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러시안 렌즈 정리 연작 포스팅에서 Jupiter 렌즈를 개괄적으로 한번 정리할 때 나왔던 '주피터 - 8' 렌즈이다. 칼 자이스의 조나(Carl Zeiss Sonnar) 5cm f2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러시아에서 재설계를 거쳐 제작한 렌즈이며, 장착된 카메라 또한 Contax II를 복제한 러시아 RF 카메라 'KIEV'다. 마운트 규격은 콘탁스 RF 마운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Contax RF 마운트는 이중구조로 렌즈와 카메라 바디를 결합하는 구조와 렌즈의 초점 조절을 위한 헬리코이드 구동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교환용 렌즈에는 별도의 초점 조절링과 헬리코이드 구동 장치가 필요 없는 구조이므로 일반적인 렌즈보다 심플하고 콤팩트 한 특징을 보인다)
● ЮПИТЕР-8 (jupiter-8)
50mm의 화각 F2에서 F22의 조리개 값을 가지며, 9장의 조리개날을 가진다. Carl Zeiss sonnar F2/50mm의 카피형 렌즈이며 쥬피터 렌즈 중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어 쉽게 접할 수 있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조나 광학식을 큰 부담 없이 경험해 볼 수 있다. 3군 6매의 광학 구성을 가지고 있고, 필터 규격은 40.5mm이다.
Carl Zeiss jena sonnar 5cm f 2.0
Jupiter 8, 3군 6매의 구성
- jupiter-8의 단계별 발전과 변화
▶ Zorki M39 마운트 http://www.sovietcams.com/index.php?-483601546
▷Kiev Contax RF 마운트 http://www.sovietcams.com/index.php?-1090910983
이번 포스팅에서 Contax RF 마운트 규격이 적용된 주피터 8 렌즈에 대해 수다를 나눠보자. Jupiter-8 렌즈는 Zeiss Sonnar 5cm f2를 러시아에서 카피하여 제작한 렌즈로 익히 알려졌다. 1948년과 49년에 걸쳐 당시 구 소비에트 연방의 광학유리가 독일의 광학유리와 그 특성이 달라 '자이스의 조나' 설계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었고 이에 일정기간 재설계 과정을 거쳐 '주피터 8'로 본격 제조되었다고 한다.
재설계 과정을 거쳐 1950년부터 주피터 8의 '초기형'이 제작되었고 'Kiev' 카메라에 기본 장착되어 오랜 기간(약 30년) 생산되면서 시기별로 몇 번의 소소한 변화를 거친 각 버전이 존재한다. 눈에 띄는 주요 변화만 다루어 보면, 1957년 이후에는 업그레이드 버전을 의미하여 명칭 뒤에 'M'을 붙여서 사용(Jipiter-8M)하게 되었고 네임 링에 표시되던 'П' (red 'P') 형상이 이 버전을 전후하여 더 이상 표시되지 않게 변경되었다.('П' 각인된 렌즈를 '레드 P' 버전으로 통칭된다) 1967년을 전후하여 전면 네임 링의 표기 방법에서 변화가 나타나는데, 종례의 초점 거리를 5cm, 최대 개방 조리개 값 1:2 표기하던 것을 2/50으로 간명한 표기로 바꾸었으며, 초점 기준점 인덱스 또한 검은 삼각형에서 붉은 점으로 바뀌었다. 1978에는 네임 링의 초점거리 표시를 기존 2/50에서 2/53으로 변경되었다. 광학설계의 재설계에 대한 언급은 없고, 초점 거리가 50에서 53으로 변경된 점만 확인된다. 단지 표시상의 차이인지 초점거리(화각)의 변화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Jupiter-8은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러시아 광학유리의 특성에 맞추어 재설계되었지만, 자이스의 조나 5cm f2의 광학적 설계를 그대로 계승한 수준이었으므로 광학적 성능도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조나 광학식 특성은 간명한 광학적 구조 3군 6매로 구면의 반사율을 억제하여 투과율을 높일 수 있었고, 제조 등이 용이한 구조, 동시에 밝은 프라임 렌즈이며, 광학성능에서는 당대 최고의 우수한 선예도와 발군의 묘사력을 보여주는 렌즈였다. 특히 렌즈 구면의 코팅 기술이 일반화되기 전 30년대 초반에 등장한 Sonnar는 당시에는 경쟁자들의 기술 수준을 한참 앞서는 우수한 광학 설계였다.(비슷한 시기의 라이카의 엘마-Elma-는 밝기에서 f3.5 머물렀고, 더블 가우스 계통 렌즈 설계는 T 코팅이 개발되고 나서야 렌즈 설계에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구 소련에서도 이러한 조나 광학식의 장점은 십분 발휘되어 Contax RF 카메라 복사본 KIEV 카메라에 기본 장착 표준 렌즈로서 Jupiter-3 (50mm f1.5), Jupiter- 9 (85mm), Jupiter-12(35mm)와 더불어 오랜 기간에 걸쳐 제조되었다.
