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MF에 대해 많이 다루었으니 그 대척점에 있는, 엄밀하게는 원리는 동일하고 포커싱 장치의 구동과 제어를 기계적 방법에 의존하는 오토 포커싱(AF)에 대해서도 다루어 보자.
카메라의 AF 속도 향상은 꽤 눈부시다. 몇 해 전의 출시되어 고성능/초고속 AF 성능으로 회자되던 카메라의 AF 작동에도 이제는 갑갑증을 느낄 정도다. 기술적인 발전의 속도가 빠른 것보다는 우리가 그런 변화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몇 해 전의 컴퓨터가 이제는 웹 서핑에서 조차 느려 터지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것일까.
최근 주요 관심사가 올드 카메라 또는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이다 보니 DSLR 카메라에서의 용어/메뉴 옵션과 일부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란다. 개인적으로 DSLR 시대 나아가 미러리스까지 포함된 전문 스틸 카메라 시대는 급격히 저물어 가는 신세라 크게 개의치 않았다. DSLR이든 미러리스 카메라이든 이제는 본격적인 스틸과 결합된 영상/음향 기록기로 하이브리드화? 되어야 그나마 좀 더 존속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비관적인 생각이다.
▶ 오토 포커싱의 원리 /상면 위상차 검출(Phase detection) 과 콘트라스트 검출(Contrast detection) 그리고 하이브리드(Hybrid) AF
사실, MF에서 초점을 맞추는 원리와 지금의 AF에서 포커싱 검출 방식은 동일한 원리이다. 카메라 렌즈를 통과한 상의 대칭 끝단의 위상차를 시각적으로 이용한 스플릿 스크린은 디지털 기술로 이어져 상면 위상차 검출(Phase detection) AF 방식이 되었고, 뷰파인더 등으로 초점면이 선명해 보이게 포커스를 조절하던 수동 조작 방식이 기계적인 콘트라스트 검출과 기본 원리에서는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단지, 보다 향상된 기계 성능으로 검출과 이를 다시 제어하는 기술의 속도가 향상되었다. 그리고 근래 새로운 하이브리드 AF 방식이 근래 새롭게 등장하였지만, 이 또한 기존의 위상차와 콘트라스트 검출법의 혼종에 불과하다.(80년대 중반부터 있었던 카메라의 하이브리드 AF 시도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다루는 하이브리드 AF 방식은 가장 최근인 2010년에 등장하였다)
상면 위상차 검출과 콘트라스트 검출 방식에 대해서는 다른 수다에서 다룬 바 있어 링크로 대체하고, 조금 흥미로운 하이브리드 AF 방식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하이브리드 AF의 원리는 용어 의미 그대로 상면 위상차 검출과 콘트라스트 검출법을 혼용하는 방식이다. 몇 해 전 신기술로 화려하게 등장하며 대표적인 미러리스 카메라의 기술 수준 향상처럼 홍보되었지만, AF 속도 측면에서만 평가하면 그리 엄청난 변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이브리드 AF 시스템의 핵심은 위상차 검출 AF의 빠른 속도와 콘트라스트 검출 AF의 정밀도의 장점을 각각 취하고 있다.(AF 속도는 기존 위상차 검출 방식에서 카메라 내부의 하드웨어 수준 향상이 일정 기여하였지 싶다. 그리고, 고화소/고해상력 이미지 센서에 걸맞은 오토 포커싱 검출의 정밀도 향상이 눈에 띈다. 다시 말해 콘트라스트 검출 법만 적용하던 카메라에 비해서는 AF 속도의 향상은 눈에 띄고, 위상차 검출 AF 방식만 적용되던 카메라에 비해 AF 정밀도 향상의 시너지 효과는 꽤 유용하다)
하이브리드 AF가 가져온 또 하나의 장점은 초점이 맞는 피사체 부분을 다중으로 표시하는 기능이 아닐까 생각한다. 디지털 카메라 내부에 장착된 프로세서의 성능 향상과 더불어 기존의 단일 또는 복수의 초점 맞는 지점 표시 방식에서 보다 개선되어 프레임 내에 초점이 맞는 피사체를 다중으로 표시하는 기능을 예로 들 수 있다.(이 기능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초점이 맞는 면의 콘트라스트가 강한 부분을 여러 개 표시하는 비교적 단순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 오토 포커싱 모드 선택 / AF mode
제품 사용 설명서에서 늘 상 보던 내용이므로 개념만 간단히 정리해 보자.
AF-S
싱글 AF - 릴리스 버턴을 반쯕 누른 일명 '반(半) 셔터' 상태에서 초점이 고정되므로, 정지된 피사체에 알맞다.
