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새로운 디지털 중형 포맷 카메라(GFX 100) 출시에 즈음하여 '중형 판형/포맷'(medium format) 카메라에 대한 주제로 떠든 적이 있는데, 두서 있는 수다를 위해 중형 필름과 중형 판형 카메라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추가하고 싶었다. 사실, 카메라보다는 중형 카메라에 장착되는 교환용 렌즈 광학식에 대해서 자료를 준비 중이었지만, 중형 포맷에 대한 설명 없이 중형 판형 카메라용 렌즈 광학식을 다룬다는 것이 조금 생뚱맞게 여겨져서 먼저, 간략히 정리하고 싶었다. 중형 포맷 카메라에 대한 사용 경험이 많지 않고, 이해도도 낮은 편이며, 현재 소유하고 있는 장비 또한 펜탁스 67 렌즈뿐이고 따라서, 얕은 수준의 이야기에 그칠 수밖에 없어 다루는 내용의 깊이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겠지만, 대략적인 특징에 대해 살짝 맛보는 정도로만 목표를 낮게 잡아 보자.
▶ 중형 포맷의 시작 - 120 필름
카메라의 판형이 결정에 가장 큰 기여는 필름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코닥의 상업적 성공과 필름 제품 규격이 주요한 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세기 전후 무렵, 필름 장착과 스풀을 이용한 편리한 이송 방식으로 연속 촬영이 가능한 혁신적인 코닥의 롤필름 제품의 등장으로 코닥에서 만든 제품 규격/명칭이 그대로 카메라의 '판형'의 근간을 형성하게 되었지 싶다. 물론, 대형 포맷의 경우 시트 필름(sheet film) 방식이었으므로 모든 사진기용 필름이 '롤필름' 형태였던 것은 아니다. 중형 필름은 사진기용 롤필름으로 코닥의 제품 분류 부호 '120' 필름이 주로 사용되고. (1965년 등장한 220 필름의 경우, 120 필름과 규격은 동일하지만, 더 많은 사진 촬영이 가능하도록 얇게 제조되어 2배 길게 롤이 감긴 유형이다. 필름의 두께 차이로 인해 두 필름을 모두 사용하기 위해서 카메라에는 필름실 압착판의 장력을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 소형 카메라가 등장(아마도 최초의 상업용 소형 카메라는 1925년 무렵 등장한 라이카 바르낙이 시초이지 싶다)하기 이전까지, 시트 필름을 촬영 시 한 장씩 사용하는 대형 포맷 카메라나 또는 아마추어 용으로 120 롤필름(1901년 코닥에서 만들기 시작)을 사용하는 중형 필름 카메라 시대였다. 이후 35mm 사진기용 필름(135 필름)은 영화/시네마용 필름을 잘라서 소분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에서 인기를 얻게 되었고 소형 판형의 사진기는 아마추어 사진가용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편리하고 정확한 필름 이송을 위한 필름 가장자리 천공/sprocket holes의 형태가 35mm(135) 필름의 특징이라 하겠다) 4x5인치 이상의 규격은 대형 판형(Large format)으로 분류되는데 여기에서는 중형 판형에 중점으로 다뤄보고 대형 판형의 경우 다음을 기약하자.
120 필름 처음 등장할 무렵의 제품 콘셉트는 아마추어용이었지만, 이후 등장한 135 필름이 주로 아마추어용으로 즐겨 사용되었고, 120 필름은 전문가와 아마추어를 모두 아우르는 제품 유형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는데, 120 필름의 성공은 필름 배경(포장)지가 필름을 보호해서 필름 감광지를 노출시키지 않고 쉽게 카메라에 스풀 장착 가능하고 촬영 후 다시 감아서 보관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지 싶다.
