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 시네 24mm T1.5를 애용하는데, 포커스 조절링이 뻑뻑해지고 사용감이 나빠졌다. 매뉴얼 포커싱만 가능한 렌즈인 데다 시네마 렌즈 타입을 표방한 VDSLR 렌즈인데 꽤 신경에 거슬리고 사용하기 불편해서 간단 분해 수리에 도전했다.
삼양의 시네 VDSLR 렌즈에 대해서는 이전에 개인적 감상을 정리한 적이 있으니 링크로 대신하고, 수리 과정을 정리해보자.
삼양 시네/VDSLR 렌즈는 매우 직관적인 설계로 분해/조립에 큰 어려움은 없다. 마운트 부분부터 순차적으로 나사를 풀며 진행하면 된다. 분해 순서는 이미지를 참고하는 정도로 충분하지 싶다.
포커스 기어 링을 제거하자. (분해 순서는 크게 상관없어 보인다) 포커스 기어링이 들어가는 자리에 고무 재질의 그립으로 마감하면 스틸 카메라용 렌즈가 되지 싶다. 영상용 VDSLR 렌즈라는 이름이 스틸용 렌즈와 비교하면 단지 포커스 기어 등 외형적인 일부분과 T 값으로 조리개 값을 표시한 정도에 그친 듯하다.
조리개 조절링 분리 시에 내부에 작은 스프링과 2mm가량의 쇠구슬 부속에 주의가 필요하다. 조리개 링 조작감 향상을 위한 부속이라서 기능에 관련성은 크지 않지만, 그래도 잘 챙겨서 재조립 시에 완성해 주자. 그리고 마운트와 조리개 조절링 결합 부분뿐만 아니라 정확한 위치의 재조립을 위해서 분리되는 부분마다 이미지를 남겨서 재조립 시에 참고하면 좋겠다. (초점 링은 무한대 또는 최단 근접, 조리개 링은 최대 개방 또는 최소 개방 등 기준을 하나로 정해서 진행하자)
붉은 테두리의 경통 파트는 측면의 일자 나사 3개를 조금 풀어주면 마운트 방향으로 분리된다. (모두 풀지 말고 빠질 정도로만 풀어주는 것이 재조립 등등에 편하다)
포커스 이동에 따라 광학부 포커스 요소를 렌즈 전후로 이동시키기 위한 캠 기어 구조가 보인다. 단렌즈에서도 내부 포커스 요소를 일부만 이동하는 방식(Inner focus system)은 장점이 꽤 많은데, 광학계 전체를 이동시키는 방식에 비해 가벼워서 빠른 AF에 적합하고 포커싱 시에 렌즈 전면의 길이 변화가 없는 이너 포커싱 구조가 가능하며, 포커스 이동으로 인한 초점 호흡(focus breathing) 감쇄에 유리하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전체 광학 요소에서 포커스 요소만을 구분하여 설계해야 해서 광학 구성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고 전체 광학계가 커지는 애로가 발생한다. 최근 제품 추세는 장점에 주목하여 스틸 사진용 렌즈뿐만 아니라 시네마 렌즈에서도 이너 포커스 제품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방식은 AF 렌즈에서는 장점이 압도적이라 하겠지만, MF 렌즈에서는 전체 광학계가 이동하는 포커싱 방식의 렌즈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수동 포커싱 조작감(손 맛)이 많이 떨어진다. 즉, 렌즈 내부 포커스 설계에서 헬리코이드 방식과 캠 구조 방식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수동 포커싱 렌즈를 선호하는 개인적 취향에서 광학적인 단점이 존재함에도 여전히 수십 년 전의 MF 올드 렌즈를 고집하는 것 또한 이 손맛의 차이가 가장 크지 싶다. 포커싱에서 캠 구조 방식을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가슴으로는 불만을 가지게 되는 즉, 수동 전용 렌즈에서는 조금 고약한? 구조가 아닌가 싶다.
따라서 최신 렌즈들에서 '전자 감응식 포커스 링' 방식이 주로 채택된다. 일명 와이어(fly by wire) 방식 또한 전원이 ON 상태에서 조작 가능하고 특유의 한박자 늦은 듯한 작동감과 회전 속도에 따라 가/감속의 상이한 느낌, 그리고 무한대나 최단 거리에 걸림이 없는 점 등이 호불호가 갈린다. 이 또한 선호와 취향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선형 가이드 링(collar? bushing?)이 그냥 흰색 플라스틱 튜브?와 유사한 재질이라 조금 실망스럽다. 회전 가능한 금속 재질의 선형 가이드 링 구조라면 내구성은 물론 포커싱 조작감이 향상될 텐데 'MF로 조작하는 시네 타입 렌즈'의 포커싱에 관련되는 중요한 부속에서 간소화된 설계와 제조비용 절감이라니 아쉽다. (대부분의 어셈블리와 부속이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 있는 가성비에 중점을 둔 제품이라는 것을 감안하자) 캠 기어 구조에 의한 선형 가이드라인의 경사 각도와 정밀한 MF 조작성에 관련한 구조 설계상의 불만은 상단의 링크 수다에서 한번 다루었으니 다시 되풀이할 필요는 없지 싶다.
포커스 링 조작감이 나빠지는 상당 부분의 원인은 선형 가이드 링과 관련되지 싶다. 선형 가이드 링이 찌그러지거나 마모되었는지 확인하자. 변형이 심하다면 나사를 풀어서 분리 후 원래의 모양으로 복구하거나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고 윤활유/그리스를 보충하자. 좌우 한쌍의 선형 가이드 링과 고정나사에 조작 시 부하가 균일하게 걸려야 부드럽게 조작되므로 한쪽에 과도하게 부하가 걸리는지 밸런스 또한 조절하자. 조만간 대체할 만한 금속 가이드 링(카라)를 구하거나 만들어서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다.
양 쪽의 선형 가이드 링의 고정 나사를 제거하고 사진의 실버색 부분의 측면 나사 3개를 풀어 캠 구조 부속/Parts 분리가 가능하다. 내부에 적당한 점도의 윤활유(실로콘 그리스를 추천-카메라 수리와 관련한 윤활유는 이전 포스팅을 참고)를 보충해 주자. 윤활유의 점성과 양에 따라 포커스 조작감의 영향이 크게 받으므로 고품질의 고체형(실리콘) 그리스를 추천하고 적당한 양을 필요 부위에만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손에 윤활유가 묻어서 샘플 사진 촬영은 생략!)
그리고 실버색 부분을 다시 고정할 때는 가이드 라인 회전 부분(검은색) 쪽으로 밀착해서 유격이 없도록 조립하여야 한다. 만약 이부분이 느슨해지면 포커스링이 조금 헛도는 느낌이 발생할 수 있다. (포커스 조작 시에 조작링이 조금 헛도는 느낌이 있다면 이곳을 확인하자) 그리고 밀착 정도를 조절해서 포커스 링의 조작감을 어느 정도 조정할 수도 있겠다.(강하게 밀착하면 포커스 조작감이 무거워지고, 밀착 강도가 낮아질 수록 부드러운 포커스 조작감을 만든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으로 진행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