AF-C
연속 AF- '반 셔터'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피사체가 이동 등의 이유로 거리 정보가 변함에 따라서 초점이 계속 조절된다. 움직이는 피사체에 알맞다. (캐논에서는 AI servo라고 부른다)
MF
수동 포커스 - 카메라 렌즈의 초점 링을 조작하여 수동으로 초점을 맞춘다.
SONY 일부 카메라에서는 AF-A 모드가 있는데, 이는 피사체의 상태 즉, 움직임 여부에 따라 AF-S와 AF-C 모드가 자동으로 선택되는 기능이라고 한다. 즉, 움직임이 많은 피사체에 대해서는 AF-C 모드가 활성화되고, 정적인 피사체는 AF-S 모드가 자동으로 선택된다. 하지만, 그 구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종종 반 셔트로 초점을 고정하고 구도를 조정하는 경우 초점 고정이 풀리는 등 불완전한 면이 있다. AF-S와 AF-C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사용하기 어려운 일반적이 사용자를 위한 편의 기능이며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자동 모드가 하나 더 추가된 정도의 기능이다. 그리고 DMF 모드 또한 기본 AF 초점에 수동 초점 조절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자동 AF의 정확도가 수동 MF보다 우수하므로 정밀한 초점 조절 기능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단순히 AF가 부정확해지는 예외적인 상황(저조도 또는 아무런 질감이 없는 단일 색의 벽 등)에서 제한적으로 효과가 있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 오토 포커싱 영역 모드 선택 / AF Area mode
자동 초점 영역 설정에서의 모드에는 각 제조사별로 소소한 차이가 있는데 대표적인 후지와 소니의 메뉴 항목 모드를 정리하면 먼저, 후지의 정점/영역/광각 추적, 그리고 소니의 초점 영역 와이드/존/중앙, 그리고 초점 영역 플랙스블 스폿 S/M/L 모드를 들 수 있다.
기존의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AF 포커서 초점 영역 선택에 자동과 수동 즉, 오토 에리어와 수동 에리어로 단순한 선택 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카메라에서는 하이브리드 AF 방식이 도입되면서 좀 더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각각 유용한 기능/효과도 있지만, 새로 적용된 기술이다 보니 아직 활용도에서는 그리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특히 초점 영역 모드에서는 영역의 크기를 일정 조절하는 모드는 반드시 필요한 구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AF-S와 AF-C 모드에 따라 전반적인 AF 속도 문제와 프로세싱 처리 데이터 부하의 문제, 그리고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가장 큰 단점인 배터리의 과도한 소모 등의 문제에 따라 기능을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모드 옵션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점' 모드는 AF 측거점 중 선택 가능한 점의 영역을 사용자가 직접 조작하는 모드이고, '영역' 모드는 전체 구도 중 일부 영역 이내에서 AF-C 또는 AF-S 선택에 따라 초점 모드가 작동한다. '광각/추적' 모드(기존 '오토 에리어'와 유사한 설정)는 전체 구도에 AF-S 모드 결합하여 자동으로 AF 지점이 선택되고 AF-C 모드와 결합하면 전체 구도에서 움직이는 피사체의 초점 변화를 추적한다.
글로 설명하니 좀 어렵게 느껴지지만, '정점'은 초점 영역의 '수동 에리어'와 동일하며, '영역' 모드와 '광각/추적' 모드는 기존의 '오토 에리어' 모드에서 일부 가운데로 영역을 제한할 것인가 또는 전체 영역에 걸쳐 '오토 에리어' 기능을 사용할 것인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소니의 AF 초점 영역에서 와이드와 존, 중앙 모드는 초점 영역의 범위를 전체 구도 내에서 선택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고 유용한 기능으로 '초점 영역 플레스블 스폿'의 크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초점이 맞추는 스폿 영역의 크기를 조절하여 원하는 한점 또는 영역에 더 적정하게 또는 스폿 영역의 확대로 정밀함 보다는 빠른 속도에 치중한 AF 조절이 가능한데 이런 세세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어서 무척 인상적이다.(최근의 Sony 카메라에서는 AF 추적 감도 조절, 영역 선택 등 다양한 기능들이 있어 역시 '소니'다운 다 기능의 풍부한 옵션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런 세세하고 다양해진 AF 모드 옵션은 정작 기존의 AF 방식에 익숙한 스틸(still) 카메라에서는 그 편리함이 크게 체감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영상 촬영에서 AF 모드 선택 옵션은 다양한 선택 옵션을 제공하여 활용도가 매우 높아진다. 그렇다고 해도 영상에서의 follow facus를 위한 AF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갈 길이 멀어 보인다.
