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오래전부터 삼양옵틱스와 카메라용 교환 렌즈에 대해서도 씹고 뜯는 수다의 주제로 다루고 싶었지만, 기회가 잘 닫지 않았다. 특정 제품을 홍보하거나 광고할 의도가 전혀 없고, 언제나 조금 삐딱한 입장에서 제조사의 제품의 성능이나 행보를 주로 살펴보는 편이라 괜히 외국의 유명 메이저 광학 제조사가 선점한 광학 시장과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의 공격적인 시장 진출 등 어려운 시장 여건 선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유일한 자체 브랜드의 카메라 교환용 렌즈 제조 업체에게 시답잖은 쓴소리를 하거나 편협한 시각으로 폄하하기 싫었던 이유도 컸다. 그리고 주 관심이 올드 렌즈이다 보니 삼양옵틱스의 전신인 렌즈들은 대부분 OEM(주문/판매자 상표 부착) 방식의 제품이 간혹 눈에 띈 적은 있었으나 굳이 언급하지 않기도 했고, SLR/DSLR 교환용 렌즈 라인업을 주로 갖추고 있어서 RF 카메라 타입의 작고 비주류 렌즈에 관심이 많아서 이 또한 접점이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칼 자이스나 캐논 니콘 소니 후지 등 메이저 제조사뿐만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설계되고 만들어진 수동 렌즈 그리고 중국의 주목할 만한 광학 제조사를 수다의 주제로 몇 번 다루다 보니 삼양 옵틱스를 다루지 않는 것이 상대적인 홀대/저평가하거나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처럼 여겨지지 않을까 싶었고, 영상 녹화와 관련된 시네 렌즈에서 삼양은 제법 인지도가 높아서 이번 기회에 허술한 수다를 시작하게 되었다. 특정 제품이나 제조사를 수다의 주제로 삼을 때마다 항상 염려되는 점이 있다. 개인적이고 아주 주관적이고 편협한 경험에 기초하여 객관적 분석과는 거리가 먼, 부정확한 감상에 불과하고 신뢰할만한 분석 능력이 없는 일반 컨슈머의 사용 후기란 점을 먼저 밝혀두고 싶다. 더구나 자유로운? 의식의 흐름에 따른 수다이며 따라서 만연체의 길고 지루한 내용이 될 수 있음을 사전에 양해 구한다. '삼양'과 어떠한 원한 또는 친분, 이해 관련성이 없다. (한동안 삼양 라면을 몇 해 동안 먹었으나 이제는 오뚜기 진라면을 먹고 있다. 참고로 성씨가 같다고 모두 친인척이 아니듯이 삼양식품(주)와 (주)삼양옵틱스는 삼양이라는 명칭 외에는 관련 없는 회사로 알고 있다. )
▶ 삼양옵틱스의 역사
광학 렌즈 및 광학요소 제조업의 삼양옵틱스(주)의 역사를 간략히 정리해 보자.
삼양옵틱스의 전신은 1972년 세워진 한국와코(주)다. 1974년 한국 CHINON(주)으로CHINON 이름을 바꿨다가 1979년 다시 삼양광학 공업(주)로 변경했다.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은 1987년이다. 1989년부터 삼양광학공업은 파업과 수출 부진 등의 여파로 경영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1989~1991년 연속 적자를 낸 삼양광학공업은 250억 원의 채무를 갚지 못하고 1992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삼양광학공업은 뚜렷한 최대주주 없이 경영을 하다 2000년 11월 비상장회사인 폴스타에 인수됐다. <중략>...2002년, 회사 이름을 지금의 (주)삼양옵틱스로 바꿨다.
