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수다의 의욕이 좀처럼 없었고 재미없는 수다를 이어갈 뚜렷한 이유를 찾기도 어렵다. 사진에 대한 즐거움이 줄어든 탓에 부수적인 관심도 쪼그라든 모양이다. 덥고 무기력한 여름날, 떨어진 입맛에는 추억의 특별 보양식 삼계탕을 찾듯 블로그 시작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구전 동화를 이야기하듯, 일부 사실 기반의 줄거리에 개인적인 망상을 곁들인 산들 표 올드 렌즈 리뷰에 도전해 보자.
헬리오스-44-2, 58mm f/2는 디지털 이미징 시대에도 여전히 인기 있는 올드 렌즈의 하나이며, 러시안 스틸 렌즈를 대표하는 표준 단(프라임) 렌즈라고 생각한다. (표준 렌즈라고 하기엔 초점거리가 58mm로 꽤 긴 편인데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다루자) 2차 세계대전 승리 이후 전리품의 하나로 러시아(당시 소련)에 강제 이식된 독일(칼 자이스) 광학의 러시아 발 산물이고, 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져서 90년대 초반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 직전까지 긴 기간 러시안 광학 기술을 대표하는 렌즈로 꾸준히 그리고 대량 제조되었다. 외형이나 사소한 조작 부분의 차이, 마운트 유형의 일부 변경점을 제외하면 초기의 광학식 원형을 그대로 유지/답습한 올드 렌즈의 냉장고라는 측면에서 러시안 렌즈 그리고 헬리오스-44는 흥미롭다. 헬리오스-44-2 또한 긴 기간에 걸쳐 주로 외부 조작부나 마운트 등의 마이너스 체인지된 여러 버전이 있지만, 이번 수다에서는 Helios-44-2에만 범위를 한정해서 살펴보자.
▶ 헬리오스-44-2의 기본적인 사양과 광학 설계의 특징에 대하여
표준 렌즈를 "사람 나안(맨눈) 시각의 배율, 원근감과 유사한 광학 특성" 또는 "35mm (135) 필름의 대각선 길이 정도에 해당하는 초점거리의 렌즈"로 정의할 수 있는데, 각각의 정의에 따라 표준 렌즈의 초점거리 범위도 조금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그리고 화각-FOV or AOV-에 치중하면 카메라 포맷/판형에 따라 표준 렌즈에 대한 정의에 다양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이전 수다에서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이 정도로만 정리하자) 일반적으로는 35mm 필름용 스틸 카메라용 렌즈에서 50mm 내외 초점거리의 렌즈라 정의되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40~58mm 정도의 초점거리 렌즈를 표준 렌즈라고 부를 수 있지 싶다. (사람 시각의 거러/원근감과 가장 유사한 것은 아마도 45mm 초점 거리 정도가 아닐까)
광학식은 좌우 대칭형의 플라나 광학식을 기반으로 한다. 광학 요소는 4군 6매 구성되고 자이스의 Biotar 58mm f/2와 동일하다. 칼 자이스의 비오타는 플라나의 대칭형 구조에 비대칭성 (위 광학식에서 전면 요소 군이 후면 요소군 보다 큰 비대칭성을 의미한다. 대칭형 구성에 비 대치성이 일부 적용된 것이지 이를 비대칭 구조라고 칭하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비대칭형 광학 설계로는 트리플렛을 기반으로 한 테사, 엘마, 조나 등등이 있다)을 통해 밝기를 f/2까지 향상할 수 있었다. 따라서 헬리오스의 광학식은 1900년 초반의 플라나를 기반으로 코팅 기술이 도입 등으로 향상된 투과율을 기반으로 1930년대 후반에야 상용화가 이루어진 광학식이라 하겠다.
