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라오와 무척 생소한 이름이다. 라오와 브랜드를 사용하는 안후이 광학 기술 유한 회사 (Venus optics) 안후이, 중국에서 새로운 카메라 렌즈 제조 업체이다. 현재 ‘LAOWA’라는 브랜드 이름으로 카메라 렌즈를 설계, 제조, 판매 및 유통하고 있다.
라오와/Venus optics는 현재 여타의 중국 광학/카메라 렌즈 제조사들과는 조금 다른 홍보/광고 전략으로 보여 흥미롭다. 지금까지 선보인 제품의 특징(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용 MF 렌즈 중심이라는 점에서 차이는 크지 않지만)에서 큰 차별성이 있다기보다는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하는 방식에서 세련된 방식(중국 광학 회사라는 기준에서 세련된...)이라 눈에 띈다. 한글을 지원하는 웹페이지도 운영하고 있고 그리 활발하지는 않지만, 바이럴 마케팅 측면에서도 노력한 흔적인 사용기를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아진다.
일반적인 중국 광학 제조사의 정보 공개는 꽤 소극적이라서 대표적인 중국 광학 제조사라고 할 수 있는 중일 광학 ‘미타콘’ 등의 기술/제품 정보도 그리 자세하지 않고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소개나 리뷰를 제외하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기도 마땅찮은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자신의 브랜드로 직접 판매하는 경우보다는 단순히 제조/생산만을 담당하던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한 OEM 기업 문화가 남아있는 듯하다. 최근의 가성비로 주목을 끄는 7 artisans나 Zonglie 등과 비교하면 Laowa의 홈페이지 구성과 관리는 지금까지 꽤 충실한 편이고 각종 보도자료의 업데이트도 시기적절하게 진행되며 사용자의 직접 참여를 독려하는 게시판 등이 유지되고 있어서 꽤 신경 쓴 흔적이 느껴진다. 제품 라인업과 사양, 샘플 이미지 등은 라오와 홈페이지에 제법 자세히 공개되어 있으니 아래 링크에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겠다.
▷ 라오와 (영문 페이지) https://www.venuslens.net/
이 수다쟁이의 글이 대부분 그렇듯이 업체의 제품을 홍보할 생각이 없고 해당 광학 제품 또한 사용해 본 적이 없으므로 공개된 정보를 통해서 대략적인 감상이나 ‘카더라’ 또는 추측성 정도의 수다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출발하여 단순한 생산/제조 기술의 강점을 바탕으로 가장 일반적인, 독창적이거나 자신만의 개성이 부족하지만 가성비 측면의 장점만 강조된 기존 중국 광학 제품 이미지는 made in china 그대로 요지부동이다. 지금까지 중국 광학 제조사의 제품에 단순한 제조 기술 이상의 그 어떤 신뢰를 갖고 있지 못했다. 하지만, '라오와'는 조금 다른 냄새를 풍기기도 하고 제품에서도 ‘라오와’의 개성과 나름의 철학이 곁들어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제품 라인업을 보면 아직 매크로 렌즈와 초광각 렌즈 일부 제품만 갖추고 있지만, 흥미를 끄는 중국의 광학 제조사라는 수다의 주제에서 보면 손에 꼽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흥미롭다. 라오와의 어떤 점이 흥미롭고 기존 중국 광학 제조사와는 어떤 점에서 다르게 느껴지는 것일까?