삼양옵틱스는 꽤 역사가 긴 카메라 렌즈 제조업체라는 점을 소개하고 싶었다. CHINON은 일본 카메라 제조사였는데, 74년 무렵 한국 와코를 인수해서 제조 전문 회사로 한국 치논(주)투자했던 것 같다. 이때 치논 브랜드의 일부 렌즈, 그리고 다른 주문자 상표 부착 렌즈를 주로 제조하였지 싶다. 삼양 만의 독자적인 브랜드가 없는 OEM 제조사로 이 시기의 렌즈들은 대부분 삼양옵틱스의 렌즈라고 말하기 부적절 부분이 있는데 이런 행보는 한동안 계속되어서 국내 판매용 OEM 카메라(80년대의 아남, 삼성, 금성, 대우 등의 대기업 중심으로 자체 브랜드로 카메라를 판매)의 번들 렌즈 상당수가 삼양에서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70년대부터 2000년 무렵까지 광학기기 OEM 전문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2000년 중반 무렵부터 자체 기술연구소를 만들고 독자적인 (국내 내수용의 카메라용 교환용 렌즈 브랜드?) Polar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해외용 Rokinon, 그리고 근래에는 Samyang, 시네마용 Xeen 등의 자체 브랜드명을 사용하는 듯하다. (Rokinon 상표의 경우, 처음부터 온전히 삼양의 브랜드라고 할 수 없고, 삼양의 상표로 사용되게 된 사연 또한 아리송한 측면이 있다) 여러 브랜드 중 하나만 걸려라는 식이었는지 제품군에 따른 마케팅 전략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일관되게 대표적인 자체 브랜드를 특정하여 사용했더라면 긴 기간 광학 제조회사로서의 인지도를 더 높이는데 도움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메이저 카메라 제조사가 아니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사업 조건에서는 순탄하지 않은 역사였지 싶다. 그리고 2000년 초반 무렵의 최대 주주의 잦은 변동에 따른 경영권의 혼란은 일관된 영업 전략을 보이는데 어려움도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70~90년대의 삼양은 광학 제품 생산/조립 전문업체 정도 수준이었고, 2000년 이후 DSLR 카메라로 대표되는 고급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성수기 무렵을 거치며 2000년 대 중/후반 무렵에는 자체적인 광학 설계를 적용한 카메라 렌즈 교환형의 렌즈를 자체 브랜드(국내 Polar, 해외 Rokinon)를 선보였고, 이 즈음이 우리가 기억하는 삼양 렌즈의 첫 기억이 아닐까 싶다. 2010년 이후의 독자적인 광학 설계의 스틸 사진용 렌즈와 영상용 VDSLR 렌즈, 시네마용 렌즈 출시는 그간 축적된 광학기술이 결코 허술하지 않음과 사진과 영상을 아우르는 제품 라인업을 갖춘 제조사로 발돋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고, 기존 MF 전용 렌즈에서 AF가 가능한 렌즈들을 속속 선보여서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 영상 특화의 VDSLR과 시네마 렌즈?
의식의 흐름 탓이라지만, 너무 멀리 돌아온 듯하다. 시네 렌즈에 대해서는 언제 시작하려나 싶다. 시네마 렌즈 또는 VDSLR 렌즈로 불리는 렌즈의 일반적 특징에 대해서는 이전 수다가 있으니 아래 링크를 참고하자.
2000년 이후 10여년의 시기가 DSLR로 대표되는 디지털 스틸 이미지 카메라 대중화가 주가 된 시기였다면, 2010년 이후에는 유튜브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동영상의 대중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VDSLR을 필두로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 등을 통해 이제 카메라는 스틸 이미지와 영상 녹화의 기능이 거의 대등하게 취급되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현재 진행형에 있고 향후 십여 년은 더욱 가속화되리라 생각한다.
삼양옵틱스의 VDSLR 렌즈는 광학 구성에서는 기존의 스틸 카메라용 렌즈와 광학 구성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영상 촬영에 특화된 소소한 외형적 변화(무단 조리개와 팔로우 포커스를 위한 0.8M 표준 기어 등)가 눈에 띈다. 시네마 렌즈로 특화된 Xeen 렌즈는 시네마용 액세서리와의 호환에 적합하게 각 초점거리 렌즈 전반에 넓은 필터 규격 등을 통일하고 소소하게 변화가 있지만, 이런 외형적인 변화만으로 시네마 또는 영상 특화라고 말하기는 부족한 점이 있다. 물론, 메이저 광학 제조사의 시네마 렌즈와 비교하면 가성비에서는 탁월한 장점이지만...
