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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about photography and cameras/Optical Lens Design

<렌즈의 광학구성(Optical Design)과 구조 IV> 칼 자이스 조나 / Carl Zeiss SONNAR

Notice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조나는 SLR 카메라를 사용할 때는 계륵 같은 렌즈로 생각했다.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이 렌즈를 외면하는 것은 아쉬웠지만, 딱히 SLR카메라나 DSLR 카메라에서 즐겨 사용하는 표준 렌즈에 조나 또는 유사한 광학설계가 적용된 렌즈는 내 기억엔 없었다. 물론 필름 RF카메라를 사용한다면 가능하겠지만, 당시 contax RF 마운트는 생소했고, 쉽게 구할 수도 없었다. 물론, 긴 망원 화각에서는 조나의 광학식으로 만들어진 SLR용 렌즈들이 있고 자이스의 이름 값에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지만, 왠지 망원 화각은 어떻게 활용해야할 지 잘 몰라서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이 별 효용을 찾지못했다. 시간이 흘러 이베이를 통해 세계 곳곳의 진귀한 물건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최근에는 빈티지 렌즈에 흥미가 동했고, Carl Zeiss의 Sonnar는 콘탁스의 상징과도 같은 렌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Contax에 장착되었던 Sonnar 5cm f/1.5나 f/2.0의 올드한 렌즈를 꼭 한번 경험해 보고싶은 바램이 컸다. 

사실 광학 이야기에서 Sonnar는 낭만이 넘치던 시기의 상징과도 같다. 그리고 이 오래된 광학식은 수학자들의 계산에 근거해서 도면을 직접 손으로 그려 설계하던 시절의 로망과 자이스 이콘과 칼 자이스의 영광을 함께한 역사와 그리고 SLR 카메라 시대의 등장과 함께 씁쓸한 퇴장 등등, 수많은 수다를 풀어 놓기에 제격이다. 이런 굴곡의 사연은 SLR 카메라 시대와 함께 갑작스런 몰락과 외면, 그리고 다시 재기하기 위하여 숨죽이며 기다리는 인고의 주인공 느낌과도 비슷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미러리스 카메라의 등장이지만, 아직 미러리스 카메라의 진격은 현재 진행형이라 앞으로의 추이도 궁금하다.

 

 

 

조나의 등장과 발전사에 대한 자료들이 많으니 간단히 다뤄보고 다른 부분에서 수다의 여력을 발휘하려 한다.

 

에르노스타와 조나(The Ernostar and the Sonnar)

 

비 점수차제거에 의하여 사진 품질이 향상되자, 그 다음으로 어두운 곳에서 촬영하거나 셔터 속도를 올릴 수 있도록 구경을 키우는데로 관심이 쏠리게되었다. 자연광 스냅사진(candid available light photography)에 적합한 최초의 광각렌즈는 1923년 에르네만 에르노스타(Ernemann Ernostar, 독일)이었다. 루드비히 베르텔레(Ludwig Bertele)의 공식은 원래 10cm f/2 렌즈였으나, 1924년에는 10.5 cm/85mm f/1.8 까지 향상 시켰다. 에르노스타 렌즈도 쿠크 삼중렌즈의 변종으로, 렌즈 앞에 볼록렌즈요소 혹은 그룹이 추가된 형태였다.

 

Ernostarf181.jpg Ernemann Ernostar 10.5 cm f/1.8

이 렌즈가 에르네만의 에르마녹스(Ermanox,1923) 카메라에 장착되어, 에리히 잘로몬(Erich Salomon)의 손에 들어가면서 현대적인 포토저널리즘(photojournalism)을 열었다. 프랑스 수상이었던 Aristide Briand 는 "국제회의에는 단 세 가지만 있으면 된다. 외국어 비서, 책상 그리고 잘로몬이다."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남겼다. 참고로 미국 사진기자들은 1950년대까지도 플래시를 사용했다.

