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카메라와 관련한 흥미로운 수다거리를 찾아서 사진 관련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다가 재미있는 주제 하나를 물어왔다. 물론 답글도 달고 왔지만, 이에 살을 좀 더 붙여서 물고 뜯고 맞보면 흥미로울 듯하다.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 조작 링에서 '무단(stepless, clickless, de-click?) 조리개' 방식의 장단점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먼저, 대충 생각나는 데로 작성했던 댓글을 ‘복붙’하고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유단조리개의 장점은 1 f-stop씩 단계별로 되어 있어서 1 f-stop씩 조정되는 셔터 스피드나 필름 감도와 연동하기 좋습니다. 즉, 셔터 스피드를 한단계 느리게하고 조리개를 1단계 조이는 식의 조합으로 적정 노출 값에서 큰 오차없이 조리개 값과 셔터스피드 조합하는데이 매우 편리합니다. 따라서 메뉴얼 조작에 상당히 편리하고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 모드에서 사용할 때는 조리개 값 단계와 셔터 스피드 모두 1 f-stop보다 미세한 단계로 설정되는 것이 더 유리하므로 자동 모드에서 촬영된 이미지의 메타데이터 등을 확인하면 평소 볼 수 없었던 셔터 스피드나 조리개 값으로 설정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물론 무단 조리개가 영상 촬영 시에 미세한 단계 조절로 적정 노출을 찾는 것에 도움이 됩니다. 이는 스틸 이미지 촬영과 달리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나타나도록 하기 위해서(모션 블러) 셔터 스피드를 프레임 레이트의 x2배 정도로 고정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적정한 노출을 맞추기 위해 조리개를 미세한 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유단 조리개는 매뉴얼 모드로 촬영(조리개, 셔터 스피드, ISO)할 때 적정 노출을 유지하면서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의 다양한 조합을 구성하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자동 모드(조리개 우선 모드)에서 촬영한다면 무단 조리개의 미세한 단계별로 심도 등을 표현할 수 있으므로 이 때는 무단 조리개도 장점이 있어 보입니다.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 조작 링은 구조는 무단 조리개 방식에서 시작하였고 1950년대 이후 유단 조리개 방식의 렌즈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듯하다. 무단/유단 조리개 방식의 본질적인 기능 차이는 거의 없다. (너무 깊게 따지고 들 생각은 없지만, 조리개 단계 구분이 있다고 해도 기계적 방식의 조리개 조작 링을 가진 렌즈는 링을 돌려서 중간값 설정이 가능하므로 물리적 조리개 링의 유단 조리개는 무단 조리개와 거의 유사한 방식이다. 즉, 유단이지만 실질 동작은 무단 조리개처럼 가능하다. 하지만 조리개 조절링이 없고 본체에서 전기적 신호를 통해서 디지털 방식 조리개 조작이 이루어지는 조리개 방식이 진정한 의미에서 유단 조리개 방식이라 하겠다) 조리개 링을 조작하여 조리개와 연결된 커플러를 통해 조리개 개구의 크기를 조절하는 구조로 무단이든 유단이든 동일하지만, 일반적으로 조리개 값이 1 f-stop (또는 1/2 f-stop) 단계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단계 설정이 가능한 구조 즉, 조리개 단계 설정의 정확도와 편의 기능을 향상한 것을 유단 조리개, 이런 단계가 없는 경우를 무단 조리개라고 구분하지만, 엄밀하게는 이런 기계적 방식 유단 조리개는 유단이면서 동시에 무단으로도 설정이 가능하다.
조리개 값 즉, f-stop은 렌즈(광학계)의 초점거리에 입사동의 직경을 나눈 값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이전에 여러 번 주제로 다뤘으므로 생략하자.
- 구체적으로 유단 조리개는 어떤 점이 편해졌을까?
