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쉬운 편집 - 창의적인 AI 사진 에디터?"라고 열심히 홍보 중인 루미나르 4와 관련해서 조금 삐뚤어진 그리고 속 좁은 감상을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 루미나르에 대한 사용 경험이 없고 관심도 없어서 개인적인 어떤 편견도 없다. 그리고 아래 수다에서 루미나르에 대한 불평은 루미나르 4 자체의 문제이기보다는 이런 류의 사진 에디터 조차 사용자가 (결코 적지 않은 대가를 지불하여) 별도로 구매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 전용 카메라 제조사가 사용자를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더 크다. 스마트폰 사진 어플에서 간편하고 다양한 보정 효과로 인기를 모았던 필터 효과나 합성 효과 등이 어떤 식으로든 PC용 사진 에디터에도 구현될 것이 당연했고, 이미 그 효과 정도에 차이는 있으나 사진 에디터 프로그램에 구현되는 많은 효과가 있고, 꽤 간편하고 효과적인 보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후반 보정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에게 루미나르 4는 꽤 재미있는 툴이 되지 싶다.
하지만, 이런 후보정의 간편함, 편리하게 합성하고 보정하는 사진 에디터가 '사진'이라는 일종의 문화이자 예술의 한 장르이자 실생활에 유용한 기술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과적인 툴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사진이라는 장르에 결과적으로 과연 도움이 될까?
필름에서 디지털 사진으로의 전환은 사실의 증명이라는 사진 발명 이래로 사진의 주된 속성이자 차별화되던 용도에서 밀려났었는데, 이는 흔히 '뽀샵질'이나 '합성'이라는 사진의 사실에 대한 증명에 대한 큰 흠집이 남았다. 이제 그 '뽀샵질' 보다 더한 '루미나르질'이라 불리며(사실, 루미나르가 아주 독창적인 것이 아님으로 이리 불릴 이유도 크지 않겠지만) 풍경 사진의 그 장관마저 합성된 하늘일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겠고, 사진을 취미로 즐기는 애호가 입장에서는 꽤 허망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진을 위해 노력할 동기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 루미나르 4 - 창의적인 AI 사진 에디터?
창의에 대한 해석은 저마다 다를 수 있고 사진이 아니라 '사진 에디터'가 창의적이라는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사진 에디터로 보정된 사진이 창의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더 다분하지 않을까. AI가 추천하는 그 경우의 수 몇가지에서 선택하는 것이 창의적 일리 없고, 그 결과 모두가 비슷비슷한 보정 결과물을 얻지 않을까?
하늘의 모습이 간단한 클릭 몇번으로 바꿔치기된 것을 안다면, 아무리 장엄한 하늘의 풍경이라도 누가 대단한 사진이라 하겠는가. 이제 쏟아지는 별의 일주나 밤하늘의 은하수를 찍기 위해 오지를 찾는 험난한 여행을 하거나 그 비싼 밝은 광각 렌즈를 장만하지 않아도 되니 고맙다고 해야 할까? 날씨나 하늘의 경관에 상관없이 어차피 하늘 풍경은 쉬 바꾸어서 보정할 수 있어서 아무 때나 사진을 찍으면 되니 더 사진을 많이 찍을까?
'AI' 사진 에디터라고 부르기에는 (아무리 요즘 AI를 이용한 기술이 주요 미디어의 단골 주제이고 이를 이용한 마케팅이 흔하다 해도) 루미나르 4에 구현된 기능을 인공지능에 의한 기능이라고 하기에는 낯 뜨겁지 않은가? 이전 AI 사진에 대해 장황하게 떠들었지만, 인공 지능이라 불리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생각하면, 사물이 무엇인지 판별하고 이에 따른 매뉴얼화된 몇 가지 경우의 보정 적용 정도로는 자동 기능, 백번 양보해서 '강화된 자동' 기능 정도에 불과해 보인다.