베르텔레는 1926년 에네르만이 자이스에 합병된 뒤, 좀더 유명한 조나(Sonnar)렌즈라는 이름으로 에론스타를 계속 발전시켰다. 그는 1932년 f/1.5까지 도달하여, 35mm 거리계연동 카메라인 Contax I (1932)용 Zeiss Sonnar 50mm f/1.5 를 개발하였다.

 

Zeiss Sonnar 50mm, 1932.svg Zeiss Sonnar 50mm f/1.5

조나(Sonnar)렌즈는 망원렌즈 설계로 유명했고 지금까지도 그렇다. 조나는 전면 확대부(front positive element)의 강력함으로 인해 약간 망원성이다. 예를 들어 Contax II(1936) 용 Zeiss Olympia Sonnar 180mm f/2.8은 전설에 가까운 명작이다.

 

출처> 위키백과  '렌즈'

 

 

 

Sonnar 렌즈의 장점은 무엇일까? 여러 장점 중에 먼저 가장 먼저 꼽고 싶은 것은 독특한 광학 설계다.  콘탁스 RF 마운트가 적용된 조나 렌즈의 컴팩트한 외형, 5cm 내외의 길이는 대구경 렌즈-현재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대구경이라 말하기엔 너무 깜찍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로 밝기 f1.5에 달하는 렌즈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컴팩트함의 전면 광학 구성요소가 망원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RF 카메라에서는 40mm~250mm의 모든 초점거리(화각)에 적용 가능하고 역설계를 통해 35mm 광각렌즈로 설계 가능한 다재다능한 광학식이었다. 

 

 

Zeiss Opton 5cm f1.5 / Nikkor-S 5cm f1.5

 

 

 

그리고 두번째 장점으로는 처음 출시 당시의 혁신적인 광학적 성능에 있다. 조나의 발전사에 간단히 덧붙이면, 조나가 초기 렌즈 광학식에서 각광받았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구면과 공기의 접속 횟수를 최소화하여 광학 성능을 이끌어 낸 것이다. 아직 코팅이 렌즈 제작에 적용되기 전 이었고, 광학 요소로 사용되는 유리 구면의 반사율이 약 4% 수준에서 여러 장의 유리로 설계된 렌즈는 실제 사용에서는 빛 투과율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고 설계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공기와 광학유리 구면의 접촉면이 가장 적게 설계된 테사나 조나가 주요 광학식으로 사용되었다. 조나는 여러 장의 광학 요소로 구성되었으나 2군의 3매 요소 중 굴절률이 작은 요소를 가운데 배치한 3중합 구조이고, 따라서 공기층과 구면의 접촉면을 최소로 줄이고 구면수차와 색수차를 억제하는 우수한 광학적 성능을 보인다.

 사실 엄밀하게 따지면, 비대칭형 설계의 한계로 조나의 광학식은 구면수차와 코마, 그리고 왜곡 수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광학적 결함이 독특한 조나만의 개성을 만드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때때로 '완벽한 결함'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조금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조나를 좋아하는 마니아 입장에선 전혀 동의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묘한' 결함 정도가 적당하지 싶다.

 

 

 

 

 

세번째, 조나의 우수한 해상력과 선예도와 독특한 묘사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선명한 화질 짙한 색감, 채도 등 여러 특징을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조나의 화질의 결과물에서 가장 손꼽고 싶은 것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묘사력이다. 자연스러운 배경 흐림과 함께 찍혀진 이미지에서 특히 ‘그림’ 같은 묘사력에 감탄하게 된다. 이는 구면 수차와 일종의 색지움 설계가 가져다 주는 독특한 소프트 효과와 선명한 색 재현력(발색)의 예기치 못한 조화가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관용어구로서 ‘그림 같은’이 아닌 진짜 잘 그려진 회화 작품을 보는 것 같다. 잔존 수차에서 비롯되는 배경흐림의 묘한 회화 느낌을 글로 설명하려니 부족한 표현력 탓에 아쉽다. 참고로 선명함이란 조리개를 일정 조였을 때를 의미한다. 사실, 최대 개방에서는 앞서 설명한 구면수차 문제로 중앙은 비교적 선명하지만 주변부의 화질 저하가 있고, 대비가 낮다. 조나  색 재현력의 우수함-당시 광학 렌즈들과의 상대적 비교에서의 우수함-은 3중합 요소로 색수차 보정에 뛰어난 광학설계의 결과로 생각된다. 