120 필름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판형에는 645, 6x6, 6x7, 6x9 등 다양한 판형으로 사용되었다. 먼저, 645는 필름을 절약하는 가장 경제적인 방식이었고, 6x6은 이안 리플렉스 카메라의 인기로 가장 대표적인 중형 판형이라 할 수 있다. 정확한 통계 자료 등을 근거로 제시할 수는 없지만, 1960년 대 이전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던 필름은 120 필름이었고 1960년대 이후 카메라의 대중화 붐으로 135 필름이 더 많이 사용되었지 싶다.
필름의 해상도와 관련한 내용은 별도 수다로 다룬 아래 링크로 대신하자.
▶ 대표적인 중형 판형 카메라에 대하여
- (빈티지) 폴딩 중형 포맷 카메라
많은 카메라 제조사에서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모두 나열하기는 곤란하므로 대표적인 유형에 대해서 간략히 언급하자.
먼저, 빈티지 폴딩 중형 카메라의 판형은 카메라 제조사의 제품 유형과 장착되는 광학계 등의 특성에 따라 645, 6x6, 6x9 등 꽤 다양하게 채택되었던 것 같다. 벨로우즈 구조의 폴딩 형태로 제작된 빈티지 중형 판형 카메라는 렌즈(리프) 셔터 방식으로 벨로우즈 길이 조절로 포커싱이 가능하고 촬영하지 않을 때는 렌즈 부분을 접어서 카메라 내부에 수납 가능하여 휴대성이 좋았다. 단점은 내장 뷰파인더와 거리계가 연동하기 어려운 구조이고, 또는 외장 뷰파인더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포커싱이 연동되지 않는 목측식 촬영만 가능했으므로 정확한 포커싱을 위해서는 피사체와 거리를 제고 이를 반영하는 별도의 과정이 필요했다. 뷰파인더는 좁고 대략적인 구도 결정 외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렌즈 셔터 방식으로 렌즈를 교환 장착하기 용이한 구조는 아니었고, 어두운/렌즈 성능으로 삼각대에 고정하여 촬영하는 방식이다.
- 이안 리플렉스 카메라 - TLR (Twin Lens Reflex camera)
6x6 판형은 롤라이플렉스로 대표되는 이안 리플렉스 카메라는 견고한 구조와 웨이스트 레벨 방식의 넓고 밝은 뷰파인더 방식으로 이전 빈티지 폴딩 중형 카메라의 좁고 불편한 뷰파인더 방식을 개선하였다. 그리고 사진 촬영이 이루어지는 주 렌즈와 구도 결정과 포커싱을 위한 별도의 렌즈를 갖는 구조지만, 두 렌즈의 기계적인 연동과 초점 스크린을 통해 포커싱할 수 있어서 이전 폴딩식 중형 카메라들의 부정확한 포커스 문제를 해결하여 비교적 정확한 초점 조절이 가능했다. (이안 리플렉스는 구조상으로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의 특징과 SLR/일안 리플렉스 카메라의 특징이 뒤섞인 듯하고 외형과 조작 방식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클래식 카메라의 대표 유형으로 쉽게 연상되지 싶다)
렌즈 셔터 방식으로 작동하고, 렌즈는 바디에 고정된 형태였으나 60년대 이후 '마미야'에서 렌즈 교환이 가능한 방식의 이안 리플렉스 카메라(Mamiya C 시리즈)도 등장하였다.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촬영이 이루어지는 주 렌즈와 구도, 포커싱을 위한 렌즈가 서로 다른 '이안' 방식으로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상하로 길쭉한 형태의 독특한 외형, 웨이스트 레벨 뷰파인더 방식으로 허리 부근에 카메라를 위치시키고 위에서 뷰파인더를 내려다보는 촬영 방식이 주로 사용되었다. (뷰파인더 관련 액세서리를 통해, 아이레벨 뷰파인더 등을 장착하여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개선된 광학 성능으로 비교적 빠른 셔터 스피드 확보가 가능했고 셔터를 누르면 렌즈 셔터 방식의 작은 충격으로 핸드핼드 촬영도 가능한 장점이 있었다.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는 촬영 시 미러 업 작동이 필요하지만, 이안 리플렉스 카메라에서는 셔터를 작동시켜도 미러가 움직이지 않으므로 미러 쇼크 또한 없다)
- 일안식 (SLR) 중형 카메라 와
핫셀블라드 (Hasselblad)
스웨덴의 카메라 제조사이며,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카메라 제조사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953년에 1000F 등을 출시하며 세계 카메라 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1957년 이후 Hasselblad 500C를 통해 대표적인 고품질 중형 카메라 제조사로 자리매김했다. '6x6' 판형의 500C는 렌즈 셔터 방식을 채택했고 (V 시리즈-렌즈셔터 방식, F 시리즈 - 포컬 플레인 셔터), 광학 성능으로 명성이 높았던 칼자이스 렌즈를 장착하였으며 우수한 기계적인 완성도로 NASA의 우주비행 카메라로 사용되었고, 500EL은 최초의 달착륙에서 사진 촬영에 사용되어 유명세를 누렸다.
