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일 전에 간단한 노출계 연동 장치의 수리와 그 과정에 손상된 외부 가죽 커버(스킨?) 교체에 대해 포스팅을 했지만, 이번에는 캐논 데미 C 카메라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 좀 더 심도 있는 수다를 이어가 보자. 이 독특한 캐논 SD 50mm f2.8 렌즈의 광학 성능의 궁금증에 아마도 수일 이내에 디지털카메라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개조할 예정이라 지금 캐논 데미 C에 대한 감상을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될 듯하다.
▶ 하프 프레임 렌즈 교환 카메라 캐논 데미 C / canon demi C
캐논 데미 C는 렌즈 교환 장착이 가능한 하프 프레임 카메라다. 렌즈 교환형의 하프 프레임 카메라는 아주 드문데 수다쟁이의 기억으론 1965에 출시한 캐논 데미 C와 1963년 출시한 올림푸스 Pen F (이후 후속 모델 FT/FV 70년대 초반까지 만들어졌다)가 유일하지 싶다. 몇 마디 덧붙이면 캐논 데미 C는 리프 셔터(센트럴 셔터) 방식에 별도 광학계의 뷰파인더를 가지며, 목측식의 포커싱 방식(레인지파인더 방식이 아니다)이고 올림푸스 펜 F는 로터리 타입의 포컬 플레인(초점면) 셔터에 SLR 타입의 뷰파인더(펜타 프리즘이 아닌 포로 프리즘 방식)이라서 이 둘은 렌즈 교환형의 하프 프레임 카메라이면서 다양한 필름 카메라 중에서도 꽤 독창적이고 독특한 카메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내부의 구조가 상이하고 사용 방식과 제품의 콘셉트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캐논 데미 시리즈의 일반적인 특징은 하프 프레임 카메라, 목측식 초점, 센트럴 셔터(리프 또는 렌즈 셔터)라고 할 수 있다. 60년대 초반부터 60년대 후반까지 제조되었으니 그리 오랜 기간 만들어진 카메라는 아니지만, 필름 카메라의 대중화 시대에 맞춰 꽤 많은 판매고를 기록한 카메라라고 할 수 있다. 당시의 컬러 필름은 꽤 고가여서 하프 프레임 카메라는 가성비면에서 꽤 장점이 있었고, 콤팩트 한 크기로 휴대가 쉽고 간편한 사용 방식이 주효했지 싶다. 캐논 데미 시리즈의 전반적인 종류와 변화는 이전 수다를 참고하자.
4~5가지 버전의 제품이 만들어지면서 소소한 사양의 차이가 있다. 캐논 데미 C는 셀레늄 측광 방식이고 간소화된 셔터 우선 방식으로 노출계의 측광 수치에 수동으로 일치시켜 사용하는 방식이다. 셔터 스피드는 1/30~1/250 sec으로 다른 캐논 데미 시리즈와 비교해서도 그리 성능이 좋은 편은 아니다. B(Bulb-벌브) 모드와 플래시 동조(1/30 sec) 모드가 있고, 사진 촬영이 이루어지는 주 렌즈와는 별개의 간단한 케플러 방식 28mm 초점거리의 뷰파인더(배율 0.41배, 시야율 90%)에 50mm 초점거리의 프레임 도움선이 있다. 목측식의 초점 조절 방식이고, 렌즈 교환 장착이 가능한 나사 방식의 작은 마운트를 가지고 있다. 2장으로 구성된 리프 셔터와 4장으로 구성된 조리개는 카메라에 고정되어 있고, 캐논 데미 전용의 교환 장착 렌즈(canon SD lenses)에는 포커싱을 위한 헬리코이드 방식의 거리 조절 링 장치가 있다. 필름 감도는 10~400까지 설정하여 노출계에 반영할 수 있다.
간소화된 셔터 우선 모드라고 표현하였지만, 1/30~1/250 사이에서 조정되는 정확한 셔터 스피드를 표시하는 장치가 없어서 중간 단계의 셔터 스피드를 확인할 수 없고 셔터에 상응하는 조리개 값이 정해져 있고 사용자가 선택할 수 없다. 조리개 우선 모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B 모드나 플래시 동조 모드에서 조리개 값을 조절할 수 있는 데 사용이 제한적이라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렌즈 셔터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셔터가 렌즈와 별개로 카메라 본체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작과 후작인 Canon demi 고정형 렌즈에서는 조리개가 렌즈의 중앙에 위치하였지만, 렌즈 교환형의 설계를 위해 부득이하게 캐논 데미 C에서는 조리개와 셔터가 렌즈 중심인 아닌 렌즈의 후면에 위치한다. 이 방식은 사실 조리개의 위치가 렌즈의 중심(제2 주점)에 위치하지 않아서 조리개를 조일 경우 주변부의 광량이 저하 또는 조리개에 의해 주변부가 잘리는 비네팅 문제가 발생하는 등 그리 좋은 방식은 아니다.