삼양의 영상용 렌즈는 12mm 초초광각 렌즈에서 135mm 장초점 거리까지 (35mm 풀프레임 기준, 슈퍼 35mm/APS-C 규격 8mm 초광각부터) 다양하다. 자세한 내용은 삼양 홈페이지 제품 정보에서 확인 가능하다.
▶ Samyang T1.5/24mm ED AS IF UMC II Cine lens
이 렌즈의 콘셉트는 "High quality fast prime lens opticmized for brilliant motion images"라고 삼양 웹 사이트 자료에서 밝혔듯이 '영상에 특화된 고화질의 밝은 프라임 렌즈'라 하겠지만, 영상용으로만 굳이 고집할 이유는 없고, 스틸 이미지 촬영과 영상 촬영 등에 두루 활용할 수 있다.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스틸 카메라용 버전의 렌즈와 VDSLR 시네 렌즈의 광학구성은 동일하고, 외형에서 약간이 차이만 있을 뿐이라서 스틸 이미지 촬영용으로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사양과 제조사 발표의 MTF 차트 정보는 삼양 웹 사이트에 공개되었으니 이로 갈음하자.
특징적인 사양은 T1.5/24mm ED AS IF UMC II라는 렌즈의 이름에 거의 등장하는데, T1.5의 투과량(스틸 사진에서 일반적인 f/값으로 환원하면 F1.4의 최대개방 조리개), 24mm 초점거리, (광학 구성은 12군 13매) 초저분산 렌즈 4매(ED), 비구면 2매 (AS), 이너 포커싱 (IF), UMC (아마도 울트라 멀티 코팅?)이 적용되었다는 의미지 싶다. (광학 구조에서 시네 렌즈 T1.5/24mm는 스틸 사진용 F1.4/24mm와 동일한 렌즈이고 따라서 광학적 특성도 거의 공유할 것은 당연해 보인다)
▶ 삼양 T1.5/24mm의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
이 렌즈의 광학적 사양은 매력적이다. 출시 가격에 견주어 보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삼양 시네 렌즈 중 T1.5 24mm와 T1.5 35mm의 광학 사양에 반해서 편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나열해 보면, 24mm 시야 범위/화각(엄밀하게는 시야 범위- FOV-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만, 대부분 화각-AOV-이라는 표현이 더 대중적이므로 이에 따르자)의 유용성은 달리 강조하지 않아도 풍경 촬영과 범용성의 일반 영상 촬영에 두루 효과적이다. 0.25m 최근접 촬영이 가능해서 피사체를 근접해서 자세하게 촬영할 수도 있다.
