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키예프(Kiev/КИЕВ) 35mm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는 1930년대 중반 출시한 자이스 이콘의 콘탁스 II의 설계를 기반으로 2차 세계대전 후 당시의 소비에트 연방(현 우크라이나 키예프 지역의 아스널 공장)에서 1947년부터 1987년까지 제조된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다. 자이스 이콘과 칼 자이스 카메라와 렌즈가 소비에트 연방에서 복제 생산하게 된 사연에 대해서는 이전 수다에서 장황하게 다루었으니 이미 작성된 포스팅을 참고하는 선에서 중복을 피하고, 키예프 RF 카메라와 관련된 소소한 역사와 특징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고, 키예프 카메라의 쓰임 (현재의 기준에서)과 성능, 그리고 효용에 대해서도 다루어 보자.
▶ Kiev (КИЕВ) RF camera의 역사와 유형
1930년대 중반에 출시하였던 contax II와 III의 설계를 그대로 적용하였고, 초기에는 독일 드레스덴으로부터 운반한 'Contax II와 III의 부속을 이용하여 Kiev 2가 일부 제작하기도 하였다. (1947) 이후, 소련의 키예프 지역을 중심으로 직접 생산의 설비를 모두 갖추고 kiev2, Kiev3와 kiev4를 본격적으로 제조되기 시작했고,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의 콘탁스 RF 카메라가 생산 중단된 이후로도 약 25년 간, 1987년까지 꾸준히 제조되었다. 키예프 RF 카메라의 모태인 콘탁스 RF 카메라의 버전과 비교하여 키예프 RF 카메라의 시기별 버전을 세분해 보자.
원형 contax II와 III의 차이는 측광 장치(셀레늄 방식)의 유무로 쉽게 구분된다. 따라서 콘탁스 카메라의 설계를 그대로 적용한 키예프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에도 각각 콘탁스 II와 III의 카피로 구분할 수 있겠다.
- contax II 형 - Kiev 2, Kiev 2A, Kiev 4A, Kiev 4AM
- Contax III 형 - Kiev 3, Kiev 3A, Kiev 4, Kiev 4M
1930년대 자이스 이콘이 가장 진보한 카메라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기준에서는 라이카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라이카 카메라가 가장 뛰어난 카메라라고 알고 있겠지만, 당시 카메라 제조에서의 규모나 기술력에서 자이스 이콘(칼 자이스 중심으로 4개의 독일 카메라 제조사가 합병)의 카메라의 기술 수준과 다양성은 최고였지 싶다. (135 필름 포맷의 RF 카메라에서 경쟁 관계에 있던 라이카와 콘탁스를 비교하여 '라이카는 예술가의 카메라, 콘탁스는 기술자의 카메라'라고 말이 있지만, 그 표현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간의 평이나 두 카메라의 특성을 어느 정도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2차 세계 대전으로 자이스 이콘과 칼 자이스의 유산이 대부분 파괴되었고 승전국의 전리품으로 자산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렸고 동독과 서독의 분단으로 자이스 이콘 또한 동서로 분리되면서 자이스 이콘과 칼 자이스의 기반과 카메라 시장에서의 지배력은 크게 약화되는 과정을 겪게 되었지 싶다.
콘탁스 RF 카메라를 출시할 즈음의 자이스 이콘은 소형과 중/대형 카메라 등 다양한 (거의 모든 종류의 카메라를 다 만들었다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이다) 카메라를 제조하였고, 바르낙 카메라를 통해 인기를 얻던 라이카의 소형 카메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하여 등장한 카메라가 콘탁스 레인지파인더 카메라 contax I이었다. 하지만, 설계상의 몇 가지 단점이 있었고 이를 개선하여 contax II를 출시했다. 당시 콘탁스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의 장점(라이카와 비교해서)으로는 하나의 뷰파인더에 거리계와 시야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진일보한 구조였으며, 셔터 막은 금속 재질로 제작되었고, 필름 실 개방을 위한 뒤 커버는 완전히 개방할 수 있어 필름을 장착하기 편리했다. 그리고 타이머 설정에 의한 자동 촬영이 가능하였고, 무엇보다 Sonnar와 Tessar, Biogon 등 당시 기준의 최고 수준 칼 자이스 렌즈를 장착(contax RF mount)할 수 있었다. 물론 단점도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금속 소재의 셔터막을 연결하는 소재는 면직 소재의 리본을 사용했는데 내구성이 좋지 못했다.
