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 같은 한낮의 태양, 무더운 날씨 탓에 약속 장소는 시원한 곳, 이왕이면 분위기 좋은 카페가 제격이다. 카페처럼 닫힌 실내 공간에서 APS-C 규격 미러리스에 이종교배로 물린 초점거리 50mm 수동 단렌즈는 풀프레임 환산 화각이 75~80mm에 육박하는 탓에 테이블 맞은 편의 배경과 인물을 조화시키기에는 아쉽다. 그 탓에 인물용 또는 스냅용으로 좀 더 넓은 화각(24~50mm)의 렌즈로 바꾸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니면 준 망원?이 되어버린 렌즈로는 카페 테이블 위나 벽면의 소품을 잘라 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카페의 정적인 분위기와 실외와 조화된 부드러운 실내조명은 올드렌즈들의 독특한 색재현력과 디지털 카메라의 필터 효과/필름 시뮬레이션 등 특별한 기능과 결합하면서 ' 정적이고 닫힌 공간 카페와 올드한 빛의 묘사"가 종종 시간여행을 한 듯한 올드한 이미지를 만들기도 한다. 조금은 물 빠진 듯한 색감과 해상력의 차이로 인해 적당히 뭉개진 주변부 입자가 묘한 질감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올드하면서 차분하게 보이는 나른한 느낌 또는 노스탤지어의 노란 손수건 같은 아련한 향수가 베여있는 듯도 하다. 시원한 카페에서의 정다운 이와의 만남과 덤으로 얻어지는 이색적인 사진으로 인한 유희는 꽤 유쾌하고 즐겁다.
주피터-8M 2/53 렌즈는 비교적 근래의 70년대 초, 중반쯤 구 소비에트 연방시절 만들어진 렌즈다. RF용 카메라용 렌즈이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적 색재현에서 결코 뛰어나다고 할 수도 없고, 선예도와 해상력 또한 Sonnar가 탄생하던 설계 당시(1930년대)의 렌즈로서는 뛰어났겠지만, 최근의 렌즈들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조금 진득한 색감과 독특한 묘사력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더 오래된 원형을 체험해 보고 싶은 욕구가 치민다. 설계의 원형인 자이스의 Sonnar 5cm 렌즈와 러시아 렌즈의 황금기와도 같은 50년대 후반의 jupiter 렌즈 '레드 P' 버전에 대해서도 경험해보고 싶어 자꾸 이베이에서 시간을 허비하곤 한다. 물론 자이스의 Sonnar는 이미 오래전에 생산중단된, 많은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렌즈인지라 상태 좋은 매물을 만나기가 쉽지 않고 간혹 올라오는 렌즈들도 사진만으로는 그 상태를 확신하기 어렵다. 그 탓에 자꾸 망설여지고, 한번 수중에 들어온 렌즈는 잘 내치지 못하는 탓에 자꾸 머뭇거리기만 한다. 하지만 저평가와 흔한 물량의 주피터 렌즈는 매물이 풍부하고 비교적 적은 부담에 상태가 괜찮은 렌즈가 많아서 고르고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두 렌즈를 직접 비교해 보지는 못했지만, 5cm f2의 경우에는 가격차이가 무색할 만큼 광학적 성능에서는 크게 차이 없을 듯싶기도 하다. 기회가 된다면 비교적 저렴하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는 러시안 주피터 렌즈를 한번 써 보시길 권하고 싶다. M39 마운트 방식(LTM)은 별도의 큰 부담 없이 간단한 이종교배 어댑터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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