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주피터-12 렌즈의 광학 구성과 특징에 대해 이전 포스팅하며 부족한 부분을 35mm 풀프레임 미러리스에 장착에 대한 후속 편으로 대신할 생각을 했는데, 세월 빨라서 그게 '벌써 일년'이 지났다. 사실, 초점거리 35mm 칼 자이스 비오곤이나 주피터 12는 렌즈 광학계 구조 문제로 사용/장착의 제약이 많아서 일부 RF 카메라(콘탁스 RF와 라이카의 RF 등)에서만 장착이 가능했는데, 1930년대부터 50년까지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짧은) RF 카메라의 전성기에 초기 RF 카메라의 몇 안 되는 그중에서 가장 밝은 광각 렌즈로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60년대 이후의 SLR 독주 시기가 오래 지속되며 RF 카메라와 함께 잊혀진 렌즈이기도 하다.
디지털 미러리스와 올드 수동 렌즈 이종 마운트 교차 사용(이하 '이종 교차')의 유행으로 올드 수동 렌즈들이 재조명 받았던 근래에도 비오곤 타입의 돌출된 사출부 구조가 APS-C 디지털 카메라의 센서 주변의 셔터 박스 턱에 걸려서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필름 시대에도 RF 카메라 중에서도 일부 기종에서만 활용되었고 디지털 시대에 와서도 풀 프레임 미러리스-소니의 A7 시리즈와 A9-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까탈스러운 렌즈' 중 하나다.
이런 '까다로운 사용 조건'에도 이 렌즈를 고집해야 할 매력이 있을까?
주피터 렌즈의 광학식과 잡다한 배경은 이전 글에서 다루었으므로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활용하자.
2016/07/25 - [Soviet & Russian Camera & Lenses] - 주피터-12 35mm f2.8 / JUPITER(Юпитер)-12 2.8/35mm
Jupiter-12 35mm f/2.8과 Sony a7 II로 촬영된 샘플 이미지를 보면서 35mm 풀프레임 카메라에서 비오곤 타입 렌즈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 수다를 이어가는 것이 좋겠다. Raw로 촬영되었고 어도비 라이트룸에서 기본 보정(색온도와 계조 확보를 위한 클리핑) 정도만 이루어졌다.
위 이미지에서 조리개는 f/5.6~8 정도로 조여진 상태였는데, 가장 확연히 보이는 이미지 주변부 광량 저하(특히 상부의 하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로 발생하는 비네팅과 컬러 캐스트가 나타난다. Jupiter-12 35mm f/2.8과 Sony A72 이종 교차에서의 원인은 (위 링크 포스팅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렌즈 광학식 자체의 원인과 디지털 이미지 센서의 구조로 인한 원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위 샘플과 같이 35mm 비오곤 타입에서 조리개를 조인 상태에서 발생하는 비네팅은 렌즈의 사출부(출사부/후옥)가 이미지 센서 위의 결상면에 근접하는 구조로 인해 렌즈의 광학계를 통과한 빛이 이미지 센서 수광부에 조사 각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이미지 센서 중앙에서는 수직이지만 주변부로 갈수록 이미지 센서 수광면에 비스듬하게 조사되어서 이미지 센서 가장자리에서는 광량의 일부가 필터 전면 구조물에 차단되고 결과적으로 이미지 주변부의 광량이 감소한다. (눈여겨볼 점은 비네팅뿐만 아니라 색의 파장에 따른 영향으로 특정 색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주변부로 갈수록 입사 광선의 사각으로 인해 균질하지 못한 색 응답성 문제로 보인다)
사출부가 촬상소자의 결상면에 근접하는 구조인 칼자이스 35mm f2.8의 구(舊) 비오곤이나 Biogon 21mm f4.5도 유사한 이미지 주변부 광량 저하 및 마젠타 캐스트 문제를 예상할 수 있겠다.
필름 카메라에 사용했을 때는 조리개를 일정 조이면 주변부 광량 저하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디지털 카메라 이종 교차에서 발생한 문제는 디지털 이미지 센서 구조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수광부 구조가 개선된 소니 A7R2와 A9 등에 적용된 '이면 조사형 센서'에서는 발생 정도의 개선이 있을 듯하다.
