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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렌즈와 일반/보급형 렌즈의 차이에 대한 수다를 이어가 보자. 동일한 주제의 전편 수다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8/04/28 - [사진과 카메라 이야기/사진과 카메라에 얽힌 잉여로운 감상] - 프리미엄 렌즈와 일반 렌즈의 차이에 대하여 I - 프리미엄 렌즈는 무엇이 다른 걸까?
▶ 렌즈의 AF와 관련된 일반적 구조와 프리미엄 렌즈의 특징
최신 스틸 이미지 카메라 렌즈들은 대부분 AF 기능을 기본 전제로 설계/제조된다. 사진이나 영상 촬영에서의 AF의 편리와 유용함은 따로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테고 정확하고 신속하며 정숙한 AF 성능은 렌즈 자체의 품질을 대표하는 좋은 척도가 된다. (일부 틈새 또는 마니아 층의 수요를 위해 MF 렌즈들이 존재하고, MF 렌즈 중에서도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의 RF 카메라를 위한 MF 렌즈 등이 들이 존재하지만, 이는 아주 예외적이고 주류라고 평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물론 시네마/영상용 프리미엄 렌즈에서는 여전히 수동 포커싱(MF) 렌즈의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이 또한 아주 예외적인 전문 영역의 제품이라 할 것이다.
수다 시작부터 조금 엉뚱한 여담을 풀어보자. 시네마용 전문 렌즈에서는 왜 수동 포커싱 렌즈를 사용하고 이를 고집하는 것일까? 수동 포커싱을 통한 미세하고 섬세한 의도로 조작할 수 있는 수동 포커싱의 장점으로 주로 설명했지만, 실제는 예상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환경이나 움직임에 대한 포커싱과 우발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조건에서의 포커싱 차이가 가장 주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흔히 시네마(극 영화)나 드라마 등의 촬영에서는 촬영에 적합한 공간(주로 촬영 세트)에서 이미 짜인 각본과 각각의 동선으로 연출되므로 카메라의 프레이밍이나 포커싱 또한 이에 맞춰 예측한 움직임에 따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촬영하는 것이 가능하며 따라서 시네마 용 렌즈에서는 굳이 빠르고 즉각적인 AF 기능이 강조되지않는 이유라 생각한다. 하지만, 연출/통제된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환경이라면 MF 방식으로 모든 상황에 정확한 포커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AF 성능은 비단 카메라 본체의 AF 제어 기술이나 AF 알고리즘 등으로 결정되기도 하지만, 렌즈의 AF와 관련된 기능 또한 매우 중요하지 싶다. 즉, AF 측거와 관련된 측정과 연산은 본체에서 이루어지지만, 본체와 렌즈 사이의 상호 정보를 정확/신속하게 주고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바늘귀에 실을 빠르고 정확하게 꿰기 위해서는 정확한 시력과 집중력도 중요하지만 실제 바늘귀에 실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꿰는 수전증 없는 손(手) 또한 중요하다. 카메라 본체가 머리라면 렌즈의 AF 구동부가 ‘손’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생각한다.
AF 구동부는 전기적 모터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 DC 모터의 회전력을 이용한 방법이 있지만, 정확성 동작과 제어에 어려움이 있고, 고속 회전하는 모터 자체와 회전 운동을 전달하기 위한 기어 장치의 소음/진동 등이 많이 발생한다. 이런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초음파 모터, 스테프 모터 등이 등장하였고 일반/보급형의 렌즈에도 대부분 채택된다. 상용화된 기술 중에 주로 활용되는 것은 스테프 모터와 그리고 모터의 회전 운동을 변형한 링 구조의 모터 또는 리니어(linear) 작동 방식 등이 프리미엄 렌즈 등에서 활용된다. 스테프 모터나 초음파 모터는 정확하고 정숙한 동작에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고, 링 구조 또는 리니어 방식은 모터의 동작 방식을 렌즈 포커싱 구성요소의 작동에 맞도록 변형한 대표적 방식이라 하겠다. 스테프(스탬핑) 모터와 관련한 내용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지만, 분량 조절 차원에서 별도 검색으로 해결하자. 리니어 방식은 펼쳐진 스테프 모터나 초음파 모터의 변형된 형태이므로 일반적인 모터의 회전 운동과 달리 모터 자체로 직선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인 DC 모터나 스테프 모터, 링 구조 모터의 경우 포커싱 작동으로 구성 요소 전체 또는 일부의 간격 조절을 위해 회전 운동을 직선운동으로 전환하는 캠 구조를 사용하는 방법이 즐겨 사용되었다. 캠 구조의 렌즈 또한 구동 시의 조작감 소음 등으로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최근 프리미엄 렌즈에서는 기어 장치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 리니어(Linear) 모터 구동 방식을 사용해서 기존 구동 장치의 단점을 보완한다.