비록 더 밝고 큰 구경의 Jupiter 3도 있지만, 조리개를 열어 얕은 심도 표현이 가능하고 조나 특유의 묘사력은 단지 선명하기만 한 렌즈 이상과 뛰어난 색 재현력을 보여준다. 조나의 묘사력을 '입체감'으로 평가하는 평도 있지만. 개인적 감상으로는 잘 그려진 회화 풍의 묘사력이라 느껴지는데 이는 원근의 입체감과 색 재현력(발색)이 조화롭게 표현되는 장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올드 렌즈들의 광학적 성능은 최신의 렌즈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단지 개방 조리개에서의 선예도와 해상력으로 모든 렌즈를 획일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렌즈의 가치 평가에 있어 미흡하고 부족한 방법이며, 이런 몰개성의 평가방식이나 순위 매김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나의 조리개 최대 개방에서의 해상력/선예도, 대비 등은 지금의 최신 표준 단렌즈에 비하여 우수하다고 평하기에는 무리가 있고(제작 출시될 당시의 기준으로 우수한 선예도가 옳은 표현이겠다. 특히 최근의 고화소 디지털카메라에 요구되는 선예도와 해상력은 매우 엄격하고 높은 수준이므로 올드 렌즈의 최대개방 조리개값의 화질은 최근의 기준에서 선예도와 해상력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조리개를 일정 조여주면 해상력과 선예도는 지금 기준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조리개 최대 개방에서의 광학 성능에서 최신 렌즈의 해상력에 견주에 평가하는 것은 가혹한 평가 기준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해상력과 선예도 저하의 주된 원인인 광학 수차 문제에서도 잔여 수차가 일정부분 존재할 수밖에 없다. 비구면 요소와 고굴절, 저분산 광학요소 등 이후의 기술적 진보와 통해 결점을 치유/보정한 최근의 렌즈들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점을 강조한다면 Jupiter-8 렌즈는 그저 그런 구시대의 한물간 렌즈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구시대 유물 같은 렌즈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디지털 카메라에서도 개성 넘치고 쓸만한 렌즈이기도 하다. '나쁜 렌즈는 없다'는 렌즈 마다의 다양한 특성/가치를 인정하면 Zeiss sonnar 5cm f2에 버금가는 성능으로 조나의 장점을 효율적인 기회비용으로 맞볼 수 있는 렌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반드시 자이스 조나의 대안이나 대용일 필요도 없이 쥬피터 자체로도 매력이 있다.(개인적인 경험과 감상으로는 실제 칼 자이스 조나와 주피터 렌즈의 실사용에서 비교하기에 어느 것이 더 뛰어나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조나 광학식이 보여주는 이 렌즈만의 개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간명한 구조로 심플하고 빌드 품질 또한 우수하다. 무엇보다 개성진 조나 묘사력을 가지고 있고, 다루기 편리하다. 이 정도면 좋은 렌즈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소양은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은가. 다만 이름값에서 오리지널리티의 자이즈 조나 그늘에 가려져 있을 뿐이고, 최근의 눈부신 광학 기술 발전의 수혜를 입은 최신의 렌즈가 광학 성능(특히 개방 조리개에서의 해상도와 선예도)에 괄목상대한 발전이 놀라운 것일 뿐이다.