캐논 데미 C는 교환 가능한 렌즈가 SD 28mm f/2.8과 SD 50mm f/2.8 두 종류만 존재하므로 그리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무엇보다 목측식의 포커스 방식이라 표준 렌즈를 넘어서는 긴 초점거리 렌즈 얕은 심도에서 포커싱의 정확도는 사용자의 정확한 눈대중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거리 측정에 감을 잡기 어려운 사용자에게는 그리 좋은 방식이 아니지 싶다. 28mm 초점거리의 광각에서는 그나마 피사계 심도나 어느 정도 확보되지만, 50mm 초점거리의 표준 렌즈에서는 f/2.8의 최대 개방 근처에서의 피사계 심도는 매우 좁고 따라서 어지간히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정확한 포커싱을 유지하기 어렵다.
▶ canon SD 50mm f/2.8와 SD 28mm f/2.8
캐논 데미 C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장착하는 렌즈 그중에서도 다른 데미 시리즈에서 자주 활용되었던 28mm f/2.8보다 50mm f/2.8 렌즈였다. 렌즈 광학 구성에 관심으로 다양한 광학식의 렌즈를 접했지만, canon SD 50mm f/2.8은 광학 설계부터 꽤 흥미를 끄는 독특함이 있다.
SD 50mm f/2.8 렌즈는 하프 프레임 카메라의 콤팩트 한 외형에 맞추기 위해서였는지 SD 50mm f/2.8의 렌즈 길이는 매우 짧다. 카메라에 장착 후 촬상면에서 렌즈 끝까지 약 5.5cm 정도(무한대 포커싱 시)에 불과한데 일반적인 SLR 표준렌즈가 촬상면에서 8.5cm 정도 떨어지는 것에 비해 3cm 정도 짧다. 비교적 콤팩트 한 표준 렌즈인 조나 표준 렌즈보다 1cm 정도 더 짧은데 이유는 아래에서 살펴보자.
6군 7매의 구성요소이며 광학 구성도를 찾기가 매우 어려워서 겨우 위의 이미지로 확인한 것이 전부이지만, 극단적인 비대칭과 입사부 전면에 볼록 구면 요소를 3장 연속된 구성이 눈길을 끈다. 이는 밝은 렌즈 설계에 주로 보이는 방식이었는데, 캐논 렌즈 중 비교적 잘 알려진 대구경 표준 렌즈 50mm f/0.95의 입사부 광학 구성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드림 렌즈라고 불리는 대구경의 이 렌즈는 최대 개방 조리개 값 이외에 광학성능(특히 최대 개방에서의 수차 등등)이 개인적으론 그리 탐탁지 않아서 달리 강조해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없지만, 강한 집광 효과를 위한 전면(입사) 부의 광학 구성의 특징을 보여주지 싶다. 이런 강한 3장의 구성요소의 망원성 탓에 렌즈의 길이가 극단적으로 짧아질 수 있는데 한몫을 하는 것일 게다.
