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며칠 전이 한글날이었으니 사진과 카메라 관련한 용어에 대해 잠시 다루는 것도 좋겠다. 사실 용어의 혼재나 오용 등의 문제는 의미 전달만 적절하게 된다면 무슨 큰 문제냐 싶기도 하고, 굳이 이런 것을 시시콜콜 따져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자주 해서 오래전에 수다거리로 준비했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오래 묵히고 있었다. 하지만, 단어 하나 용어 하나, 정의 하나 개념 하나도 생각의 씨앗과 같고 이 씨앗이 점점 커져서 엉뚱한 가지를 펼치곤 하는 것이 적잖게 걱정되기도 하고 엉뚱한 용어가 통용되다가 그냥 일상/전문 용어로 굳어지는 경우도 많은 듯해서 사전에 바로 잡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두서없는 글이지만, 이때가 지나면 또 얼마나 묵혀둘지 몰라서 슬그머니 공개해 보는 조금 부끄러운 수다이다.
▶ 언어와 사고
"인간은 사고를 바탕으로 언어를 창조하고, 사고의 결과인 언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 또한 언어의 힘을 빌려 사고를 발전시킨다. 이처럼 우리는 사고한 내용을 언어로 표현하고, 언어를 통해 사고한다. 언어와 사고는 정확하게 일대일로 맞아떨어지는 관계는 아니지만, 양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언어는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생각과 느낌을 형성하고 규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사고도 달라질 수 있다. 이렇듯 언어가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언어를 이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언어와 사고 (Basic 고교생을 위한 국어 용어사전, 2006. 11. 5., (주)신원문화사)
사진과 카메라 관련해서 새로운 기능이나 기술에 따라 다양하고 생소한 용어들이 꽤 있고 특정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다가 일반화된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우리말로 표현하기에는 의미나 구분하기가 까다롭거나 적절한 용어가 없어 외래어를 그대로 차용해서 쓰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말로 순화된 말도 있지 싶다. 그 외에도 각종 사진 관련 기구나 조명, 촬영장에서 사용되는 용어, 편집이나 후반 과정에서 용어까지 감안하면 그 바닥에서만 통용되는 용어들이 있고, 그 세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벽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적절한 용어 풀이용 사전이라도 하나쯤이었야 하지 않을까 싶은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근래에는 빠른 기술 발전 탓에 새로운 용어들이 넘쳐나고 그때 그때 용어를 사용하다 보니 잘못 사용되는 용어도 꽤 많은 것 같다. 영상 편집이나 후반 작업 등의 애플리케이션 사용 시에 특히 자주 접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뜻이나 의미만 전달되면 되지 무슨 큰 문제냐 싶지만, 스스로의 경우만 되돌아봐도 사진이나 카메라와 관련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채득 할 기회가 없었다 보니 여기저기 어깨너머로 주워들은 얘기들과 떠도는 이야기들이 어느새 입에 붙어서 아무 의심 없이 사용하기도 하고, 잘 못된 용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잘 고쳐지지 않는 것도 많았다. 이는 잘못된 상식/용어가 머릿속에 굳어져서 스스로 고치려 해도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부정확하거나 잘 못 사용되는 용어들이 많은 까닭에 대해 스스로 내린 허섭한 결론은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들에는 오래전부터 수학이나 물리학을 기반으로 한 광학(光學)으로 일컫는 한 분야와 디지털 기술로 대표되는 최신의 기술 용어 등의 꽤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정의가 필요한 용어가 있고, 그와 달리 사진술로 대변되는 예술성의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분야의 용어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지 싶다. 사진술을 기술로만 이해한다면 확정적 개념과 용어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겠지만, 예술에도 한 발을 걸치고 있는 사진의 특성상 '이것이 정답, 옳은 용어'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한 제품으로서 카메라나 각종 보조 도구 등에 제조사 등에서 일방적으로 명명한 용어, 사진과 영상 작업 시에 편의를 위한 은어 등도 혼란에 한 몫을 하지 싶다.
