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렌즈, 쓸수록 묘하다!
국제우편이 도착하자마자, 동토의 먼지라도 털어줄 속셈으로 분해 청소를 했다. 사진을 찍어보기도 전에 행하는 과감한 애정? 표현은 사실, 렌즈의 광학구조 따위에 집착하는 특이 습성 탓도 크지만, 고장이 나서 사진 한 장 못 남겨도 큰 아쉬움이 없다는 뜻이 더 강했으리라! 구매하기 위해 지불한 비용은 충분히 그럴만했다. 이처럼 큰 기대를 받지 못하고 처음 몇 번 사진을 찍고는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했다.
"볼셰비키의 저렴한 인민 렌즈가 그렇지 뭐!"
한동안 얕잡아 보고 쉽게 여겼는데,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런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화질이나 다른 특출 난 장점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은근히 마음을 끄는 것이 있고, 현재의 거래 가치에 빗대지 않더라도, 진득함이 늪처럼 빠져들게 하고, 플레어에 취약한 부분만 제외하면 무엇이든 평균 이상인 듯 느껴지기도 한다. 최신의 날카로운 선예도와 고해상력의 렌즈와는 완전히 반대편에 선 렌즈이다. 선예도와 해상력은 최신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지만 칼날같이 쨍한 고 해상력의 렌즈가 갖지 못하는 개성이 있다. 조리개 최대 개방 근처에서는 적절하게 뭉개지며 그림 느낌과 발색을 만들고 조리개를 조여주면 나름의 예리함을 찾는다.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다른 렌즈들도 사진을 찍고 정리를 하고 싶은데... 자꾸 이 오래된 볼세비키? 친구가 카메라 위에 달려있다. 내 눈과 감성은 저렴한 인민의 그것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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