전면의 첫 번째 구성 요소의 지름은 어지간한 35mm 풀-프레임 규격 표준 렌즈 f/1.4의 구성요소의 지름보다 커서 앞에서 보면 꽤 큼직한 유리구슬 느낌을 준다. 그 외에 렌즈 중심에 조리개가 없는 구성 방식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할 수 있겠다. 하지만 렌즈 입사부의 다섯번째 구성요소와 6,7번 구성요소 사이가 광학 중심으로 추측되는데 광학 설계의 최적상 조리개 위치가 이 사이에 있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을까 싶다. 리프 셔터 방식이므로 이 위치에 조리개와 셔터가 위치하는 렌즈 셔터가 본래의 성능에 부합할 텐데 렌즈 교환형으로 만들기 위해 부득이 조리개 위치가 렌즈의 외부에 존재하는 형태가 되어 부차적인 성능(조리개 조일 때의 주변부 비네팅이나 광량 저하, 왜곡 수차 등)에서의 문제를 유발할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렌즈의 광학 성능은 전면의 강한 망원성과 극단적인 비대칭의 구면 수차 문제를 어떻게 대응했을지 사뭇 궁금했다.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이 f2/8에 그쳐 최대 개방에서의 광학 수차 부분이 심각하게 드러나진 않겠지만, 근단적 비대칭성과 이상적 위치를 벗어난 실제 조리개 위치 등을 감안할 때 수차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 렌즈가 하프 프레임 포맷 카메라의 전용 렌즈라는 것을 감안하면 구면 수차에 의한 주변부 화질 저하나 왜곡 수차 문제를 상대적으로 등한 시 할 여지도 있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조만간 디지털카메라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주말에 개조할 생각이다. (다음 링크 참조)
이 렌즈는 인물/정물 촬영용에 설계되어 있지 싶다. 하프 프레임이므로 실제 촬영되는 시야 범위(field of view)는 35mm (풀-플레임/135 film) 필름 규격에서는 75mm 초점거리 렌즈와 비슷하다. SD 28mm 초점거리 렌즈가 35mm(풀-프레임) 필름 규격 환산하면 약 42mm 초점거리의 시야로 일반적인 스냅, 인물 촬영 등 다용도인 것과 비교된다. 렌즈의 색 재현력도 사뭇 궁금하다. 1960년대 중반에는 흑백 필름과 컬러 필름이 모두 사용되었지만, 상대적으로 컬러 필름의 가격이 아직 높을 때라서 장담하기 어렵다.
▶ 캐논 데미 C에 대한 감상 (장단점)
일반적인 하프 프레임 카메라의 장점 외에 이 작고 앙증맞은 외형의 하프 프레임 카메라는 렌즈 교환 장착이 가능한 일종의 확장성도 가지고 있어서 일상의 소소한 스냅부터 인물 촬영으로도 용도를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보인다. 장착된 렌즈의 성능도 단렌즈로 기대된다. 하프 프레임 필름 카메라의 결과물을 대형 인화할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 일반적인 인화 크기의 사진을 촬영하는 데는 딱 알맞지 싶다.
캐논 데미 C의 단점에 대해서도 간략히 정리하자. 측광 방식의 수동(매뉴얼) 조작 방식에서 자동 측광 기능으로 넘어오는 과도기에 만들어진 카메라들이고 조작법 또한 일반적인 방식과 다르다. 50여 년이 훌쩍 지난 내장 조도/노출계의 측광 데이터를 마냥 믿기 어렵다. 그리고 필름 하프 카메라가 가지는 본연의 단점 또한 그대로여서 범용의 사진을 촬영하는 용도나 질적인 면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쁘고 깜찍한 외형과 P&S 카메라 유형으로 출시한 캐논 데미 C는 현시점에서 본다면 카메라의 조작부와 작동 설명서를 참고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더구나 하프 프레임 카메라에 장착된 50mm 초점거리 상태에서 목측식의 포커싱은 피사체와 카메라의 거리감에 대한 감각이 필요하다. 그나마 사진의 정확한 초점과 선명한 사진에 대한 강박이 없어야 추천할만하고, 조리개의 구조적 위치도 정상적인 위치에서 벗어나서 조리개를 조일 경우 (촬영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비네팅이 나타난다. (일반적인 렌즈의 경우, 최대개방 조리개에서 비네팅이 나타나고 조리개를 조이면 비네팅이 감소하지만, 이 렌즈는 조리개 위치가 제2주점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개인적 감상으로 캐논 데미 C는 개성 있는 카메라지만, 빈티지 하프 필름 카메라의 매뉴얼 사용 경험이나 작동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권하고 싶지는 않다. 2종 밖에 없는 렌즈의 교환을 위한 소모값이 더 아프다. 셔터 스피드를 기준으로 하는 여러 사용법도 다 활용할 수 없다.(실제 기능적인 면에서는 전작인 캐논 데미 S나 이후 출시한 EE17보다 못해 아쉽고 사용법도 불편하다) 캐논 demi 시리즈나 올림푸스 pen 시리즈의 렌즈 고정형 카메라처럼 더 안정적인 하프 프레임 카메라가 제품 본연의 콘셉트와 용도에 알맞고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