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 촬영에서 빛 번짐은 광원을 직접 촬영하거나 강한 사광이 렌즈로 유입될 때 꽤 빈번히 발생한다. 빛 번짐을 통해 특별한 느낌의 표현이 가능하지만,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목적이라면 이를 방해하는 요소로 그리 달갑지 않은 때가 많다. (사실, 대부분의 사진에 나타나는 빛 번짐은 아래 샘플 이미지에서와 같이 지저분하게 보이고 그리 아름다운 형태는 아니다) 빛 번짐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그 양태가 조금씩 달라서 플레어(Flare), 할레이션(Halation), 글로우(glow), 헤이즈(Haze), 빛 갈라짐(starbuster)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빛 번짐의 주요 원인은 광학계(렌즈)와 관련되어 있지만, 헤이즈처럼 대기 중의 산란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촬상소자(필름이나 이미지 센서) 면 또는 기타의 광학계 내의 구조물 난반사가 원인일 때도 있다. 그리고 열거한 원인이 다수 중첩될 때 더 확연하게 촬영 결과 이미지에 영향을 줄 것은 당연하고,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라 생각한다.
아래 샘플 이미지의 빛 번짐은 1차적으로는 강한 사광의 유입으로 플레어가 발생하고, 광학계와 카메라 내부 난반사와 회절, 광학계의 잔존 수차에 의한 심화 등 다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지저분한? 빛 번짐을 보여주지 싶다.
▶ 광학계로 유입되는 강한 빛에 의한 내부 반사와 빛 번짐
빛 번짐의 가장 주된 요인은 렌즈의 광학요소 면에서의 반사(정반사와 난반사)의 경우다. 유리와 공기(또는 물과 공기 등)의 다른 매질을 투과할 때 빛은 해당 매질의 굴절률의 차이에 영향을 받아 일부는 통과하고 일부는 반사된다. 반사된 빛은 여러 장의 광학 구성요소 사이에서 다른 부분(다른 유리 구면이나 렌즈의 벽면 등)에서 난반사가 일어나고 반사된 빛이 촬상소자에 중복 노광되어 콘트라스트가 낮아지고 빛 번짐이 발생한다.
빛 번짐의 특징이나 양태에 따라 일반적으로 플레어 또는 글로우나 할레이션 등으로 불린다. 대부분의 촬영 조건에서는 난반사로 일어나는 영향이 미미해서 단지, 촬영 결과물 이미지의 선명도와 채도가 약간 저하되는 정도에 그치지만, 광원을 직접 바라보는 촬영 환경이나, 강한 사광이 광학계/렌즈 입사구로 유입되는 조건에서는 광학계 내의 난반사가 강하고 빈번하게 일어나서, 그 영향으로 필름의 소자나 이미지 센서의 픽셀의 과포화(정상적인 노광 + 난반사로 인해 추가 노광 즉, 다중 노출과 비슷한 결과)로 인해 과노출 상태가 된다. 난반사의 영향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을 때는 명도차가 큰 경계면에 빛이 번지거나 밝은 영역 부분(명부)가 과노출된 '글로우' 현상이 나타난다.
2016/05/11 - [사진과 카메라 이야기/사진과 카메라에 얽힌 잉여로운 감상] - 역광에서의 플레어(Flare)
할레이션(Halation) 현상은 필름에 조사된 빛이 필름을 통과한 후, 다시 후면의 카메라 내부(주로 필름 압착판 부분)에서 난반사되어 다시 필름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일컫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필름의 후면에 화학적 처리(Anti-Halation backing)로 빛 투과 후 재반사로 인한 영향을 줄여 완화할 수 있는 필름 제조기술로 발전했다. (이후, 필름면의 난반사로 인한 효과와 유사한 표현 기법으로 이미지 센세를 사용하는 디지털 카메라에서도 '할레이션 효과' 등으로 불린다) 따라서, 엄격하게 따지면 할레이션은 필름에서만 발생하는 빛 번짐이라 할 수 있는데, 그 특징은 이미지에 밝은 점이나 피사체의 경계면에 밝은 후광과 같은 시각적 효과를 말한다.
