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보이 브랜더 40mm 녹턴 f/1.4를 선택하게 된 사연부터 간략히 밝히고 수다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지금까지 50mm와 35mm 초점거리 렌즈를 무척 좋아하고 즐겨 사용하는 편이다. 두 개의 화각만으로 피사체에 다가가거나 멀어지는 거리 조정만으로도 큰 어려움 없이 취미 생활을 즐겼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표준 렌즈를 선호하는데 (35mm 초점거리의 렌즈가 많은 이유 중에 하나도 APS-C 규격의 카메라에 장착하며 사용했던 것도 한몫을 했다) 진열장에 줄지어선 수동 표준 단렌즈만 10여 개가 훌쩍 넘었고, 35mm 렌즈 또한 과한 수집욕에 꽤 많이 가지고 있다.
쓰임이 많은 표준 렌즈이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저조도에서 촬영 성능 향상(ISO 고감도에서 노이즈 감소 기술)으로 점사나 점팔로 대표되는 밝은 표준 단렌즈가 아니더라도, (별도 추가된 조명 장치 없이도) 실내에서 가벼운 스냅, 캔디드 촬영이 일반화되어서 예전 필카 시절의 탄탄한 입지에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표준 렌즈는 실내의 인물 촬영(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리의 인물 촬영에서)에서 조금 답답한 느낌이고, 35mm 초점거리 렌즈는 주 피사체의 주변 정보가 많이 담겨서 집중도가 떨어지고 산만해지는 것 같아 불만이었다. 앉은자리에서 카메라를 들이밀거나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멀어져서 구도를 잡는 것은 대화의 흐름을 끊으니 그리 편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40mm 초점거리 렌즈는 매우 좋은 대안이었던 것 같다. 사실, 40mm 단렌즈의 시야 범위와 효용에 대해서 반신반의했었는데, 40mm 초점거리를 사용하면 할수록 가장 좋아하는 단렌즈의 초점거리 중 하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로버트 파카의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란 말은, 단순히 촬영 거리를 좁혀 다가서라는 의미만은 아니겠지만, 사진가는 상황과 동떨어진 방관자나 관찰자가 아니라 촬영의 상황/순간 속에 직접 뛰어들어야 보다 현장감이 살아있는 사진을 만들 수 있다는 충고가 아니었을까.(그렇다고 촬영자가 사건/상황을 주도하라는 의미는 아닐 테지만,) 이런 의미에서 표준 렌즈 또는 35mm의 광각 그리고 40mm 초점거리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피사체나 주변 상황과 교감하며 적당한 거리(생생한 현장감을 담는 거리)에서 촬영하는데 잘 어울린다.
▶ 40mm 초점거리 렌즈
코시나 보이그랜더 녹턴에 대해서 수다를 이어가자. 녹턴의 원형인 Prominent Nokton 50mm f/1.5에 대한 내용은 이전 수다를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Nokton 40mm f/1.4를 주로 다루고 그 외, 50mm, 35mm Nokton 렌즈에 대해 비교 정리하는 정도에 그칠 것 같고, 최근 출시된 f/1.2 버전에 대해서는 직접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간략한 언급 정도의 수다가 되리라 생각한다.
1970년대를 전후한 즈음, 사용하기 쉽고 간편한 소형 카메라(일명 필름 ‘똑딱이’ 카메라)가 유행하였고, 이들 소형 카메라에 40mm는 인기 있는 초점거리였다. 대표적인 카메라에는 올림푸스 Trip, Canon QL17 GIII, 롤라이 35, 야시카, 미놀타 등등 다수의 제조사에서 유사한 종의 카메라를 제조했고, 40mm 초점거리 또한 근접 인물과 가벼운 스냅의 편의를 중시한 촬영 스타일을 표방하는 카메라에 잘 어울린다. 렌즈 교환용 RF 카메라에도 당연히 이런 흐름에 발맞춰 70년대 Leica CL(Minolta CLE)의 Summicron 40mm f/2(M-Rokkor 40mm f/2 등이 등장하였다. 실제 40mm 초점 거리 내외의 콤팩트 카메라를 사용해 보면 쉽게 체감할 수 있는데 효과적이고 재미있는, 어떤 면에서는 표준렌즈와 광각 사이에서 둘의 장점을 취하며 다양한 쓰임을 보여준다.
