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노출계 작동이 오락가락하는 상태로 몇 번 촬영한 사진을 날려먹고 실사용 기기에서 물러나 장식 겸 소장용으로 작년 요맘때 즈음 선물되었던 니콘 EM 수리에 도전해 보았다. 그간 카메라의 구조나 작동 방식에 대해서 틈나는 대로 연구를 했었고, 카메라를 수리할 때는 사전에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분해 등에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접근하고, 그리고 주의 깊게 작동/구동 방식을 생각하며 꼼꼼히 살피면 생각했던 것보다 고장 부위를 찾거나 수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노출계가 때때로 되다가 안되다가를 반복하다가 점점 안 되는 빈도가 높아져서 포기했었는데 이제는 수리할 수 있을 듯싶었다.
"고쳐주겠다고 큰소리쳤으니 집중해 보자."
Nikon EM은 출시 당시부터 고가나 고성능의 카메라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카메라라고 생각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잘 찍히고 다루기 쉽다. 무엇보다 촬영이 무척 편하고 쉬우며 그리고 SLR 카메라임에도 작고 가벼워서 휴대성도 좋다. 그리고 외형은 카메라적 미적 감각이 무척 뛰어나서 개인적으로는 가장 잘생기고 균형감 있는 외형의 SLR 카메라 중 하나로 손에 꼽고 싶다. 남성적인 취향의 니콘 카메라에 흔치 않게 여성 사용자에게도 잘 어울리고 어필할 만한 디자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플래시를 사용하기에도 간편하다. 수동 필름 카메라에 입문자용으로도 알맞고, 중급자 이상인 경우에도 간편하게 필름 사진을 즐기려는 사람에게도 권할만하다. 조작에 정신을 팔기보다는 사진 찍는 행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편의성이 장점인 필름 카메라다. 그렇다고 P&S의 아주 단순함 만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다.
단점이라면 매뉴얼(수동) 조작으로 촬영하는데 제약이 있다, 셔터 스피드를 임의로 조절할 수 없는 렌즈의 조리개 f/값을 조절하여 조리개 우선 모드로 촬영이 가능하다. 따라서 매뉴얼 조작을 통한 다양한 촬영상의 연출에 불편은 있지만, 일상에서 사용에 큰 어려움은 없다. 막강한 니콘 F 마운트의 렌즈를 장착하고 측광은 카메라에 맡겨두고 구도와 심도에 집중하며, 포커싱만 수동으로 촬영하면 된다.
노출계 고장 증상은 뷰파인더 내부의 노출 표시 바늘이 이제 완전히 위로 올라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니콘 EM의 촬영 방식은 내장된 노출계에 의해 자동으로 셔터 스피드가 지정되는 방식이므로 노출 장치가 정상 작동하지 않으면 완전 매뉴얼 모드가 가능한 카메라들과 달리 대처할 방법이 없다. 전원이 대기 모드 상태에서 깨어나지 않는데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반셔터 누르면 조리개 값에 따른 적절한 셔터 스피드를 뷰파인더 내부의 지침이 표시되며 셔터를 누르면 표시된 스피드와 조리개 값으로 촬영되는 방식이다. 이런 기능이 되다 말다를 반복하더니 이제는 완전히 먹통이다. 아마도 측광 계통 장치의 접속 문제인 듯하다. 먼저 노출/측광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접근이 쉬운 부분부터 순차적으로 점검하며 고장 원인이나 부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보자.
니콘 EM은 제조사에서 공개한 Repair manual을 구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일반적인 카메라의 구조를 생각하고 접근해 보자.
노출계의 고장 원인은 대부분 접속 단자의 접속 불량, 연결 선의 단락 등이 단연코 많은 듯하다. 단순히 지침 바늘이 끼어서 오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체크해 볼 겸, 가장 접근이 쉬운 부분부터 확인해 보았으며 스크린에 먼지를 제거하며 '일타이피?'를 노렸다. 아래 화살표의 나사를 제거하면 포커싱 스크린과 고정 틀이 분해된다.
노출 정보에 따라 셔터 스피드를 나타내는 지침인데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주변에 스펀지 등이 끼어 있나 확인하자. 이상 없으므로 먼지 제거를 위하여 분리하였던 것처럼 블로우로 먼지를 날려버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SLR 카메라의 측광 구조는 대부분 TTL(Through the lens)이 주를 이루고 개방 측광을 위해서 렌즈의 조리개 수치를 카메라 본체와 연동하는 커플러 장치가 필요하다. 니콘 EM의 F 마운트는 이를 마운트 외각을 감싸는 형태의 기계 장치 커플링과 전기적 접점을 통해 조리개 값을 연동하는 구조다. (이후 마운트 내부에 전기 접점이 생기고 대체되어서 최근의 F 마운트와는 차이가 있다) 무척 재미있는 방식이지만, 이 부분의 작동 불량이나 전기 접점 문제로 노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일단 마운트 부분을 순차적으로 분리하자. 아래 이미지에서 분리된 부속(황동색의 부속)은 마운트 결속을 물리적으로 고정하는 단순한 부속에 불과하다.
아래 사진 화실표 부분이 전기 접점이므로 이 접점 표면을 깨끗하게 닦아서 전기 접속이 잘 되도록 한다. 메틸 알코올이나 이소프로필렌 그리고 면봉 등을 사용하여 부착된 오염 물질을 깨끗하게 제거하자.
아래 이미지의 원형 링은 조리개 조작에 따라 움직이는 부속의 접점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오염을 제거하여 기계적인 동작과 전기 신호가 원활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하자. 접점 간의 간격과 탄력을 조절하여 위 사진 전기 접속 부분과 잘 접속할 수 있도록 한다.
위의 접점 점검으로 노출계와 뷰파인더의 셔터 스피드 지침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단순히 접합 불량이어서 비교적 쉽게 문제가 해결된 듯하다. 만약 접점 점검에서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본격적으로 상부 커버를 개방하는 분해 수순으로 돌입하여 그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는데 다행이지 싶다. 하지만 내부 측광 셀까지 분해/수리했으면 포스팅 분량이 아주 풍부했을 텐데 그 부분을 살짝 아쉽다. 잘 고쳐졌으니 다가오는 봄에 좋은 사진으로 보답받을 수 있을게다.
재조립 시에 조리개 값 커플링을 개방 위치로 자동 복귀하게 하는 톱니바퀴가 있으므로 유의하자. 태엽을 감듯이 일정 탄력이 있도록 톱니바퀴 부속을 감은 후 조립하면 된다. (자동 타이머 조절 레버에서 조립하던 방식과 유사하다)
카메라의 노출계와 측광 방식은 꽤 흥미로운 부분이 많은데, 니콘 EM은 전지를 연결하여야 하는 방식의 CDS 셀 방식이고 개방 측광이 가능하므로, 구조는 렌즈의 조리개 값에 따라 저항 값을 다르게 하여 노출 변화값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생각된다. 렌즈의 조리개 수치를 카메라 본체에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 각 카메라 제조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실제적인 작동 메커니즘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또한 기계식 + 아날로그 설계가 남아 있던 때의 수동 카메라의 낭만이고 현재는 디지컬 카메라들은 내부를 열면 전자회로만 보여서 도통 무엇인지 알 수 없어 슬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