근래에 종종 언급되는 할레이션 효과(Halation effect)는 이보다는 조금 넓은 의미로 쓰이는 듯한데, 피사체와 배경의 '경계면 테두리에 밝은 후광을 만드는 효과나 표현 기법' 정도를 의미한다. (역광이나 강한 사광의 촬영 조건에서 플레어 등의 난반사로 인한 영향과 유사해서 따로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더구나 이제 필름이 아니라 대부분의 카메라가 이미지 센서를 사용하는 현실을 감안하자. 영상 촬영 현장 등에서 '하레'로 불리는데, 이런 조악한 발음의 왜색? 외래용어는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 영어 발음은 '헐레이션'에 더 가깝다.) 할레이션 현상 또한 필름 면에서 반사된 빛이 셔터 막이나 내부의 벽에 반사로 촬상소자에 과포화/과노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플레어가 사진(또는 영상) 결과물에 영향을 미치는 매커니즘과 매우 유사하다.
반사는 광학계의 유리 구면뿐만 아니라, 광학계를 둘러싸고 있는 격벽, 그리고 필름이나 이미지 센서 면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내부 구조의 벽, 카메라 셔터의 후면에서도 일어난다. 따라서 유리 구면은 반사방지 코팅을 하고, 필름과 이미지 센서 상면은 반사 방지하는 물질로 마감되며, 광학계 격벽과 카메라 내부 그리고 셔터 등 반사 방지를 위한 흑칠 즉, 페인팅 처리와 난반사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된다. 렌즈의 구면 코팅 또한 반사방지를 위한 코팅(싱글 코팅) 뿐만 아니라 투과율을 높여서 반사되는 빛의 양 자체를 줄이는 멀티 코팅이 빛 번짐 발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 수차로 인한 빛 번짐
구면으로 이루어지는 렌즈의 광학계는 구면 수차를 가진다. 구면 수차는 빛이 한 점에 모이는 것을 방해하며 그 결과로 광원의 주변 또는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경계면에 빛 번짐을 발생시킨다. 일반적 광학 (구면) 수차는 조리개를 조이면 감소하며, 따라서 조리개 개방 촬영 시에 빛 번짐이 더 잘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물론, 조리개 개방 촬영에서 사광/잡광으로 인한 난반사가 쉽게 일어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구면 수차(자이델 5 수차) 뿐 아니라 색수차에 의해서도 특정한 파장의 빛이 번져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색수차에 의한 빛 번짐이라 할 수 있다. 특정한 색(주로 보라색/마젠타 등)의 빛 번짐으로 구면 수차에 의한 빛번짐과 구별된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 색수차에 대한 아래 링크의 글을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 회절과 빛 번짐 그리고 각진 모서리에 의한 빛 갈라짐
작은 슬롯을 통과하는 빛에서 회절은 확연히 발생한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작은 틈/슬롯이나 구멍에서만 회절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빛이 차단되는 모든 경계면(큰 구멍의 테두리의 직선 부분 또한 모서리 부분에 비해 정도는 약하지만 회절이 발생)에서 회절은 발생한다. 하지만 사진 결과물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느냐로 평가하면, 대부분의 회절은 대체로 무시되어도 좋은 정도이다. 따라서 사진과 관련해서 언급되는 빛의 회절에 의한 빛 번짐은 아주 작은 조리개 개구(입사동), 조리개 형태에서의 각진 모서리 등에서 발생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렌즈에서 조리개의 크기에 따라 조리개 개방 시에는 '회절에 의한' 화질의 저하보다는 (구면) 수차 감쇄로 인한 화질 개선의 이점이 더 크다 따라서, 조리개를 조일수록 화질(해상도와 선예도, 그리고 채도의 증가)은 좋아지지만, 일정 이상 조여진 조리개 수치 이상에서는 (구면) 수차의 감쇄 정도는 미미하고 회절로 인한 화질의 저하 영향이 더 커진다.(번짐 효과로 인한 해상력/분해능, 채도 등의 저하).
"그렇다면 회절은 어떤 조리개 값부터 화질 저하를 일으키느냐?"라는 의문이 생기는데, 광학계의 초점거리에 따른 조리개 개구의 크기, 그리고 개구의 형태, 잔존 광학 수차의 정도나 영향에 따라 렌즈마다 그 정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요약하자면, 광학계/렌즈의 초점거리나 구면수차의 감쇄 정도, 조리개 개구의 물리적인 형태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최상의 화질의 조리개 값/수치는 렌즈 마다 다르다.
회절에 의한 빛 번짐이 시각적으로 잘 드러나는 경우로, 매우 작은 슬롯 구조를 특징으로 한 핀홀 카메라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일반 사진기에서도 조리개를 조이고 촬영 시 점광원의 빛 갈라짐 등이 나타나는데, 이 빛갈라짐은 조리개의 모양이 완전한 원형을 이루지 못하고, 조리개 날 수에 따라 각진 모서리의 좁은 틈에서 회절이 심화/증폭된다. 회절에 의한 모서리 부분에서 길게 표현된 빛 번짐을 '빛 갈라짐' (Starbuster) 등으로 부르는데, 이는 회절의 다른 이름이라고 해야하지 싶다.