최근에 일반적인 사진 애호가들의 교환형 단렌즈의 구성 취향/성향은, 50mm 표준 렌즈와 35mm 광각 렌즈 등으로 보유/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듯하다. 물론 그 외 다양한 초점거리의 단렌즈들이 존재하고 그 사이 화각은 줌 렌즈로 쉽게 구현할 수 있으니 특정 초점거리 렌즈만의 고유함을 이야기하기에는 생뚱맞은 감도 있다. 하지만, 40mm는 꽤 재미있고, 유용하며 35mm와 50mm의 사이에 낀 어중간함 보다는 둘의 장점을 모두 체감할 수 있는 매력도 있다.
▶ Nokton classic 40mm f/1.4
코시나 보이그랜더(이하 ‘CV’) Nokton 40mm f/1.4는 2004년 공개되고 (아마도 Bessa R3A와 함께) 2005년 상용 제품을 출시하였는데, (녹턴 35mm f/1.4는 2008년에 출시되어 각각 출시 시기에 차이가 있다) 당시에도 일반적이던 35mm, 50mm 초점거리를 기본으로 하는 측면에서 40mm 초점거리의 렌즈가 먼저 등장한 것은 조금 의아할 수 있지만, 녹턴뿐만 아니라 울트론, 스코파 등 다양한 화각 렌즈군이 있었으니 그리 이상한 순서는 아닌 듯하다.
Nokton 40mm f/1.4는 전형적인 RF 교환형 렌즈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카메라에 장착 시 RF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가지리 않는 수준의 작은 대물 구경(43mm)과 짧은 경통 길이로 콤팩트한 렌즈로 설계되어 있다. (전용 후드 LH-6 또한 뷰파인더의 상을 가리는 것을 피하기 위한 RF 카메라용 후드 구조이다) 외형과 광학 구성은 Leitz의 Summicron, Summilux와 매우 유사하고, 둘 다 전형적인 더블 가우스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더블 가우스 설계의 일반적 특징답게 밝은/빠른 광학 성능과 최대 개방에서의 성능 또한 오묘한 개성/캐릭터가 있어 좋다. 개방 조리개에서는 이런 개성으로 인물 촬영에 잘 어울리고, 조리개를 조이면 선명하고 안정적인 랜더링이라 스냅사진에도 잘 어울린다.
앞서 언급한 Leica CL에 장착되었던 Summicron 40mm f/2와 좋은 비교 대상이고, 그 영향을 많이 받아서 외형과 광학 구성 또한 몹시 닮았다. 조리개 조작을 위하 레버(lever)와 포커싱 조작 레버가 각각 달린 구조 또한 비슷하다.
▶ Nokton 40mm f/1.4의 광학 구성
코시나 보이그랜더의 홍보 문구처럼 ‘클래식의 현대식 재해석’에 충실한 광학 구성이 아닐까 싶다. 밝은 조리개 값과 용인할 수 있는 광학 수차 사이의 최고점을 저울질하면 선택할 수 있는 최대치 즉, 특수 요소 없이 더블 가우스 타입의 광학식으로 상용 교환용 단렌즈 기준의 용인 가능한 수차 감쇄의 한계는 표준 렌즈의 경우 f/1.4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40mm f/1.4는 이 한계를 조금 넘어서는 느낌이지만, 컴퓨터 (전자 소프트웨어를 통한 광학 디자인) 설계를 통해 이를 보완하여 (비구면 렌즈를 이용한 구면 수차 감쇄 없이도) 꽤 우수한 광학 성능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표준 렌즈로 불리는 40~55mm 내외 초점거리의 단 렌즈에서 더블 가우스 타입만큼 간명하며 제조 친화적이고, 밝은/빠른 조리개 수치와 수차 제거/억제에 효과적이며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표준 렌즈 광학식은 찾기 어렵다. 표준 렌즈에 제법 명성이 높은 몇몇 유명한 광학식들이 있지만, 사실, 대부분 더블 가우스 타입의 파생/확장형이며, 녹턴 또한 전형적인 더블 가우스 타입 표준 렌즈의 전형을 보인다.
