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키나 AT-X pro 16-28mm f/2.8 렌즈는 초광각과 광각을 아우르는 줌 렌즈로 F2.8의 밝고 실용적인 줌 렌즈이고 광학적 성능(해상도와 선예도, 그리고 왜곡 억제 등등 - 렌즈 평기에 감초처럼 항상 등장해서 이제는 식상한 클리세처럼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가성비 측면에서도 꽤 좋은 렌즈라고 생각한다. F2.8의 밝은 조리개와 초광각을 아우르는 줌 렌즈는 십 년 전만 해도 다른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탓에 꽤 유용했다. 디지털 미러리스 시대가 되고 보니 초광각 줌 렌즈의 선택의 폭이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광학성능과 가성비 그리고 DSLR용 마운트라서 어댑터를 활용해 다른 마운트 유형의 카메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점에서는 이 렌즈는 여전히 매력 있다.
개인적으로 초광각의 풍경 사진에 미숙하고, 항상 삼각대를 준비할 정도로 부지런하지 못했으며, 무겁고 거대한 대구경 줌 렌즈를 지탱할만한 팔힘이 없어서 가지고 외출하지 않았고 따라서 사진 촬영에 잘 활용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이보다는 1/10 크기도 안될 수동 MF 전용 RF 렌즈인 보이그랜더 헬리어 15mm f/4.5를 더 자주 사용했던 것 같다) 근래에 영상용의 초광각용 줌 렌즈로 이용해 보고 싶어서 이리저리 활용 방안을 고심 중에 있었고, CLA와 렌즈 전면의 흔들림 수리를 위해서 분해 수리를 하게 되었다. AF 렌즈 더구나 AF 줌 렌즈는 어지간하면 분해하고 싶지 않지만, 근래 간단한 렌즈 수리에 고무된 거만함에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초광각에서는 AF 기능을 거의 활용하지 않는 편이라서 AF 전자 장치 부분도 여차하면 모두 제거할 생각으로 분해를 시작했다. 사진이 꽤 많은데, 돌아가기 위한 (재조립) '빵조각' (분해한 어셈블리와 고정 나사를 순서대로 잘 정리해두어야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으로 촬영했고, 이를 정리해서 간단히 포스팅해 보자. 참고로 니콘 G타입 마운트 렌즈이다.
먼저 게눈 렌치를 이용해서 전면 요소 군과 고정 후드를 제거했다.
어안렌즈처럼 둥글게 돌출한 전면 요소를 보호하기 위해 고정형 후드를 가진 형태인데, 이 고정형 후드 탓에 필터 장치 활용이 어렵다는 점이 이 렌즈 효용을 낮추는 대표적 요인이지 싶다. 최근에는 4x4인치 사각 후드 장착을 가능하게 하는 전용 필터 어댑터 제품이 있지만, 필터 몇 개와 필터 어댑터 장만 가격이 렌즈 가격의 절반 정도라서 "가성비"의 렌즈라는 점과 잘 안 맞다. (나중에 고정형 후드를 제거하고 새로운 하우징으로 업그레이드할 생각이다.)
렌즈 전면의 흔들림은 렌즈 내부의 나사가 느슨해져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렌즈 후면에서부터 순차적으로 분해하면서 문제의 나사를 찾아야 했다. 운이 좋으면 빨리 찾을 수 있겠지만, 운이 나쁘면 완전히 분해해야 한다.
운?이 좋지 않아서 AF 구동과 제어 장치 모두를 분해해야 했다. (그나마 니콘용 렌즈는 조리개 구동 전자 모듈 장치가 없어서 다행이지 싶다)
렌즈 전면의 흔들림이 발생하는 원인은 화살표로 표시된 나사 3개의 조임이 느슨해진 탓이었다. AF 구동 모듈 장치를 분리하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서 간단한 수리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 나사를 단단히 조이고 다시 재조립하면 처음 목표했던 전면 부분의 유격 문제는 해결되었다. 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분해를 했으니 한걸음 더 들어가서 토키나 렌즈의 빌드 품질을 좀 더 들여다보자.