구조의 특징은 일안 리플렉스 방식으로 6x6 판형의 이안 리플렉스 카메라의 단점을 해소하였다. 소형 SLR 카메라와는 달리 기본 형태는 펜타프리즘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팝업 - 웨이스트 레벨 - 파인더 방식, 필름은 상하 방향의 120 필름 이송 방식의 매거진 장착. (펜타 프리즘 방식의 아이레벨 뷰파인더를 액세서리 형태로 장착할 수 있다)
코와 6 (Kowa Six)
Kowa 6은 120 필름 6 x 6 규격의 SLR 카메라로 1960년대 '코와'에서 만들어졌다. 핫셀블라드와 경쟁하기 위한 제품인데, 핫셀블라드가 필름 매거진 방식이었던 데 반해 코와 6는 상하로 개폐하는 후면 덮개를 열고 카메라 본체에 직접 필름을 장착하고 파인더는 상단의 팝업 방식이다.
젠자 브로니카 (Zenza bronica)
포컬 플레인 셔터 방식의 일안 리플렉스 중형 카메라를 주로 만들었다. 클래시 시리즈, 645 판형의 ETR 시리즈, 6x6 판형의 SQ 시리즈, GS 시리즈는 필름백에 따라 645, 6x6, 6x7 사용 가능.
펜탁스 67 카메라 (Pentax 6x7 system & )
펜탁스의 소형 카메라에서 대성공을 중형 판형에도 그대로 적용하여 SLR(일안 리플렉스) 구조의 카메라다. 따라서 기존 중형 카메라가 대부분 렌즈 셔터 방식이었던 것에 비해, 포컬 플래인 셔터(초점면 셔터)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원래는 핸드핼드 촬영이 가능한 중형 카메라를 표방하였으나, 무겁고 크고, 셔터와 미러 충격 탓에 주로 삼각대에 장착하여 사용하는 방식에 그쳤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펜탁스 67의 핸드핼드 촬영을 상상하면 람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중형 기관총을 들고 난사하는 무지막지한 모습이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SLR 구조의 미러 충격과 6x7 포맷의 무지막지하게 큰 포컬 플래인 셔터의 작동 충격이 매우 크다. 이후 모델에서 미러 업이 가능하도록 하여 미러 충격을 일부 감소할 수 있었지만, 중형 포맷의 큰 포컬 플래인 셔터 충격은 고속 셔터스피드를 확보하지 않는 한, 원활한 핸드핼드 촬영을 보장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소형 SLR(일안 반사식) 카메라에서 기술적으로 편리성과 우수성이 검증된 SLR 방식을 그대로 중형 카메라에 적용하여 소형 SLR 카메라 작동 매커니즘이 거의 동일해서 소형 카메라에 익숙함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120 필름을 가로 방향으로 이송하는 방식이고, 일부 렌즈(90mm f2.8)는 렌즈 셔터 방식으로 사용이 가능한 형태로 제작되어 포컬 플레인 셔터의 장점과 렌즈 셔터의 유형에도 대응할 수 있는 확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6x7 판형을 적용하여 기존의 6x6 보다 더 넓고 고품질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며, 인화 시에 "이상적인?" 가로세로 비율로 인한 이점이 있었다. (SLR 카메라의 구조에 중형 판형의 장점을 광고하기 위해서 펜탁스에서는 이를 'Super SLR'이라는 문구로 홍보하기도 했다. 크기만으로는 분명히 '슈퍼'라고 불릴만하다)
- 645 포맷 카메라
