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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about photography and cameras/Personal delusions about photography

사진 촬영에서 순간광(플래시) 조명 활용에 대하여. Part I / About camera flash(speed-light). Part I

 

추석 전에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꽤 많은데, 이런 와중에도 자꾸 딴청을 피우게 된다. 일이 밀려 시간에 쫓기거나 신경 써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면 으레 턱없는 여유를 부리려는 청개구리 심보 탓이 아닐까 싶다. 곤두 선 신경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현실과는 별 상관없는 주제로 수다를 시작해 보자.

 

이번 수다의 주제는 순간광(전자 플래시) 조명 활용을 위한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 다뤄보자. 사실, 일반적인 아마추어 사진가에게도 순간광을 활용한 촬영은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부분인데, 몇 가지 요소들에 경험 부족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 요소에 대해 먼저 알아보고, 추후 각각의 상황에 맞는 활용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솔직히 근래에 순간광 조명의 효용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였고, 그 미래 회의적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는 지속광 조명이 LED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에 의해 급속히 업그레이드되고 있고, 순간광의 지위는 지속광이 구현하지 못하는 단점을 대체하기 위한 용도로 발생했으며, 대부분의 사용 환경에서 지속광은 순간광의'상위 호환'의 효용을 갖기 때문이다. 아크 방전 방식의 순간광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으며, 강물이 거꾸로 흐를 수 없듯이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이라 확신한다. 그러므로 50년 가까이 우려먹어서 이제 단물이 다 빠진 크세논 방전관 타입의 순간광에 대해 수다의 주제로 삼는데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거의 사용자를 찾기 어려운 80년 된 올드 카메라에 대해서도 수다를 떨었는데 아직 사용자가 많은 순간광 조명에 대해 주제로 다루지 않을 이유 또한 없었다. 그리 밝지 않은 순간광의 미래지만 그간의 추억을 곱씹으며 수다를 이어 가자.

 

 

 

▶ 순간광(플래시)을 활용한 사진 촬영에 곤란을 겪게 되는 원인

 

일상 주광이나 실내의 일반 조명에서 사진 촬영은 아주 순조롭고 익숙하다. 우리가 생활하는 일반적인 환경의 빛(조명) 조건이므로 일단 익숙함에서 오는 마음의 여유가 있고, 카메라는 이런 일반적인 조도 상황에서 촬영하기 적합하게 발전해 왔고 계속 발전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저조도 상황에서도 고감도 촬영 시 노이즈 억제와 전반적인 화질 개선은 눈부시다) 하지만, 주어진 익숙한 조건에 인공의 조명 장치(특히 순간광)를 이용하여 변화를 도모하면, 평온하고 익숙한 촬영 환경에서 익숙하지 생소한 촬영 조건으로 바뀐다.

 

익숙하지 못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대부분의 카메라 사용자들의 카메라의 오토 기능 - TTL 발광이나 내/외장 플래시의 각종 자동 기능-에 의지하게 되는데, 인공조명 특히, 순간광 조명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카메라의 Auto 기능은 카메라 측광 방식의 내재적인 한계로 불완전한 부분이 많고, 촬영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일정 수준의 눈높이를 충실히 실현하기에는 한참 못 미친다. Auto 기능을 활용한 플래시 촬영 결과물은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없고, 사용자는 기능의 미비함에 포기하거나, 자신이 잘 다루지 못하는 미숙함을 탓하며 순간광(플래시) 활용에서 멀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예정된, 조금은 허무한 결말인 듯하다.

