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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s of the world/Canon Vintage RF & SERENAR

캐논 세레나 (Canon Serenar) 100mm f/4 - STEP 1

 

 

어느새 폭염이 찾아왔다. 밤에도 더위는 쉽게 가시지 않아서 밤새 창문을 열어두고 싶은데, 방충망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모기 탓에 잠을 설치기 일 수다. 두어 주 전부터 창문 가에 큰 거미줄이 만들어졌다. 곤충이라면 크건 작건 간에 아주 기겁을 하는데, 거미라면 더더욱 질색이다. 끈적한 거미줄만 생각해도 피부가 근질근질해지는 듯하다.

 

그런데 4층 창밖에 드리워진 균형미 있는 거미줄은 왠지 모기라도 막아줄 듯했고, 거미줄 위에는 제작자이자 사냥꾼인 거미는 도통 보이질 않아서 창문 밖의 거미줄은 생활에 별다른 악영향이 없어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때때로 창가에 기르는 애완 거미라고 혼자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지냈다. 거미줄을 훼손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손가락만 한 똥파리를 잡아서 거미줄로 예쁘게 포장해서 선물하는 "은혜 갚는 거미"...

 

거미는 한낮에는 어디에 숨었는지 나타나지를 않다가 밤이면 슬그머니 거미줄에 가운데 매달려 있곤 했다. 어둑한 밤하늘에 내비친 거미 모습을 보고 그 크기에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큰 녀석과 싸울 용기도 없었고 창밖 저 멀리 쳐진 망 위를 오가는 거미가 그리 위험해 보이진 않다며 애써 외면했다. 모기 따위를 잡아먹으니 사람에겐 익충이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하면서...

 

 

캐논 세레나 100mm f/4를 들고 촬영 나갈 일이 별로 없었다. 수동 올드 렌즈인 데다 APS-C 미러리스에 장착하면 150mm 망원 화각이 되어버려서 인물 또는 꽃 사진 등 정물 사진에나 적당하지 싶었고, 이래 저래 그동안의 게으름이 만든 부메랑에 쫓기느라 사진 촬영이나 카메라에 별 신경을 쏟지는 못했다. 그렇게 시간에 떠밀려 다니다가 지난 토요일 오후쯤이었는지 문득 창밖의 제법 그물망 형상으로 촘촘한 거미줄을 찍어두고 싶었다. 물론 곤충을 싫어해서 거미 녀석을 찍을 생각은 없다. 접사 사진을 보는 것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접사 사진에서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곤충의 크게 확대된 모습이 싫기 때문이기도 하다.

 

Canon Serenar 100mm f/4

 

85~200mm 정도의 망원 단렌즈로 촬영된 사진은 매력이 넘친다. 어떤 광학식으로 만들어졌든, 제조사나 브랜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이것이 카메라로 보는 세상이야!"라는 느낌을 받는다. 사람의 눈으로 보는 세상의 이미지와 다른 망원 특유의 감성이 장점이 아닐까. 배경 날림이나 압축감, 보케 등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사진만 봐도 망원 렌즈로 촬영한 사진임을 금방 알 수 있는 것이, 망원의 묘사력은 특출 난 부분이라 생각된다.

 

올드 수동 렌즈라 하여도 단렌즈의 해상력은 포커싱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최신의 고화소 디지털 카메라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색수차나 균형적인 색재현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했었는데 괜한 오지랖이었지 싶다. 캐논 세레나 100mm f/4 렌즈는 몇 개인지 잘 구분이 안될 정도로 많은 조리개 날(15매)을 가지고 있어서 원형의 이쁜 개구 모양을 만드는데 유리하다. 망원 화각이므로 보케 묘사가 뛰어나고 원경의 나뭇잎 틈새의 빛과 원형의 개구가 만들어내는 보케가 제법 이쁘다.

 

 

 

일요일부터 3박 4일간 여행을 다녀왔다. 일요일 정오 무렵 고속도로에서 만난 폭우에 천안 근처를 지날 때는 일부 차선이 물에 잠겨있기도 했다. 폭염 탓에 달구어진 대기 탓인지 심심찮게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씨가 잦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창밖을 보니, 웅장? 하게 느껴지던 거미줄이 찢겨 사라졌다. 며칠간 내린 굵은 빗방울을 견디지 못했나 보다. 거미줄이 사라진 창밖 전경은 걸리적거리는 것 없어 시원하지만, 한편으론 한참이고 창밖을 바라보게 했던 거미줄이 살짝 그립기도 하다.

 

채 2주도 되지 않았지만 그 새 익숙해진 것일까. 그리고 그 녀석은 비를 잘 피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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