최고 품질의 RF 카메라로서 콘탁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인기는 지속되었다. 이런 인기가 콘탁스 RF 카메라의 단명을 초래한 원인이 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련은 전쟁 배상의 일부로 콘탁스 RF 카메라 기술과 설비를 이전받아 소련에서 자체 생산하게 되었고, 콘탁스 RF를 모방하고 개선한 아류작들이 일본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전후 1950년에 contax II A가 새로 선보였지만, 콘탁스 II에서 카메라 본체의 크기를 조금 줄이고 몇몇 부분을 수정에 하는 소극적인 변경에 불과하였다.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기점으로 러시아에서 Kiev RF 카메라로 제조되고, 일본 제조업체 또한 콘탁스 RF 카메라의 카피형 제품을 제작하였으며 콘탁스의 아류가 속속 등장했다. 당시 기준에는 소형 거리계 카메라의 일대 혁신이었던 Leica M3의 등장하였고, 무엇보다 큰 영향은 SLR 카메라 중심으로 카메라 시장이 급격히 재편되는 흐름으로 서구권(자본주의 진영- 동구권에서는 서두에 언급했듯이 키예프 RF 카메라가 계속 만들어졌다) 카메라 시장에서 콘탁스 RF는 역사의 뒤편으로 빠르게 밀려났다. 이는 자이스 이콘이 여전히 다양한 유형의 카메라를 만들었고 시장의 변화에 잘 대처하지 못했다. 서구권 카메라 시장에서는 일본을 중심으로 한 SLR 카메라의 약진으로 카메라 시장의 주류가 렌즈 교환형 RF 카메라에 불리하게 형성되었던 이유도 크다. 이후 SLR 카메라와 소형 콤팩트 카메라의 경쟁에서 밀려 RF 카메라의 입지는 축소되었고, 자이스 이콘 마저 시장의 변화에 편승하지 못하고 합병 등을 그치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파국을 맞게 된다. (이후, 일본 제조사(야시카)에서 콘탁스의 일부 권리를 인수해서 콘탁스 카메라를 제조하기도 했다.)
Nikon RF 카메라(Nikon S)의 경우에는 내부의 설계 등의 다르고 다양한 기능의 향상 등으로 contax II의 단순한 복제품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렌즈 마운트 방식과 카메라의 기본 구조와 외형은 Contax II의 영향을 받은 것은 확실하지만, 기선장을 줄여 보조 상 입사구의 위치 문제를 해결하였고, 필름 감기 노브와 셔터스피드 설정 노브가 분리된 형태이며, 내부의 구조 특히, 셔터 방식은 수평 이동식 포컬 플레인 셔터(Horizontal-travel focal-plane shutter) 와 셔터막의 재질 또한 직물 - Rubberized cloth curtain ("Habutae" silk) -을 사용하여 콘탁스와 다르다. 수평 이동식의 포컬 플레인 셔터 방식을 채택하여 초기의 RF 카메라(Nikon 1)에서는 최대 셔터 속도가 1/500 sec에 그쳤으나 Nikon S2에서는 1/1000 sec으로 향상되었고 좁고 어둡던 콘탁스의 뷰파인더의 단점을 개선하는 등, 이후 여러 버전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능의 향상이 이루어졌다.
이런 자본주의 시장의 카메라 시장 재편의 흐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공산국가인 소비에트에서는 콘탁스 RF 카메라의 복제 형인 키예프 레인지파인더 카메라가 1947년부터 1987년까지 꾸준히 몇 차례 소소한 변화를 적용하며 제조되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설계는 거의 변화가 없었고, 새로운 적용된 변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면의 플래시 싱크 단자가 생긴 것 정도에 그친다)도 업그레이드라고 말하기에는 그리 썩 어울리지 않는다, 차라리 다운그레이드라고 칭해도 그리 틀리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40여 년 동안 제작으로 콘탁스 II와 III보다 키예프 RF 카메라가 더 많이 제조/생산되었고 비교적 멀지않은 1987년까지 제조되어 꽤 상태 좋은 키예프 RF 카메라를 구할 수 있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는 Kiev / КИЕВ 브랜드로 다양한 종류의 카메라가 만들어졌는데 중/대형 포맷의 Kiev 88과 Kiev 60등이 대표적이다.
▶ Kiev (КИЕВ) RF camera의 특징
Kiev RF 카메라의 사용법은 매우 직관적인데 일반적인 카메라 사용법의 범주에서 그리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니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소형 RF 카메라 사용의 기본적인 사용 방법을 제시하였던 카메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른 카메라들과 비교하여 사용상의 장단점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샘플 카메라는 1957년 제작된 Kiev 2A이다. 거리계 연동식 파인더의 구조와 사용법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자
1930년대 중반, contax I의 일부 불편과 단점을 업그레이드하며 등장한 콘탁스 II가 기본 설계이므로 필름 감기 노브와 셔터 속도 레버 그리고 셔터 버턴 3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장치는 오른쪽 위에 위치한다. 당시의 기준에서는 소형 휴대용 카메라의 일반적인 형태다. 최고 셔트 속도는 1/1250 sec이며 B 모드를 가지고 있다. 이후 일부 버전에서는 다운 그레이드로 셔터 속도가 1/1000로 변경되기도 하였다.
