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개별적인 렌즈에 대한 수다는 되도록 지양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경험 공유 차원에서 체험을 바탕으로 소소한 감상 따위를 일일이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현실적으로 사고파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반자본주의적? 성향 탓에 적절한 렌즈를 구하기 어려웠고, 참신한 수다 내용에 대한 갈구와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나태와 귀찮음. 분석적이지 못하고 사감이 가득한 감상, 그리고 괜히 어쭙잖은 분석에 풍성한 수다거리를 위해서 사소한 것을 트집 잡거나 생뚱맞은 비교질 등이 수다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구닥다리 올드 렌즈에 대한 수다가 몇 번 되풀이되고 난 이후 시무룩해져서 그다지 신나지 않았고 의욕도 사그라들었다. 더구나 별다른 특징이나 수다의 주제로 삼을만한 감상이 없는 렌즈(마구잡이로 많은 올드 렌즈를 쓰다 보니 자연히 시큰둥해져서 무감각해지기도 했다)들도 있었고, 하나 둘 주저함이 쌓여 개별적인 렌즈에 대한 수다를 이어가기 어려워서 그냥 포기했던 점도 있다.
특정 렌즈 선택의 기준은 아무래도 개인적인 선호나 취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고, (소위 희소성과 수집력 덕에 명품 운운하는 것에 그리 관심이 없다. 가장 흔하고 대중적이었던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런 개인적이고 편중된 시각이 자연히 드러나니,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분석이나 감상이라 할 수 없고, 스스로는 객관적이라고 믿어도 의식하지 못하게 접하는 많은 정보에서 선입관이나 편협한 사고의 틀 속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모두가 좋다고 하니 아마도 좋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던 바도 흔했고,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대세를 따르는 영특?함에 익숙했다. 특히 상업주의 만연한 세태에 부흥하여 신상 홍보와 판매를 위해 제조사의 신기술, 신제품 찬양의 광고나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이에 은연중에 동조하는 많은 글과 정보를 가장한 홍보가 혼재해서 어떤 것이 신뢰할만한 것인지 분간하기 조차 어렵다. 사용 경험에 기반한 개인적인 평가라고 해도 짧은 경험과 저렴하고 스스로는 ‘내 생각이 맞아’라고 생각하는 오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저런 잡념 탓에 직접 겪은 경험이나 제대로 된 임팩트 있는 감상이 없는 한 그 흔한 ‘사용기’나 ‘리뷰’ 등을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간혹, 빈티지 렌즈 전문가로 불리기도 하고, 구형 렌즈를 최신 렌즈보다 더 좋아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는 반 정도 맞는 이야기다. 빈티지 렌즈의 불편을 감내할 만큼 좋아하고 즐겨 사용하지만,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 부족한 것이 많다. 스스로 생각해보면 단순히 애호가 정도에 머물러 있은지 오래다. 그리고 막역한 짐작과 체계적이지 못한 개인적인 체험은 편협하고 비뚤어진 선입관도 많이 만들어 준다. (이런 삐뚤어짐이 때로는 혼자만의 망상이 되어 고집을 부려서 눈을 흐리게 한다) 빈티지 구형 수동 렌즈뿐만 아니라 최신 렌즈도 좋아한다. 렌즈나 카메라에 대한 관심은 사진이나 영상에 대한 관심이 전이된 것에 불과하고, 속물근성 탓에 물욕에 이끌려 다니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이런 물욕에 잘 찍히고, 좋은 사진을 만들어 주는 장비에 신/구를 따져서 구분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올드 렌즈나 출시한 지 시간이 흘러 최신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카메라를 아직도 쓰는 이유는 스스로의 수준에서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느끼고 있고 큰 불편을 겪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시로 허섭한 사진 실력을 한 번에 해결해줄 마법 같은 카메라나 렌즈가 있을 듯해서 장비병에 휩쓸리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마법은 눈속임에 불과했고, 좋은 사진에 있어 스스로에게 부족한 것은 ‘상상력’과 번뜩이는 감각임을 예전의 경험으로 뼈에 새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신의 편의 기능이 무척 편리하고 실수 없는 촬영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 없더라도 조금 더 불편할 뿐이지 않을까. 사실 장비가 사진 촬영의 본질적인 문제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어지간한 격차가 아니면 그리 흔하지 않다. (시간이 곧 비용으로 직결되는 업, 즉, 상업적 사진 활동에서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본질 중 하나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어디에서 주워듣고 공감했던, “나쁜 렌즈는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소프트한(선예도가 떨어지고 콘트라스트/대비가 낮은) 렌즈는 그런 소프트함 만큼 적절한 쓰임새가 있을 것이고, 선예도가 좋고 콘트라스트가 강한 렌즈는 또 그만한 매력과 장점이 있다.(최근의 트렌드는 후자가 지배적이지만,) 각각 용도와 적절한 상황에 맞춰 쓰면 나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자신이 고집한 용도나 특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쁜 렌즈나 좋지 않은 렌즈 운운하는 것은 독단적이고 편협한 감상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이런 단점이 있다고 흔히 일컫는 렌즈들은 비교적 장만하는 기회비용 조차 이점이 있으니 또 그 나름의 장점이 있었던 것 같다. 칙칙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렌즈 또한 칙칙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유용할 것이고, 선명한 칼러 대비를 보여주는 렌즈는 또 나름의 용도에서 유용하지 않을까.
