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괜히 시작했다는 부질없는 후회가 샘솟는 조금은 지겨운 카메라 AF 시스템 연작 수다를 이번 회에서는 끝내 보자. 이전 수다에서 다뤘던 부분이 상당 부분 겹쳐서 같은 말을 계속 되풀이하는 듯해서 지겹게 느껴진다.
먼저, 하이브리드 AF 방식에 대해 수다를 시작하기 전에 이전 수다의 위상차 검출 AF 방식과 콘트라스트 검출 AF에 대해 살펴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 중복되는 수다를 피하기 위해 관련 내용의 상당 부분은 생략하거나 간략하게 언급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AF는 위상차 검출과 콘트라스트 검출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배제하는 방식이므로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 하이브리드 AF 시스템
SLR/DSLR 위상차 검출 AF 시스템은 별도 전용의 AF 모듈을 통해 구현되었는데, 이는 구조상으로도 복잡했고 미러박스가 있는 SLR 구조의 카메라에서 효과적이었으며, 광학식 뷰파인더와 AF 모듈 간의 정밀한 조정이 필요하고 이 설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실제 사용자가 의도한 것과 다른 포커싱 결과를 가져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단점을 개선하여 디지털 이미지 센서 상면에 AF 센서가 위치하는 상면 위상차 검출 센서가 등장하였다. 하지만, 상면 위상차 검출 센서를 활용한 AF의 성능은 기존 전용의 AF 모듈 방식에 비해 정밀도에서 떨어지는 성능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10년을 전후하여 등장한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는 미러박스가 없는 구조적 특징 탓에 향상된 카메라의 하드웨어를 활용한 콘트라스트 검출 AF 방식이 적용되었는데, 문제는 콘트라스트 검출 AF 방식이 AF 분석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성능 향상으로 AF 속도면에서 이전에 비해 큰 향상이 있었지만, 여전히 위상차 AF 검출 방식에 비해 속도면에서 차이를 보였고 방식 자체의 한계로 AF-c/AI 서보(servo) 등 연속 초점 모드에서 피사체의 움직임에 따른 편화 등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서 (아래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콘트라스트 검출 방식 자체의 내재된 문제이다) 효과적이지 못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상면 위상차 검출 AF와 콘트라스트 검출 AF 방식을 혼합하여 장점만을 취하는 ‘하이브리드 AF 방식’이 고안되었다. (이전에도 카메라의 AF 성능/포커싱 속도와 정밀도 향상을 위한 다양한 원리의 하이브리드 AF 시도가 있었지만, 이는 그리 효과적이지도 실용적이지도 않았으므로 생략하자) 하이브리드 AF 방식은 속도는 위상차 검출 AF 방식의 장점을 취하고, 정밀도는 콘트라스트 검출 AF 방식을 취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각각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기도 한데, 상면 위상차 AF 방식의 상대적으로 낮은 정밀도를 콘트라스트 AF 방식의 정밀도로 보완하고, 콘트라스트 검출 AF의 느린 AF 속도는 위상차 방식의 빠른 AF 속도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상면 위상차 검출 센서를 통해 측거점의 위치를 보다 넓고 다양하게 배치하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피사체의 반복 패턴 등에서 위상차 AF 검출 오류 등을 콘트라스트 검출 AF로 보완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AF 알고리즘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포커싱 시작 단계의 초점 이동 방향과 예측 초점은 (상면) 위상차 검출 AF 방식에 의존하고, 해당 포커싱 지점에 도달한 이후 정밀한 AF는 콘트라스트 검출 AF 방식에 의한다. 그리고 이전 DSLR 타입의 위상차 검출 AF 모듈 방식만 적용된 카메라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눈동자 검출 AF나 동영상 모드에서의 복합적인 AF 등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확장 AF 기능이 다양해졌다. 하이브리드 AF의 빠르고 보다 정밀하고 다양한 AF 옵션 등은 하이브리드 AF라는 보완적인 방식에 기인한 바도 있지만, 하이브리드 방식 자체의 우수함과 더불어 AF 분석 알고리즘의 기술적 발전과 카메라 내부 연산 및 프로세서 고성능화, 그리고 하이브리드 AF 시스템에 알맞게 설계 제작된 렌즈의 AF 구동 방식이 모두 어우러져 만들어진 성과가 아닐까 싶다. 일례로 초기의 콘트라스트 AF 검출 방식의 디지털 미러리스에 맞춰 설계/제조된 AF 렌즈를 하이브리드 AF 방식의 카메라에 장착 사용할 때, AF 분석 알고리즘이나 내부 연산 처리의 성능 향상으로 이전보다 조금 AF 속도에서 향상된 성능을 보일 수는 있지만, 하이브리드 AF 시스템에 맞게 설계/제조된 렌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를 체감하게 된다.
