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Auto-focus(자동 초점)는 현재 카메라의 핵심적인 기능 중의 하나이고, 효용이나 이에 대한 관심 또한 지대하다. 이전 수다에서도 기능 부분에서 언급한 바는 있는데, 이번에는 AF 시스템의 원리나 구조에 좀 더 집중해서 다뤄보자. 사실 현재 디지털카메라에 활용되는 AF 시스템의 원리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지만, (히지만, 기본적인 원리만 단순할 뿐이고 소프트웨어의 측정/분석 알고리즘은 매우 복잡해서 기본적인 원리만 다룰 생각이다) 제대로 수다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필름 카메라의 자동 초점(AF) 방식부터 순차적으로 알아가는 것이 좋지 싶다. 어떤 의미에서는 필름 카메라의 AF 시스템이 더 다양하고 이해하기 어려우며 복잡하게도 느껴진다. 따라서 필름 카메라 시대의 AF 기본 원리부터 수다를 시작할 수밖에 없고, 부득이 길어지는 내용 탓에 파트를 나누어 알아보자.
자칭 빈티지 렌즈 애호가이고 수십 년을 훌쩍 넘긴 오래된 렌즈를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에 장착해서 즐겨 사용했다. 50여 년을 훌쩍 넘긴 렌즈들이 대부분이라 당연히 MF 전용 렌즈다. 큰 불만은 아니고 매뉴얼 포커싱의 손맛도 무척 좋아하지만, MF 빈티지 렌즈를 고집하다 보면 신속 정확하고 빠른 Auto focusing의 편리함이나 고마움을 더 뼈저리게 체감하게 된다. 정물이나 거리 풍경, 가벼운 스냅 등 포커싱의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사진 촬영에서는 수동 렌즈로도 디지털카메라의 포커스 확대 기능이나 피킹 등을 활용해서 여유로운 취미 생활로 즐기는 수준에서 용납 가능하지만, 중요한 촬영, 또는 대상이 인물인 촬영이나 순간 대응이 필요한 사진에서는 마냥 여유롭게 수동 초점을 고집하다가는 이도 저도 아닌 곤란을 겪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인물 촬영에서도 수동 초점을 고집하는 것은 마냥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을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닐 듯하다. 따라서 (혼자만의 잉여로운 촬영을 제외하고) 대부분 촬영에서 AF의 편리함과 신속/정확/쾌적한 성능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AF 시스템의 등장
상용화가 가능하고 실제 촬영에서도 효율적인 자동 초점 시스템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중/후반 무렵이다. 최초의 일반 소비자용(상용) 자동 초점 카메라는 1977년 11월 출시된 Konica C35이다. (최초의 상용 AF 카메라를 미놀타의 Maxxum(Dynax) 7000이라고 언급된 경우도 종종 보게 되는데, 이는 렌즈 교환형/SLR 카메라에 국한할 때이다. Minolta Maxxum 7000은 1985년 출시되었다) 그 이전부터 카메라의 자동 초점 실현을 위해 여러 실험적 시도가 있었는데, 상용화가 가능한 현실적인 성능은 하이웰의 Visitronic auto focus(VAF) system이라 하겠다. 이는 위상차 검출 자동 초점 시스템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조금 자세히 다루자.