부족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감상에도 불구하고, 간혹 이런저런 렌즈에 대해 떠들고 싶어 진다. 설익고 부족하지만, 이 렌즈는 이런 점이 좋고, 이런 점은 부족하다고 어쭙잖은 칭찬과 험담을 마두 늘어놓으며 씹고 뜯고 싶다. 미욱하고 부족한 감상일 수밖에 없지만, 숨겨진 의도 없이 솔직하기만 하다면 최소한 부끄럽지는 않을 듯하고, 이런 잡다한 정보가 모여서 웹 - 정보의 바다를 이루는 것이 아닐까. 최소한 내가 느낀 감상이라도 사심이나 감춰진 (특히 상업적인) 의도 없이 순수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의미는 있지 않을까. 아주 편협하고 개인적인 감상임을 전제로 수다를 이어가 보자.
▶ 코시나 보이그랜더 - Cosina Voigtlander
코시나 보이그랜더는 무척 특이한 광학/카메라 제조사다. 메이저 제조사가 아님에도 자신만의 독특한 위상이 있어 보인다. (사실, 그리 대단할 것 없는 위상이지만,) 자체 광학용 유리 제조하는 ‘제조 전문 광학사’이기도 하고, 70년 대에는 코시나 브랜드로 카메라와 렌즈 제조와 판매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으며, (독자 브랜드의 성과가 그리 좋지 않았던지) 20세기 말을 즈음하여 역사 속으로 사라진 보이그랜더의 몇몇 라이선스를 사들여서 그 이름값에 기대어 렌즈를 제조/판매하는 영리한(하지만 ‘코시나’ 자체 브랜드를 저버려서 줏대 없어 보이는) 영업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코시나라는 이름으로 카메라를 만들었을 때에도 고유의 마운트 규격이 없었고(펜탁스 마운트 적용), RF 카메라 Bessa에서도 M39와 라이카 M 마운트를 빌려 사용했고, 현재는 다양한 타 카메라 마운트 방식의 렌즈를 제조 판매해서, 자신만의 특징이 없는 서드파티 제조사 같아 보이다가도 때로는 코시나만의 고유한 제품 철학이 있는 듯 느껴지기도 해서 종잡을 수 없는 느낌을 받곤 한다. 사실, 코시나의 카메라나 렌즈의 단순한 제조기술은 무척 뛰어나고, (흔히 칼 자이스 렌즈로 알고 있는 많은 렌즈는 코시나가 OEM 생산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광학 설계 기술도 (일부 분야에 편중되어 있지만,) 기술력과 품질에 대해 신뢰할만하다. 하지만, 그것이 카메라 제조든 광학 렌즈 제조이든 메이저의 길에는 한발 빗겨 나 '서드파티'의 가늘고 긴 삶을 사는 길을 택한 것처럼 보여서 유감이다.