올드/빈티지 렌즈는 역광의 플레어에 취약한 경우가 흔하다. 그 유형 중 하나가 글로우(glow) 현상이다. 우측 상부의 (하늘은 노출 오버로 데이터가 없는 상태로 뻥 뚫렸지만) 나뭇잎 또는 건물과 하늘의 경계면에서 글로우가 발생해서 뿌옇게 흐리다. 물론 광학계에 적용된 코팅 성능의 문제도 한 원인이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Sonnar 타입의 올드한 광학계가 역광에서 글로우에 취약한 편이었다. 글로우 발생 원인과 대응 방법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로 대신하자.
조나 타입 광학식 렌즈가 보이는 배경 흐림(뭉게짐)을 무척 좋아하는데, 형태와 색을 유지하며 부드럽게 뭉개지는 느낌이 괜찮다.(시선을 강탈하는 화려한 보케나 너무 심하게 변형되는 회오리 보케 등은 좋아하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던 상부의 나뭇잎과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의 경계면에 글로우 현상이 일부 보이는데, 그 정도가 심하지 않을 때는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어제부터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이 분다. 더욱 짙어진 버드나무 잎의 푸름이 여름이 끝나감을 역설적으로 알려주는 듯하다.
조나 타입 광학식의 가장 큰 장점은 색 재현력인 듯하다. 색수차도 거의 보이지 않고 꽤 풍부한 색 재현력을 보여주는데, 흑백 필름 시대(1930년대)에 설계된 비오곤 광학식이 보여주는 의외의 풍부한 발색은 꽤 인상적이고 마음에 든다. 엄밀하게는 최신의 렌즈의 균형적인 색 재현력과는 조금 다른 색감을 보인다고 느껴지는데, 특히 붉은색 계열의 묘사가 조금 더 도드라지는 특성이 있다.
최대 개방에서도 전반적인 화질은 그리 나쁘지 않다. 중앙부의 해상력은 우수하지만 주변부 또한 조리개를 조여주면 향상된다. 그렇다고 쨍한 표현/묘사가 가능한 렌즈라고는 평할 수 없지만, 글로우로 인한 경계면 번짐이 없다면 어지간한 고화소 디지털 카메라에서도 무리 없이 수동 렌즈의 랜더링 특성을 살려 활용할 수 있겠다. 그리고 35mm 광각 렌즈에서 왜곡 수차가 발생하지 않는 점은 후하게 평하고 싶고 조나 광학식의 올드하지만 감성적인 묘사(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좋다. 하지만, 올드 렌즈의 해결하지 못한 광학 수차(Coma)도 눈에 띈다. 위 이미지의 좌측 상부의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에서 보이는 보케의 모양이 '날개를 편 새' 모양처럼 나타나는데, 코마 수차의 영향이다.
칼자이스 35mm 비오곤 35mm f/2.8과 그의 이복형제쯤 될 Jupiter-12는 디지털 시대에 유용한 렌즈일까?
개인적으로 35mm 초점거리의 렌즈를 즐겨쓰고 선호한다. 그 화각의 쓰임이 매우 넓고, APS-C 카메라에 장착하여도 표준 초점거리 렌즈쯤에 해당해서 카메라의 종류나 이미지 센서 크기에 개의치 않고 두루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35mm 비오곤 타입의 그 까탈스러운 장착 조건을 생각하면 범용과 만능의 35mm 초점 거리 렌즈의 이단처럼 느껴지고, 그나마 몇 안 되는 사용 가능한 카메라에서도 이면 조사형 이미지 센서가 아니면 주변부 광량 저하가 발생하여 여간 까탈스런 녀석이 아닐 수 없다. 올드하고 감성적인 묘사력이 매력적이다.
이래저래 제약이 많은 장착 조건은 필름 카메라에서도 꽤 악명을 떨쳤는데, 마운트 방식이 동일한 RF 카메라(일부 캐논 RF 카메라와 라이카 CL 등)도 그 특유의 광학 후면 돌출부가 카메라 내부의 구조물을 긁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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