단점이라면 비교적 근래의 코팅이 적용된 Jupiter-8M 2/53 버전의 렌즈에서도 '글로우-Glow-'로 인한 빛 번짐이 자주 나타난다. 러시아 렌즈들은 일반적으로 코팅 기술에 문제를 보이는 듯하다. 밝기(명도) 차이가 큰 피사체의 경계선 부위에서 나타나는 글로우는 플레어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인다. 그리고 코팅의 내구성도 그리 뛰어나지 않아서 쉽게 코팅에 흠집이 생긴다. 빛망울(보케)의 표현에 있어서도 더블 가우스 타입의 렌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뛰어나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는 개인적 감상이고 실제 조나 타입의 보케나 빛망울에 매우 좋은 평을 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더블 가우스 타입의 렌즈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대구경의 더 밝은 렌즈들이 대부분이고 빛망울이나 보케 등의 표현에 있어서도 특화된 좋은 렌즈들이 존재한다. 일단 커다란 빛망울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구경에 밝은 조리개 값이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고 이런 상황에서 조나 설계를 기반으로 한 렌즈들에게 있어서의 보케 비교는 상대적으로 수수하게 느껴진다.
이 렌즈의 일정 조리개 값에서의 글로우 현상은 조리개 개구의 모양에 의한 빛의 회절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П' 버전과 현대화 버전을 비교한 포스팅에서 다루었다.
2016/08/21 - [Soviet & Russian Camera & Lenses] - 주피터 Jupiter-8 5cm f2 'П' (contax RF 마운트)
그리고 포커싱을 위한 헬리코이드가 카메라 본체 마운트 부위에 위치하여 갖는 렌즈 구조의 심플한 장점은 반대로 렌즈 포커싱을 위해 헬리코이드 작동 시 렌즈가 회전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설계하는 것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포커싱을 위해 헬리코이드를 회전하면 렌즈도 함께 회전하게 되므로 방향성이 있는 후드(사각, 꽃잎 모양 후드 등)를 사용하기에는 부적당하다.
'주피터'는 헬리오스나 미르, 인더스타에서보다는 2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 자이스의 광학 특성을 간직한 즉, 소비에트식 또는 러시안식 변형과 개량이 크게 발현되지 않은, 원형의 Sonnar 렌즈 설계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준다. 독일로부터 입수한 자이즈 광학의 정수가 소비에트의 주피터 렌즈에서는 비교적 그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그 특성 또한 충실하게 결과물로 구현된다. 이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조나 설계 기반의 표준 렌즈를 보다 손쉽게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물론 엄밀하게 살펴보면 거의 유사한 광학 설계에 의해 탄생한 Zeiss의 Sonnar와 소비에트의 Jupiter라 해도, 렌즈 제작에 당시에 각각 적용된 광학유리의 품질(광학유리의 구성성분의 차이로 인해서도 광학적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과 제조한 공장. 기술자의 숙련도 등에 따른 가공기술 차이로 인한 품질적 우위가 있을 수 있지 싶다. 그리고 같은 이유에서 광학적 설계나 스펙 상의 어떤 변화가 없는 경우에도, 어느 시절, 어느 때 생산된 특정 품번 대가 가장 좋은 성능을 보인다는 평들이 존재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일한 지역 동일한 회사에서 제작된 경우에도 사소한 차이로 품질 또는 성능의 차이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흔히 최신의 제품에서도 우리가 "뽑기"의 운을 믿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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