(리니어 모터 방식은 모터가 전후 직선으로 움직이므로 회전 모터와 이를 직선 운동으로 바꿔주는 기어 구조 결합한 것과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구조는 꽤 다르다. 캠 구조는 회전 운동을 직선 운동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소음 진동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정밀도를 확보하는데 불리한 요소로 작동한다. 하지만, 캠 구조 자체의 효용은 매우 뛰어난 편이라서 부드러운 동작과 정밀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계적 성능 개선-초정밀 베어링 사용 등-도 눈에 띈다. 줌 렌즈 등에서 수동 포커스 링 조작 등에서 cam 슬라이드 구조는 여전히 최근 렌즈에서도 즐겨 사용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은 딱히 프리미엄 렌즈만의 특성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일반화 되었는데 프리미엄 렌즈의 AF 성능과 관련해서 눈여겨볼 부분은 신속/정확한 AF 작동을 위하여 동력 장치의 기계적 성능뿐만 아니라 정확한 제어 기술과 각종 광학적/ 기계적 구조가 아닐까 싶다. (제어 기술에 있어서는 각 카메라 제조사의 AF 알고리즘에 대한 정보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으므로 이를 분석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앞서 1편에서 언급했듯이 프리미엄 렌즈 등에서는 정밀한 작동을 담보하기 위하여 광학계 주변 부품에 금속(합금)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필연적으로 무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쾌적한 AF 구동에는 부정적인 요소이므로 광학계의 무게를 줄이려는 노력이 수반된다. 하지만 광학적 성능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면 커지고 무거워진 구성요소와 금속 장치들로 무게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경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광학 설계에서도 해법을 찾는 노력이 눈에 띈다.
기존 일반적 렌즈의 광학설계 특히, 단렌즈 등에서는 광학계 전체 요소를 이동하여 포커싱이 이루어지는 방식이 사용되었는데, 렌즈의 광학적 성능 향상 등의 이유로 무게 등이 증가하고 이에 적절한 AF 성능 구현을 위해 포커싱을 담당하는 요소군을 별도로 구분 설계하여 무게와 부담을 줄여 빠른 AF 동작에 알맞도록 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되었다. (플로팅 포커스 시스템 등- 비단 AF 구성 요소를 독립하는 방식은 AF에서의 장점 이외에도 광학 성능 향상에도 장점을 가지기도 한다) 줌 렌즈에서는 단 렌즈에 비해 구성요소의 수가 많으므로 이보다 조금 더 복잡한 구조적 설계가 이루어지는데, 최근에는 포커스 요소 군을 복수 이상으로 설계하고 이를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여서 쾌적한 AF 뿐만 아니라 광학 성능 향상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프리미엄 렌즈 제품을 주목하게 된다. 이는 복수의 독립된 포커스 요소 군이 각각 유기적인 움직임과 동시에 정확/정밀한 동작이 있어야 가능하므로 정밀한 기계적 작동뿐만 아니라 제어 기술 또한 한 차원 높은 수준이 필요하지 싶다. 이런 변화는 내부 구조가 매우 복잡해지고 기계적 정밀성과 한 차원 높은 제어 기술이 필요하고 따라서 제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는 직접적 원인이 될 테다. (앞서 언급한 광학 설계의 변화로 흔히 이너 포커싱이나 이너 줌 등으로 눈에 쉽게 띄는 변화도 나타난다. 주로 제조사에서는 내부 구동 방식의 변화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보다는 이너 포커싱/이너 줌 등의 간단하고 직관적인 기능 위주로 광고 홍보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AF 작동에서의 정확도와 정숙함은 스틸 이미지 카메라에서도 유용하지만, AF를 활용한 영상 촬영 등에서도 꽤 유용한 면이 있다. 시네마 또는 전문 영상용 렌즈에는 여전히 MF 방식을 선호하는데, 이는 숙련된 촬영자의 감각적인 포커싱을 전제로 하므로 그리 일반적인 선택은 아닐 것이다. 최근에는 시네마 등 특수 전문 분야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영상 녹화용 렌즈에서 AF 렌즈 비중도 꽤 높아졌는데, 동체 추적 포커싱 기능의 괄목할만한 성능 향상과 포커싱에 관한 다양한 옵션(얼굴 인식 포커싱, 포커싱 전환 속도의 선택 옵션, 세밀하고 감각적인 제어 기능)이 인상적이다. 전문(시네마) 영상 분야에서도 AF 렌즈가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점유를 차지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 기타 부가적인 편의 기능에 대하여
렌즈에도 소비자의 요구나 기술적 필요에 따라 다양한 부가 기능이 결합되기도 한다. 최근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렌즈의 부가 기능은 흔히 광학식 손떨방이라고 불리는 기능이 아닐까 싶다. 제조사에 따라 OSS(Optical Stabilizer system)이나 IS(Image Stabilizer) 등의 명칭으로도 불린다. 광학식 안정화 기능은 무척 유용하지만, 프리미엄 렌즈 특히, 정밀한 광학 성능을 최우선으로 표방하는 제품에서는 ‘계륵’ 같은 측면이 있어 보인다.
