾기 어려웠다. 뒷자리에 실리지 않으면 조수석 앞 시트를 누위거나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출발했는데, 막상 별 탈 없이 가로로 딱 맞게 들어가서 한 시름 놓기는 했다...
일신우일신 (日新又日新) / 17년 8월 요즘 8월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엇그제 무렵엔 파란 하늘과 함께 구름의 날이 펼쳐지더니, 어제부터는 시원하게 비가 내린다. 무덥던 한 여름의 날씨도 한 풀 꺽여서 한결 서늘하다. 뭉게 구름과 파란 하늘이 어우러지던 날, 여름 하늘에 흰 뭉게구름은 꽤 화려해서 눈길을 끌었다. 해변이나 휴양지의 멋진 풍경이 아니라도 하늘의 구름을 쫓아 지루한 줄 몰랐다. 더위가 한창 절정일 무렵 느닷없이 맞는 비 또한 기분이 좋다. 시원한 빗줄기로 인해 가시는 더위도 좋고, 쏟아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으며 여러 감상에 젖게하는 계기가 되어 반갑다. 메마르고 각박한 삶에서 이런 감수성의 기제(機制) 하나 없다면 무슨 재미일까 싶다. 비오는 날을 제대로 즐기려면 우산을 받쳐들고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걷는 것이 제격이다. ..
'비' 걱정 / 17년 7월 그 간 메말랐던 바닥에 내리는 비를 보자니 시원하고 마음 한 켠이 고맙기까지 하다. 희뿌옇게 먼지 쌓였던 골목도 깨끗히 씻겼다. 제법 많은 비가 내려서 창문을 꼭꼭 닫아둔 실내에서도 빗소리가 들린다. 어제 밤에 내린 비는 천둥과 번개까지 더해서 꽤 요란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고마운 비도 마냥 좋지만은 않은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에 하루라도 마음 편할 일 없는 걱정투성이 나날이다. 지난 봄의 가뭄에 물이 메말라 걱정이더니, 요 며칠 쏟아진 장대비 또한 반가움은 잠깐이고 이번에는 며칠 간 집중된 비 탓에 '물 난리' 걱정이다. 굵은 장대 같은 빗방울에 담벼락 높이 달렸던 능소화가 봉우리 채로 바닥에 나뒹군다. 꽃이 저야 열매를 맺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지만 바닥에 떨어진 꽃은 그 화사했던 과거와 대조..
12월의 감상 그리고 인생 최고의 순간 12월이 되고서야 햇볕의 따사로움을 실감하게 된다. 동지를 얼마 앞두지 않아서 잠깐 비추고 황급히 사라지는 매정한 햇볕을 쫓는다. 겨울나기를 위해 어린이집 울타리 안 한 편에서는 호피티(Hoppity)들이 일광욕을 한가로이 즐기고 있었다. 어린 시절 울타리 너머의 밖을 보기 위해 좁은 틈에 머리를 들이밀거나 까치발로 울타리를 넘보곤 했었는데 이제 어른이 되어 어린이집의 울타리 틈으로 좁은 정원을 엿보고 있다. 문득 삶의 최고의 순간을 우리는 알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오늘이 내 삶의 최고의 순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 꼴은 말이 아니고 무기력한 일상의 하루처럼 느껴지며 지금 남루하고 지쳤지만, 이 또한 지나고 나면 유년의 어느 따스한 날의 기억처럼 정신은 풍요롭고 자..
'늙음과 낡음' 근래, 사람들은 유독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신상'에 열광한다. 외모에서 조차 더 앳되고 젊게 보이는 것에 스스럼없이 집착한다. 물론 새 것과 젊음이 매력적이란 사실에는 충분히 수긍하겠지만, 새로운 것의 반대가 나쁜 것만은 아닐텐데 말이다. 늙고 낡은 것도 서러운데 이제 나쁘기까지 하단다. '엎친데 덮친 격'이라 서럽고 서글프다. 골동의 가치를 인정하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인고의 세월을 거친' 늙음과 낡음'의 오래된 것에도 나름의 가치가 있고, 그것만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새로운 시작 시작은 언제나 설렘과 소소한 기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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