(사견으로) 코시나의 광학 유리 제조와 이를 활용하여 광학계를 설계하는 수준은 '라이카'나 자이스, 또는 캐논이나 니콘 등 메이저의 광학사의 최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듯하다. 라이카(라이츠) 렌즈의 광학 성능과의 차이는 광학 설계나 제조 기술의 격차라기보다는 '광학 유리 제조 기술력'과 이런 광학 소재를 이용해서 렌즈 등을 제품화하는 설계 기술에서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200여 종이 넘는 광학 소재와 최첨단의 고성능 코팅 기술 그리고 이런 제각각의 기술적 특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융합 기술이 코시나의 아쉬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이미지 카메라로 대전환이 이루어지던 20세기 말 즈음, 보이그랜더라는 이름을 등에 업은 코시나의 선택은 무척 흥미롭다. 주요 카메라 시장의 제품군에서 한발 빗겨 나 일부 소수 마니아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RF 카메라의 새로운 제품을 연달아 출시하고, 이에 맞춰 RF 카메라 교환용 렌즈들을 다수 선보였다. 굳이 추구하는 지향점을 정의하자면 ‘클래식의 현대식 재해석’ 정도라고 하겠지만, 새로운 기술과 성능을 무엇보다 우선하는 카메라 업계의 일반적인 경향을 생각하면 의외의 선택이었지 싶다. (AF 렌즈 제조를 위한 전기 구동 기술과 전자제어 기술이 부족하였는지도 모르겠다) 70년대 중반 무렵부터 이름을 알린 코시나 입장에서는 클래식이라 이를만한 자산이 없었고 따라서 보이그랜더의 클래식한 유산에 대한 사용권 획득은 꽤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런 선택은 사실 라이카 사용자들 또는 일부 RF 마니아에게는 제법 관심을 불러일으켰겠지만, 상업적으로 그리 성공하지 못했고, 베사(Bessa) 카메라 또한 하나 둘 단종되며, 흥미로운 시도와 그저 그런 결과로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10년 무렵부터 본격화된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의 성공과 올드 렌즈를 활용한 이종 장착의 유행 덕에 코시나 보이그랜더의 RF 교환용 렌즈들은 의외의 인기를 누렸고 꽤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다. (인기의 이유가 최근에 만들어진, 콤팩트한 RF 렌즈라는 점과, 저렴하고 성능이 좋고, 빌드 품질이 좋은, 그리고 디지털 기술의 만연에 대한 복고적 옛 시절의 향수 등등의 복합적 요소들에 있겠지만...)
▶ 코시나 보이그랜더 렌즈들의 독특한 네이밍 방식
- Ultron, Nokton, Skopar, Heliar, Lanthar
보이그랜더의 대표적인 렌즈 명칭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는데, 울트론- Ultron, 녹턴- Nokton, 스코파- Skopar, 헬리어- Heliar 등이다. 이 유명한 렌즈들은 당시의 광학식에 이름을 붙이는 독일식 광학 제조사의 관행(칼 자이스와 라이카, 보이그랜더 등)에 따른 작명이었고, 일부 대표적인 렌즈에 이를 그대로 승계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덧붙여 제법 알려진 네이밍에 기댄 영업 방식이었는지, 아니면 독일산 관행에 따라 독일 광학 제조사의 광학 제품처럼 보이고 싶었는지 의도는 알 수 없지만, 확장된 초점거리 렌즈의 제품에도 네이밍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네이밍을 적용하는 기준이 광학식이라는 기존 관행과는 차이가 있는데, 최근에는 광학 설계에서 컴퓨터를 활용하므로 예전의 전통적인 광학 구성과는 사뭇 차이를 보이는 광학 디자인(Optical design)으로 해당 광학식이라고 분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해당 렌즈의 제품 콘셉트이나 일반적인 특징에 따라 구분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변화는 개별 렌즈에 고유한 명칭을 사용하는 칼 자이스, 라이카 등에서도 보인다. 캐논이나 니콘 등의 일본 제조사들은 이런 관행이 예전에 이미 사라졌거나 없다) 즉, 일반/표준적인 광학 성능에 해당하는 렌즈에는 'Ultron', 밝은/빠른 렌즈 광학 성능에 중점을 둔 렌즈는 'Nokton', 콤팩트한 렌즈에서 'Skopar', 초광각 렌즈에는 'Super-wide-Heliar' 헬리어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빈티지/클래식을 표방한 콘셉트의 렌즈에서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 녹턴 / Voigtlander Prominent 50mm f/1.5
녹턴(Nokton)은 출시 당시(1951?)의 기준으로 대박을 친(인기를 끈) 렌즈는 아니었던 것 같다. 50년대 RF 카메라의 전성기 마지막 즈음에 등장했고, 당시 RF 카메라의 표준 렌즈로 명성이 높던 칼 자이스의 Sonnar 50mm f/1.5에 대응한 보이그랜더의 대안이었지 싶다. 이때의 녹턴은 현재 CV(코시나 보이그랜더)의 빈티지 ‘Nokton 50mm f/1.5와 구분하기 위해서 편의상 Prominent Nokton 50mm f/1.5로 불리는데, 보이그랜더 프로미넌트 카메라에 장착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30년대 이후, 밝은 표준 렌즈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칼 자이스 소나에 버금가는("버금가는"은 한수 아래의 성능이란 뜻이므로 인지도나 명성을 제외한 성능에서는 거의 대등한 이라고 평하는 것이 더 옳겠다) 프로미넌트 녹턴이었지만, 이 렌즈가 장착되는 카메라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 같다. 보이그랜더 프로미넌트(Voigtlander Prominent)는 RF 카메라였지만, 렌즈 후면에 바로 근접하여 마운트 앞부분을 막는 듯한 구조의 리프 셔터 방식을 취했고, 조작하는데 그리 편하지 않은 카메라였다. 렌즈의 장착(마운트) 방식 또한 프로미넌트 고유의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므로 카메라 본체의 비인기로 녹턴 렌즈 또한 그저 그런 판매고 정도에 그친 듯하다.