▶ 비오타/플라나 광학 설계와 코팅
여기서 헬리오스-44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비오타에 대해서 살펴보면, 먼저 코팅 이전의 플라나는 4군 6매 구성이다. 3군의 트리플 렛(삼중 렌즈) 유형의 렌즈보다 투과율에서 약점이 있었지만 코팅 기술의 등장으로 광학 성능이 대폭 향상되었다. 초기의 코팅은 내구성에 문제가 있었다. 즉, 코팅 방식에서도 활발한 연구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므로 초기의 코팅은 지금 코팅과 비교하면 여러 허섭한 성능과 내구성을 보이기도 한다. 코팅 방식에도 도금법, 열분무법, 솔젤법, 고온 진공증착 방식 등등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코팅이 뭐그리 대단하냐 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해 조금 보충하면, 필름 시절에는 필름 감도의 선택이 제한적이었다. 렌즈의 내부 구성요소에서의 투과율은 촬상면인 필름에 조사되는 광량 결정에 직결된다. 즉, 코팅 이전의 광학계는 F값과 T값의 격차가 매우 컸다고 하겠고, 실제로 전형적인 플라나/비오타 광학 구성에서 실제 광량은 4군 기준에서 약 1/4 정도가 반사 또는 아주 일부는 흡수되고 3/4 정도만 촬상면에 도달하는 정도였지 싶다. (광학 유리 한 면의 반사율을 3% 정도라 하고 4군에서 공기면에 접하는 면이 8개이므로 3x8=24) 트리플 렛 구성에서는 3군으로 약 18% 정도의 반사/소실되고 82% 정도가 필름면에 도달하는 것과는 꽤 차이가 크다. 반사는 굴절율이 다른 매질의 접한 면에서 발생하므로 한 장의 유리를 통과한 빛은 공기와 유리의 굴절률이 달라지는 한 장의 양면에서 각각 모두 발생한다.
광학 성능과 직결되는 더 큰 문제는 반사된 빛의 내부 산란으로 인한 악영향인데, 이는 플레어 발생의 주원인이고 각종 아티팩트(고스트 등)나 난반사로 인해 촬상면에 중복 노출된 부분에서 뿌옇게 흐려지고, 선명도와 채도가 감소하는 글로우가 발생해서 화질을 저하시킨다. 따라서 코팅 기술이 도입되기 이전의 광학 설계는 구성 요소군이 상대적으로 적은 트리플 랫의 테사, 조나, 엘마 등이 광학 성능에서 더 우수한 렌즈였다. 초기의 단일/싱글 코팅의 반사 방지 코팅은 투과율을 향상은 미미하지만 난반사 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하였고, 이후 한층 향상된 성능의 멀티 코팅의 등장으로 투과율이 대폭 향상되며 광학에서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한다.
▶ 왜 헬리오스-44의 초점거리(focal lenght)는 58mm 인가?
58mm 초점거리는 일반적인 표준 렌즈 범주에서도 가장 끝자락에 걸친다. SLR 카메라의 미러박스 공간 확보를 위한 구조에서 교환 장착용 렌즈의 플랜지 백 거리 (M42 마운트 기준 45.46mm)이 필요하고, 따라서 미러 간섭을 배제한 상태에서 대칭형의 플라나/비오타 광학식 구성에서 58mm는 이상적이고 적당하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플랜지 백 거리 45.46mm + 렌즈 후면에서 조리개까지의 거리 약 12~13mm 정도면 58mm 초점거리의 렌즈가 만들어진다. 렌즈의 초점거리는 촬상면에서 광학계의 제2 주점까지 위치이고, 제2 주점에 조리개가 위치하는 것이 이상적인 설계이다. 따라서 헬리오스/비오타 58mm의 초점 거리는 기본에 충실한 광학 설계의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즉, SLR 카메라의 미러 박스 공간 확보하고, 수차 감쇄에 장점이 있는 대칭형의 전형적인 광학 설계를 하면 55mm 또는 58mm 초점 거리가 된다. 따라서 초기의 SLR 표준 렌즈에는 55~58mm 렌즈가 많다. 이후 높은 굴절률의 광학 유리와 향상된 광학 설계 등을 통해 SLR 카메라의 표준 렌즈에서 50mm 초점거리에 f1.4 또는 f1.8 등의 렌즈들이 만들어졌다.
현재 디지털 카메라 특히 스마트 폰 등의 카메라 모듈의 기본적인 대략 28mm (35mm 포맷의 환산값) 초점거리에 익숙해서 상대적으로 표준 렌즈 초점거리의 렌즈의 시야 범위가 좁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십수 년 전만 해도 표준 렌즈의 화각은 인물/풍경/정물 등의 만능 화각으로 결코 좁은 화각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35mm 스틸 카메라용 비오타 광학식이 등장한 1930년대 후반 무렵에는 그리 아쉬울 것 없는 시야 범위와 다양한 촬영 활용의 표준 렌즈로 인식되지 않을까!