사견으로, 비구면 렌즈를 사용하지 않고 (전통적인) 광학적 구성만으로 수차를 억제하는 렌즈를 더 선호하는 편이고, 비구면 렌즈를 사용한 렌즈가 고성능/고급 렌즈라는 단순한 급나누기에 동의하지 않으며, 비구면 렌즈를 사용하여 광학 구성을 단순화시키고 구면 수차를 훌륭히 억제하는 장점이 있지만, 그 반대로 설계의 용이함과 제조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법(비구면 요소가 비싸고 고비용이란 편견은 이제 타당하지 않은지 오래다. 제조/비용 친화적인 비구면 요소가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있고, 카메라 모듈의 작고 저렴한 광학계도 비구면 요소를 즐겨 사용한다)으로 악용되는 경우 또한 흔하다고 생각한다.
더블 가우스 광학식은 대칭형 구조로 효과적인 광학 수차 억제가 가능하다. 더 밝은/빠른 렌즈를 만들기 위해 비대칭성이 반영되었지만, 자이델 5 수차와 색수차는 비교적 잘 억제된다. 그렇다고 최신 광학식의 강력한 수차 억제는 아니고 빈티지 광학식에서 비교적 수차 문제에 잘 대응한다 (간혹, 최대 개방에서의 색수차와 배경 흐림 부분에서의 색수차를 문제 삼는 의견을 보곤 하는데, 초점이 맞지 않는 부분에서의 구면 색수차, 특히 보케 경계면의 색수차 -컬러 보케?- 등에서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평가 기준이다. 대부분의 렌즈는 초점이 맞는 영역에서의 수차 제거를 1차적인 목표로 하므로, 배경 흐림이나 보케의 색수차에 대해서는 조금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최대 개방에서의 주변부를 포함한 전 영역의 해상력이나 콘트라스트, 색수차 비교를 위해 그 대상으로 고가의 현행 summicron이나 summilux를 삼는다면 아쉬울 수 있겠지만, 두 제품의 가격을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정도다. (조리개 개방에서 주변부에서 해상력 저하, 보케의 일그러짐, 코마, 색수차 등이 있지만, 이 정도면 전통적인(올드한) 광학 구성에서 용인할 만하고, 나아가 이런 불완전함이 개성있는 랜더링 특성을 만드는 요인이다. 전형적인 더블 가우스 광학식 구성에 조리개 바로 뒤 위치하는 4군 요소가 눈길을 끈다. 위 광학식 도면에서 조리개 바로 뒤에 위치하는 요소로 구면수차와 관련한 비구면 요소는 아니고 색수차 억제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리개는 10매이고 최대 개방 f/1.4에서 원형이지만, 조여지면 각진 형태의 조리개 개구를 이룬다. 이 탓에 작은 점 광원이 포함된 야경 촬영 등에서 빛 갈라짐이 잘 나타난다. 하지만, 화려한 빛 갈라짐의 광학적 원인은 좁은 조리개 틈 사이에서 발생하는 빛의 회절 현상이며, 짝수 조리개는 회절 부분이 대칭을 이루어 더 뚜렷한 빛 갈라짐을 만든다. 이는 빛 갈라짐을 만드는 동시에 회절로 인한 화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므로 동전의 양면처럼 작용한다. (빛 갈라짐에 별 다른 감흥이 없이 무덤덤한 성향이고, 열린 조리개 구의 각진 모서리에 의한 회절의 영향 또한 잘 체감하지 못했으니 여러모로 좋은 눈 + 예리한 감각과는 거리가 멀다)