보이그랜더 프로미넌트 카메라는 당시의 눈높이에서 새로운 기술적 시도가 눈에 띄어 마냥 나쁜 카메라라고만 평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무겁고 큰 편이었으며, 뷰파인더의 위치는 일반적이지 않고, 포커싱 방법 또한 카메라 상단의 노브를 회전하는 방식으로 아주 불편하고, 이 카메라의 기술적 시도가 추후 주류 기술이 되지 못했다. 렌즈의 사출부/후옥에 근접한 리프 셔터 방식은 RF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짧은 플랜지 백 거리와 촬상(필름) 면에 근접하는 광학 설계의 이점을 살릴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와 포컬 플레인 셔터나 렌즈(센트럴) 셔터와 비교해서 더 우수하다고 평할만한 요소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렌즈 셔터(센트럴 셔터)와 포컬 플레인(초점면) 셔터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어중간함이 단점이지 싶다. 그리고 이런 셔터 방식은 다양한 광학식을 적용하는 데 있어 제약이 크다. 그 외에도 50년대 중반에 등장한 라이카 M3나 SLR 카메라에 비하면 좋은 카메라라고 평하기는 더 어렵다. 또한 프로미넌트 카메라는 고유의 마운트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마운트 방식(LTM이나 라이카 M 마운트 등)에 장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어댑터가 필요하다. 아래 제품 (프로미넌트 마운트-L39 마운트 어댑터) 링크 참조.
https://s.click.aliexpress.com/e/_AXMs66
하지만, 이런 카메라 자체의 상업적 판매고의 실망스러운 결과는 장착되는 렌즈의 성능과는 큰 관련이 없고, 판매 부진에 따른 상대적 희소성의 Nokton 50mm f/1.5는 현재의 수집가들에게는 매력적이어서 꽤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일부 희소한 버전으로 LTM 마운트의 녹턴 50mm f/1.5는 매우 고가로 거래되는데, 이는 해당 마운트 버전의 희소성-단 50개만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다- 에 의한 시장 가치이므로, 일반적인 사용이나 소장의 목적이라면 프로미넌트 마운트 방식에 전용 어댑터를 활용하는 것이 더 낫지 싶다) 이 렌즈의 콘셉트는 밝은 캔디드 촬영용 RF 렌즈라는 측면에서 Nokton(밤을 밝히는의 의미라고 하는데, 잘 몰라서 그냥 인용하는 정도로 마무리하자)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 같다. 당시의 기준에서 표준렌즈 f/1.5는 가장 밝은 상용 35mm 필름 카메라 교환용 표준 렌즈에 해당했으며, 칼 자이스의 sonnar 50mm f/1.5와는 사뭇 다른 광학 설계 더블 가우스 타입의 장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
Prominent Nokton 50mm f/1.5를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해서, 자세히 언급이나 개인적인 감상에 대해 평하기는 곤란하지만, 광학 구성(optical design)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면 4군 7매의 더블 가우스 설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대물부의 1군의 1요소와 2요소가 중합된 구성으로 보인다. 중합과 추가된 구성요소 탓에 아무래도 제조 비용이 높은 편이었을 테고, 따라서 밝은 최대 개방 성능이나 제조 비용 측면에서 가장 고급 렌즈군에 해당하였지 싶다. (프로미넌트 장착용 렌즈에는 Nokton 50mm f/1.5, Ultron 50mm f/2, Skoparon 50mm f/3.5, Skopar 35mm f/3.5, Dynaron 100mm f/4.5 등이 있다) 당시의 일반적인 제조 방식인 발삼을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아마도 6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 발삼 분리가 문제 될 개연성 또한 높다. 광학 설계만으로 볼 때는 밝은 조리개 값을 위해 비대칭성이 강조되어 아무래도 구면 수차 문제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최대 개방에서 회오리 보케가 나타나는 것 또한 감쇄/억제되지 못한 비점 수차와 코마수차가 원인이지 싶다.