 

Jupiter -3 5cm f1.5

 

 

단점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단점이 SLR 전성기, RF 카메라의 침체기와 맞물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Sonnar는 1960년대 이후, 거의 멸종 하듯이 렌즈 설계에서 사라지게 된다. 원인은 무엇보다 긴 플렌지 백 거리의 카메라와 부조화 문제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웹에서 찾은 어떤 자료에서는 아래 인용한 글과 같이 정의해 두고 있었는데, 이러한 제약을 넘어 SLR 카메라의 교환용 표준 렌즈로는 보기 드물게 조나 광학설계를 기반으로 제작된 Takumar 58mm f2의 경우도 있다.

"Sonnar 설계는 렌즈 후옥 부분이 촬상소자 쪽에 가까운 가우스 타입 설계로 조리개를 사이에 두고 오목렌즈와 볼록렌즈를 조합하는 대칭형 구조이기 때문에 미러가 들어가는 SLR 타입의 카메라 설계에서는 적용이 어려웠다"

 

출처> 박상인의 올드렌즈 탐닉 'Zeiss-Opton Sonnar 50mm F1.5

위 인용 글에는 몇가지 오류가 눈에 띄는데, 개인적인 생각을 첨언하면, Sonnar 광학 디자인의 특징은 3중 렌즈를 기반으로 전면 요소에 양(볼록)의 요소 2장(가우스 타입)을 겹쳐 망원성을 강화한 형태이며, 3중 렌즈 기반이므로 대칭형의 구조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비대칭형 구조/디자인이라고 해야하지 싶다. 대칭형의 더블 가우스 타입의 표준렌즈는 50mm 내외의 표준 렌즈에서 SLR 타입의 미러공간 확보에 문제가 없었으나, Sonnar 설계의 경우, 전면 망원성의 강화로 표준 렌즈(50mm 내외의 초점거리 렌즈)에서 더블 가우스보다 전면이 더 짧은 특징을 보이지만, 후옥(사출부)은 비대칭형의 설계로 인해 촬상면에 더 근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따라서 SLR 카메라의 미러 공간 확보에 적절하지 않은 특징이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Sonnar 개량형으로 SLR 카메라에 장착 가능한 렌즈도 있는데, 이는 링크로 대신하자.

2016/11/06 - [ASAHI Optical , Pentax ] - 타쿠마 Takumar 58mm f2 (Sonnar Type)

 

타쿠마 Takumar 58mm f2 (Sonnar Type)

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전 포스팅에서 몇 번 밝혔듯이 개인적으로 아사히 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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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문제는 광학 제조사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상품성 그리고 제조비용과 관련한 문제다. 바로 코팅기술의 도입이 전환점이 되었는데, 코팅기술의 도입은 반사율과 투과율로인한 플레어 등의 문제를 해결하였고, 따라서 광학요소의 제한에서 벗어나 좀더 자유로운 설계와 광학 요소의 배치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배치와 설계가 조나의 3중합과 같은 공정보다 더 저렴하였다고 한다.(구성요소 중합은 꽤 정밀한 제조기술이 필요했고 손이 많이가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이후 대구경 프라임 렌즈의 중심 축은 더블 가우스 타입의 플라나, 제논, 비오타, 울트론 등의 렌즈로 급격히 기울었고, 오리지널 조나는 콘탁스 RF 카메라의 침체와 궤를 함께 하며 관심에서 멀어졌다.

 

 

Carl Zeiss Sonnar 8.5cm f2

 

 

(색수차를 포함한) 수차 문제에 있어서 조나는 더블 가우스 타입의 대표 격인 플라나/제논 타입 설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지도 모른다. 구면과 공기 층의 접촉면을 줄여 투과율을 확보에 중점을 둔 설계와 전면부의 대구경 볼록요소를 전면에 배치하여 집광을 통한 밝은 렌즈 설계가 조나 설계의 핵심요소인 조나와 플라나(비오타)와 같은 대칭형 설계 + 이중접합 요소를 사용한 광학식, 그리고 요소의 첨삭 등 확장성으로 수차문제 해결에 더 뛰어난 장점을 보였다.