▶ 산란에 의한 빛 번짐
공기 중의 자외선 산란으로 인한 헤이즈와 대기 중의 미세 물질(먼지, 물방울 등)의 영향으로 인한 대기 중의 빛 산란으로 인한 빛 번짐 또한 종종 발생한다. 그리고 반사가 쉽게 일어나는 물체의 표면에서의 난반사로 인한 빛 번짐 등도 있다.
설명을 조금 더 보충하자면, 대기 중의 물질(구름, 작은 물방울 등)에 의한 산란(빛 번짐)은 전방 산란-forward scatter-이고, 해무리(sun dog)나 달무리(moon dog)가 좋은 예라 하겠다. 후방 산란 -back scatter-은 물체의 표면에 반사한 빛이 주변의 미세한 물질(주로 안개 등의 작은 물방울) 산란하며 물체 주변(후방)에 테두리 모양의 빛 번짐(후광)을 만든다. '브로캔 현상' 또는 '브로캔의 요괴(Brocken spectre)' 또한 후반 산란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거울이나 매끄러운 금속 표면의 정반사와 달리 반사 후에 주변부의 산란에 의한 현상이라는 특징이 있다.
▶ 그 외 빛 번짐의 원인
포커싱의 부정확 또는 촬영 시의 흔들림에 의한 빛 번짐(일종의 블러)이 있겠고, 렌즈 구면의 오염이나 코팅 손상으로 인하 빛 번짐과 저성능 필터 사용으로 인한 빛 번짐 등이 자주 발생한다. 그 외 광축 이탈 등으로 광학계 본연의 구면 수차 감쇄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내부 난반사가 증가하여 발생하는 빛 번짐도 있다. 그리고 각종 확장형 튜브(이종 장착용 또는 매크로용) 어댑터 내부 벽면에서 반사로 인한 빛번짐도 꽤 흔하게 발생한다.
이런 난반사의 발현 양태는 플레어와 매우 유사하고, 플레어가 잘 발생하는 조건에서 더 심하게 체감될 것이다. (따라서 올드 렌즈를 튜브 확장형 어댑터와 함께 사용할 때 어댑터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난반사나 화질 저하의 문제를 오롯이 올드 렌즈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경우도 흔하지 싶다)
▶ 촬영 시 빛 번짐 해결(방지) 법
빛 번짐의 발생 요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 반사로 인한 경우에는 렌즈로 유입되는 광원이나 강한 사광을 제거하거나 줄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광학계/렌즈 내부의 난반사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 고성능의 멀티 코팅 적용, 내부 격벽 등의 무반사 블랙 페인팅과 요철 구조 등이 가장 일반적인 해법이 아닐까.
구면수차에 의한 빛번짐은 구면 수차를 줄이는 광학설계를 통해 가능하다. 구면수차를 억제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비구면 요소를 사용하거나, 고굴절 소재/유리 활용 또는 광학계의 구성요소를 다수 사용하는 방법 등으로 개별 요소의 구면 곡률을 완하하여 구면 수차를 줄이거나 저분산 소자(ED glass)와 색지움 렌즈/APO 등이 렌즈 광학 설계에서 고려된다.
대기 중 빛의 산란으로 발생하는 헤이즈 방지에는 Haze 필터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엄밀하게 따지면, 헤이즈 필터는 UV 필터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UV 필터는 무색의 필터이고 촬상 소자 특히, 필름(특히 흑백 필름)이 자외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어서 렌즈를 통해 유입되는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한 용도이다. 따라서 높은 고도 지역이나 정오의 해변 등 자외선이 강한 곳에서 장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디지털 이미지 센서에는 대부분 자외선 차단 처리되어 제조되므로 UV 필터의 자외선 차단 효용은 크지 않고 단순히 렌즈 보호용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Haze 필터는 옅은 색조가 있다)
그 외 일반적인 빛 번짐 방지 팁을 정리하면, 사광으로 인한 빛 번짐에는 후드나 적절한 가리개/차양막(매트 박스의 프랜치 플래그) 사용하고, 편광 필터(PL/CPL) 활용 (모든 경우에 해법이 되는 것은 아니고 일정 방향에서 강한 광원에 의한 빛 번짐의 조건에 편광을 차단/감소할 때 효과적이다) 등의 방법이 선명한 결과 이미지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 일정 조건에서 필터 면이 난반사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때는 필터를 제거하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