24mm 초점거리는 광각의 매력적인 화각(FOV, 시야범위)을 보여주지만,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초광각 화각의 시작점으로 인식되지 싶다. 풍경 사진 등의 탁 트인 시야가 필요한 촬영에 국한되었는데, 최근에는 24mm 초점 거리의 화각이 꽤 유용하고 익숙하며 효과적인 화각으로 취급된다. 이는 짐작건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휴대용 모바일 기기의 카메라 모듈의 화각/시야 범위(35mm 필름 규격 환산하면 28~29mm 초점거리에 해당)에 익숙해지고 그 영향으로 10여 년 간의 가장 큰 취향/선호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따라서 이전의 기본 광각렌즈 35mm는 상대적으로 좁아 보이는 답답함으로, 카메라 모듈과 거의 유사한 28mm 화각의 익숙/친숙함으로 다가왔고 상대적으로 조금 더 넓은 24mm가 개방감을 강조할 수 있는 시야 범위의 렌즈로 이전 일반적인 광각 렌즈(28mm 또는 35mm)의 범용성의 자리를 차지하는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인 선호와 취향?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인 추정일 뿐 정확한 논리적인 근거를 가진 주장은 아니다)
시야범위나 화각 등을 감안한 렌즈의 초점거리 선택에서 개인의 주관적인 선호/취향이 존재하지만, 이런 선호와 취향은 불변이 아니라 즐기는 사진 촬영의 주 피사체나 상시 접하는 익숙한 이미지에 의해 변화/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준수한 해상력을 갖고 있고 최대 개방(T1.5)에서도 주변부까지 '비교적' 쓸만하다. 하지만, T1.5 최대 개방 촬영에서 명도차가 큰 피사체의 경계면에서 빛 번짐/글로우가 발생하고, 소프트해진다. (해상도는 높은 편이지만, 대비가 낮아 명암 경계면이 번져 보인다) 물론 얕아진 심도 탓도 있겠지만, 초점을 맞춤 좁은 지점에서도 빛 번짐과 종 색수차가 눈에 거슬리고 전반적으로 소프트 디퓨저 필터를 사용하는 느낌이다. 조리개를 조금 조여주면 4k 수준의 영상 촬영용이라면 충분한 해상력과 선예도, 대비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 최대 개방에서 소프트 디퓨저 효과와 조여서 선명한 두 가지 선택지가 있으니 살짝 비꼬아서 필터 효과를 기본 장착한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최대 개방만 아니라면 약 800만 화소 수준의 4K 해상도에는 차고 넘친다) 색 재현력 또한 삼양 특유의 노란 색감이 있지만 그리 나쁘지 않다. 초 저분산 렌즈(ED)를 다수 사용했다지만, T1.5의 넓은 개구에서 색수차(특히 종 색수차)가 있다. 그리고 필름 카메라용 렌즈에서 느껴지던 따듯함에 치우친 색감이고, 대체로 제품의 가격 등을 감안하면 안정되고 매력적인 사양과 준수한 성능이라 평하겠지만, 광학적 성능에 중점을 두고 비교하자면 최대 개방에서의 퍼포먼스는 분명히 아쉽다. 이 가격대의 저가 시네마 렌즈에 이 보다 향상된 광학 성능을 바라는 것은 과한 욕심이라는 것 또한 잘 안다. 대부분의 최대 개방 값이 매력적인 고사양 렌즈들이 그러하듯이 한두 스탑 정도 조여서 타협하면 그리 나쁘지는 않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대개방 T1.5의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수긍할만하다. (이런 최대 개방에서의 소프트와 종 색수차 문제는 다른 초점거리-35mm, 50mm, 85mm 등-의 삼양 시네렌즈에서도 나타나지만, 35mm f1.4에서는 훨씬 나은 성능이라서 24mm에서 유독 아쉽게 느껴진다)
이너 포커스(렌즈 명칭의 'IF'는 이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더 엄격하게 보면 이너 포커스 중 전면 요소군은 고정되고 후면 요소군만 이동하는 '리어 포커스/rear focus' 방식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구조로 포커싱 조작에도 렌즈의 전면 경통의 길이 변화가 없어서 영상 촬영 시에 매트 박스 등과 결합하여 사용할 때는 꽤 좋아 보인다.
T1.5(F1.4)에 달하는 밝은 조리개값 사양은 따로 강조하지 않아도 이 렌즈의 최대 장점이다. 무게나 구경, 부피 등이 증가하는 단점을 제외하면 밝은/빠른 조리개 값(T1.5)을 갖는 것 자체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이유는 없다. (색수차나 최대 개방에서의 소프트해지는 단점이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T2.0부터의 선택지만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사실, 최대 개방에서의 소프트함은 디퓨저 또는 소프트/미스트 효과 필터 등을 사용하지 않고도 몽환적인 장면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 꽤 쓰임이 있다.)