"왜 무단 조리개일까?" 하는 의문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물음의 출발점이 조금 빗나갔다. "왜 유단 조리개일까?"라는 물음이 더 이치에 맞지 싶다. 렌즈에 달린 기계식 조리개 조절 장치는 기계 장치이므로 기본적인 구조는 무단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간단한 단계별 구별되는 구조를 통해 유단으로 구분하여 작동할 수 있는 편의 장치를 보충한 것에 불과하다.
왜 무단 조리개에서 유단 조리개가 된 것일까? 이는 셔터 스피드의 설정 방식과 함께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겠다. 기계식 셔터는 일반적으로 1, 1/2, 1/4, 1/8…… 1/60, 1/125. 1/250 sec 등 1 f-stop 단계로 조절할 수 있었고, 따라서 셔터 스피드 단계와 연계하여 조리개도 1 f-stop 단계로 조절하여 노출의 변경 없이도 손쉽게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 값의 다양한 조합을 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름 감도(iso) 단계 또한 50, 100, 200, 400… 등 1 f-stop 단계로 상용 제품화되었으므로 매뉴얼 방식으로 카메라를 조작하여 사진을 촬영하는데 일관된 조작 기준(1 f-stop)의 확립으로 편의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유단 조리개의 간격 즉, 세분하여 구분되는 단계는 렌즈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1 f-stop 또는 1/2 f-stop 1/3 f-stop 단계로 미세 단계 조절이 가능하도록 발전하고 있다)
매뉴얼 조작 카메라에서 70년대를 전후하여 조리개 우선 모드 등이 카메라의 주요한 촬영 편의 기능으로 등장하였고 이에 유단 조리개는 효용이 좀 더 높아졌는데. 조리개 우선 모드의 작동 방식은 렌즈의 조리개 설정 값이 기계적인 연동 커플러 장치로 카메라 본체에 전달하고 이 값에 따라 카메라 본체는 측광 값에 따라 적절한 셔터 스피드가 정해지는 방식이었으므로 유단 조리개의 구분되는 각 단계는 기계적인 정확도를 담보하는데 꽤 도움이 되었지 싶다. 하지만 이런 기계식 연동 커플러 방식은 정밀/안정적 작동에 있어 부족한 점이 있고 렌즈를 카메라에 장착하는 마운트의 구조적인 오차도 영향을 주는 방식이었으므로 이후 이를 개선한 전기 접점 방식으로 대체되었다. 70년대 초반에 등장하여 70년대 중/후반에 거의 사라졌으니 카메라의 발전 역사에서 볼 때는 아주 짧은 기간에 불과해 보인다.
조리개 조작의 유단 기능은 단순히 조작 편의 기능 향상에 불과하므로 각 단계의 중간 부분에 조리개 링을 위치시키고 사진을 촬영하여도 사진 촬영에는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기계식 커플러 장치에 의해 카메라에 조리개 값을 전달하는 방식의 필름 카메라에서는 조리개 값을 중간 단계에 설정하는 경우에는 카메라 본체가 전달하는 조리개 값의 부정확으로 적정 노출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
모든 카메라에 유단 조리개 방식이 유용했던 것은 아닌데, 특히 영상 촬영을 위한 시네마/무비 카메라용 렌즈에서는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으므로 무단 조리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유는 스틸 이미지 촬영과 달리 영상 촬영에서는 셔터 스피드를 고정(일반적으로 프레임 레이트의 2배)한 채 사용하였으므로 노출을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은 조리개와 필름 감도 정도밖에 없었으며 필름 감도로 세밀한 노출 조절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으므로 조리개의 세밀한 조작으로 노출을 조절하는 기능이 필요했기 때문이지 싶다.
종종 영상에서는 조리개의 부드러운 조작이 필요해서 (주변 광량이 변화 폭이 큰 촬영 환경이나 어두운 실내에서 밝은 야외로 이동하는 롱 테이크 촬영 등) 무단 조리개 방식이 시네마/무비용 렌즈에 적용된다.
- 최근 카메라에서도 유단 조리개는 여전히 유용한 편의 기능일까?