40mm f/1.4의 '최대 개방 심도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잘 짐작이 안된다면, 대략 50mm 초점거리 f/1.8과 거의 유사하거나 조금 더 얕은) 심도 수준을 보여준다. 대칭형 광학 구조의 장점으로 왜곡 수차에 감쇄도 준수한 편이다. 배럴 왜곡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잘 억제되어 있고, 후보정 프로그램에서 간단한 조작으로 교정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이는 Nokton 35mm f/1.4에서 배럴 왜곡이 쉽게 눈에 띄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라 생각한다. 조리개 최대 개방 근처에서 주변부 광량 저하/비네팅은 일반적인 표준 렌즈와 비교해도 더 확연한 편인데, 이런 광학적 비네팅(Optical vignetting)은 밝은 렌즈일수록 그리고 조리개를 개방할수록, 초점거리가 짧을수록 비네팅의 정도가 크고, 올드 렌즈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따라서, 클래식 감성을 표방하는 렌즈라는 점을 감안하면 용납할 만하지만, 최신 렌즈가 보여주는 중심부와 주변부 광량의 균일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분명한 단점이라 할 수 있겠지만, 중앙에 주피사체를 두면 자연스럽게 집중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고, 이 또한 클래식을 표방한 특징/감성 즈음으로 치부하자. 이 또한 디지털 이미지라면 라이트룸이나 캡처원 등의 후보정 소프트웨어를 통해 비네팅 보정 항목에서 간단히 손볼 수 있다. (광학적 비네팅의 발생 원인과 최근 렌즈의 광학 설계에서의 해법은 별도의 수다 주제로 다루는 것이 좋겠다. 그것이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멀티 코팅이 적용된 버전과 싱글 코팅(S.C)이 적용된 버전이 각각 판매되었는데, 싱글 코팅은 Classic 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반사방지 코팅만 적용되었고 1950년대와 60년대의 빈티지 렌즈의 랜더링 특성에 충실한 면이 있고, 멀티코팅은 향상된 투과율과 반사방지에서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촬영 결과물에서 이 코팅 선택으로 야기되는 차이는 거의 체감하기 어렵지 않을까. (멀티 코팅 버전만 사용해봐서 잘 모르겠다) 구매/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점에서는 나쁠 것 없다.
▶ 그 외의 사소한 감상
상대적으로 라이카의 RF 교환용 40mm는 수집력에서는 소외된 편이고, 따라서 거래 가격도 일반적인 라이카 렌즈들에 비해 낮은 편(약 500불 수준)인데, 이는 Leica CL용의 렌즈로 만들어졌고, 동일한 구성으로 (Minolta CLE에 장착되었던) 미놀타의 광학 유리로 미놀타에서 제작된 M-Rokkor 40mm f/2가 존재하는 것도 한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상대적인 저가/저평가는 Nokton 40mm f/1.4에도 영향을 미쳐서 보이그랜더의 녹턴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렌즈 중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쳤지 싶다.
수집의 대상이 되는 빈티지(올드) 렌즈의 거래 가격은 언제나 광학적 성능이나 효용의 가치 직결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희소성과 적당한 인기는 높은 거래가를 떠받치는 좋은 요소이므로 (때로는 또는 자주) 광학적 성능이 항상 수집가의 첫 번째 선택 요소는 아니지 싶다. 광학 성능이나 조작 편의성 등을 우선하는 것은 수집가보다는 실사용자가 최우선하는 요소이지 않을까.