하니웰의 Visitronic 특허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겠다.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의 거리계 원리인 수동 광학 카메라의 삼각 측량을 기반으로 한 VAF 특허(출원 1975년)와 초점면에 두 개의 서로 위상이 다른 이미지를 투사하는 두 개의 대칭 광학 구조(위상차 검출 - Phase detection)를 가지고 있는 Visitronic TCL(Through the Camera Lens) 특허(출원 1978년)이다. 70년대 중/후반에 등장한 주요 AF 시스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 그림을 참고하자. (첫 번째와 다섯 번째가 하니웰의 visitronic 시스템에 대한 내용이다)
그 외 자동 거리 측정 방법에는 캐논의 CAFS 방식 적외선을 카메라에서 피사체로 발사하고 반사되어 돌아오는 광선을 측거창에서 검출하여 그 조사각을 비교하여 피사체의 거리를 산출하는 방식(능동적인 AF 방식인 동시에 삼각 측정에 의한 전통적인 광학식 거리계 방식이 결합)과 폴라노이드의 경우 초음파를 이용해서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에 따라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 등이다. 물론 단점도 많고 그리 효과적인 AF 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VAF는 수동 초점 RF 카메라의 거리 측정 방식과 기본 원리에서 착안하고 자동 초점이 가능하도록 확장된 방식이다. 광학식 레인지파인더의 두 개의 창(window)을 통해 만들어진 '두 가지 이미지'가 일치할 때 초점(focus)이 맞는 것이고, 센서(Photosensor) 두 상을 분석하여 앞 또는 뒤로 이동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VAF는 두 개의 광학식 창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와 유사한 방식의 거리계를 가지고 있던 레인지파인더(RF) 카메라에 어울리는 시스템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카메라 본체가 아니라 교환용 렌즈에 자동 초점 기능이 결합한 형태로도 만들어졌다. (SLR 카메라 교환용의 VAF 방식 자동 초점 렌즈는 렌즈 외부에 두 개의 창이 렌즈 전면에 결합하는 형태다) RF 카메라의 광학식 레인지파인더와 마찬가지 이유로 두 창의 간격이 클수록(기선장이 길수록) 포커싱의 정확도는 증가한다.
최초의 AF 카메라 앞서 밝혔듯이 Konica C35, 렌즈가 고정된 RF 타입 자동 카메라였으며 자동으로 거리 측정하는 방식은 하니웰의 Visitronic Auto focus(VAF) 방식이었다. 이보다 조금 앞서서 그리고 수동 MF 필름 카메라에 장착하여도 오토 포커싱이 가능한 교환형 AF 렌즈가 먼저 만들어졌는데 자동 초점 방식은 역시 VAF가 적용되었고 포커싱 구동을 위한 모터와 전원 장치가 렌즈에 결합하여 조금 괴상한 형태의 렌즈가 만들어졌다. 미놀타의 Maxxum 7000과 이후 AF SLR 카메라에는 이후 VAF와는 조금 다른 방식의 Visitronic TCL을 기반으로 한 자동 포커싱 시스템이 적용되었지 싶다.
하니웰(Honeywell)은 제어 관련 제품(난방 온도계 등)을 만들고 판매하는 미국의 회사이고 PENTAX 카메라를 미국 내에 Honeywell PENTAX 브랜드로 판매해서 사진 애호가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우리나라에도 80년대 무렵 금성 하니웰 합작 회사 등으로도 그리 낯선 회사는 아닌 듯하다. 하니웰의 Auto focus 관련 특허는 이후 대부분의 자동 SLR 카메라 제조 회사에 라이선스(특허 사용료) 되었다. (특히, 최초의 AF SLR 카메라 등을 출시하며 유명세를 떨치던 미놀타는 하니웰과의 오토 포커스 관련 특허 분쟁에서 1992년 패소하면서 막대한 피해배상 + 특허 사용료 (약 1억 3천만 달러)를 부담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여러 악재가 겹쳐 회사 자체의 존립 문제(코니카와 합병 이후 카메라 사업 소니로 매각)로 비화되었다.
