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유통기한이 10여 년이 훌쩍 지나 제대로 필름 구실을 할지 의심스러웠던, 이제야 냉동실을 벗어나 기나긴 동면에서 깬 코니카 필름을 펜탁스 스포매틱에 넣고 재 작년 연말 즈음 촬영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동네 필름 현상소를 찾기 어렵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얼마 전에서야 충무로에 나가 겨우 현상, 스캔을 했다. 거대한 게으름의 연속이었지 싶다. 사실 오래전에 촬영되었고 현상을 맡길 때 유심히 보지 않은 탓에 Konica 센츄리아 100이었는지 200이었는지 조금 헷갈리기도 한다.
냉동실에 얼려둔 필름을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쳤음을 실감한다. 다시 필름 사진에 관심을 갖는다고 반겨주는 이 하나 없지만, 디지털에 길들여진 기름진 나태를 벗고 복고풍의 감성을 찾아볼 생각이다. 필름 감성에는 스포매틱 같은 기계식 수동 카메라가 제격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유통기간이 훌쩍 지난 필름의 거친 입자까지 더해지니 너무 골동스럽고 예스러운 이미지를 만든다.
눈이 꽤 왔던 날,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이었던 듯하다. 설경 사진이라 2스탑 정도 오버해서 촬영했던 듯한데, 의도했던 바 눈이 하얗게 잘 표현되었다. 최초의 TTL SLR 카메라의 오래된 설계지만 조금 주의만 기울인다면 스포매틱의 노출 시스템이 아직도 쓸만하다고 생각한다.
오래된 필름 탓일까? 현상을 한참 후에 해서 그런걸까? 구한말의 채색한 사진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정작 실제는 2015~2016년 즈음의 겨울, 경복궁 흥례문.
노랗게 색이 발한 듯함이 '古色蒼然'하게 느껴진다. 모델의 표정이 아름답지만, 초상권을 위해 가렸다.
기계식의 올드 SLR 카메라 펜탁스 스포매틱은 오래되고 지금의 각종 자동 기능에 익숙한 사용자에게는 불편하고 조작할 것 많은 카메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편리하고 작고 막강한 자동 기능의 카메라에서 찾을 수 없을 원류적인 재미가 있다. 그렇다고 편의 기능이 모두 무시되고 기계 장치만으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다. CDS 셀을 활용한 TTL 측광이 가능해서 별도의 노출계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비교적 정확하게 노출 측정이 가능하다. 개방 측광 모드의 아쉬움이 살짝 있지만, 죔 측광의 올드한 느낌도 그리 나쁘거나 불편하지는 않다. 어중간한 자동보다는 기계식의 확실한 감성이 더 단단하고 촬영하는 재미를 찾아 줄 수도 있다. SLR 타입의 교과서와도 같은 카메라이고, 가장 인기 있는 대중적인 SLR 카메라 중 하나였으므로 비교적 저렴하고 쉽게 접할 수 있다. 유명세와 이름값으로만 따져도 펜탁스 스포매틱에 견줄만한 카메라는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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