외형과 만듦새는 무척 좋다. 블랙페인팅(분체도장)에 마운트와 필터 장착부는 크롬도금된 황동으로 제작되어서 클래식한 멋을 잘 살리고 있다. 조작 편의성 또한 RF 교환형의 콤팩트한 렌즈가 가지는 조작부 공간의 협소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감안하면 조리개 조작 레버와 포커싱 조작 레버를 통해 불편의 상당 부분을 해소하고 있다. 황동 재질로 추정되는 내부 헬리코이드 부분과 그 외 금속 재질로 만들어져서 작은 크기에 비해서 꽤 무겁지만 (약 195g) 최근의 렌즈들이 원가 절감과 원활하고 쾌적한 AF 구동을 위해 무게를 줄이는 것에 집중(그 과정에서 플라스틱 등을 사용하여 제조 단가 등에서 이점을 취하기도 한다)하는 것과는 다르게 수동 전용 렌즈로서 금속(금속 재질을 사용하면 온도 변화 등에 대한 오차/공차 발생을 억제해서 실제 다양한 촬영 환경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구현하는데 장점이 있다) 재질의 내구성이 높다. 그리고 후드 장착 방식은 베이오 넷 방식이며 LH-6의 전용 후드를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플레어가 문제 되는 올드 렌즈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녹턴 40mm f/1.4 멀티 코팅 버전은 플레어 문제에서 그리 부담을 느끼지 않았고 전용 후드를 빼고 사용하는 경우에도 큰 불편은 없었다. 하지만, 클래식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플레어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전용 후드는 괜히 액세서리 하나 더 팔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만은 아닐 게다.
CV의 녹턴 40mm f/1.4 출시 직후의 일반적 평가는 조금 시큰둥했던 것 같다. 제품의 콘셉트는 RF 카메라를 위한 교환형 렌즈인데, 대부분의 RF 카메라는 40mm 초점거리에 해당하는 구도 윤곽(도움) 선 (Framing guidelines)을 거의 지원하지 않았고, (특히 라이카는 이런 편의를 위한 사소한 변경 등의 적용에 몹시 보수적인 경향이다. 전통을 고수하는 것이 다른 제조사와 구별되는 라이카의 매력 중 하나지만,) 동 시기에 출시된 Bessa R3A나 70년대의 Leica CL, Minolta CLE) 정도가 40mm 프레이밍 가이드라인 지원을 한다. 제짝이라고 할 수 있을 베사 R3A -디지털카메라 시대에 만들어진 필름 기반 카메라- 더구나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의 'RF 필름 카메라 Bessa 시리즈'의 인기는 요원한 일이었고, 10년 남짓 제조를 이어가던 Bessa 시리즈 카메라는 조용히 모두 단종되었다.
하지만, 초기의 시큰둥한 반응이나 제짝이던 베사 카메라의 단종에도 불구하고, 현재에도 녹턴 40mm는 만들어지고 더구나 새로운 버전의 녹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마도, 2010년 이후의 디지털 미러리스의 등장과 올드 수동 렌즈의 이종 장착 사용의 흐름/유행에 힘입은 바 크지 싶다.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에 간단한 어댑터를 활용해 장착 가능했고, 작고 콤팩트한 RF 카메라 교환용 렌즈는 디지털 미러리스가 표방하는 작은 크기에 잘 어울렸으며, 수동 렌즈 사용에 있어서 각종 편의 기능 지원하는 디지털 미러리스의 기능 또한 호재로 작용했던 것 같다. (보이그랜더에서 직접 전용 어댑터를 만들어서 출시하기도 했다)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에서는 프레이밍 가이드라인의 부재에 따른 불편은 문제 되지 않으며, 40mm 초점거리는 일반적인 35mm나 50mm 초점 거리와 또 다른 시야 범위를 제공하며, 표준 렌즈와 광각 렌즈 사이의 틈을 효과적으로 채워준다. 앞서 언급했듯이 개인적으로 40mm는 꽤 효과적이고 촬영하기에도 즐거웠다.
최단 촬영 거리가 0.7m 정도이고, 이는 일반적인 RF 카메라 뷰파인더 시스템의 구조상 시차(Parallax) 문제로 그 보다 짧은 촬영거리에서 효용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어진 제한이며,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에 이종 장착하는 경우, 헬리코이드 어댑터 등을 활용하여 약 0.4m 이내로 단축 가능하다. 디지털카메라에서 이종 장착은 풀프레임 카메라 (A7 시리즈)에서 L/M-E AF 어댑터를 활용해서 촬영할 경우 만족감이 높았다. 테크아트 LM-EA7은 어댑터의 장착한 초점거리 설정에서 40mm 지정하는 옵션이 없어서, 메터 데이터나 IBIS(In Body image stabilization) 설정을 35mm 또는 50mm로 설정해야 하는 것 외에는 큰 불편은 없었다.