광학식 안정화 장치는 촬영 시의 흔들림을 상쇄하기 위하여 광학계를 흔들림에 따라 반대로 작동하는 보상 동작을 기본으로 한다. 따라서 광학식 이미지 안정화 장치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는데는 광학계의 무게가 가벼울수록 유리하다. 작고 가벼워야 흔들림에 대한 보상/보간 작동작을 쉽게 구현할 수 있다. 따라서 작고 가벼운 광학계를 만들기 위한 유혹 (플라스틱 소재의 사용 등)에 쉽게 빠져들지 싶다.
프리미엄 렌즈는 정밀한 작동 방식에 꽤 높은 비중을 두는데, 이런 광학적 안정화 구조 자체가 정밀성을 담보하는데는 부정적인 요소가 된다. 광학식 안정화 옵션의 on/off 기능만으로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즉, 미크론(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억제시킨 기계적 작동의 오차/공차의 노력과 광학식 안정화 기능은 합(시너지 효과)에서 높은 평가를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따라서 광학식 안정화 장치에 대해 소비자의 높은 선호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렌즈 제품에서 광학식 이미지 안정화 장치의 채택하는 경우는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일부 매크로 렌즈나 광학식 안정화 기능의 효용이 더 높은 영상 촬영용 렌즈 등에서는 적극 활용되는 경우도 있고, 추후 정밀도와 광학식 흔들림 안정화 장치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일석이조'의 위업을 실현한 렌즈를 기대할 수도 있겠다.
그 외 영상 녹화용 렌즈 등에서는 편리한 전동 줌에 기능 또한 최근에 자주 언급되는 것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전동 줌 기능을 위한 구동 장치와 기계적 구조가 추가되어야 하고, 정밀성과 편리성 확보 그리고 기계적으로 더 안정된 간명하고 가벼운 구조와 다기능의 복잡한 구조 사이에서 선택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최근의 방진/방적 설계 또한 매력적이다. 광학 관련 제품이 먼지나 곰팡이 수분 등에 매우 취약하고 이로 인해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면 방진/방적 기능을 갖추는 것과 이로 인해 적정한 수준의 제품 가격 상승이 있다고 하여도 그 부담을 흔쾌히 감내할 수 있겠다.
한편으론 다기능의 다재다능한 렌즈를 프리미엄 렌즈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광학 렌즈 본연의 광학적 성능과 정밀함에 프리미엄의 가치를 둘 것인가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있지 않을까? 취미 생활로 사진을 촬영하는 일반 사용자에게 프리미엄 렌즈를 장만하는 기회비용은 매우 부담스럽다. 단지 일반적인 용도라면 굳이 프리미엄이나 고성능에 집착할 필요가 크지 않고 사용 용도에 맞는 가성비 높은 렌즈나 카메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고, 장비 욕심과 부족한 사진 내공을 장비로 때우려는 얄팍한 생각에 무리해서 프리미엄 렌즈를 장만하고 그 성능과 가치를 십분 발휘할 수 없는 조건에서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 마냥 부담스러웠고 값 비싼 렌즈와 카메라를 이리저리 모시고 다니던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던 것 같다.
상황과 조건에 따라 용도에 알맞는 고성능의 제품도 필요한 경우가 있을 것이고, 단지 비싸서 좋은 것이 아닌 일반적인 사양표에 수치나 미사여구(美辭麗句)로 나타나지 않는 성능 차이와 광학 기술자들의 세밀하고 열정적인 노력과 기술에 대해서 잠시 수다를 나눠보고 싶었다. 현실에서는 제대로 활용 못할 듯하고 따라서 무리해서 장만할 이유는 그리 크지 않을, 카메라 샵에 가서 한번 어루만져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하는 프리미엄 렌즈에 대한 넋두리였다. 하지만 이 또한 새로운 기술과 신상이 쏟아지면 프리미엄에서 밀려나 일반적인 렌즈가 될 테니 지금 당장 수중에 없다고 그리 아쉬워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그리고 프리미엄 렌즈에서 강조된 광학적/기계적 정밀의 차이를 우리는 얼마나 체감할 수 있는지도 살짝 의문이다. 막상 성능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치밀하게 분석하자면 그 차가 존재함을 증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비상업적 용도에서 실제 촬영과 소비의 과정에서 차이는 크게 드러나지 않을 것 같다. 괜히 프리미엄 렌즈에 대해 떠들고 나니, 뜬 구름 잡는 것처럼 허망한 수다를 너무 길게 쓴 것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