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지 30~50년이 훌쩍 넘은 올드 렌즈들은 사람이 나이가 들어 육체적 건강이나 외모에 변화를 피할 수 없듯 아무리 정성으로 잘 관리한다 해도 그 시간만큼 어떤 흔적이라도 남기 마련이라서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경미한 장애 한둘씩은 가지고 있다. 이런 장애나 조작감 등의 성능 저하는 올드 렌즈에 대한 평가나 만족도를 낮추는 가장 흔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광학계에 발생하는 아무리 경미한 흔적이나 결점도 결과물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를 사용자가 어느 정도 체감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대부분 '사진 결과물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이를 믿고 있겠지만,) 아주 미세한 먼지 하나라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이 없을 수 없다. 광학 기기에 있던 손상이나 오염 등의 하자가 결과물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는 마술 같은 일은 없으며, 때로는 광학 요소에서의 사후 관리 상의 하자로 인한 영향을 '옛날 렌즈는 원래 그래' 등의 올드 렌즈의 태생적인 성능이나 한계쯤으로 넘겨짚고 일반화하는 세간의 평에 올드 렌즈 애호가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사실, 제거가 어려운 심각한 곰팡이나 구면의 손상은 (특별한 사연이나 역사적 가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광학 기기로서의 효용이 크게 떨어져서 차라리 수리하는 번거로운 수고를 포기하는 것이 정신 건강으로나 비용 측면에서 더 낫다. 하지만, 사소한 문제는 조금 더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면 본래의 그 성능으로 돌아오고 왠지 늙고 낡은 렌즈를 회생케 하는 맛에 올드 렌즈 쓰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특히, 흘러버린 시간만큼 이를 수십 년 전의 카메라 장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수리점이 이제 거의 사라져서 자가 수리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올드 렌즈를 애호는 곧 간단한 자가 수리까지 겸해야 가능한 시대가 되는 걸까.
이번 수리 목표인 Canon FD 55mm f1.2 S.S.C는 개인적으로 '표준 렌즈'를 좋아해서 꽤 다양한 표준 렌즈를 가지고 있음에도 또 하나 들이게 된, 상대적으로 젊은 빈티지 메뉴얼 포커싱 렌즈다. (이 렌즈에 대한 정보와 사소한 감상은 좀 더 사용해보고 물고 뜯을 감상이 모이면 그때 시작해 보자) 광학계와 외부 상태는 좋지만, 미러리스 디지털 카메라에 장착했을 때, 포커스 무한대 지점이 한참 넘어서서 렌즈의 거리 표시와 실제 포커스 위치 오차가 크다. 그리고, 포커스 링의 회전 조작이 너무 뻑뻑하고 무겁다. 40년이 지났으니 내부의 윤활유 등이 굳어서 이에 적절한 보수가 필요하고, 거리 표시 오차 부분에 대한 조정으로 정밀 광학기기에 걸맞도록 개선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했다.
60~70년대의 SLR 교환용 렌즈는 제조사가 다르다고 해도, SLR 교환 장착용 렌즈의 내부 작동 매커니즘이 비슷비슷해서 분리와 재조립에 큰 어려움은 없다. 물론, 70년대 중반 이후로 일명 AUTO 기능 구현을 위한 설계 즉, 렌즈와 카메라 간의 정보를 주고 받기 위한 커플러 등이 많아져서 내부 구조는 점점 복잡하게 변했지만, 아직 전기접점이나 전자 장치가 렌즈에 적용되지 않던 시기라서 AF 렌즈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간명한 편이고, 수동 조작에 의한 기계적인 작동을 위한 정치한 작동 방식과 정밀한 기기 구조를 엿보는 재미도 있다. 차분히 분해하면 그리 어렵지 않지만, 낯설다면 헨델과 그레텔의 교훈처럼 다시 돌아갈 때를 생각해서 틈틈이 흔적을 남겨두는 것을 잊지 말자.
전면의 네임 링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려서 제거하고,
황동 링을 돌려서 제거한 후, 3개의 나사를 제거하면,
외부 포커스 조작 링이 분리된다.
측면 부분에 무한대 부분을 조정하고 고정하는 부분이 있다. 고정자를 풀고 디지털 카메라에 장착한 후 무한대를 확인하면서 정확한 위치를 설정하고 고정자를 다시 고정하면 무한대 조정은 해결된다. (위치 이동 후에 나사 고정을 위한 홈이 측면으로 나란히 있으므로 꽤 넓은 범위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캐논 FD 렌즈는 예전 단렌즈나 줌 렌즈를 분해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리 망설이지 않고 시작했다. 하지만, 앞서 '해봐서 아는데'의 자만은 언제나 뻔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한다. 대체로 비슷하지만 일부분 조금의 차이가 어렵다. FD 50mm f1.2의 내부 헬리코이드 조립 구조와 렌즈 정면이 회전하지 않도록 고정하는 부분이 미묘하게 달라서 조금 헤맸다. 그 외는 무난한 편이었지만, 돌아가는 길의 표시하기 위해 흘려둔 빵조각? 사진이 있으니 이를 정리해두면 자가수리에 도전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실, 이를 정리하고 설명하는 것이 수리보다 더 귀찮은 일이지만...)