▶ 다른 녹턴 시리즈 렌즈들과 비교, 그리고 최근 코시나 보이그랜더 행보의 의아함
먼저, 사양이 비슷하고 근래에 새롭게 출시된 Nokton 40mm f/1.2와 비교할 수 있겠는데, 먼저 새로운 이 렌즈는 기존 Nokton 40mm f/1.4에 비교해서 1/3 f-stop 정도 향상된 최대 개방 조리개 성능을 가지고 있고, 이로인해 더 커진 구경과 일반적인 광학 구성의 한계를 초과한 구면수차 감쇄 문제에 비구면 요소(ASPH)를 사용하고 있다. 표준 또는 적당한 광각 렌즈에서 얕은 심도의 유혹은 무척 달콤하다. 40mm f/1.2 최대개방 심도는 50mm f/1.4와 거의 유사하거나 조금 깊은 심도 수준을 보일 것이다. 근래 출시한 Nokton 40mm f/1.2 ASPH를 직접 사용해 본 적 없어서 성능을 평하기는 어렵지만, 1/3 f-stop 최대 개방 확보를 위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을 생각하면,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Nokton 40mm f/1.4가 더 나아 보인다. 물론 향상된 최대 개방 조리개 값과 그리 좋다고 평하기 어려운 최대 개방 광학 성능 그리고 가격과 기타의 기회비용 등의 측면을 모두 감안한 것이며, 무엇보다. 커진 광학계만큼이나 RF 카메라 교환용 렌즈의 콤팩트함이 사라져서 아쉽다. 물론 뷰파인더 일부를 가리는 불편을 감내하고서 RF 카메라에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CV Nokton이 가지고 있던 매력(콤팩트하고 품질이 준수한 RF 교환용 렌즈)이 절반쯤은 사라진 듯하다.
이는 Nokton 50mm f/1.1에서도 동일하다. 최대 개방에서의 소프트하다 못해 흐릿한 광학 성능은 차치하고, 더 이상 RF 카메라 렌즈의 개성이 사라진 이 밝은 코시나 보이그랜더의 새로운 Nokton 렌즈들은 그리 매력 있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이 렌즈들의 등장은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에 부합하는 밝은 수동 단렌즈를 콘셉트로 하고 있는데, (VM 마운트뿐만 아니라 소니의 E-mount를 적극 활용하는 것 등) 개인적으로 2010년을 전후한 코시나 보이그랜더의 이러한 변화는 그리 달갑지 않고, 그 이후 등장하는 신제품에서 그리 매력을 느끼지도 못했다.
닮은 꼴의 Nokton 35mm f/1.4 또한 간단히 언급하고 싶다. 녹턴 35mm f/1.4는 2008년 즈음에 출시하였는데, 외양과 내부 광학식 또한 기존의 Nokton 40mm f/1.4와 매우 닮았다. 단점은 눈에 띄는 배럴 왜곡이다. 물론 녹턴 40mm f/1.4에도 배럴 왜곡이 있지만, 35mm의 배럴 왜곡은 꽤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 그 어떤 광학 수차보다 왜곡 수차를 싫어한다) 35mm 초점거리의 RF 렌즈는 표준 렌즈 다음으로 즐겨 사용되는 렌즈 유형이고 역사적으로 정말 좋은 렌즈들이 많다. 그것들과 비교할 때, Nokton 35mm f/1.4은 차별되는 우수함을 잘 느끼지는 못했다. 광학적 특성이나 개성도 거의 유사한데, 녹턴 40mm f/1.4와 달리 유독 녹턴 35mm f/1.4에 애정이 없는 나의 이해되지 않는 행태에 대해 꽤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단지, 판매가 차이가 주된 이유라 생각한다. 비슷한 초점거리의 비슷한 외형 그리고 비슷한 광학 구성의 두 렌즈임에도 1.5배 가격 차를 설명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최근의 보이그랜더의 새로운 렌즈 발표에서 기존 버전보다 한 단계 밝은 렌즈에 대한 집착은 사실 이해할 수 없다. 기존의 베사 시리즈와 그 당시의 RF 카메라 교환용 렌즈로 쌓았던 좋은 인상과 믿음을 저버리고 그저 당장의 일시적인 성공을 쫓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간의 인기에 새롭게 출시된 제품에 올려버린 가격 또한 달갑지 않다. 아마도 ‘클래식의 현대적 재해석’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시즌을 맞아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싶은 듯한데, (독자적인 설계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제품의 광학 제조사로 발돋움하고 싶은 것이라면 억지로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기존에 잘했고 제법 탄탄하게 기반을 다졌던 분야에 매진하기보다는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 만을 위한 새로운 광학 설계의 수동(MF) 렌즈라는 어중간하고 불분명한 시장성의 길을 택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비록 주류는 아니지만, 마니아들의 사랑을 여전히 받고 있는 RF 카메라와의 관계에 멀어지는 것 같다. 광학 성능은 최대 개방 조리개 값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지 않던가.