더블 가우스의 밝은 렌즈는 자이스의 비오타-Biotar의 영향이 지대하다. 1939년에 이미 f/2의 최대 개방 사양을 실현했지만, f/1.8 이상에서는 코마 수차 문제로 왜곡이 심해서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었다.(세계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혼란과 전문 인력과 자료의 소실 등으로 광학 연구 또한 단절은 겪어서 그 시기가 길어졌지 싶다) 50년에 출시된 비테사-Vitessa-에 장착된 보이그랜더의 울트론 또한 50mm f/2 사양에 그쳤다. 비로소 50년을 전후해서 코마수차 문제를 극복한 광학 설계가 등장하는데, 그 시기의 벽을 최초로 넘어선 상용 렌즈가 Prominent Nokton 50mm f/1.5라고 생각한다. 물론 녹턴 자체가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그 이후 f/1.8, f/1.4, f/1.2의 더 밝은 렌즈들이 연이어 등장해서 광학사 전체로 볼 때 임팩트가 그리 크지 않으며,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남은 코마 수차 탓에 최대 개방에서는 회오리 보케 특성이 남아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 이 시기 이후에 설계된 렌즈에서는 회오리 보케가 크게 부각되는 경우는 없다, 일부 러시안 렌즈의 경우 올드한 광학식을 그대로 답습한 탓에 조금 예외적인 경우라 하겠다)
앞에서 언급한 광학사적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50년대 RF 카메라의 전성기의 마지막 무렵에 만들어진 고급 표준 렌즈로 짧은 제조 기간 탓에 적당한 희소성을 가지고 있고,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하다. 하지만, 5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카메라 시장의 주류로 등장하는 SLR 카메라와 50mm 표준 렌즈는 4군 6매 또는 4군 7매의 간명하고 비용 측면과 제조 편의 측면에서도 장점이 크고, 밝은/빠른 렌즈로서의 지위 또한 새로운 광학 유리(희토류를 함유한 고굴절 광학 유리)와 광학 설계 기술의 발전으로 f/1.8 그리고 f/1.4로 성능이 향상된 플라나, 울트론 타입의 렌즈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카메라 대중화의 바람을 타고 본격 등장하는 표준 렌즈와 일반적인 광학적 성능만으로 견준다면 (10여 년의 등장 시기의 격차를 무시하면) 사실 그리 앞설 것 없어 보인다.
애초 등장 무렵에 비교 대상이던 칼 자이스 sonnar와 비교하면, 최대 개방에서 sonnar 대비 높은 콘트라스트를 보이는 특징과 얕은 심도의 배경 부분에 회오리 보케가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고 한다. sonnar 타입 렌즈의 최대 개방에서 주변부 선예도가 떨어지는 점과 (아마도 내부 난반사로 인한 글로우의 영향으로 추측되는) 대비가 낮아지는 점은 더블 가우스 타입의 표준 렌즈와 비교하면 꽤 치명적인 단점이지 싶다. sonnar 50mm f/1.5와 프로미넌트 녹턴은 좋은 비교 대상이고 비슷한 사양과 유사한 용도의 렌즈이지만 각각의 개성이 있으므로 올드 렌즈 애호가에는 좋은 수집 대상이 되는 것 또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원래 수다의 주제로 삼으려던 대상은 코시나 보이그랜더의 근래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에 이종 장착하며 제법 사용자가 많아진 녹턴 렌즈였는데, 의식의 흐름에 따라 수다를 이어가다 보니 엉뚱한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은 듯하다. 길어진 수다는 체력과 집중력이 감당하지 못하므로 CV(코시나 보이그랜더) 녹턴에 대한 감상은 추후를 기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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