헬리코이드에 윤활유 문제로 포커스 조작이 쉽지 않으므로, 좀 더 분해가 필요하다. 이 지점부터는 조금 복잡하고, 구조를 이해해야 다시 조립이 가능하니, 재조립에 자신이 없다면 이 이상의 진행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캐논 FL, FD 렌즈의 헬리코이드는 직선 구동형 이중 나선 (Straight drive double helicoid)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타 제조사의 수동 렌즈의 직선 구동 헬리코이드 방식과 다르다. 즉, 포커싱 링 회전에도 렌즈 전면이 회전하지 않도록 직선형으로 바꾸는 방식이 이중 헬리코이드로 이루어져 있다. 분해 시 각 부분의 위치를 표시해두자. 이중 헬리코이드 나사산이 맞물리는 위치가 두세 곳이 있으니 다시 정확한 위치로 재조립하기 위해서는 헬리코이드가 분리되는 특정 지점을 표시해두어야 다시 되돌아 가는 길(재조립)이 수월하다. (표시를 안 하고 건너뛰었다가 재조립에 한참 헤맸다)
헬리코이드 회전에도 렌즈 광학계는 회전하지 않고 전후로 선형 이동으로 전환해 주는 구조(그래야 렌즈 전면에 필터나 후드를 장착해도 회전하지 않는다)이며, 이를 위해 광학계를 감싸는 2중의 각기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는 헬리코이드를 가지고 있다. 외부 헬리코이드뿐만 아니라 내부의 헬리코이드의 윤활유도 교체해야 포커스 조작감이 부드러워진다. (액체형 윤활유는 흘러내리고 쉽게 증발하므로 반드시 일정 점도를 가지는 고체형/실리콘 그리스를 사용하자) 헬리코이드의 굳은 윤활유를 닦아서 제거하고, (칫솔 등을 이용해서 나사산 안쪽까지 꼼꼼히 제거한 후 새로운 고점도의 실리콘 그리스 계통의 윤활유로 교체하자. 그리스의 점도 + 사용량에 따라 수동 포커스 조작감이 결정된다. 취향이나 사용 습관을 고려해서 적정한 점도의 그리스를 선택할 수 있겠다.)
헬리코이드를 분리 후, 하단의 조리개 정보를 전달하는 커플러 장치도 모두 제 위치에서 이탈해서 재조립 시에 이 부분을 다시 연결해야 한다. 따라서 렌즈 아랫부분 (마운트 고정 부분)도 분리한다. (하단 부분 분리는 FD 마운트 특성상 바로 보이지 않아서 렌즈 마운트와 맞닿는 부분의 걸림 돌기를 누르고 포미 잠금 링을 계속 돌리면서 하단의 3개 구멍과 고정 나사를 일치시키고 분리하면 된다.(이 부분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어설픈 설명보다는 FD 마운트 분해에 대한 유튜브 등의 영상을 검색해서 참고하는 것이 낫겠다. 위 그림은 FD 50mm f/1.4 렌즈에 대한 설명이지만, 구조와 동작 원리가 같아서 동일 적용 가능하다)
조리개 링을 분해하고 싶다면 아래 두 개의 나사로 고정된 작은 (짙은 갈색) 금속 판을 제거하면 조리개 조작 링이 분리된다. 유단 조리개 조작 방식을 위해 두 개의 작은 베어링이 함께 분리되어 튕겨나갈 수 있으므로 망실에 주의하자. 만약 무단 조리개 (De-click) 개조를 원한다면 베어링 2개를 제거하면 간단히 해결된다.(당시 고가의 렌즈라 쇠구슬도 2개씩 들어가 있다) 하지만, 조리개 조작 부분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분리할 필요는 없다.
조리개 정보를 전달하는 커플러 장치의 조립은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싶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영상으로 남겨두는 건데, 헬리코이드에 그리스를 바르고 조립하느라 손에 기름이 묻어서 사진도 충분하지 않다. 사실, 핵심은 "커플러 등을 정확한 위치에 각자 설정하고 조립한다"이지만, 정확한 위치를 말로 설명하기 참 곤란하다.
대충 설명하면, 1번이라고 표시된 작은 돌기를 시계 방향으로 살짝 회전시켜서 조리개 조절 커플러가 회전할 수 있도록 하고, 조리개 조절 장치 커플러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켜서 완전 개방 상태가 되도록 한다. 그리고 FD 마운트 부분의 커플러와 잘 맞물리도록 정위치 시킨 상태에서 둘을 결합하다. 이때 FD 마운트 부분도 각각 정 위치로 고정해야 하는데 이건 촬영해둔 사진이 없어서 "그냥 둘의 각각 커플러 연결 위치가 딱 들어맞게 조립한다" 정도로 허둥지둥 마무리할 수밖에 없겠다. (말로 설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허술한 설명은 어쩔 수 없다)
그 이외의 분해의 역순으로 각 부위를 다시 조립한다.
수리 후 영상 촬영에 용이하도록 맞춤형 렌즈 리하우징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로 대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