의식의 흐름에 따른 수다인 탓에 이야기가 또 엉뚱한 곳으로 흘렀는데, 다시 제자리를 찾아 잠시 정리하면, 개인적으로 40mm 초점거리를 무척 좋아하고, 이에 걸맞은 준수한 광학 성능과 작고 콤팩트한 RF 카메라 교환용 렌즈의 개성을 듬뿍 가지고 있는 Nokton 40mm f/1.4는 무척 매력적인 렌즈라고 생각한다. 출시 가격 또한 저렴한 편이고, 여러 액세서리(헬리코이드 어댑터와 L/M-E AF 어뎁터 등)와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에 조합하여 사용하면 수동 렌즈의 한계를 넘어서는 의외의 편리함을 맛볼 수도 있다. 올드 렌즈 애호가로서 코시나 보이그랜더의 2000년 초반 무렵의 렌즈들은 적절한 가성비와 함께, 광학 성능의 조화와 뛰어난 만듦새(빌드 퀄리티) 등이 절묘하게 어울려 무척 유용하고 사용하는데 재미 또한 솔솔찮다. 태생?부터 RF 카메라 교환용 렌즈이고 최적은 RF 카메라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지만, (40mm 플레임 가이드라인을 지원하는 카메라가 별로 없는 점 등에서 아쉽지만)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에도 무척 잘 어울린다. 35mm 풀프레임 규격 카메라는 물론이고 APS-C 규격 카메라에도 60mm 근처의 초점거리의 시야 범위로 좁아지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 나름의 매력도 있고 활용하기에도 좋다. 그래도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에 수동 렌즈로 이종 장착하여 사용할 생각이라면 35mm 풀프레임 규격이 제격이다.
그렇다고 코시나 보이그랜더의 모든 렌즈 녹턴의 모든 렌즈에 호의적이지는 않다. 앞서 언급한 더 밝아지면서 가격도 더 비싸진 신형 렌즈는 밝은 조리개 값의 얕은 심도에 열광하는 최근 사용자들의 니즈 충족과 사양 비교에서의 수치적인 향상은 있을지 몰라도 이전 한/두 세대 전의 CV 렌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상위 호환의 것이라고만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밝은/빠른 더블 가우스 타입 렌즈를 표방하는 녹턴류의 렌즈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초광각의 1,2세대 헬리어 또한 무척 매력적이었지만, 최근의 헬리어는 외형과 마운트 유형 조금 바꾸고 가격만 올려버린 듯하다. (그간의 물가 상승 분을 반영한 것이거나 지나간 것이 더 나아 보이는 중년 발 추억팔이 성향 탓인지도 모르겠다) 20세기말 무렵, 코시나 보이그랜더 등장할 때의 독특한 제품이 주던 매력과 타 제조사와는 뚜렷이 구별던 초심을 잃어 보여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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