셔터 스피드 설정 장치 옆에는 촬영 카운터가 있다. 별도로 초기화 기능이 없으므로 필름 장착 후에 해당 톱니를 수동으로 돌려서 '0'에 위치하도록 설정하여야 한다.
오른손의 검지로 작동 가능한 초점 조절 톱니바퀴는 뜻밖에 편리하다. 톱니를 회전시키면 파인더의 거리계와 연동하고 렌즈의 포커싱도 동시에 가능하다. 따라서 오른손만으로 카메라 파지와 포커싱, 셔터 조작까지 가능하다.
최근 만들어진 카메라에 비하면 불편하거나 단점으로 생각되는 것들은 많다. 어디까지나 현재의 카메라에 비교한 것이므로 너무 야박하게 평할 생각은 없지만, 불편한 점은 꽤 있다. 이런 불편들이 하나씩 개선되며 지금의 현대식 카메라로 발전하는 밑거름이 되었겠지만, 올드 수동 카메라 감성 쩐다?는 것으로 모두 대신하기에는 꽤 큰 단점들이 있고, 적절한 선에서 올드 카메라를 사용하고 싶어 하는 경우 작은 참고가 될 수 있으리라.
먼저, 긴 기선장을 통해 포커싱의 정확도를 확보한 것은 좋지만, 이중 합치의 작은 보조 상의 입사구 위치가 카메라를 움켜쥐는 오른손의 위치와 겹쳐서 가리는 경우가 많다. 아래 이미지의 Kiev 사용 설명서에 나와 있는 러시아 아가씨의 어색한 오른손 모양을 보라. 보조 상의 입사구를 막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부득이 손 모양이 저런 형태가 된다.
이를 개선한 것이 Contax IIA이지만 서독에서 1950년에서야 출시되었고, 키예프를 생산하던 소비에트 연방은 전후에 설계/개발된 contax II A에 대하여는 어떤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했고, 콘탁스 IIA 또한 외형상 변화는 별로 없는 듯하지만, 소형화를 위해 내부 구조 상당 부분이 변경되어 키예프 RF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좁고 어두운 뷰파인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뷰파인더 안에는 이중상 합치를 통합 포커싱과 피사체를 확인하는 시야가 어느 정도 확보되지만, 작고 어두우며 구도에 참고할 만한 프레임 참고용 윤곽선 하나 없다. 렌즈 교환형 카메라임을 생각할 때, 렌즈 교환으로 변화되는 화각에 대응하기 어렵다. 그리고 RF 카메라의 문제점 중 하나인 시차 문제에 대해서도 아직 아무런 보정 방법이 없다.
셔터 스피드 설정을 위해서는 필름을 감기 전에 즉 셔터를 장전하기 전에 셔터 스피드를 먼저 설정하여야 한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로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셔터 고장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고, 금속 재질의 셔터는 그 이외의 원인으로도 너무 고장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이다. 막의 주요 재질은 금속이지만 이를 지탱하고 구동해주는 핵심적인 요소는 포막 셔터와 동일하게 '직물' 재질의 리본이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셔터의 구조는 옛날 일반 건물의 출입문에 중첩하여 여닫던, 닫을 때 그 요란한 소리가 나던 철제 셔터를 연상하면 된다. 가로로 긴 금속(황동) 판이 가지런히 엮인 형태이다. 하지만 키예프 RF 셔터의 작동 소리는 너무 존재감이 없어서 포컬 플레인 셔터 소리로 생각되지 않을 지경이다.
키예프 RF 또는 Contax RF 카메라의 셔터 고장에 대해 변명하자면, 현재의 금속 셔터막이나 50년대 중반 이후 적용된 캐논의 금속 코팅 셔터막 등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콘탁스 II와 III가 설계/제조된 시기와 그 당시에 경쟁하였던 카메라들 Leica II와 III(흔히 바르낙으로 불리는) 등에 견주어 볼 때 엄밀하게는 내구성이 떨어진다고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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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 주행 셔터라서 1/1250의 꽤 준수한 고속셔터를 실현하였으며, 선막과 후막으로 구성되는 전형적인 포컬 플레인 셔터 구성이다. 셔터의 내부 구조 참고를 위해 분해한 모습(셔터막 고장 수리)을 함께 올린다.
콘탁스 RF 카메라는 나름대로 로망이 있고 정감이 가는 카메라다. 키예프 카메라도 그 혈통을 이어받아 기계식 카메라의 멋스러움이 있다. 하지만, RF 카메라 시대가 저무는 것과 동시에 콘탁스 RF는 1961년 이후 더는 생산되지 않았고, 키예프는 몇 번의 다운그레이드의 변화만 보이며 40여 년 동안 같은 설계의 카메라만 등장하였을 뿐이다. 더욱 개선된 콘탁스 RF 타입의 카메라가 등장하지 않은 것은 참 아쉽다.
