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초보자들이나 쓰는 렌즈쯤으로 취급하는 번들 렌즈를 좋아한다. 가장 쓰임이 많은 가변 초점거리의 표준 줌렌즈로 가볍고, 가성비가 뛰어나며 (저렴한 거래 가격과 크게 모자람이 없는 렌즈 성능) 부담 없이 쓰기에 좋다. 물론, 프리미엄으로 분류되는 고가의 제품과 하나하나 비교하면 광학적 성능에는 뒤처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스스로의 사진이나 영상 수준을 감안하면, 충분한 성능이고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번들 렌즈들에 호의적이라 소니의 알파 7 시리즈 번들 줌 렌즈 Sony FE 3.5-5.6/28-70 OSS(이하 'SEL 2870'이라고 하자) 또한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사용하며 SEL 2870 렌즈의 성능에 큰 불만이 없지만, 그렇다고 기억에 남는 특별함도 크지 않은 무난한 감상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광학식 손떨방(OSS) 기능이 있는 점이 장점이겠고 그리 느리지도 그렇다고 쾌적하게 빠르지도 않은 AF 포커싱 속도를 보인다. AF가 필요한 경우 짧은 영상용으로 종종 사용한 탓에 화질 문제는 크게 체감하지 못했고, 4000만 화소 수준의 a7r시리즈의 카메라에서 Eye-AF로 인물 스틸 사진 촬영 시에도 꽤 선명함을 유지해서 스틸 이미지 촬영에도 무난했다. (고화소 카메라에 번들렌즈의 광학성능이 따라주지 못한다는 세간의 썰의 실체는 조리개 최대 개방 촬영 조건에 국한된 주장에 불가하다. 대부분의 렌즈들이 조리개를 조금만 조여주면, 해상력에서 문제를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렌즈 설계의 명백한 하자이거나 해당 렌즈의 광학적 기계적 고장을 의심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고백하건대, 아직도 올드 수동 렌즈로 촬영하는 것을 즐겨서 근래 자동 렌즈들의 성능에 매우 관대하고 낮은 기준을 가진 탓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줌링 조작에도 경통 돌출이 크지 않은 (28mm와 70mm 초점거리에서 확장되고 50mm 초점거리에서 짧아지는) 특징도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 전체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밸런스 잡힌 번들렌즈 성능이고, 가성비에서는 월등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통의 번들 렌즈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SEL 2870은 일명 고가/프리미엄급 렌즈들에 비해 빠른/최대 개방 조리개 값에 아쉬움이 있고, 렌즈 경통의 감싸고 있는 포커스와 줌 링의 넓은 고무 재질이 주는 외관의 단순하고 특징 없는(그리고 '없어 보이는') 디자인이 아쉬웠다. 조리개 조작이 바디에서만 가능한 정도라서 렌즈에 조리개 조작 링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근래에 다른 렌즈에는 자주 적용되는) 사용자가 기능 설정이 가능한 커스텀 버튼과 AF/MF 전환 레버가 있으면 싶다. 그리고 미러리스 카메라의 번들 렌즈로 제공되지만, 광학 설계 자체가 예전 DSLR 카메라에 맞춰 설계된 즉, 미러리스 카메라에 최적화된 설계가 아닌 점은 아쉽다.(DSLR용 렌즈의 경우 미러박스 공간 확보가 필수적이라 설계상 제약이 있지만, 미러리스 카메라용 렌즈는 이런 고려 없이 이미지 센서면에 더 근접한 설계가 가능해서 광학적 그리고 구조적으로 조금 더 자유롭다) SEL 2870의 가벼운 무게(295g?)와 제조상의 이점을 위해 마운트를 제외한 외부 재질과 내부 주요 어셈블리는 플라스틱으로 재질이 사용되었다. 이 선택은 제조가격을 낮추고 무게를 줄이는 이점이 있지만, 광학적 정밀성을 확보하는데는 결코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다. 즉, 정밀한 성능과 관련하여 조작 시의 안정성에서 조금 부족하고, 온도변화로 발생하는 오차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플라스틱 재질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전 수다를 참고하자
2018/04/28 - [사진과 카메라 이야기/사진과 카메라에 얽힌 잉여로운 감상] - 프리미엄 렌즈와 일반 렌즈의 차이에 대하여 I - 프리미엄 렌즈는 무엇이 다른 걸까?
SEL 2870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제 촬영에 자주 활용하지는 않게 되는 '계륵'같은 측면이 있는 점 아닐까? 왜, 그럴까에 대해 생각해봐도 특징 없는 그리고 '없어 보이는 외관'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지 싶다. 단렌즈를 선호하는 편이라서 줌렌즈의 분명한 장점이 있음에도 자주 사용하는 편은 아닌 데다가 렌즈 저마다의 필터 구경 탓에 스텝 업 링 등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다른 액세서리와 호환이 쉽지 않았고, 좀처럼 카메라 진열장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활용도를 좀 더 높여볼 생각으로 시네마 커스텀으로 개조한 렌즈들과 외형적인 규격을 일치시키려는 목적이 가장 컸다. 그리고 이런저런 아쉬움을 개선해서 즐겨 쓰는 렌즈로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흔하디 흔한 번들렌즈에 조금의 특별함을 주고 싶었다.
3D 모델링에서는 SEL 2870에 맞춤으로 수동 조작이 가능한 포커스 링과 줌 링 조작이 가능하도록 설계했고, 가변되는 초점거리 인덱스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당 부분을 개방하는 구조로 설계했다. (전자 감응식 포커스 조작 방식이라 특유의 타임랙-조작과 실제 변화가 반영되는 시차-이 있어서 팔로 포커스 등과 사용하기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은 감이 있다) 삼각대나 모노포드에 장착하기 편리하도록 알카 스위스 규격의 렌즈 서포트 플레이트를 만들었고, 전면에 사각 후드와 렌즈 캡 (이전에 간단한 제작기로 잠깐 다루었던) 그리고 원형의 필터 장착이 편리하도록 90M 1.5 규격의 나사 슬레드를 적용했다.
고정을 위한 별도의 나사나 접착이 필요 없도록 렌즈의 각 부분에 딱 드러맞는 사이즈로 설계했다. 제 짝이라고 할 수 있는 A7 II 그리고 A7R2 카메라에 맞춤 제작의 사각후드, 82mm 가변 ND 필터 등을 장착해서 참고용 이미지를 만들었다. 가볍고 줌 조작에도 경통 길이 변화가 적어서 짐벌에서 활용할 때 밸런스도 꽤 좋다.
사실, 실용적이거나 멋스러운 면은 별로 없는, 잉여스러운 덕후의 커스텀 하우징이라 그리 추천할 생각은 없지만, 꽤 공들여 모델링하고 프린팅해서 완성한 것이라 조금은 요란스럽게라도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이전의 모양을 조금 개선해서 새로운 타입으로 만들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