 

 

 

카메라의 플래시 오토 기능은 간략히 설명하면, 포커싱 된 주 피사체가 적정한 노출로 촬영되는 것에 있다. 이는 카메라의 측광 기능에서 한번 언급한 바와 카메라의 노출 결정은 18% 반사율의 중성 회색으로 기계적인 평균을 결정하는 것과 거의 동일하다. 이는 카메라 측광 시스템의 내재된 한계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촬영자의 판단이 개입되어야 하는 문제가 여기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일반적인 촬영에서 자동 노출과 조금 차이가 있다면 조리개나 셔터 스피드 (ISO 감도를 auto에 두었다면 감도도 포함하여) 외에 (피사체와의 거리 등을 감안하여) 플래시의 발광량 조절이 추가되는 정도다. 따라서, 이런 기계적인 노출 측정에 의한 촬영은 피사체 주변의 상황이나 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못해서, 오직 포커싱 된 주 피사체(정확하게는 측광의 타깃)를 적정 노출로 표현하는 것에 그친다.

 

 

▶ 순간광(플래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전제 조건

 

전자 플래시의 순간광 광원으로 활용되는 크세논(제논) 방전관은 자연(태양) 광에 가까운 스펙트럼과 색온도를 가지고 있고 소형화가 가능하며, 풍부한 광량을 만드는데도 효율적이며, 지연없는 즉시 발광으로 카메라 셔터와 동기화에 유리하고 발광 후 최고 밝기에 도달 시간 즉, 듀레이션 타임이 매우 짧다. 따라서 최근까지 내장 또는 핫슈 부착용 카메라 플래시나 스튜디오용 순간광 등에 폭넓게 활용되었는데, 이런 장점의 특징 중 몇몇은 반대로 단점이 되기도 한다. 아크 방전식의 작은 점 광원은 피사체에 매우 딱딱한 빛으로 경계가 뚜렷한 그림자를 만들며, 짧은 듀레이션 타임 탓에 포컬 플레인 셔터 방식의 카메라에서는 최고 동조 속도 한계의 문제가 있다.

 

먼저, 순간광 조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내장 플래시와 '휴대용 전자 플래시'(스트로보 또는 스피드라이트 등등으로도 불린다)의 활용에 대해 알아보자. 내장 플래시는 물론이거니와 휴대용 전자 플래시는 주로 카메라 상단의 핫슈(Hot shoe)에 연결되어 사용된다. 카메라의 핫슈에는 공통된 규격의 트리거 접점 외에 외장 플래시와 카메라 간에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 접점으로 연결되어 Auto 기능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으서 매우 편리하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 이외에 카메라 상단에 고정된 조명 위치는 중대한 결점을 가지고 있는데, 카메라 전면에서 피사체의 정면 발광으로 획일적이고 매력 없는 피사체 표현이 거슬린다. 정면광은 촬영되는 피사체에 부족한 광량을 보완하여 촬영된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효율적이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매우 일반적인 조명 환경 즉, 태양이 내려 비추는 조건이나 실내 조명이 천정 등에 달려 있는 조건과 달라서, 위에서 사광으로 내려오는 빛이 만들어내는 익숙한 음영 표현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오는 사광과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물체의 입체감에 매우 익숙한데, 일반적이지 않은 각도에서의 빛이 만드는 음영은 불편하게 느끼는 경우가 잦다. 일례로 후레쉬를 턱 밑에서 비추면 매우 기괴하고 무서운 얼굴이 되는 것 또한 익숙하지 않은 빛이 보여주는 불편한 표현이라 하겠다.

 

따라서 이런 매력없는 정면광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카메라 핫슈에서 플래시는 분리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분리로 상황이 확연히 좋아지지 않으며, 첫 발을 뗀 정도이고 작지만 큰 진보를 부르는 즉, 자유로운 플래시 발광 위치로 보다 친숙하고 다양한 빛의 표현이 가능해진다.