645 포맷은 120 필름을 사용하는 가장 작은 형태이며, 저렴하고 경제적인 방식이다. 중형 포맷 중에서는 가장 작은 판형으로 해상력과 품질 면에서는 떨어지는 단점이었지만, 작고 휴대에 이점이 있으며 1990년대 중반부터는 35mm 소형 카메라에서 적용되던 각종 촬영 편의 기능, 전자 기능을 적용하여 AF 등이 가능한 중형 포맷 카메라로 인기를 누렸다. 70년대 이후 등장한 제품 유형에서는 내부 구조와 기능은 핫셀블라드 500C의 영향을 받은 측면이 꽤 있는데, 일안 리플렉스 방식과 상단의 웨이스트 레벨 뷰파인더, 그리고 카메라 후면의 상하 방향의 필름 이송장치(카트리지?) 구조이다. 셔터 방식은 렌즈 셔터와 포컬 플래인 셔터 등 다양하게 적용되었다. 645 포맷의 특징은 가로 세로 비율 탓에 필름 이송을 상하 방식으로만 고집해야 하는 제약이 있었고, 불가피하게 필름 이송 장치의 두께가 큰 형태로 제조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디지털 이미징에서 디지털 백을 장착하여 사용되었으므로 이는 한편으론 전화 위복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 외 중형 포맷 RF 카메라 등 다양한 유형의 중형 포맷 카메라가 있었고 70년대 이후의 주요 제조사로는 후지, 마미야, 젠자 브로니카(zenza bronica), 동유럽의 펜타콘, 소련의 Kiev 88, 홀가 등 많은 제조사 중형 판형 카메라가 있다.
▶ 중형 포맷의 장/단점
중형 판형 필름 카메라의 장점은 중형 포맷의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여 소형 필름 카메라보다 높은 해상력의 사진 촬영이 가능하고 소형 필름 판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얕은 심도 표현에 장점이 있다. (사실 그 외에는 장점을 찾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사진에서 해상력과 관련한 화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았고, 필름 카메라의 특성상 필름의 해상력은 판형 이외에는 해결 가능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 (필름의 크기와 필름의 해상력은 비례하므로 큰 판형이 넓은 만큼 높은 해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필름 종류에 따라 해상력이 선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해상력 필름의 경우 특수한 용도의 흑백 필름이거나, 감도의 영향,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필름에 따라 다르고, 제품 가격 등 선택에 제한이 많았다)
큰 필름 규격 사용으로 인한 해상력 문제와 얕은 피사계 심도 표현을 제외하면 소형 규격 카메라에 비해 크고, 무겁고, 비싸고, 각종 자동 기능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큰 크기로 자잘한 잔 고장도 많아서 유지관리 면에서도 불리하다. 특히, 카메라의 각종 장치 또한 소형 카메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설계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빠르고 쾌적한 AF 구동 장치 등의 설계에도 무거운 광학 장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으므로, AF가 가능한 중형 포맷 카메라는 1990년 중반이 되었어야 일부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나마 대부분이 645 포맷의 가장 작은 중형 판형 카메라였다. 중형 판형 카메라의 광학계가 가지는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서는 다음 수다에서 자세히 다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