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 Zeiss Biogon 35mm f2.8과 jupiter 12
주피터(Юпитер) -12는 Contax RF 카메라에 교환용 광각 렌즈였던 'Zeiss Biogon 35mm f2.8'의 소련 복제 버전이다.(전쟁배상으로 자이스의 광학기술을 받았다는 주장이 있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일부 생산설비와 반제품 상태의 부품, 그리고 연구/개발/생산 기술자를 강제로 러시아(현재의 우크라이나 등)에 강제 이주하여 자체 생산을 시작) Zeiss Biogon 35mm f2.8는 자이스의 Sonnar 광학식을 재설계한 것이 Biogon으로 불렸던 렌즈이지만 근래 설계된 비오곤 렌즈 설계와는 큰 차이가 있다. 현재의 Biogon 설계는 대칭형 광각 설계의 영향과 역초점 광각(레트로 포커싱) 설계의 영향을 각각 반영하여 꽤 많은 변형이 이루어졌다. (아래 Biogon 21mm f/4.5 참고) 전혀 별개의 렌즈라고는 할 수 없지만, Biogon 35mm f2.8의 광학 설계에서 Biogon 21mm f4.5까지의 과정에서 다양한 광학 기술적 아이디어의 변화/융합을 엿볼 수 있다.
비오곤 광학 설계의 장점은 왜곡 수차가 매우 낮다는 점이다. 초기 광학 설계에서 광각렌즈에는 술통형 왜곡(Barrel distartion)이 문제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면부가 작은 레트로 포커스 방식의 광각렌즈에서는 실패형 왜곡(Pincushion distartion)이 나타나기도 한다) 초기의 비오곤 설계식은 대칭형의 설계는 아니지만 비교적 왜곡 수차가 잘 억제되었다.
▶ 초기 Jupiter 12의 다사다난한 사정
2차 세계대전 배상의 일환으로 독일 자이스 이콘의 광학기술과 설비, 인력 등을 입수한 소련은 KMZ를 통해 자이스의 여러 제품을 복제(초기에는 부품을 직접 독일 예나에서 조달하기도 하였다)하여 생산하게 되었다. 그 일련의 복제한 생산품 중 하나가 Jupiter 12이다. 1947에서 1948년에는 독일에서 제공받은 광학유리를 사용하여 최초 샘플을 제작했다. 이후 초기 몇 해의 KMZ에서 생산된 수량은 제한적이었는데 이는 광학 유리의 재고 소진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이 탓에 초기 KMZ의 독일 광학 제품들은 독일 자이스産 못지않은 광학성능을 가진 렌즈로 고평가 받기도 한다, 초기에 독일에서 직접 광학유리 등을 제공받은 이유는 주피터 렌즈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독일 광학 유리와 당시 소련의 광학 유리가 광학적 성질(광학 유리 소재에 따른 굴절률 등)이 달랐다. 즉, 독일 자이스 광학 설계에는 독일산 광학 유리로 렌즈를 제조할 수밖에 없었다. 광학유리는 원재료(Raw material glass)의 성분 및 특성과 제조공정 상의 첨가물 등에 따라서 광학적 성질(굴절율과 투과율, 분산율 등)이 달라지므로 광학유리의 광학특성이 동일하지 않다면 렌즈의 광학 디자인도 이에 맞게 수정되어 재설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초기에는 독일에서 기존의 독일 광학유리를 제공받아서 제한적으로 생산했으며, 소련 광학 유리의 특성에 맞춤형 재설계가 완료된 195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인 소비에트의 렌즈들이 제조/생산 된 것이지 싶다.
1952년 외형 일부의 변화와 함께 KMZ에서는 Contax RF 마운트의 주피터 12를 본격적으로 제조/생산이 이루어 진듯 하다. 이후 소련의 주요 생산 거점에 따라 제작 조합의 마크와 외형의 일부 작은 변화나 외부 색상에 차이를 보이며 제조되었고 마운트 방식은 조르키와 Kiev 등의 카메라에 따라 M39 마운트와 Contax RF 마운트가 각각 적용되어 제작되었다.
렌즈의 주요 사양은 초점거리 35mm 단일 초점거리이며, 화각 63˚, 조리개는 F2.8~F22, 조리개날은 5매, 최근접 촬영거리는 0.9m, 무게는 130g, 필터 구경은 40.5mm이며 필터 고정 링과 조리개 조절 부위가 동일하여 필터 장착한 상태에서 필터를 돌려 조리개 값 변경이 가능하다.