VAF 역시 매우 흥미롭고 효과적인 방식이지만, 카메라 전면에 거리 측정을 위한 두개의 창이 필요(두 창의 간격-기선장-이 일정 이상 확보되어야 자동 초점의 정밀도가 담보되는 방식)하므로 RF 타입의 콤팩트 카메라 등에나 어울린다. 우리의 주요 관심은 렌즈 교환형 카메라이고 TTL 방식의 측광과 측거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visitronic TCL 방식에 더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 필름 SLR 카메라의 위상차 검출 자동 초점 시스템 / PD(Phase Detection) Auto focus system
위상차 검출 자동 초점 방식은 필름 SLR 카메라에서 뿐만 아니라 DSLR,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에 까지 렌즈 교환형 카메라의 대표적인 자동 초점 방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엇보다 TTL(Through The lens) 방식이고, TTL 측광과 TTL AF 시스템의 합이 조화롭다. TTL 방식의 구조이므로 카메라에 거리 측정을 위한 별도의 창(window) 구조 등이 필요 없어서 전통적인 SLR 카메라 디자인과 큰 차이를 보이지도 않는다. 그 원리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고, 장단점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SLR 카메라 위상차 AF 시스템의 기본 원형은 앞에서 언급한 하니웰 Visitronic TCL이다.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위상차에 따라 두개의두 개의 이미지로 분리하고 이를 AF 센서에서 similar light intensity patterns로 비교/분석이 이루어진 후 이 정보를 바탕으로 초점을 맞추기 위한 이동 방향(전/후) 등을 결정하는 방식이며, 기본적인 구조는 SLR 광학식 뷰파인더를 위한 미러 뒤쪽에 보조 미러를 통해 카메라 바닥에 위치하는 AF 센서에 분할된 두 개의 이미지를 유도하는 한 쌍의 마이크로(집광, 세퍼레이터) 렌즈 등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상차 검출 방식의 원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AF 방식에 따른 장단점과 밀접하게 연관되므로 '위상차 검출 방식의 장단점'이란 주제로 물고 뜯고 맞보자. (아마도 다음 편에서 다루게 될 듯하다)
근래에는 자동 초점의 편리함이 부각되면서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더 복잡하고 부가적인 구조 증가(측거점의 증가-다점 측거 방식- 크로스 라인 측거 방식, af 센서 픽셀의 배치 변화 등) 등 개선된 기술이 추가되었지만, 기본 원리는 거의 변화가 없다. 현재까지도 DSLR 카메라의 AF 시스템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일부 DSLR과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에서는 동일한 위상차 AF 검출 원리에 기반하여 AF 센서의 위치가 이미지 센서 상면으로 변화된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 필름 SLR 카메라의 콘트라스트 검출 자동 초점 시스템 / Contrast detection Auto focus system
렌즈를 통과한 상의 콘트라스트는 초점이 맞을 수록 증가하므로 이를 검출 센서에서 인접한 픽셀 간의 콘트라스트(대조) 증감을 비교/분석하여 최대 콘트라스트가 검출될 때까지 포커싱 하는 방식이다. 대조(콘트라스트) 검출 방식은 이미지의 콘트라스트의 증감만 분석하므로 실제 거리에 대한 정보는 거의 생성하지 않으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거리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필름 카메라에서도 콘트라스트 검출 센서를 이용한 AF 방식이 검토되었지만, 느린 AF 검출 속도(당시 70년대의 센서 성능과 프로세싱 연산 능력 등을 감안하면 콘트라스트를 분석하기 위한 연산과 이를 찾는 과정에서의 렌즈 구동 방식은 빠르고 신속한 AF와는 사뭇 거리가 있었지 싶다) 탓에 위상차 검출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므로 콘트라스 검출 AF 방식은 그리 폭넓게 활용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특히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에서는 별도의 AF 센서나 픽셀 장치를 추가하지 않고도 이미지 센서에서 얻은 이미지 정보의 콘트라스트 증감을 비교하여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디지털 이미지 센서의 이미지 정보와 프로세스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별도의 AF 모듈을 설치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 콘트라스트 검출 방식의 AF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위상차 검출 방식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느린 AF 속도는 여전히 단점으로 남아있다.
AF 시스템의 위상차 검출과 콘트라스트 검출 방식의 장단점, AF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기술과 디지털 카메라에서의 AF 시스템 등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다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