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필름은 후지칼라 C200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다시 확인해보니 후지칼라 슈퍼리아 200이다) 냉장고 냉동실에서 10년 넘게 얼어붙었다가 다시 깨어난 필름인데, 정상적인 사용 여부를 장담할 수 없어 가장 만만했던 캐논 데미 EE28에 장착하고, 유통기한을 훌쩍 넘긴 네거티브 필름을 테스트하는 심정으로 몇 장을 촬영했고 대부분은 초등학생 조카들의 흥밋거리로 전락해서 어린 소년의 자유로운 시선으로 촬영되었다.
캐논 데미 시리즈는 거리계가 없는 목측식의 작고 심플한 하프 프레임 카메라다. 목측으로 즉, 눈으로 가늠하는 거리감이 중요한데 필름 카메라를 처음 접해보는 어린이와 목측식에 생소한 사람들에겐 조금 맞지않았던지 현상한 일부 결과물에서는 난해하고 난감한 결과물을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이 또한 필름을 사용하는 하프 프레임 카메라의 묘미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리 막강한 기능의 오토 카메라라고 하여도 방심하면 예상치 못한 결과물이 불쑥 튀어나오는 허를 찔린 듯한 머쓱함을 안겨주는 카메라, 특히 필름의 생리인가 보다.
캐논 데미 EE28과 FUJICOLOR C200의 합은 광량이 풍부한 상황에서는 실내와 실외 모두 좋은 성능을 보여주는 듯하다. 광량이 부족한 저조도 상황에서 실내와 실외 느낌이 조금 다른데, 실내의 양호한 인공조명 하에서는 손 떨림으로 인한 블러만 조심한다면 생각보다는 꽤 양호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래 이미지와 같이 실외에서 광량이 부족한, 저조도 상황에서는 꽤 빈번하게 노출 부족으로 촬영되는데 콘트라스트와 색 재현력이 전반적인 화질이 나빠진다. 옥외의 짙은 그늘이나 일출 직전, 일몰 직후에 이런 경우가 잦다. 감각으로 인식하는 것보다 더 광량이 부족한 상황임을 인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실수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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