수차와 관련하여서는 일전 보케와 관련하여 언급한 바 있지만, 보케가 아름답다고 좋은 성능의 렌즈라고 말할 수 없듯이, 수차가 있다고 모두 나쁜 렌즈인 것 또한 아니다. 수차는 때론 독특한 왜곡이나 보케 등을 만들기도 하고, 이런 수차가 만드는 올드 렌즈의 특징은 수차가 극도록 억제된 최신 렌즈에서는 맛볼 수 없을 매력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비단 조나 기반 설계가 적용된 렌즈의 문제점은 아니지만, 올드렌즈 중 특히 무코팅이 적용된 렌즈 등에서 나타나는 단점으로, 취약한 코팅 문제로 인하여 생기는 ‘플레어’와 ‘글로우’ 현상이 빈번히 눈에 띈다. 이는 특히 무코팅의 초기 조나 광학 구성의 렌즈에서 두드러져 보인다. 글로우는 구별되는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차이가 심할 때 경계선상에서 나타나는 빛번짐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다중/멀티 코팅이 적용된 렌즈일수록 억제되기는 하나 이를 완전히 제거하거나 사라지게 하는 수준의 것은 아니다.

Sonnar의 대표적인 렌즈들은 꽤 있지만, 서두에 밝혔 듯이 무엇보다 Contax I, II, III의 표준 렌즈로 Sonnar 5cmm f1.5 / f2가 가장 이목을 끈다. 이 렌즈는 1932년 콘탁스 RF 카메라의 등장과 함께 출시되었고, 이후 콘탁스 카메라의 버전 변화와 오랜 생산 기간에도 기본 광학 설계는 변함없이 계속 유지되었다.(2차 세계 대전 등을 겪으면서 자이스 이콘이 두개의 생산거점(동독 예나와 서독 오버코헨)으로 분리되어서도 각자 또는 긴밀히 협업하며 생산 되었다)

 

 

 

 

 

칼 자이스의 Sonnar 렌즈는 대구경 프라임 렌즈의 시작을 알린 렌즈이고, 밝은(Speed) 렌즈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렌즈이다. 최근 미러리스로 다시 촉발된 디지털 바디와 수동렌즈 이종교배의 영향, 그리고 올드 렌즈의 독특한 매력에 유저 층이 더 확대되고 사랑받고 있지만, 조나의 광학 설계가 최신의 렌즈 설계로 거듭나는 일은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최근 조나 광학식을 계승한 복각에 가까운 렌즈가 생산되기도 하고 새로운 광학식의 조나 렌즈가 등장하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칼 자이즈와 조나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2016/08/23 - [Carl Zeiss (Jena, Opton)] - 현대식 조나 설계식과 리뉴얼 칼 자이스 조나 / Modern sonnar optics & Renewal Carl Zeiss Sonnar (Sonnar 1.5/50mm ZM & Sonnar 55mm f1.8 ZA)

 

현대식 조나 설계식과 리뉴얼 칼 자이스 조나 / Modern sonnar optics & Renewal Carl Zeiss Sonnar (Sonnar 1.5/50mm ZM & Sonnar 55mm f1.8 ZA)

Notice - 얄팍한 상식 수준에서 다루는 비전문적이고 깊이 없는 포스팅이므로 숨겨져 있을 오류와 논리적 비약, 수다쟁이의 헛된 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칼 자이스 조나의 광학설계에 관하여 이전 포스팅에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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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디지털 미러리스 카메라와 수동 올드 렌즈의 이종교배 열기에 최신의 렌즈에서는 맛보기 힘든 올드한 렌즈만의 독특한 매력은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과 디지털 기기의 편리함이 맞닫는 지점에서 한동안 인기를 구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아니 더 늦기 전에 올드하면서도 멋스러운 조나 광학식의 독특한 매력과 감성을 체험해 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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