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물정에 어둡고 게으른 나는 대단한 정치적 소신이나 무슨 신념 따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무릇, 자신의 개인적 욕망에 충실하고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니 시장(돈)의 지배를 받는 '속물'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비록 속물이 되었어도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사회를 지탱할 모두를 위한 최소한의 정의와 균형, 그리고 권력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속물들의 세상이 되었으니 정의와 균형, 견제가 더 절실한 것일 게다. 대단한 정의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일반 시민의 상식으로 생각하는 그 수준, 민주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으로 족하다.
지금 일련의 일들을 '조국 전쟁'으로 부르지만, 이 '전쟁'이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것은 전쟁이 아니라 단지, 검찰이나 일부 언론의 특권을 내놓기 싫어하는, 기득과 관행이라는 악습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향유하는 자들이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시대의 요청에 대한 저항이며 검찰과 시장 권력에 의해 속물화된 언론이 일으킨 '난(亂)' 혼란, 그 자체로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만의 왜곡된 정의와 일방적인 구국의 변명에 결코 동의할 수 없고, 나아가 국민과 대결하는 그들을 대등한 세력 간의 대결인냥 '전쟁'이라 칭하는 것이 못마땅하다. 그럼에도 뿌리깊이 박힌 적폐로 인해 그들의 저항은 우리 사회 전체를 뒤흔들고 어지럽힐 정도로 막강하니 난리가 난 것이냥 뒤죽박죽 어지럽기는 하다.
그동안 눈 앞에서 벌어지는 '불의'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못 본 채 했던 나의 무심과 태만에 스스로가 부끄럽다. 잠시 자리를 채워 그 간의 부끄러움을 조금이라도 씻고 싶었다. 한 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몇 해 전 그 겨울의 '촛불 집회'에 비하면 날씨도 좋고, 마음의 여유 또한 크지 않은가! 아직은 잃은 것 보다 앞으로 얻을 것이 더 많을, 즐거운 촛불 문화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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