앞 서 매뉴얼 조작으로 촬영하는 것에 장점이었던 간격이 촘촘하지 못한 유단 조리개는 각종 자동 기능이 강화되고 자동 모드로 촬영되는 최근 카메라에서는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다. 최근 카메라의 기계적 제어 및 전자 제어 기술은 한층 진일보해서 셔터 스피드의 단계만 하여도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다양한 속도로 설정이 가능하다. (직관적인 사용을 위해 여전히 1 f-stop 단계로 외부 다이얼이나 메뉴에서 표시되는 경우가 많지만, 세부적인 단계의 조절 기능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에 걸맞게 세밀한 단계의 조리개 설정으로 세분화되었고 설정과 사용 편의를 위해 특정 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여전히 유단 조리개 방식, 즉, 한층 세밀화된 유단 조리개 방식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대부분의 경우 사용 편의를 위해 1/3 f-stop 단계로 조작할 수 있으며 셔터 스피드 또한 조리개 단계와 동일하게 1/3 f-stop 단계로 조절하는 등 서로 연동 단계를 일치시키고 있다.
유단 조리개 무단 조리개의 구분은 외부의 물리적 장치인 조리개 조작 링으로 구분하였는데 이런 구분의 실익은 희미해지고 있지 싶다. 대표적인 많은 디지털카메라에서 조리개 조작 링 자체가 렌즈 경통의 조작부에서 사라진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전기적 접점을 통해 카메라 본체와 렌즈 사이의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이나 제어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지고 정밀해졌으므로 조리개 조작 또한 카메라 본체에서 조절할 수 있으므로 굳이 조리개 조작 링이 필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강화된 자동 기능으로 대부분 오토 모드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주요 요인일 테고. 따라서 유단 조리개, 무단 조리개의 구분 자체가 최근 렌즈에서는 무의미하지 싶다.(엄밀한 의미에서 디지털 기술은 유단 방식만 가능하고 그 단계의 세밀함의 차이 정도로만 구분할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의 본체에서 조작하는 조리개 조정은 그 단계의 조밀함에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유단 조리개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기계식 조리개는 내부 구조에 따라 유단 또는 무단 방식이 가능하다. 기계식 유단 조리개 또한 엄밀하게 따지자면 유단이 있는 무단 조리개라고도 할 수 있다) 무단 조리개는 기계적/물리적 방식으로 렌즈의 조리개 개구(입사 동공 크기)를 조절하는 물리적 조작 방식에서 가능하다. 따라서 기계식 무단/유단 조리개는 유단만 가능한 디지털식 조리개 조절/제어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방식이지만 반드시 더 효과적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작동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이나 조리개 수치를 직관적으로 확인 조작할 수 있고 미세한 조정 등으로 렌즈에 물리적 방식의 조리개 조작부와 무단/유단 조리개 방식을 적용하는 방식도 사용된다. 비록 물리적인 조리개 조작부의 효용은 불편할 수 있고 자동 기능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카메라와 썩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물리적 조작부와 디지털 제어의 적절한 조화도 개인적으로는 그리 나쁘지 않았고 렌즈에서 조작하는 기계식 조작감과 각 단계별로 끊어지는 조리개 조작의 손 맞은 아련한 필름 카메라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기재로 작동해서 단순히 사진 찍는 기계 이상의 의미로 카메라가 인식되기도 한다.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의 등장과 동영상 녹화 기능의 중요성 증대로 단순히 스틸 이미지 촬영 전용의 카메라가 아닌 동영상 녹화 기능이 결합된 최근의 카메라에서 무단 조리개 방식이 자주 등장하는 듯하다. 흔히 시네용 렌즈들은 무단 조리개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고, f-stop(초점 길이대 입사동의 크기를 나눈 계산 값) 대신 T-stop(광학계를 투과하는 광량 실측을 기준으로 한 조리개 값)을 사용하는 등 차이를 보인다. 영상 녹화의 비중이 커질수록 기존의 스틸 카메라 방식의 유단 조리개보다는 무단 조리개를 자주 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