표준 렌즈, 줌 렌즈, 단 렌즈(프라임 렌즈) 등의 용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어서 본래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이었든 상관없이 의미 전달에는 큰 문제가 없고 본래의 의미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언어는 고정된 것이 아니고 사용되면서 파생/확장하는 탓인지 표준 화각, 표준 줌 렌즈 등등의 새로운 용어로 파생되어 혼란은 가중되는 감이 있다. '표준 화각'은 표준 렌즈의 화각을 의미하는 것이라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고 '표준 줌 렌즈' 또한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일정 초점거리 범위 내의 가변 초점거리 렌즈를 지칭하는 말이겠지만, 확장되고 결합된 조어 탓인지 의미가 조금 모호해지는 경향도 다분하다. 이렇게 무한히 확장된 용어들은 본래의 의미와는 동떨어져 있기도 하지만, 그 의미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용어라는 측면에서 효용이 있어 보인다. 핀트, 핀 등의 용어 또한 정확하고 적절한 용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널리 사용되다 보니 그 어떤 설명보다 단어 하나로 쉽게 의미 전달이 되는 측면은 무시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 탓인지 아직은 공식적인 자료 등에 사용되는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 제조사의 신제품 발표회 등에서도 공공연하게 언급될 정도로 일반화된 감도 있다. 보케(Bokeh)처럼 효과적이고 널리 사용되는 용어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핀또' 등의 왜색 창연한 발음이 종종 생각나 살짝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각종 기술 용어 등은 이를 개발한 제조사의 명명법이나 광고 홍보를 위해 해당 기술이나 기능을 정의하기 위한 용어 등으로 꽤 복잡 다양하고 대부분 한 때 사용되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 전문가를 자칭하고 싶은 속물 근성
이런 용어 사용에서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경우는 속물근성이라고 해야 할까? 현학적인 용어를 남발하며 일응 '아는 체' 또는 '*문가' 처럼 행세하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떠들고 있는 수다쟁이도 사실 아는 것이 거의 없어서 뭔가를 설명하거나 정의할 때는 다른 자료의 정의나 용어를 차용할 수밖에 없고 이때마다 섣부른 아는 체를 하는 것이 아닐까 항상 경계/염려하게 된다. 특히 생소한 분야의 전문 용어나 기술적인 정의, 은어, 외국어 용어 등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까지) 상세히 풀어서 설명하거나 부정확할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두려 노력하는 편이다.(수다의 내용이 너무 허섭 해서 아무도 전문가로 오해하지 않는 점은 한편으론 참 다행이다. 다시금 밝히지만 전문적 지식이 전혀 없고, 관련해서 공부한 적도 없으며 단지 취미와 호기심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와 망상을 기반으로 한 수다임을 밝힌다. 순수한 취미의 아마추어이며 마니아의 끝자락에라도 미치고 싶을 뿐이다) 물론 우리말로 적절한 용어를 찾기 어렵거나 영어로 쉽게 정의되는 경우도 있지만, 불필요한 외래식 용어나 특히 잘못 사용되는 용어들을 남발하는 경우를 보거나 이에 영향받아서 커뮤니티 등에서 일반적인 용어로 확대되어 사용되는 경우를 보면 아쉽고 허망하기도 하다.
정확한 개념없이 갑자기 사용되는 용어로 요즘 눈에 자주 거슬리는 '워블링 현상'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카메라 AF 모드에서 초점(focus)을 잘 잡지 못해서 렌즈의 포커스 요소 군이 찾는 과정을 반복하는, 경통의 일부분이 앞뒤로 동작하게 되는데 이런 이상 상태를 지칭하는 의미로 최근에 커뮤니티 등에서 자주 쓰이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전문 용어라고 하기 어렵고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콩굴리쉬 용어라고 생각한다. Wobbling 효과라면 '울렁울렁'이나 '출렁출렁' 효과 정도에 해당하는 뜻일 테고 카메라의 포커싱을 반복적으로 찾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과 잘 맞지도 않다. 그리고 실제 사진이나 영상과 관련한 Wobbling effect의 의미는 촬영 시 카메라의 진동 등으로 인하여 녹화되는 상이 출렁이는 현상(Jello effect의 일종)을 의미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인 것 같다.
그 외에도 사진이나 영상 관련 작업에서 사용되는 용어에는 일본식 용어들이 꽤 많아서 누끼, 아미 등등, 특히 방송/영화 촬영과 관련해서 데모찌, 입봉, 삼마이, 다찌마리(다찌마와리 - "일본의 가부키 용어에서 따온 영화 기법으로, 한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집단과의 패싸움 상태에서 주인공이 적들을 한 바퀴 둘러보며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기법. 직역하면 서서 빙그르르 돈다는 정도의 뜻이 되겠다." 출처-나무위키), 카트 와리,하레,데바샤 등이 여전히 통용되고, 커뮤니티 등에서는 종종 이런 용어/은어를 쓰며 스스로 전문가처럼 행세하려는 속물근성이 눈에 띄어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해당 용어의 뜻을 별도로 표시하지는 않겠지만, 사실 그리 전문적인 용어도 아니고 그냥 은어에 가까우며,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 또는 영어 용어들도 존재하다. 일본에서 조차 그 엉성한 영어 발음으로 영어식 용어를 사용하던데, 최신 기술과 새로운 시도의 첨단에 있어야할 사진가와 영상가-포토그래퍼와 시네마그래퍼-들이 이런 구습의 용어 잔재에 갇혀서 자기들 끼리 악습을 대물림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런 아는 체와 전문가인 척은 최근에 유행하는 SNS 바이럴 마케팅과 연결되어서 전문가 행세를 하거나 과장되거나 왜곡된 정보를 진실된 것인 양 확대 재생산하는 경향이 다분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세상 일은 언제나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고 선한 의도가 항상 선한 결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 듯 나쁜 의도의 결과 또한 항상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닐테고 한편으로 그것이 옳은 정보든 그릇된 정보든 사진이나 영상에 관해서 화두로 삼게 하고 이와 관련하여 관심을 갖게 하는, 때로는 오류와 오해하는 오점이 있다고 하여도 서로 알아가는 과정일 테니 일명 아는 체와 속물근성을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지 싶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자본주의와 배금주의의 질서에 길들여진 속물(Snob) 일 수밖에 없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악의적인 의도나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어느 정도 선에서는 용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하지만, 적어도 정확한 정보 전달을 목표로 하는 글이나 강의 영상 등을 제작/작성하려는 사람은 적정한 용어를 사용하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더 낫지 싶다. 더구나 한글날을 맞이하여 (우리말을 사랑한다는 전제하에) 외국어의 용어를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고 일반인이 더 직관적으로 이해/사용할 수 있는 순 우리말 용어가 더 많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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