하이브리드 AF 시스템이 장점을 동영상 녹화 시 AF 성능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상 녹화에서는 피사체의 움직임이나 카메라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연속 초점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연속 초점 모드에서 하이브리드 AF 시스템 그중에서도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다수의 측거점을 가지는 상면 위상차 AF 시스템의 장점이 여실히 잘 드러나지 싶다.
▷ 캠코더/일반용 비디오 카메라의 AF 방식에 대해서
스틸 이미지 카메라는 SLR/DSLR 중심으로는 TTL 위상차 검출 AF(AF 모듈 방식)로 정지된 순간에 빠르고 정확한 포커싱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캠코더 등의 영상 녹화용 카메라에서는 조금 상황이 달랐다. 저렴한 보급형의 캠코더는 매우 작은 필름 또는 디지털 이미지 센서 크기를 가지고 1/3” 내외(1/2.3” 또는 1/2.5” 등)를 주로 채택/활용하는데 이는 스틸 이미지 카메라의 35mm 또는 APS-C, Micro 3/4에 비해 매우 작은 크기이므로 장착되는 렌즈/광학계의 초점거리는 매우 짧은 편이고, 따라서 피사계 심도 또한 매우 깊다.
캠코드/가정용 비디오 카메라의 작은 이미지 센서 크기와 광학계의 깊은 심도 그리고 광학 구성요소의 작은 직경 탓에 SLR/DSLR에 적용된 TTL 위상차 검출 AF 방식을 적용하기에는 그리 썩 어울리지 않았지 싶다.(위상차 AF 검출 방식이 TTL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다른 방식의 위상차 검출 AF는 적용 가능하다) 이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은 AF 시스템 Part 1, 2, 3 등에서 충분히 다루었으므로 간략하게 정리하자. (이런 캠코더의 특성 탓에 얕은 심도의 배경 흐림/아웃포커싱 효과는 거의 잘 나타나지 않는다) 영상 녹화용의 캠코더와 같이 작은 촬상 소자면을 갖고 깊은 피사계 심도를 갖는 광학계로 구성되고 따라서 '고정 초점 렌즈'(Fixed focus lens - 흔히 무초점 렌즈 등으로도 불린다)로 별다른 AF 작동 없이도 무한대에서 근경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초점이 맞았으므로 별도의 AF 장치가 결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촬상면이 조금 더 큰 고급형 캠코더나 영상용 녹화기기의 AF 방식은 깊은 심도에서도 발생하는 콘트라스트 차이를 검출하는 콘트라스트 검출 AF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캠코더/소형 비디오카메라 등에서는 콘트라스트 검출 AF 방식과 콘트라스트 차이를 좀 더 시각적으로 촬영자가 확인할 수 있는 즉, 콘트라스트 대비가 높은 영역을 시각적으로 표시해 주는 피킹(Peaking) 기능이 사용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캠코더와 콘트라스트 검출 AF 방식이 완전히 어울리는 방식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콘트라스트 검출 AF 자체의 포커싱 속도가 빠르지도 않거니와 영상 녹화에서 AF는 카메라의 움직임 또는 피사체의 동선에 맞게 AF-C/AI 서보 등 연속 초점 모드 성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콘트라스트 검출 AF 시스템은 위상차 검출 방식과 달리 포커싱의 이동 방향을 예측하고 이를 통한 연속 초점 방식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 시네마용 카메라 등에서는 촬영자의 조작에 따라 특정 피사체에 초점을 선택하거나 미세하고 유려한 초점 이동이 가능한 수동 초점(메뉴얼 포커싱)을 계속 고수하였고, 일상의 간편한 용도의 비디오카메라/캠코더 등은 깊은 심도를 이용하여 근경에서 원경까지 모두 초점이 맞는 존 포커싱 방식에 기대는 바가 컸다.
