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토키나 줌 렌즈(Tokina AT-x pro 28-70 f2.6-2.8)를 온라인 중고거래를 통해 구매했다. 그간 토키나 렌즈를 즐겨 사용하지 못했고 따라서 별 관심이 없었는데, 영상 촬영용으로 적합하고 튼튼한 빌드 품질의 렌즈를 찾다 보니 이 렌즈가 눈에 띄었다. 앙제뉴 광학 설계라는 소문에 궁금증이 동했던 것이 사실이고, AF가 아닌 매뉴얼 포커스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 외에도 저렴한 가격 등 선택한 나름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 생략하자.
오래된 중고 물건들의 거래, 특히 직접 거래 물건의 상태나 정상적인 작동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온라인 거래에서 종종 (근래에는 꽤 자주 경험하는) 물건의 하자를 판매자가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는 점은 늘 불만이다. 물론, 판매자가 잘 몰랐을 수도 있다지만, 렌즈를 작동하면 내부의 덜컹거림이 그대로 체감되고 (광학식 손떨방 기능이 없음에도) 흔들면 유격으로 인한 내부 부속의 흔들림을 쉽게 알 수 있는데, 그냥 정상 제품처럼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렌즈 등의 광학 제품에서는 꽤 심각한 하자라서 판매 전에 수리를 거치거나 판매 시에 이런저런 문제나 특징을 상세하게 설명하거나 최소한 알려주기는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점을 감안해서 물건 거래 가격이 책정되었다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하자 고지와 가격은 또 다른 문제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데, 이런 경험이 하나둘씩 쌓여서 온라인 거래가 점점 꺼려진다.
이런 렌즈의 조작부 또는 내부 요소의 유격으로 인한 흔들림은 이전 렌즈 구매에서도 몇 번 겪었던 일이라서 판매자에게 따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냥 고쳐 쓰고 말았지만, 이런 일을 연속으로 겪게 되니 온라인 상거래에서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괜히 실망스럽다. 약간의 투덜거림과 함께 렌즈 내부의 줌 조작 부속에 문제로 생각해서 바로 수리에 들어갔다.
니콘 F마운트의 D 타입 렌즈이고 오토 포커스를 지원하는 렌즈라서 내부에 일부 전자 장치와 렌즈의 정보를 카메라 본체로 전달하는 기계식 커플러 장치 등으로 조금 복잡한 면이 있다. 하지만, 렌즈에 포커스와 조리개 조작을 위한 직접적인 구동 장치(모터)가 있는 다른 유형 마운트의 AF 렌즈보다는 간단한 면도 있어서, 마운트 부분부터 보이는 나사를 하나씩 제거하면서 분해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분해가 가능한 편이다.
고장 원인은 비교적 간단했는데, 외부의 줌 조작 링과 광학부 어셈블리를 결합하는 양쪽 2개씩, 모두 4개의 고정 나사 중에서 하나씩 풀려서 조금 이탈한 상태이고 따라서 줌 조작을 위한 외부 경통 부분을 견고하게 고정하지 못해서 흔들리는 증상이 발생한다. 다행히 나사 자체는 망실되지 않고 내부 한 구석에 드러 붙어 있어서 이를 찾아서 다시 결합하는 것으로 수리는 완료되었다. (이와 달리, 내부의 어셈블리가 흔들리는 문제가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양쪽 두개 나사와 금속판을 제거하면 그 내부에 또 하나의 나사가 숨어 있고 이 나사를 견고하게 고정하면 해결된다) 아마도 외부의 충격이나 빈번한 줌 조작 등으로 나사가 분리되기 쉬운 구조로 보인다. 나사 접착제로 고정되어 있기는 하다. 토키나 줌 렌즈의 경우, 줌 조작에 따른 내부 요소의 덜컹거림이나 유격이 있다면 분해 후에 줌 링과 내부 어셈블리를 연결/고정하는 나사 부분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아마도 비슷한 유형의 토키나 줌 렌즈에서 이런 고장이 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왕 수리를 위해 분리를 했으므로, 영상용에 알맞게 무단 조리개 (Stepless or de-clicked)로 사용하기 위해 렌즈 조리개 장치에서 작은 베어링을 제거했다. (수동 초점 전용의 렌즈 또는 니콘 D 타입 렌즈까지만 가능하고, 근래의 G 타입 등은 렌즈에 조리개 조작 링이 없으므로 가능하지 않다)
참고로 디클릭 개조 시에는 베이링을 제거하고 난 후, 조리개 조작 부분에 고점도의 그리스 (흔히 댐핑 그리스로 불리는)를 보충해야지 조리개 조작이 안정감을 도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