▶ Jupiter 12에 대한 사소한 감상
주피터 12의 광학적 특징은 잘 억제된 왜곡 수차 그리고 기본에 충실한 무난하다는 인상을 준다.(비오곤 35mm f2.8과 동일) 장점은 무엇보다 광학적 성능에서 빈티지 35mm 광각렌즈로서의 준수함이다. 후면부가 심하게 돌출된 형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주피터 12는 KIEV 카메라의 대표 광각 렌즈로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만들어졌다.
단점으로는 특이한 후면부(후옥) 돌출 구조로 인해 적용될 수 있는 카메라가 제한적이라 아쉽다. 디지털 카메라 이종 장착을 위한 경우에도 미러 공간 때문에 여유공간이 없는 SLR의 경우에는 당연히 불가능하고, 상대적으로 플랜지 백 거리가 짧아 여유가 있는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의 경우에도 이미지 센서 주변을 둘러싼 구조 탓에 개조하지 않고 (포커싱의 무한대 구간까지 모든 초점 영역에서) 장착 사용이 가능한 카메라가 흔하지 않다. 조리개는 무단이며 조리개 조작부는 렌즈 전면의 작은 돌출 링을 조작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경통 측면에 위치하는 조리개 조절 링 비해 조작 편의성이 많이 떨어지고 꽤 불편하다.
비오곤 35mm f2.8 렌즈는 오래전부터 사용해 보고 싶은 렌즈였다. 특이한 외형뿐만 아니라, Sonnar 타입 렌즈의 개성 있는 랜더링 특성을 좋아해서 빈티지 비오곤 렌즈의 묘사력이 무척 궁금했다. 후면부 돌출로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에서도 이종장착이 안될지도 모른다는 염려도 있었다. 몸에 베인 게으름 탓에 차일피일 미루던 중에 Contax RF 이종 장착이 가능한 어댑터를 장만하게 되었고 내친김에 리스크 최소를 위해 Jupiter -12를 구매했다. 후지필름의 X-pro1 카메라에서는 촬영거리 0.9m 구간에서 1.2m 구간 정도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소니 미러리스 a6000에서도 거의 비슷하며, 그 이상의 촬영거리로 초점을 이동할 경우에는 렌즈 후면의 돌출부가 내부의 이미지 센서 보호 목적+셔터 박스의 테두리에 걸린다. 소니 a7 풀프레임 카메라 정도에서 정상적인 포커싱이 가능하다. 절반의 성공이지만, 한편으론 Zeiss Biogon을 고집하지 않은 소심한 결정이라 다행이다.
소니의 A7 시리즈의 경우 풀프레임 센서라서 문제없이 장착/사용이 가능하다.(이미지 센서가 커서 셔터박스도 크다) 이종교배와 관련해 하나 더 덧붙이자면 렌즈의 후면 요소가 촬상소자에 최대한 근접하는 광학설계의 특징으로 인해 이미지 센서의 방식에 따라 촬상소자면에 빛의 조사각 문제로 촬영 결과물 주변부에 마젠타 color fringing과 광량저하 등이 나타날 여지가 있다.(이는 촬상소자에 최대한 근접하는 후면 사출부-일본식 조어로 흔히 '후옥'이라 칭하기도 한다-을 가진 렌즈들의 일반적인 특징으로 이종장착 시에도 종종 발생하는 문제이다. 이면조사형 Exmor R CMOS 센서가 적용된 카메라에서는 이 문제가 크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다.
빈티지 애호가 입장에서 최대 개방에서의 빈티지한 랜더링이 재미있다. 최대 개방에서도 비교적 선명하여 해상력이 나빠 보이진 않지만, 대비가 낮은 느낌이다. 조나 특유의 랜더링 특성이 있고 색 재현력/발색이 기분 좋게 묻어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왜곡이 없는 점은 인상적이다.
단점은 조리개 개방에서 주변부의 광량 저하가 심하다. 조리개 개방에서도 선명함과 높은 대비를 선호한다면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골방의 책상 위 막 사진으로 마무리를 대신한다.(골방이므로 조리개 값이 최대 개방 상태이며, ISO 감도도 높아 입자가 거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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