빌드 품질과 관련해서는 조작부에 대해서는 약간 불만이다. 영상용 렌즈로서 포커스 링과 무단 조리개 등의 조작감은 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스틸 카메라용 렌즈라면 평이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영상용으로서의 조작감으로는 떨어진다) 포커스 링과 조리개 링에서 일반적이 포커싱 조작이나 팔로우 포커스 등의 연결하고도 그리 좋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전문 시네마 렌즈의 포커스 조작감을 기대한다면 분명히 실망할 수밖에 없다. (사실, 포커스 기어 디자인과 조리개 수치에서 F값 대신 T값 표시의 적용 이외에 기존 동일 사양의 스틸 사진용 렌즈와 거의 같은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지 싶다) 장점이라고 말하기 조금 애매하지만, 수동 렌즈 특유의 매우 간명하게 구성 요소들을 고정하는 결합 구조로 분해/재조립이 용이하다. 종종 렌즈 내부에서 발생하는 광학 요소(주로 조리개 근처) 간 먼지 등을 제거하기 위한 분해가 매우 간편하고 구조 또한 간명해서 자가 수리 등에도 큰 어려움 없이 가능하지만, 그리 일반적인 경우가 아닐 테니 장점이라 하기도 마땅찮다. (그래도 분해/조립 시에 언제나 자그마한 베어링 쇠구슬은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가성비 등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도 있겠지만, 렌즈 외/내부 주요 하우징과 어셈블리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구성된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다. 내부의 광학 요소 고정 어셈블리와 포커스/조리개 조작 시 동작 부분도 플라스틱 재질이어서 정밀함을 기대하기에는 부족하다. 주요 어셈블리 플라스틱 재질의 태생적인 한계 즉, 충격 등에 의한 변형이나 온도 변화에 수축 등의 원인으로 조작감과 광학적 정밀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재질이 플라스틱이라고 제품 무게가 가볍거나 하는 장점은 있다) 제조비용의 절감과 전반적인 가성비의 문제 등을 감안하면 이해 못 할 결정은 아니다. 그리고 금속 재질이었으면 렌즈의 무게가 꽤나 증가할 것이고 사용/조작 상의 편리, 짐벌 등과 결합 운용에서 부담을 생각하면 단점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운트 부분만 금속이고 이를 광학부와 연결/고정하는 장치는 대부분 플라스틱이라 아쉬웠고 그리고 외형 측면에서도 분명히 아쉬움은 남는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시네마 촬영 현장에서 실제 거친 사용 조건 등을 고려하여 내구성을 담보할 수 있게 만들어지는 점에서 삼양 시네의 플라스틱 구성은 분명히 성에 차지 않고 불만이다.(어쩌면 고급스러움과는 다른 콘셉트의 '철저한 가성비 제품'임을 이 부분에서까지 표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까탈을 부려서 꼬투리를 잡아보면, 영상용 수동 포커싱 렌즈임을 감안하여 원거리 포커싱에서 거리별 정밀한 조작에서 불편하다. 물론 24mm 초점거리의 초광각임을 감안하여도 1m~∞ 거리계에 별다른 중간 단계 마크가 없고 포커스 링 조작 가능한 영역도 매우 짧다. (스틸 사진 렌즈 구조를 그대로 답습한 탓이지 싶다) 참고로 T1.5/35mm 렌즈에서는 1m 이상 거리계 표시는 1m, 3m~무한대로 구분되는 정도다. 이너 포커싱 방식(Inner focusing system) 방식이므로 렌즈 내부의 포커싱 구조는 캠 기어 구조이고 따라서 캠 기어의 포커싱 요소의 전후 이동을 유도하는 홈의 경사(포커스 링의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꾸어주는 캠 기어 경사)를 원경 부분에서 더 완만하게 처리했더라면 원경의 정밀한 포커싱 조작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위 이미지 참조하자) 최근접 촬영 거리(0.25m)에서 무한대까지 120~130˚ 정도 포커스링이 돌아가는데 이를 좀 더 완만하게 포커스 링 조작 범위 200˚ 이상으로 설계할 여유는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깊은 심도에서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지만, T1.5(F1.4)의 얕은 최대 개방 조리개의 심도를 보여주는 렌즈이므로 조금 더 세심한 조작의 여지가 있지 싶다) 일반적인 시네 렌즈들이 200~300˚ 가까이 포커스링이 회전하는 구조로 아주 미세한 수동 초점이 가능한 데 좀 비교되고 불편하다. 