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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about photography and cameras/Personal delusions about photography

뷰파인더에서 다시 찾고 싶은 것 II

  2010년 무렵, 기어코 스마트 폰의 시대가 왔다. 결코 사람은 스마트해지지 못했는데 폰 따위가 서둘러 스마트해져 버린 것일 게다. 간단한 스냅사진은 언제나 몸에 지니고 있는 스마트폰의 바늘구멍 같은 렌즈 모듈로 손쉽게 뚝딱 찍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스마트함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옛것에 대한 남다른 애정 탓도 아니고 그냥 첨단에서 낙오되어 지체되고 있었다.

 

  2015년 무렵, 그간의 무감각한 삶의 결과는 씁쓸한 입맛으로 되돌아 왔다. 우연찮게 미러리스 디지털 카메라와 수동 렌즈와 이종교배?에 대한 신박한(첨단에서 낙오/지체된 나에게만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는 그 간 무심히 흘려보낸 순간들이 아쉬웠고, 나의 무감각한 일상에 씁쓸했다. 미러리스 카메라와 수동 렌즈,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 그간의 결핍을 딛고 새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MF의 진중함과 감광 유제 인화와 현상의 부실함과 불편을 극복하는, 일거양득/일타쌍피의 묘수였다. 카메라의 기종이나 렌즈의 화각 따위는 큰 문제가 아니다. 이 기계 장치들은 정직하게 피사체를 촬상소자에 담아 주고 있었다. 그것을 편집하고 비틀고 왜곡하던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

 

 

 다시 사진을 아니 새롭게 사진을 찍고 싶었다. 인위적으로 편집되거나 화사하게 치장된 것이 아니라  현상/현실 그대로의 사진을 찍고 싶어 졌다. 시간이 흐른 만큼 허영과 허울에서 이제 민낯의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이다.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들어내고 낼 수 있음은, 자신의 결핍과 부족을 수긍하고 인정하는... '이제 나도 정직한 피사체가 될 준비가 되었다.'

 

 하늘은 푸르다. 그런데 이 푸르름은 모든 기억에서 일률적이다. 나는 몇몇의 하늘빛을 알고,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현실은 내가 생각한 색의 하늘이 아님을 나는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하늘이 푸르지 아니한 것은 아니다.

 

Photo by Fujifilm X-pro1 & Super-Multi-Coated Takumar 1.8/5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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