먼저, 최근 카메라 시장의 트렌드를 이해하면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간략하게 개인적인 억측을 중심으로 카메라 시장의 흐름에 대해 언급하자) 최근 트렌드의 뚜렷한 성장세의 두 흐름은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의 시장 주도와 기존 스틸 이미지 카메라에 영상 녹화 기능이 강화되어 카메라에 비디오카메라 기능이 대폭 강화된 멀티미디어 카메라 제품이 아닐까 싶다. 렌즈/광학 제조사 입장에서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의 성장은 꽤 달콤한 과실을 기대할 수 있는데,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의 달라진 마운트와 플랜지 백 거리는 광학 설계에서 새로운 자유도와 변화를 야기하게 되고, 기존의 DSLR용으로 설계된 렌즈들의 대폭적인 교체와 이를 통한 새로운 렌즈 수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영상용 기능이 강화된 렌즈를 통해 또한 유사한 이유로 새로운 렌즈의 수요 증가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굳이 DSLR의 쇠락과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의 득세 등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며, 어느 방식이 기술적 우위에 있다는 것도 아니다. 단지 물건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제조사의 입장에서 변화를 도모할 필요와 개연성이 다분하고 이로 인해 제품 시장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DSLR 성세의 십수년을 지나면서 그동안 판매된 수많은 DSLR용 교환용 렌즈는 이미 포화 상태로 새로운 DSLR 카메라를 출시한다고 해도 제조사 입장에서는 흡족한 판매고(특히 교환 렌즈 제품의 판매 등)를 기대하기 어려운 정체 상태가 아닌가 생각한다. 고화소/고해상력에 걸맞은 리뉴얼된 광학 설계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고 어떤 의미에서 기존 과포화/정체 상태의 렌즈 교환형 카메라 시장은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를 도모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렸지 싶다. 대부분의 카메라 회사들이 그러하듯이 렌즈 교환형 카메라는 카메라 본체만 팔아서는 그리 남는 장사가 아니며, 상위 기종의 성능과 명성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실질적으로 매출과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콤팩트 카메라 시장이 스마트 폰/테블랫 등에 의해 쑥대밭이 되었으니 카메라 관련 업계의 선택지는 이제 그리 많이 남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렌즈 제조의 화두는 기존 DSLR 교환 렌즈의 레드 오션을 벗어나 새로운 블루 오션인 디지털 미러리스와 영상 기능이 강화된 카메라에 걸맞은/적절한 광학 설계의 렌즈를 통한 수요 창출이 아닐까.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는 짧은 플랜지 백 거리를 가지고 있어서 기존의 DSLR 교환용 렌즈 또한 문제없이 장착할 수 있으니 교환용 렌즈 판매에 한정적이라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짧은 플랜지 백 거리의 장점은 비단 이종 규격 렌즈의 장착뿐만 아니라 좀 더 촬상면에 근접하는 등의 다양하고 한편으로 향상된 광학 설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이 광각/초광각의 새로운 광학 구성이나 표준 렌즈 광학 구성/디자인의 변화에서 꽤 의미 있게 드러난다. 이런 변화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정리해 보자.
앞서 설명한 대략적인 카메라 시장 특히, 렌즈 교환형 카메라와 렌즈 시장에서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소니, 파나소닉, 후지필름 등의 메이저 회사들이다. 특히 최근 소니의 영상 기능을 앞세운 디지털 미러리스 시장의 약진은 꽤 주목할만한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소니의 카메라의 판매량이나 소비자의 렌즈 수요에 대해 소니 고유의 렌즈 라인은 (기존의 캐논이나 니콘에 비해) 그리 탄탄하지 못하다. 소니는 그동안 영상용 캠코더 분야에 집중했었고 스틸 이미지 카메라 시장과 이와 관련된 교환용 렌즈 시장에서의 입지는 캐논, 니콘 등에 비할 바 아니지 싶다. (미놀타를 인수하였지만, 사실 미놀타도 카메라 본체의 기계적 성능에서 우수한 카메라를 만드는 회사였고 광학 렌즈 제품군의 다양성과 기술력 그리고 명성이 더 높았던 회사라고 보긴 어렵다. 미놀타의 80년대 중반 이후 보여준 플라시틱 재질의 AF 렌즈들을 개인적으로는 무척 좋아하지 않는다. 플라스틱 재질의 사용 등으로 가볍고 저렴하며 빠른 AF 반응 속도를 가진 렌즈들을 만들었을지는 몰라도 디자인뿐만 아니라 광학 기기의 정밀도 면에서 결코 좋은 선택은 아니었지 싶다)
사실 교환형 렌즈 전체 라인업은 단기간에 완성하기는 어렵고, 스틸 이미지 뿐만 아니라 영상용의 렌즈 등의 수요도 함께 충족하여야 하는 최근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 제조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요구를 모두 채울 수 있는 라인업을 빠른 시간 내에 갖추는 것은 어렵지 싶다.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가 DSLR 카메라와 대등한 규모로 급격히 성장한 대박을 친 탓도 있다. 카메라 제조사의 대응은 자사 고유의 렌즈 마운트의 규격을 서드 파티 광학 제조사와 공유하여 호환/교환 장착이 가능한 렌즈나 기타 액세서리 류를 통해 해결하는 모양새다. 마운트 규격 자체의 공유와 AF 알고리즘의 공개는 또 다른 문제라서 마운트 규격만 공유하고 AF 알고리즘은 공개하지 않는 제조사가 많다. 이런 흐름에 편승한 중국 광학 제조사들의 수동 렌즈(일종의 틈새시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가 요즘 이목을 끈다.