포커스 링에 팔로우 포커스용 기어까지 만들어두고 이런 것에는 왜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추측건대 스틸용 동일한 렌즈와 내부 구조와 부속을 공유하는 원가 절감으로 보이는데, (이런 사소해 보이지만,) Cine 렌즈라는 명칭과 수동 포커스 조작 시 중요한 부분이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니 외형(포커스 기어)과 이름만 '시네' 렌즈가 아니냐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영상용(시네 렌즈를 표방하는)의 특화된 렌즈이므로 '포커스 브리딩(Focus breathing)'에 대해 언급해야겠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이너 포커싱(IF, Inner focusing) 방식임에도 포커싱 조작에 배율 변화 즉, 줌인/줌아웃과 유사한 효과가 발생한다.(물론 최단 촬영 거리가 매우 짧은 초광각 렌즈라서 두드러지는 점도 있지만) 일반 스틸 사진용 렌즈가 아니라 시네 렌즈라고 제품 콘셉트에서 볼 때 포커스 브리딩의 발생 정도는 억제되어 있지만, 한편으로 조금 아쉽다. 플로팅 요소 시스템 설계의 목적은 가까운 포커스 거리에서의 수차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고, 포커스 브리딩 억제에 효과적인 방식이라서 포커스 브리딩 억제도 잘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고 보니 사람 욕심이 참 끝이 없나 보다. 그래도 24mm 초점거리에 최단 거리 25cm에서 무한대까지의 포커싱 범위를 생각하면 포커스 브리딩 발생의 정도는 수긍할만하다.
그리고 삼양 공식 자료에서 아름다운 보케를 아웃포커싱 묘사를 장점으로 들고 있는데, 배경 흐림의 묘사는 꽤 좋지만, 빛망울 보케에 한정해서 볼 때, 비구면 렌즈의 영향으로 내부에 동심원의 원(비구면 연삭흔)이 조금 거슬리는 점도 아쉽다. 보케 영역은 개인적인 취향이 꽤 갈리는 영역이지만, 소개 자료에서 아름다운 보케라고 명시하고 있어서 매우 부드럽고 균질한 빛망울 보케 묘사를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추측건대, 아름다운 보케의 의미는 중앙부에서 주변부까지 원형 보케 형태를 대체로 유지/묘사하는 것을 말하지 싶다. 실제로 주변부의 보케 잘림으로 타원/레몬 형태가 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해서 제법 둥근 본래의 형태를 잘 유지한다. 위 샘플 이미지는 일부 크롭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양파 모양 보케 동심원이 싫다고 비구면 요소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으니 얻는 것이 있으며 조금 잃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아닐까. 또한, 24mm 초점거리인 탓에 플레어 발생 가능성이 있다. 멀티 코팅과 초 저분산 요소 사용으로 플레어 억제가 꽤 좋지만, 모든 플레어를 예방하진 못한다. 기본 구성의 후드를 사용하면 꽤 효과적이므로 이를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위 보케 샘플 이미지는 빛 망울 부분을 확대 크롭 한 것이다)
▶ 삼양 T1.5/24mm의 사소한 사용 감상
개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렌즈다. 물론, 최대 개방에서의 해상력 저하나 색수차가 있어서 소프트 필터 장착 효과 정도로 변칙적으로 활용했다. 막 굴려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점에서의 만족도는 크다. 적절하게 넓은 FOV와 AF 24mm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던 최고 사양의 밝은 조리개와 배경 흐림 또한 만족스럽다. 시네 렌즈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스틸 사진용으로도 사용해도 괜찮다. (스틸 사진용 렌즈의 기본 베이스에 외형 리뉴얼 렌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더 상기하자) 밤하늘의 별 사진이나 은하수 촬영용으로도 쓸만하다. (별 촬영용의 렌즈는 구면수차 그중에서도 코마수차가 잘 억제되어야 하는데 자세하게 언급하자면 이야기가 길어지므로 생략하자. 수차 감쇄가 주변부까지 좋아서 밤하늘 촬영용으로도 잘 어울리지 싶다) 작고 콤팩트한 렌즈를 좋아해서 크고 무거운 렌즈(일명 '대포')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가성비와 결과물에서 (작고 가벼운 렌즈가 주는 사용상의 이점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만족을 주곤 했다.