먼저 토키나 렌즈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AF/MF를 전환하는 토키나 특유의 클러치 AF/MF 포커스 전환 방식이다. 토키나에서는 이 방식을 타사와 구별하는 자신들의 고유의 차별화하는 기술 정도로 생각하는 듯한데, 개인적으로 이 풀 앤 푸시 클러치 방식은 토키나 렌즈의 장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그리 편리하지도 않고, 잘 활용하지도 않는 편이라서 이 방식을 십수 년 넘게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토키나 렌즈에 대한 개인적 감상을 더 덧붙이면, 종종 '탱크'라고 불리던 토키나 (60~70년대)의 튼튼한-한편으로는 투박한- 빌드 품질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무거워서 그리 불린 감도 있다. 이후 AF 렌즈로 변모한 80년 후반과 90년대 이후에는 이런 탱크 이미지가 희석되고 있었지만, 여전히 무겁고 투박하며 튼튼한 렌즈라는 느낌은 여전했다. 하지만, AF 구동에서 무거운 무게는 빠르고 신속한 AF 작동에 도움이 될 리 없으니, 힘이 좋은 대신 상대적으로 시끄러운 DC 모터는 여전하고, 경량화를 위해 플라스틱 소재의 사용이 증가한 부분 또한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어중간한 제조 품질로 귀결되는 점은 아쉽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토키나의 빌드 품질은 장점이 크다고 생각하고, 무겁지만 금속으로 주요 어셈블리 만드는 견고한 방식을 개인적으로 여전히 좋아한다) 시끄러운 AF 구동음과 거친 AF 동작 탓에 영상 녹화용으로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다. 초광각과 광각을 아우르는 줌 렌즈 특성상 MF 조작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조금은 가볍고 거친 포커스 링 조작감 향상을 위한 개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위 광학 설계는 이 렌즈의 새 버전인 Tokina 16-28mm f/2.8 Opera의 것이지만, 외부의 디자인 일부만 변경되었을 뿐 광학 디자인은 동일하므로 참고용으로는 문제없지 싶다.
2010년 즈음에 출시한 이 렌즈(Tokina AT-X pro 16-28) 또한 여전히 무겁지만, 경량화를 위해 렌즈 외부 하우징과 내부의 복잡한 장치 부품에 플라스틱 사용의 증가가 보이고, 결과적으로 무거운 광학 장치와 이를 고정하는 플라스틱 어셈블리 소재의 견고한 결합에서의 아쉬움이 있으며, 사용 상의 외부 충격으로 내부의 어셈블리의 (특히 나사 풀림에 의한) 결합에 문제가 발생하는 빈도가 타사 렌즈에 비해 높은 듯하다.
광학 요소 내부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고 렌즈의 포커스 구동을 위한 구조까지 다 분해했으니, 그간 남겨두었던 빵조각?의 흔적을 더듬어 다시 재조립하자. 사실, 촬영된 이미지는 빵조각? 역할을 위한 것에 불과하고, 이를 추후에 삭제하기 전에 이를 정리한 포스팅에 불과해서 조립 과정의 이미지는 역순에 불과하고 일일이 촬영하는 것이 귀찮아서 따로 촬영하지 않았다.
분해하며 얻은 정보 탓에 재조립이 분해와 비교해서 그리 어렵지 않은 측면도 있고, 한편으론 정확한 위치로 다시 정리하는 과정이 지난하고 AF 정보를 얻는 작은 장치들의 파손에 주의해야 하며, 케이블 등의 선 정리 등에 시간이 더 많이 소모되는 면도 있어서 사실 거의 비슷한 난도라 생각한다. 하지만, 퍼즐 맞추기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즐기려고 하면 나름의 재미도 있는 것 같다.
조만간 전면에 필터 장착과 수동 조작이 용이하게 업그레이드된 하우징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