수다가 또 다시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 버렸는데, 라오와의 렌즈 라인업의 특징은 이런 시장의 흐름에 맞춰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의 특징에 맞게 디자인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 같다. 라오와의 주요 제품은 매크로 렌즈와 초광각 렌즈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보이고, 특히 초광각 렌즈에서 왜곡을 억제한 렌즈의 광학 구성은 대칭형 렌즈 구성(디자인)과 역 초점 광학 설계의 장점만을 취해 왜곡이 잘 억제되면서도 광학적 성능(최대 개방 조리개 값 등)을 향상한 제품으로 홍보하고 있다. 기존 역 초점 광학 설계만으로는 초광각에서 왜곡(디스토션)을 억제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데 미러리스 카메라의 짧은 포컬 플랜지 백 거리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고, 대칭형 설계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의 한계는 역 초점 광학 설계(레트로 포커스 타입)의 장점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중국 광학 제조사라는 한정된 범위에서 보면, 라오와만의 독창적인 광학 설계로 (중일 광학의 미타곤을 제외하고는) 기존의 익히 제품화되었던 유형 또는 특허가 이미 오래전에 완료한 구형 광학 설계를 토대로 클래식한 감성을 강조하며 답습하는 신흥 중국 카메라 광학 제조사들과는 사뭇 다른 특징을 보인다.
그 외에도 매크로 렌즈 광학 구성에서 축적된 기술로 보이는 플로팅 포커스 시스템(렌즈의 포커싱 구동 시 전 구성요소가 이동하는 방식이 아닌 일부 구성요소의 이동만으로 포커싱을 구현하는 방식) 등 을 초광각 렌즈에서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플로팅 포커스 시스템이 전혀 새로운 광학 설계 방법은 아니고 이미 많은 광학 설계에서 활용된 적도 있다. 그러나 MF 수동 단렌즈에 이를 활용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칭형 설계의 반영과 플로팅 포커스 방식 등을 통한 왜곡 억제 효과를 라오와에서는 Zero-D라고 부르는 듯하다. 라오와의 독창적인 광학 구성이 일부 제품에서 인상적이지만, 아직 기존 프리미엄 렌즈 시장을 주도하는 일본과 독일의 제조사들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 싶다. 최신 렌즈는 비단 광학적 성능의 우수함 뿐만 아니라 빠르고 정밀한 AF 기능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광학 설계와 매력적인 사양을 보여주지만 AF가 지원되지 않는 MF 렌즈이고 그나마 새롭게 등장하는 중국 제조사들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가성비에서도 MF 렌즈라는 점에서 보면 조금 어중간한 느낌을 준다. 포지션이 어중간한 것은 한편으론 기회일 수도 한편으론 위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
AF 기술은 카메라 본체의 기술이지 렌즈에서는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AF 구동을 위한 내부 구조와 정숙하고 빠른 AF 구동 방식(초음파 모터나 선형 모터 방식 등등), 포커싱에 따른 오차를 최대한 억제(최신 고해상력의 카메라용 렌즈의 허용 오차는 1 미크론 단위 이하로 억제되어 정밀함이 담보되어야 프리미엄 렌즈라 할만하다)하는 것은 결코 손쉽게 얻어지는 기술 수준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기다 영상용으로 활용도를 넓히기 위해서 흔들림 방지(OS-optical stablilazer) 등의 다양한 기능 요구도 점차 드세다.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 너무 길어지고 어중간한 카메라 시장 트랜드 분석으로 정신 산만한 수다가 되었다. 라오와의 렌즈는 제법 광학적인 면에서는 매력적으로 보이고, 독자적인 광학 설계 능력으로 보면 발전 가능성이 꽤 있는 중국의 광학 제조사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왜곡 수차가 있는 광각렌즈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 탓에 초광각의 어안 렌즈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옹졸함은 차마 밝히기 부끄러운 비밀이다) 왜곡을 극도로 억제한 라오와의 광각 렌즈가 무척 마음에 든다. 그리고 수치적인 성능에만 국한되지 않고 보케 등의 표현력에도 신경 쓰는 모습은 광학 회사의 훌륭한 기본 자질은 갖추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수차가 조금 있다고 렌즈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억제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소비자가 바라는 이상적인 광학 회사의 기본자세가 아닐까?) 물론, 아직 마크로 렌즈와 초광각 렌즈 몇몇 뿐이라 선택의 폭이 넓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성장 가능성에서 꽤 흥미롭다. 그리고 공개된 정보 등에서 제법 신뢰할 수 있어 좋다. 기존의 중국 광학 제조사들이 산업용, 머신 비전 제품 등에서 기반을 다지고 더 다양하고 더 높은 기술적 수준을 요하는 일반 카메라 광학 제품 시장으로 진출하는 흐름에서 획일적이거나 오래된 광학 디자인을 답습하는 행태에서 보면 라오와만의 광학 설계 기술이나 킥 스타트 펀딩을 활용하는 모습과 적극적인 정보 공개를 통한 홍보 등은 매우 새로워서 은근히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이제 막 여유를 찾은 10억 이상의 인구의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중국 광학 제조사의 저력은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테니 그 발전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