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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about photography and cameras/Personal delusions about photography

펜탁스 스포매틱(Pentax spotmatic)에 얽힌 감상

 

 아사히 펜탁스 스포메틱 카메라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애정과 집착을 불러일으킨다. 이젠 연식이 50년이 훌쩍 넘은,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 세대의 장롱 깊숙한 곳에서 간간히 발굴되고 있는 골동 카메라! 오랜 기간의 방치나 혹사로 시원찮은 상태의 것들이 많고, 완전 수리 수준의 정성을 들여야 어느 정도 제 몫을 하는 녀석들이 대부분이다. 설상가상으로 필름의 시대마저 훌쩍 지나쳐 있고, 넘쳐나는 디지털 카메라 속에서 이젠 쓰는 이도 찾기 어렵고 효용도 거의 사라져 버린 듯하다. 카메라에 물려있던 SLR 교환용 수동 렌즈들이야 디지털 카메라에 이종 교배 등으로 그 쓰임이 있다지만(그 마저도 M42 마운트의 한계로 렌즈 어뎁터를 달아주어야 한다), 오래된 필름 카메라는 장식용 카메라로 밖에 가치를 보이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물론 아직 현역으로 사진을 퐝퐝 찍어내기에도 충분하다. 하지만, 필름 구매와 인화, 현상 등등의 비용과 번거로운 수고를 따지면 필름 카메라의 시대는 돌이킬 수 없이 흘러가버린 앞 물결인 듯싶다.

 

 그러나 감성이란 것은 묘한 곳에 애정을 갖게한다. 어이없게도 펜탁스 스포메틱의 이런 철 지난 효용 탓에 더 애정을 갖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AF 필름 카메라 시장과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지지부진함 탓에 펜탁스라는 이름조차 생소하게 여길 사람들도 많다. 아사히 광학이라는 명칭도 Takumar 렌즈도 사진이나 카메라에 관심을 갖지 않은 사람들에겐  별 의미 없을 이름 정도가 아닐까 싶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스포메틱을 보면 다시 새 생명을 불어넣어주고픈 충동에 휩싸이곤 한다. 그나마 내가 손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카메라 중 하나이기도 하고, 카메라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구조가 탄탄하고 나름 분해에 익숙한 탓도 있다. 연초에 블랙 스포메틱을 직접 오버홀하고 필름(냉장고에서 유효기간을 훌쩍 넘겨버린)을 넣었지만 아직도 다 찍지 못한 채 필름을 품고 있다. 어쩌면 사진의 결과물보다는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는 행위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중고장터에 매물로 올라와 먼지를 듬뿍 뒤집어 쓴 그리고 정상작동이 심히 의심되는 스포메틱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줄 것 같지 않았다. 오지랖 넓게도 이런 카메라가 애처로워 덜컥 택배로 구매를 해버렸고, 고장 나지 않은 제품이나 가격차이도 없다. 며칠 카메라 수리에 골몰하였다. 내장 노출계는 결국 제 기능을 찾지 못했지만, 내부의 삭은 스펀지와 먼지를 제거하고, 뷰파인더와 광학부를 청소하고 뻑뻑한 어드밴스 레버(필름 장전 레버)와 내부의 기계장치의 윤활유를 뿌려주고, 상부의 찌그러진 펜타프리즘 커버를 두들겨 제 모양을 겨우 만들었다. 수중에 있는 카메라나 렌즈를 좀처럼 처분하지 못하는 성격인 터라 또 하나의 장식/보존용 카메라가 추가로 생긴 모양새이지만, 무언가를 고쳐서 제 기능을 찾아준 보람도 크다.  왜 이런 취미를 갖고 있는지 의아하다. 고장 난 스포메틱 카메라가 눈에 띄지 않기를...

 

 

 

 블랙 카메라를 무척 선호하지만 실버와 블랙의 조화로운 색상도 좋다. 노출계를 완전히 고치지 못했으니 실 사용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장식용으로 선반 한켠을 채우게 되겠지만, 종종 먼지를 털어주고 작동시켜서 아직 카메라로써 효용이 다하지 않게 하고 싶다.

 

 새로운 기술과 신제품, 신상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올드한 것들에는 무언가 말이나 글로 다할 수 없는 기묘한 감상이 있다. 스포메틱은 때로는 필름을 장착하지 않아도, 그냥 눌러보는 공 셔터의 촉감, 찰칵되는 셔터 소리, 묵직한 무게감, 손에 전해오는 경쾌한 미러 쇼크, 아련한 어린 시절 장롱에서 꺼내 신기해하며 눌러보던 그 공 셔트의 감촉이 정겹다.

 

 

 

 

 

Photo by Super Takumar 1.4/5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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