최근의 캠코더의 AF 시스템 또한 상면 위상차 AF 방식과 콘트라스트 검출 AF 방식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AF 방식이 대세로 굳어졌지 싶다. 먼저 깊은 피사계 심도의 초점 조정이 필요없는 캠코더 시장은 스마트폰 등의 휴대용 멀티 기기에 잠식당해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캠코더 또한 스마트 폰의 영상 기능과 차별화하기 위해 나름의 고성능화의 필요하였고, 따라서 이미지 센서가 좀 더 커지고 렌즈 또한 광학적 성능이 향상되어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의 기능은 꽤 유사해졌다고 생각된다. 스틸 이미지 촬영이나 동영상 녹화가 모두 가능한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가 일반적이고 물론 외형상의 차이와 각각의 쓰임에 따라 중점을 두는 기능에서 차이는 있지만, 전통적으로 구분되던 캠코더와 스틸 이미지 카메라의 구분은 무색해졌다. 두 기기의 AF 시스템 또한 하이브리드 AF 방식을 공유하고 있고 주 용도에 따른 일부의 차이를 제외하면 두 기기의 기본 구조와 작동 원리는 거의 비슷해 보인다.
지금까지 카메라의 AF 방식에 대해 언급하며 눈에 띄고 이해하기 쉬운 기본 원리 중심으로 수다를 이어왔지만, 사실 AF의 성능을 결정하는 것은 쉽게 눈에 띄는 AF 시스템의 선택 문제 뿐만 아니라 쉽게 드러나지 않는 소프트웨어 AF 알고리즘이 차지하는 중요도 또한 매우 높다고 생각하다. AF 알고리즘은 검출된 측거 정보를 통한 포커싱이라는 기본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위상차 검출과 콘트라스트 검출의 조화롭고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조정, 다수의 측거점을 사용하는 AF에서 어느 측거점을 우선할 것인지의 분석, 얼굴 검출 AF, 눈동자 인식 AF, 연속 초점 AF, 상황에 맞는 AF 모드의 결정 등 매우 많은 그리고 실제 효용도도 매우 높은 자동 기능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근래 카메라 시장의 예측이나 카메라 비교/분석 등에서 DSLR과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의 장단점과 그리고 효용 그리고 어떤 것이 더 나은 선택이냐에 대해 많은 관심과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두 방식 모두 뚜렷하게 구분되는 장점을 가진 카메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용자의 사용 방식(단순히 촬영 스타일 이외에 스틸 이미지 중심이나 동영상 사용의 비중, 주로 촬영하는 대상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더 효율적인 또는 편리함이 구분되는 것 같다. 그리고 멀티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가치나 스타일에 따른 제조사의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현시점에서 사용자의 DSLR VS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의 논쟁은 사실 허무하게 결론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각 메이저 카메라 회사가 주도하는 카메라 시장의 흐름과 새로운 기능과 신상의 마력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고 고성능의 카메라 선택의 폭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소비자 선택권은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즉, 카메라 제조사들이 만들어내는 제품 유형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조사들은 이를 '소비자의 선호 및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시장 예측’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실제는 제조사 자신의 수익이 최정점에 이르는 예측(또는 바람)을 그대로 수행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