▶ Kiev (КИЕВ) RF camera 현재의 효용
키예프 RF 또는 콘탁스 RF 카메라를 현재의 기준에서 빈티지 카메라로 사용에 적절한지 묻는다면, 대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올드 카메라 애호가 중에서는 아직도 충분히 사용할 가치가 있는 카메라로 콘탁스 RF 카메라나 키예프 RF 카메라를 평가할 수도 있겠다. 아직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잘 담아내는 훌륭한 카메라이고 활용하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카메라이다. 하지만, 같은 값을 치르고 선택한다면 다른 대안이 되어줄 올드 카메라들도 꽤 많다. 출시 당시에는 매우 뛰어난 카메라였지만 라이카 M3 이후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의 놀라운 변화와 편리함은 무시하기에는 너무 아쉽다. RF 카메라에서도 고가의 라이카나 니콘 RF 카메라 등을 고집하지 않더라도 캐논의 라이카 타입의 RF 카메라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비록 마운트 방식이 라이카의 M39 방식이나 M 마운트 방식과 다른 콘탁스 RF 마운트의 차이는 있겠지만, 호환 어댑터를 사용하여 콘탁스 RF 마운트의 렌즈를 사용할 수도 있다.
키예프 RF 카메라 본체 성능은 현재의 기준에서는 불편한 점이 많다. 휴대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단단하고 튼튼하다. 좁고 어두운 파인더는 '보고 찍는다'는 사진의 당연한 명제에서 전제 조건인 '본다'라는 것에 만족스러운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당시 기준에서는 밝은 뷰파인더지만 현재의 기준에서는 그리 밝지 못하고 좁은 시야 제공에 그친다. 그리고 둘째는 편의성이다. 비록 수동 포커싱이나 기타 액세서리를 활용한 방법에 숙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많은 부분에서 불편하고 비효율적이다. 측광을 위한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거나 측광 장치가 달려있는 버전이라 하여도 카메라 본체의 설정과 연동되지 않는다. 그리고 설계 당시의 기준에서 보면 개선된 필름 장전 방법이었지만 현재의 기준에서는 이것도 불편하고, 셔터 스피드 설정에 있어 유념하여야 하는 점 등등도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다.
마지막으로 카메라의 내구성 문제다. 금속 재질의 셔터는 그 재질에서 주는 튼튼한 느낌과는 어울리지 않게 잘 고장 난다. 직물로 만들어진 셔터 리본은 세월 탓에 쉽게 부서지고 끊어진다. 멋진 기계식의 구조와 설계, 밸런스 좋은 외형과 묵직한 무게감, 그리고 콘탁스 RF 마운트의 매력적인 렌즈들을 가지고 복고풍 감성을 자극하는 카메라이고 현재의 기준에서 봐도 훌륭한 기본 장착 렌즈들을 장착하고 아직도 훌륭한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셔터의 구조상의 내구 문제나 여러 촬영 편의성 등등을 감안하면, 이제 그만 은퇴하여 장식장에서 편안한 노후를 즐겨야 할 카메라가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는 키예프의 성능 문제가 아니라, 효용적인 측면에서 키예프나 콘탁스 RF 카메라를 대체할 수 있을 보다 저렴하고 다양한 편의 기능과 간편하고 가벼운 소형 필름 카메라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콘탁스 RF 마운트 방식의 카메라를 반드시 고수하여야 한다면 Nikon RF 카메라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몇 번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뷰파인더 문제의 개선이 있었고, 콘탁스와는 다른 셔터 구조로 셔터 문제에 있어서도 좋은 대안이 된다. 비교적 최근에 제조/단종된 코시나-보이그랜더의 Bessa R2C 등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카메라 본체의 경쟁력과는 무관하게 칼 자이스의 광학 정수가 녹아 있는 Contax RF 마운트 방식의 렌즈들을 아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운트 방식은 매력적이다. 이 탓에 키예프 RF 카메라는 마운트만 분리해서 간단한 가공 이후에 렌즈만을 다른 카메라에 장착하기 위한 어댑터로 개조되는 등의 수난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초기에 생산된 키예프 카메라는 콘탁스 II나 III의 부품용으로 분해되는 경우도 많다. 이래저래 세월의 흐름 앞에 본래의 빛을 잃어가는 상황도 그렇고, 패전의 쓰라림과 함께 타국으로 볼모가 되어 끌려간 굴곡의 세월을 보낸 노병을 대하는 것 마냥 슬픈 카메라의 이야기가 오버랩되는, 그런 의미에서는 참 안쓰러운 카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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