 

딱딱한 그림자를 만드는 작은 광원(발광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조명 액세서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가장 단순한 반사/확산판 부터, 반사/확산용 엄브렐러, 뷰티 디쉬, 소프트 박스, 각종 디퓨저 등 방법은 다양하고 저마다 특색이 있는 조명 조건을 만들어 준다. 이런 악세사리는 스튜디오 등에서 뿐만 아니라 야외, 일상에서 사용 가능한 다양한 악세사리로 발전하여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 악세사리를 통해 순간광 플래시의 활용도와 성능은 비약적으로 달라질 수 있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순간광의 인공조명을 사용하여 촬영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변의 빛 조건과 조화로운 순간광 조명의 활용이다. 단순히 피사체에 충분한 광량을 보충하는 용도가 아니라, 주변의 배경과 어우러지는 빛을 더해서 적절히 주 피사체와 배경이 어우러지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발광하고 순식 간에 사라지는 짧은 듀레이션의 순간광 조명은 찰라에 이루어지는 촬영 탓에 주의를 기울여도 사람의 시각으로는 그 결과를 충분히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적절한 표현/묘사를 위해서는 몇번의 시행 착오를 거치며 (촬영자가 자신이 의도한 바를 표하고자 한다면) 발광 조건에 적극 개입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수동 모드로 표현하려는 의도에 알맞게 순간광의 발광량과 발광 위치 등을 조절하여야 한다. 그리고 휴대용 플래시가 카메라의 핫슈에서 분리되어 다른 각도에서 빛을 비추거나 거리가 달라졌을 경우에는 TTL auto 기능의 정확도는 현저히 낮아지므로 수동 모드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순간광을 수동 모드로 촬영을 한다는 것은 한 번에 정확한 측광/노출 값을 찾을 가능성이 낮다. 피사체와의 거리, 현재 순간광 사용 전의 주피사체의 노출 정도, 그리고 주변 배경과의 조화로움 등에 대해 적정한 발광량을 찾기 위해서는 이를 찾는 과정, 여러 번의 시험 촬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행히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촬영 후 이를 바로 확인하며 원하는 최적의 세팅 값을 찾아 갈 수 있어 편리하다. 필름 카메라에서는 이런 편리함이 없었으므로 여러 상황에 대해서 풍부한 경험과 때로는 각 조명의 발광 정도와 피사체와의 거리 등 발광과 노출 관련한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였다. (방법론적으로 적정하고 빠른 노출/측광을 위해 최초의 기준점을 TTL-auto 기능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순간광 활용의 적절한 조건을 찾는 시행 착오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한다.

 

이런 번거롭지만 반드시 필요한 적절한 사전 세팅 작업에 실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익숙해지고 숙달되면 이 또한 간략하고 자연스러워진다. 그리고 사진 촬영에서는 한번에 모든 걸 해결하려는 환상(원샷 원킬?)을 버려야 한다. 좋은 사진은 무수한 시도 중에서 최상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지 그냥 운에 맡기거나 한 두 번 시도에 얻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 순간광(플래시)을 이용한 촬영에서의 조명비

 

순간광 또는 지속광 등을 이용한 촬영에서 종종 조명비에 대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명비는 매우 제한된 촬영 조건이나 반복된 촬영에서 의미를 갖는다. 특히, 필름 사진에서는 촬영 직 후 필름에 촬영된 상을 확인할 수 없었고, 따라서 촬영 시에 결과물을 사전 예측하여야 했다. 순간 조명을 사용하는 사진에서 사전에 순간 발광에 의한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서, 경험적으로 채득한 각 조명의 조명비 조합을 통해 이런 난점을 극복하려 했다. 따라서 조명비의 효용은 필름 시대에는 순간광 조명 사용의 단점을 보완하는 유용한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그 효용이 그리 크지 않다. 촬영 직후 촬영결과를 보면서 현장에서 바로 피드백이 가능한데, 굳이 사전 예측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고, 따라서 조명비 또한 효용이 반감된다. (효율적인 조명 효과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참고하기에 좋은 효용은 여전하다)

 

조명비는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 등에서 계속/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촬영이나, 상업적 활용에서는 매우 유용할 수 있다. 매번 촬영 시마다 위에서 언급한 테스트 촬영과 확인 후 조정 과정을 거친다면 이 또한 비효율적이고, 고객을 기다리게 하는 나쁜 서비스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제한적이고 상업적이며 조명 조절이 통제된 조건에서는 조명비는 시간이나 단계를 줄여주고 일정 퀄리티를 보장해주므로 여러 측면에서 유용하다. 하지만, 스튜디오가 아닌 일반적인 촬영 조건에서 조건은 천차만별이고 빛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유동적이므로 조명비로 대응할 수 있는 범위를 쉽게 넘어선다.