35mm 풀 프레임이나 super 35mm(APS-C) 등 규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점도 좋다. 후지 카메라의 APS-C 카메라에도 종종 물려서 사용한다. (슈퍼 35mm와 APS-C는 엄밀하게 규격에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거의 비슷한 크기라 함께 기술했다. 그리고 영상용 특화 렌즈이므로 super 35mm 규격을 사용했다)
MF 포커싱에 익숙하지 않고 AF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선택 전에 충분히 고민해야 하지 싶다. 24mm 초광각의 초점거리 (장초점 렌즈의 얕은 심도에서의 MF 만큼 당황스럽지는 않겠지만) T1.5(F1.4)에 해당하는 최대 개방의 심도와 근접 피사체 촬영이 결합하면 피사계 심도는 꽤 얕아져서 정확한 포커싱의 곤란을 가중시킨다. 물론, 조리개를 일정 이상 조이고 사용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 이긴 하다.
2010년 전후로 한 동안 세계 시장에서 삼양은 가성비가 좋은 렌즈로 스틸 카메라용 MF 렌즈와 영상용 MF 렌즈에서 Rokinon 브랜드로 꽤 성공적이었지만, 최근에는 AF 렌즈까지 제품군을 확대하며 기술력에서 광학 기술뿐만 아니라 전자 제어 기술 등에서도 도전하는 입장으로 보인다. 그리고 카메라용 렌즈 시장은 중국의 신흥 광학 제조사들의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속속 진입하고 있고, 가성비를 중심으로 한 실용적인 영상 렌즈 분양에서도 Meike 등의 중국 광학 제조사의 경쟁 또한 눈길을 끈다. 개인적으로는 삼양이 좋은 성능과 기술력의 획기적인 제품, 매력적인 가격으로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기를 응원한다. 삼양은 우리나라에서 제조가 이루어지는 광학 제조사이지만, 외국인 투자 기업(한국 CHINON)으로 성장했고, 긴 시간을 거치며 현재 경영권은 일본계 다국적 그룹에 있다.(댓글로 알려주신 내용을 덧붙이면 현재 국내 사모펀드가 대주주라고 합니다) 단순히 우리 기업이나 국뽕? 에 취해서 삼양의 선전을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회사 기반이나 경영권 등을 따져 속 좁게 판단할 이유 또한 없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다양하고 성능이 좋은 그리고 가성비까지 좋은 광학 제조사를 응원한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연구/개발/제조하는 삼양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삼양옵틱스 자체에서 'Professinal cine'로 분류하고 있는 'XEEN' 렌즈군에 대해서도 다루고 싶었는데, 영상 촬영에 특화된(액세서리와 호환성을 높인) 규격과 조금 업그레이드된 조리개 사양, 그리고 일반적인 시네마용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내부의 광학 구성은 이번 수다에서 다룬 VDSLR 시네 렌즈와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생각되고 사용 경험이 별로 없어서 다루지 않았다. (렌탈 샵 등에서 잠시 빌려서 사용한 정도로는 제대로 된 감상을 얻기 어려운 둔감하고 무딘 감각이 문제다) 다음에 또 기회를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