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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산들산들(日常茶飯事)

재미없고 허술한 포스팅(수다)에 대한 변명, 그리고 코로나 19 / 2020.03

 

대부분의 수다 앞 머리에 장황하게 수다의 이유를 밝히는 것은 지금의 무의미함에 작은 의미라도 구하고 싶은 그리고 수다의 소소한 동기라도 부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주제를 정하고 관련 자료를 찾고 이에 나름의 망상으로 정리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데, '취미가 사진 촬영이면 사진을 한 장 더 찍을 일이지, 쓸데없는 수다에 골몰하는지' 자신을 이해시켜야 했다. 그리고 이를 읽고 있을 사람들에게 엉성한 결론이라는 사실을 꼭 밝혀두고 싶었다. 수다쟁이의 일천한 지식수준과 허술한 논리 구성으로 도출한 결론이나 의견에 항상 의심하기를 바라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비생산적이고 아마추어 애호가의 허술한 사고 실험류(실제 체험하지 않고 웹에서 주워모은 잡다한 정보로 대충 미루어 짐작하는 허술한 상상)의 포스팅을 계속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요인은 '외로움'과 '허영' 때문이 아닐까?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여러 사람과 정보를 공여할 수 있는 작은 틈새/여유라도 있었으면 했다. 구닥다리 올드 렌즈를 쓰면서 "이 녀석 성능은 구리지만 매력 있네" 하고 혼자 중얼거릴 뿐, 이를 맞장구치거나 '매력은 무슨?' 이라며 핀잔해 주는 이도 현실 생활에서는 없으니 때론 이런 사회성 결여와 비주류의 취미 그리고 허섭한 취향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맛있는 것도 혼자서 먹을 때 보다 마음이 통하는 이들과 함께 하면 그 즐거움은 훨씬 배가 되는데, 취미에서 만큼은 은둔형의 모난 성격과 삐딱한 취항의 굴레에 벗어나지 못해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자연히 외톨이 습성으로 비롯된 상황의 (대나무 숲에서라도 임금님의 비밀을 털어놔야 할 듯한) 답답함이 이 장황하고 질 낮은 수다의 포스팅을 이어가는 제일 큰 모티브가 되지 않았을까. 이런 이유로 수다 첫머리의 긴 넋두리는 매번 되풀이되어서 일종의 수다를 시작하기 위한 '루틴'이 된 꼴이다. 그렇다고 외로움을 벗어나고픈 간절함이 있는 것은 아니고 혼자 놀기의 소소한 재미도 꽤 쏠쏠하며, 일상에서 다른 즐거움도 많이 있으니, 배부른 투정일 수 있고, 스스로가 번잡한 것과 거리를 두며 지내길 원하는 자초한 고립이라 사소하다면 사소한 일이다.

 

간혹, 비슷한 취향과 관심의 사람들이 그리워서 웹의 사진/영상 관련 커뮤니티의 게시글을 기웃거리기도 하는데, 사람들의 관심사를 알아보고 최근의 트렌드를 엿보는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었지만, 주류나 최신 흐름의 대세로 포장되어 있거나 때로는 신제품 홍보의 장이 되어버리거나, 다양한 방법이나 여러 생각/취향의 다양성은 뒷전인 채, 언제까지 정답일지 모를 경제성과 효율성으로 점철된 정답 찾기에 골몰하는 모습에 쉽게 지치기도 한다. 지금 모두가 열광하는 최신의 신기술이 한두해 지나면 그저 그런 그때 그 시절의 평이한 기술이 되어 있을 테고, 또 그 시점의 새로운 흐름과 최신의 기술과 신상?에 골몰할 테니 반복은 흥미를 반감시키고 피로로 쌓여서 때론 과격하게 혁신 또는 판을 뒤엎는 변화를 은근히 바라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런 일반의 흐름에 편승하기는 마땅찮고 그렇다고 뚜렷한 소신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겉만 맴도는 주변인이자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는 유령 회원으로만 남는다. 어쩌면 스스로 거리를 벌리며 외톨이라고 말하는 모순에 빠진 것 같다. 

 

"계획이 없으면 실패도 없다"는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바라는 바가 크지 않으니 실망도 크지 않은 것인지, 사진은 늘 엉망이고, 이제는 왜 사진이 취미가 되었는지 어떤 사진을 원하는지도 헷갈린다. 이는 사람들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밖에 없지 싶은데, 날은 저물어가고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져서 걱정이다.

 

지난 여름을 추억하며

 

지난 한 달여를 되돌아보면 코로나 19 감염병 탓에 실내에서 갇혀 지내다시피 지내고 있고, 감염증으로 직접적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힘든 시간이지만, 개인적으론 단지 강제된 느낌만 제외하면 도심 속 일상의 여느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익숙하고 스스로의 몸만 지키는 것이 위기에 사회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되어버린 능력없는 자신에게는 그간 밀려있던 망상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의 풍요를 덤으로 얻은 셈이었다. 이 글 또한 첫머리를 일 년 전쯤에 작성해 두고 마무리 짖지 못하고 마냥 미루어 오던 것을 작금에야 마저 정리하고 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감염병 위기로 인한 실내 생활이 미뤄두었던 것을 실행하게 하는 반대급부도 가져다 주니, 세상에는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 어느 것에 더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불만과 만족의 경계가 모호한 요지경임에 틀림없다. 그나저나 몇 해 지나고 나면 2020년은 코로나 19가 휩쓴 황량함만 기억되지나 않을지.

 

 

긍정적으로 보면 나쁠 것 없도 그리 없고, 부정적으로 보면 나쁜 점 투성이의 세상이다. 그래도 이왕이면 일상의 평안한 상황에서 긍정적인 생각이 더 좋을 테니 코로나 19의 고비를 무사히 넘기며 화사한 봄을 맞기를 바란다. 그리고 코로나 19에 맞서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최선을 지속할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 정부와 공무원, 그리고 높은 시민 의식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해쳐나가는 국민들의 노력이 감사하고 또 고맙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폭주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점차 세계적 위기로 확대되어 가는 형세지만,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우리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세계적인 판테믹으로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처럼 협심하여 대응하면 이 위기 또한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모두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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