 

 

 

주로 인물 사진 등에서 언급되는 라이팅 패턴(Lighting patten)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익히 유명한 램브란트 라이팅이나 파라마운트, 루프 등등의 인물 사진 조명법 또한 각 조명의 위치에 따른 연출 방법과 효과를 이해하는 데는 꽤 유용하지만, 스튜디오 등의 통제 가능하고 제한된 조명 조건을 벗어나면 현실은 교과서에만 적힌 틀에 박힌 것과는 다르고 따라서 이런 라이팅 패턴 또한 참고할 만한 조명법에 불과해지는 경우가 잦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조명비와 조명법은 효율적이지만, 정형적이고 획일적인 면이 있어서 창조적인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좌우 상하의 조명비가 만들어 내는 기본적인 묘사에 대해 알아두어 나쁠 것 없지만, 이 또한 언젠가는 깨트려야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으므로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의 표현을 빌자면 '알의 껍질을 깨는' 순간이 필요하다)

 

 

▶ 순간광(플래시)의 변화와 미래

 

이와 같이 순간광 조명은 고려하여야 할 부분이 많고, 또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부분 또한 많아서 때로는 귀찮다. 특히나 통제할 수 있고 조절 가능한 각종 조명 장치를 두루 갖춘 공간(촬영 스튜디오) 등을 갖추기 어려운 일반 사용자에게 순간광 플래시는 큰 만족을 주기 어렵다. 물론, 휴대용 플래시와 TTL-auto 기능을 적절히 버무리고 소소하지만 꽤 기술적인 테크닉(실내 등에서 건물 일부분에 반사시켜서 발광면을 플래시가 아닌 다른 벽면이나 천장 등을 활용하는 기술)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조건을 타고 실제적인 효과도 제한적이다.

 

최근에는 휴대용 플래시와 간단한 휴대용 조명 장치를 활용해서 촬영된 멋진 사진들을 보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디지털카메라와 어우러진 멋진 조합이며 그동안 보도 사진이나 단순 이벤트 촬영에서의 휴대용 플래시 활용의 한계를 넘어서는 참신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효과적인 활용법에도 불구하고 순간광의 미래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기존의 유명한 사진작가들은 여전히 순간광을 활용하여 좋은 사진을 선보이고, 순간광 만이 갖는 매력과 장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광의 단점/한계였던 부분을 LED라는 새로운 조명은 각종 충전 기술과 결합하여 빠르게 잠식/대체하고 있다. 그리고 순간광이 가지는 장점보다 훨씬 많은 지속광의 장점은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상대적으로 부족한 광량과 휴대성 또한 순간광의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감안하면 다루기 번거롭고(적절한 표현을 위해 강제되는 수동 모드와 적절한 노출을 결정하기 위한 테스트 등) 까탈스러운 순간광 전성시대가 이미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순간광 플래시는 TTL 발광 기능 이후 별 다른 큰 기술적 진보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데, 최근에는 고속 동조 기능(HSS) 등이 그나마 언급할 정도다. 하지만, 지속광에서는 고속 동조에 있어 광량만 충분하면 전혀 문제 되는 바가 없는 점은 순간광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지 인공조명 전반에서 볼 때는 큰 의미를 찾기 어렵고 다양한 조명 장치를 감안하면 매력적인 업그레이드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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