어느 정도 숙련된 보정 기술을 가지고 있고 포토샵 등의 툴을 통해서 가능하던 합성이나 일정 수준의 보정을 일반인도 편리하고 손쉽게 구현 가능하도록 한 것은 의미 있고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기능이 루미나르 4에서만 가능한 것도 아니고 처음도 아니다. 이미 스마트 폰에서는 각종 어플의 에디터에서 구현되고 있고, 대부분은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가능한데, 이런 기능을 PC에서 구현하기 위해서 별도 구매를 해서 적용하는 이점이 있을까?
이런 보정 에디터 소프트웨어는 카메라 제조사에서 충분히 개발하고 지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스마트 폰과의 경쟁에서 기존 전용 디지털 카메라의 가치가 위협받는 것은 비단, 휴대와 접근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간편한 후반 보정 기능에서 편리함과 간편함에 격차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스마트 폰에서는 촬영하고 스마트 폰의 어플을 통해 필터 효과나 후보정 등이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반해, 전용의 카메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PC로 전송한 후에도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여 루미나르 4 같은 사진 에디터를 구매해야 하니 전용 디지털 카메라가 편리해 보이지 않고 경제적인 것 또한 아닌 것은 당연해 보인다. 카메라 제조사에서 스스로 개발하고 제공할 역량이 안된다면, 오픈 소스나 열린 에드 온 어플 개발과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지 싶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개방된 앱 정책 등과 비교할 때 전용 카메라의 운영 소프트 웨어는 너무 폐쇄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결국에는 기술이든 사용자 편의성에서든 뒤처질 수밖에 없다.
앞서 비용과 편리함에 대해 말했지만, 무엇보다 지금 디지털 사진의 위기는 '사진만이 가지던 차별적 의미나 용도, 그리고 그에 기반한 철학'이 사라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철학이 사라진 자리를 후보정의 편리함으로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필름 시대에는 필름이라는 소자의 태생적 한계 탓에 기술적으로 잘 찍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도 꽤 길고 깊은 고민이 필요했고, 이 과정을 통해 잘 찍은 사진과 좋은 사진에 대한 철학이 자연스럽게 자리하는 과정이 되지 않았나 싶다. 디지털 사진에서는 잘 찍는 사진을 얻기 쉬워진 만큼 사진에 대한 나름의 철학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기회가 없어진 듯하다. 좋은 사진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 자리에 감각적이며 동시에 자극적인 필터링이나 합성 등의 후보정 기능이 좋은 사진을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인냥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꼰대 사진가들이 하도 들먹여서 너무 신격화되어 버려서 이제 언급하기도 조금 민망한 브레송의 말을 하나 인용하면, "약점 투성이의 구성을 지닌 사진이 암실의 확대기 아래에서 재구성되어 구제되는 경우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일 거의 비슷하게 이 말을 현재의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에서 후보정에 대입해도 그리 달라지지 않는 듯하다. AI의 후보정이나 합성으로도 약점 투성이의 구성을 지닌 사진이 구제될까 궁금하다. 일상적인 용도나 상업 사진 등에서 사진 철학이 강조될 이유는 없겠지만, 사진 철학이 있는 예술 사진과 장르 사진들이 함께 공존하는 것이 사진 자체를 훨씬 풍요롭고 가치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루미나르 4와 같은 사진 에디터가 과연 홍보 문구마냥 '창의적인 사진'으로 이끄는 도구가 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창의적은 커녕 정 반대의 비슷비슷한 사진(흔히 달력 사진이라고 얕잡아 칭하는 그런 류의 비주얼에만 치중된 사진)을 양산하는 툴에 더 가까워 보인다.
기술 발전으로 동영상이 주목받으며, 사진이라는 장르 자체의 효용이 이전만 못하기도 하려니와, 기존의 사진 장르가 가지던 철학적인 기반마저 사라지고 있으니 이래저래 사진의 미래는 어두워 보이고 종종 몸에 베인 습관처럼 무의미한 셔터를 누르는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무겁다. 그리고 사진 후보정과 사진 조작(Photo manipulatio)의 구별에 대해서도 고민이 더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