▶ 헬리오스-44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
이 또한 35mm 스틸 카메라용 비오타 광학식이 등장하던 (중형 카메라 포맷용의 비오타 렌즈는 이보다 앞선다) 1930년대 후반의 기술 수준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비오타/플라나 광학 설계는 대칭형 구조로 트리플렛 기반의 광학 설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광학 수차 감쇄가 뛰어나서 밝은(조리개 값이 낮은) 렌즈를 설계하는데 유리했다. 이를 통해 최대 f/2까지 밝아졌는데, f/1.8로 광학 성능을 향상하기에는 '코마수차'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 문제에 대한 광학 설계 상의 해결이 2차 세계 대전 종료 후에야 등장했고, (아마도 2차 세계 대전이라는 세계적 격변기로 인해 광학 연구 또한 단절된 면이 있다) 1950년이 되어서야 상용 제품에 적용되었고, 이후 우리가 잘 아는 f/1.8 f/1.4 ,f/1.2 등의 밝은 표준 렌즈와 함께 세계 대전의 전란이 어느 정도 수습된 50년대 중반과 60년대, 소형 판형의 필름 카메라와 SLR로 대표되는 카메라 대중화로 이어졌다.
조나/Sonnar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여러 가지로 참 특이하고 특별한 면이 있다. 결핍이 가져다준 발명품 같기도 하고, 그 시대 기술 수준에서 얻은 최상의 광학 설계라고도 할 수 있다. 코팅 발명 이전에는 트리플 렛 기반의 렌즈가 주종을 이루었고, 대부분 f/3.5 정도의 최대 밝기 성능이었는데, 이는 비대칭형 설계로 인해 수차 감쇄가 어려워 이보다 더 밝은 렌즈를 만들면 해상력과 선명도, 색수차 등으로 인해 결과 사진에서 만족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즉, 코팅 기술이 없으니 트리플 렛(삼중 렌즈) 설계가 더 효과적이었데, 이는 일정 이상 수차 감쇄라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시기에 조나는 트리플 렛 광학식을 기반으로 전면 구성에서 양의 요소 중첩으로 집광/망원 성을 높이고, 후면의 색지움(achromatism) 요소와 기타 수차 문제도 꽤 원활하게 해결해서 에르노스타에서는 f/2, 그리고 조나 5cm f/2와 f/1.5를 순차적으로 내놓으며 소형 카메라용 고성능 표준 단렌즈의 대명사로 독보적인 입지였다. 문제는 플랜지 백이 짧아서 SLR 카메라에서는 미러 박스와 간섭을 일으켜 활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이전 수다를 참고하자)
헬리오스-44는 1939년 출시한 자이스 비오타 58mm f/2의 광학식을 그대로 답습한 렌즈이고, 따라서 이후 등장한 새로운 광학 설계에 대한 기술적 반영이나 고려는 보이지 않는 전통 고수하는 신봉자의 철학이 깃든 렌즈처럼도 보인다. 한편으론 그만큼 헬리오스/비오타 58mm f/2의 광학 성능이 탄탄하고 우수했던 것의 방증이기도 하겠고, 또 달리 생각하면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사라진 공산주의 경제 하에서의 기술 향상이나 다양한 분양에서의 발전에 대한 상대적인 허점을 보여주고 이전의 기술이나 제품이 큰 하자가 없다면 그대로 답습하는 정체된 문화의 나쁜 예로 생각할 수 있겠다. 참고로 헬리오스-44는 아니지만, 유사한 광학식의 헬리오스 렌즈 (helios 103 53mm f1.8) 등은 짧은 플랜지 백 거리에 대한 이점으로 밝기가 소폭 향상된 사양의 렌즈(마운트 유형의 꽤 다르고 플랜지 백 거리도 다르다)도 있다.
잡다한 만담에 빠져 수다가 너무 길어지니 Helios-44-2에 대한 구체적인 감상은 2부에서 다시 다루자. 사실, 헬리오스-44-2 포스팅을 가장한 비오타 58mm f/2 리뷰처럼도 보인다. 이번 수다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