▶ AF 측거점의 선택
렌즈 교환형 카메라의 AF 성능은 비단 카메라 본체의 AF 성능뿐 아니라 각각의 장착되는 교환용 렌즈의 AF 성능(포커스 모터의 종류와 구동 방식 등에서 차이가 발생)과도 관련되어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AF 성능은 'AF의 정확도'와 'AF 속도'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AF 정확도는 AF 초점이 맞는 부분의 선명함 정도에 대한 정확도의 의미와 그리고 초점을 맞추려는 대상을 추적하는 정확도 등 AF 기능이 복잡한 만큼 매우 포괄적이고 많은 기능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또는 얼굴 인식이나 추적 모드 등에 의해 활성화되는 AF 측거점의 수와 AF의 속도나 정확도와 직접적인 관련되기도 한다. 최근 많은 AF 측거점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특히 AF-C 모드와 피사체 추적, 그리고 아래에서 언급할 얼굴 및 눈동자 인식 AF 등의 정확도와 관련된다. (AF 측거점의 의미는 위상차 또는 콘트라스트 AF 센서가 이미지 센서 상에 분포도와 동일한 의미다. 현실적으로 AF 측거점을 많이 늘리면 AF 성능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AF 센서 분포만큼 반대로 포토다이오드의 수광 면적이 감소하므로 화질에서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개연성도 높다)
▶ 얼굴 인식 AF와 눈동자 인식 AF
얼굴 인식 AF와 눈동자 인식 AF는 인물 촬영에서 효용도 뛰어나지만, 영상 촬영 모드에서 간단히 인물 중심의 영상 촬영에서 AF 효용을 매우 높여 준다. 엄밀하게 따지면 AF 단계에서의 얼굴 인식 기술(여러 사람의 다른 얼굴을 인식하고 구분하는 기술)이라고 할 단계는 아니며 '얼굴 영역 추출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촬영된 사진을 분류/선별하는 옵션에서는 특정인의 얼굴을 등록하고 이를 통한 낮은 단계의 얼굴 인식 기술이 적용된다) 따라서 효용에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 다수의 인물이 있는 사진에서 원하는 인물에만 선택적으로 초점을 적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두 명의 인물을 피사체로 할 때 매우 유용한 AF 옵션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기술이 더 발전해서 보다 폭넓게 활용된다면, 영상 촬영에서는 AF 기능이 촬영자가 의도한 곳으로 선택적 또는 전환, 이동, 추적 등의 세밀한 조정이 어려운 단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물의 움직임에 따라 얼굴 또는 눈동자로 중심으로 포커싱이 유지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최근에는 터치 디스플레이 조작 기술 등이 결합되어 AF 기능에 미비하던 선택적 초점 이동 등을 보충하고 있다. 미세한 AF 조정이나 그리고 촬영자가 의도하는 피사체로 초점 이동의 조작이 비교적 쉽고 정확하게 이루어진다. 물론 영상에서의 포커싱 이동은 사진 촬영과 달리 포커싱 이동의 연속적인 표현 등이 중요하고 이를 옵션에서 포커싱 이동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도 영상의 완성도에 기여해서 수동 초점 조절의 번거로움을 완벽히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 대체하여 꽤 유용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기본적인 AF의 원리는 기존의 카메라에서 계속 활용되던 오래된 방식이지만, 측정 및 제어 기술 발전으로 속도와 정확도는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발전한 듯하다. 하지만, 주어진 조건이나 입력한 정보에 따라 제한적으로 작동하는 기계인지라 촬영자자가 의도하는 바를 완벽하게 수행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우리의 의도는 때로는 자신도 종잡을 수 없을 때가 많으니 너무 무리한 요구일 지도 모른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도 영상에서의 AF 문제는 아직도 부족함이 많다. 하지만, 그 간의 하드웨어 개발로 이룬 AF 성능 개선으로 쾌적한 AF 환경의 기반을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으로 그간 해결하기 어려웠던 불편이나 한계점을 상당히 해결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비록 지금은 얼굴 영역 추출 기술 수준으로 제한적이지만, 얼굴 인식 AF나 눈동자 인식 AF도 추후 기술 발전과 함께 진정한 멀티 기능의 얼굴 인식 기술이 적용된다면 입력 또는 선택된 얼굴만을 인식하여 사진 또는 영상에서 해당 인물을 구별하여 포커싱을 추적하는 보다 향상된 기술로 업그레이드되지 싶다.
현란한 미래의 AF 기술을 상상하니 즐겁다. 하지만, 그때는 우리 모두 지금보다 늙었을 테니 마냥 낙관적이지 않다. 잠시 머물렀다 가는 인생이니 현란하고 편리한 기술 따위 기다리지 말고 현재의 기술에 만족하며 즐거운 취미생활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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